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06)
#406화 조직은 커 봤자 조직 (3)
“물론이죠.”
윤기의 시원한 답변에 하야시는 마음이 조금 더 조급해졌다.
“그렇다면, 혹시…, 이 땅들에도 7퍼센트 할인을 적용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하야시의 제안은 오히려 윤기가 바라는 일이었다.
윤기가 땅을 처분하면 처분할수록 시세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하야시의 제안을 발판 삼아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긴자의 땅을 사실 때, 같이 거래를 하신다면 포함시켜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결코 한가한 몸이 아니거든요.”
조건이란 다름 아닌 시간.
윤기는 단순히 거스터의 손녀사위라는 명예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이자, 소련·미국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재벌.
물론, 가진 재산에 따른 세계 재벌 순위는 1천 위 언저리에서 놀고 있었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결코 1천위 수준이 아니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 그건 또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일주일…, 아니, 5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5일 뒤에 저희가 사고자 하는 땅의 목록과 달러를 준비해서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윤기는 씨익 웃으며 하야시를 향해 악수의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윤기의 손을 와락 붙잡는 하야시.
그런 하야시를 바라보며 윤기는 속으로 하얗게 웃었다.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윤기는 이후의 스토리가 머리에 그려지는 듯했다.
* * *
“최윤기 회장이 팔려고 하는 땅들을 우리가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하야시의 물음에 첫 번째 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괜찮은 안건입니다. 샀다가 바로 판매해도 어느 정도의 이익은 남을 테니까요.”
현재 윤기가 내놓은 매물은 다 합쳐서 얼추 3,500억 엔.
이 매물들을 달러 할인을 통해 구매한다면 7퍼센트 이익을 볼 수 있고, 유사시 바로 처분한다고 해도 손해를 볼 일은 거의 없었다.
이유가 어쨌든 달러로 사는 것이 무조건 이득인 상황.
그렇기에 참모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래. 과장을 조금 보태면 사자마자 그냥 팔아도 이득일 정도의 거래지.”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부동산 가격의 상승 폭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상승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몇 달 지난 후에 팔기만 해도 상당한 이윤이 남겠지요.”
“이걸 우리 조직이 전부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군….”
윤기의 3,500억 엔이 비록 일본의 1년 세금 수입인 세수와 비교했을 때는 현격한 격차가 있을지 몰라도, 야쿠자 조직 하나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금액은 절대로 아니었다.
따라서 무라구치구미가 이 땅들을 모두 독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맹, 그리고 산하 조직들을 모두 영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야만, 3,500억 엔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 테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3,255억 엔이지만 말이다.
“뭐,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동맹 조직의 조장님들과 산하 조직의 조장들을 모두 불러라. 이틀 후, 낮 12시까지 반드시 모두 모여야 한다!”
우렁찬 하야시의 외침에 참모들이 고개와 허리를 바싹 숙이며 답했다.
[[[[[하잇!!]]]]]* * *
인원이 많은 조직이 오래 존속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누설’이다.
범죄를 저지를 때, 인원이 많으면 성공확률은 올라가지만, 그와 동시에 추후 경찰에 추적당할 확률도 당연히 늘어나는 법.
일본의 야쿠자는 정권과 완벽하게 유착을 한 상태였기에 추적자가 없으니 인원이 많은 게 무조건 유리하다.
왜?
누설을 당해도 체포당할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누설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윤기가 바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무라구치구미와 무난하게 거래가 진행되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무라구치구미와의 거래 중에 발생하기를 바라는 한 가지 이벤트.
그것이 바로 누설이었다.
“총리님, 최근 도쿄에 진출하려고 하는 무라구치구미가 동맹, 그리고 산하 조직을 앞세워서 특정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총리의 집무실에서 이루어진 법무대신의 보고.
그 말을 들은 일본 총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입니까?”
“이야기를 듣자 하니, 한국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이 현재 자신이 가진 일본의 부동산을 모두 처분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아니, 그게 무슨…? 왜죠?”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의 정치인들도 윤기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총리 역시 ‘최윤기가 누구냐’라는 것을 묻지 않고, ‘윤기의 의도’를 물은 것이다.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래를 ‘달러’로 하려고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동산을 달러로 판다고요?”
“예. 어차피 세금이야 엔화로 측정해서 내면 될 테니, 문제 자체는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최윤기 회장이 보유한 부동산의 금액이…….”
“금액이?”
“무려 3,500억 엔입니다.”
“예? 뭐라고요?”
물론, 일본의 내무성은 부동산 보유에 따른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총리나 대신들이 그것을 상시 파악하고 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렇기에 총리는 윤기의 부동산 보유 총액이 3,500억 엔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심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이 3,500억 엔에 달하는 자신의 일본 내 보유 부동산을 무라구치구미에게 처분하려 한다는 것이 제 보고입니다.”
깔끔하게 정리한 법무 대신의 보고였지만, 총리는 아직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그 부동산을 왜 처분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
총리는 아직 법무 대신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법무 대신은 사악한 미소와 함께 총리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총리님, 이야기를 듣자 하니, 달러로 구매를 하는 자한테는 5퍼센트의 할인을 해 준다는 말이 있더군요.”
“호오…?”
자고로 ‘할인’이라는 말은 사람의 이목을 가장 끌기 쉬운 단어.
그렇기에 총리 역시 일단은 호기심을 가졌다.
“그리고 무라구치구미는 토지 판매를 보조하는 대가로 긴자의 땅을 사는 데 7퍼센트의 할인을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동맹과 산하 조직의 조장들을 싹 다 불러서 토의했으니 모든 내용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기에 법무대신은 모든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라구치구미는 자신들이 최윤기 회장의 땅들을 모두 사는 것으로 모든 땅에 대해서 7퍼센트의 할인을 받기로 했지요. 따라서, 무라구치구미는 200억 엔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무라구치구미가 큰 조직이라고 해도 3,300억 엔을 조달하긴 힘들 텐데요?”
