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팔기만 하는 게 아니야 (1)
“그 땅들의 가격이 폭락할 거라고요?”
하야시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알 싸라기 땅들의 가격이 폭락할 거라고는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법무대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만약 자네들이 그 땅을 산다면 엄청난 자금난을 겪게 되겠지. 그래서 내가 오늘 자네를 여기에 부른 것이네.”
“이럴 수가…, 도대체 왜 떨어진다는 겁니까?”
하야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법무대신은 이런 때에 쓸 수 있는 필살기를 사용했다.
“