“그래서 동맹이랑 산하 조직을 전부 동원했죠. 그들이 가진 모든 자금력을 동원한다면 불가능한 액수는 아닙니다.”
“무라구치구미가 좋은 떡밥을 물었군요.”
“이거 이거…, 총리님. 아직 눈치채지 못하신 겁니까?”
“예?”
총리의 반응에 법무대신이 낮게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무라구치구미가 사게 놔둘 거냐고 묻는 겁니다.”
“아!”
그제야 총리는 법무대신의 의중을 깨달았다.
총리는 물론이고, 대신들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는 친지들이 두루두루 있다.
따라서 이 건에 대해서 힘을 좀 쓴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최윤기 회장의 땅들은 전부 알 싸라기 땅들입니다. 우리가 그 땅을 매입한 뒤, 공적인 사업을 통해 가격을 한 번 더 폭등시켜서 처분한다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겠지요.”
무라구치구미와 달리, 총리와 법무대신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따라서 아무리 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된 시점이라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한번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뜻.
“하지만, 긴자의 땅은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쪼개서 팔아야지요. 면적을 파는 게 아니라, 주식처럼 권리를 파는 식으로 한다면 아마 불나방처럼 달려들 녀석들이 많을 겁니다.”
대단히 사악한 법무대신의 계획에 총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그런데, 한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최윤기 회장은 이미 무라구치구미에게 부동산을 팔려고 하는 상황인데, 과연 우리에게 땅을 팔려고 할까요?”
“푸하핫! 우리가 최윤기 회장을 설득할 이유가 있습니까?”
법무대신의 이번 말은 총리가 이해하기에 아주 쉬웠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모든 것은 제가 일선에서 처리할 테니, 총리님께서는 다른 대신들 말고 저를 좀 밀어주십시오. 이번 이익은 우리 둘이서만 보는 거로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물론이지요.”
총리와 법무대신, 두 마리의 여우가 무라구치구미를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무라구치구미의 조장 하야시는 2일 후를 기다리며 들뜬 마음을 안정시켰다.
다행히도 동맹 조직, 그리고 산하 조직들의 조장들은 모두 하야시의 제안에 찬동.
따라서 이대로 2일만 지난다면 무라구치구미는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급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하야시는 윤기에게 ‘오늘 거래합시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조장님, 법무대신님의 전화입니다.”
“법무대신님이?”
야쿠자들은 일본 정치인들의 밥.
물론, 하위 정치인들은 역으로 야쿠자들의 밥이었지만, 법무대신이라는 일본의 절대권력자 중 한 명에게 함부로 굴 수 있는 야쿠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겐지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우미구치구미조차도 말이다.
따라서 무선전화기를 넘겨받은 하야시는 법무대신이 보이지도 않는데 허공에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법무대신님.”
[그래, 자네. 지금 바로 나에게 올 수 있겠나?]요청 같아 보이지만, 사실상 명령.
더불어서 하야시는 법무대신의 용건이 이번 거래와 관련이 있다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끽해야 고위급 접대 정도를 생각한 상황.
그렇기에 우렁차게 답했다.
“예!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하야시는 법무대신이 어떤 용건을 꺼낼지도 전혀 모른 채, 별 부담 없이 차에 올랐다.
* * *
하야시가 향한 곳은 법무대신의 집무실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특급 요정.
그곳의 특급 객실에 향하자, 아니나 다를까 법무대신이 먼저 술을 한잔 기울이고 있었다.
“오, 왔는가?”
법무대신의 말에 하야시는 바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늦기는. 내가 전화하자마자 달려온 것이 분명한데 말이야.”
“그래도, 죄송합니다.”
으레 있을 만한 첫 대화가 이루어지고, 법무대신과 하야시는 서로 술을 몇 순배 나누었다.
그렇게 살짝 무르익은 분위기 속에서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하야시.
왜냐하면, 하야시가 당연히 절대적인 을이기 때문이었다.
“대신님, 저를 부르신 이유가 혹시 큰일입니까?”
약간 에둘러서 표현하는 하야시.
그렇기에 법무대신 역시 껄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별일 아닐세. 심각한 일이었으면 이렇게 요정에서 보자고 했겠나?”
하야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에 하나 큰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으니까.
“아, 그렇군요.”
“그래,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최근 무라구치구미가 부동산을 취득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야.”
“예?”
하마터면 하야시는 ‘그걸 어디서 아셨습니까?’라고 말할 뻔했지만, 겨우 말을 끊을 수 있었다.
“이 사람이, 내가 그걸 알면 안 되는 건가?”
짐짓 노한 표정을 짓는 법무대신.
그렇기에 하야시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잠시 헛말이 나왔습니다.”
“아, 그런가? 아무튼, 다시 말하자면, 무라구치구미가 부동산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거래에서 손을 떼게.”
“대신님, 그렇게 하고 싶지만, 이미 이 건은 조직 전체의 의견이 통합된 것으로…….”
“허어, 자네는 왜 그리도 눈치가 없나. 내가 자네한테 해가 될 일을 시킬 것 같아서 그런가?”
물론 거짓말.
하지만, 법무대신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거짓말로 무라구치구미의 거래를 포기시킨다고 해도, 나중에 무라구치구미가 자신을 거스를 순 없었다.
왜?
칼자루는 언제나 자신이 잡고 있으니까.
“예? 그것은, 설마…?”
법무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그 땅들의 가격은 폭락하게 될 게야.”
법무대신은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예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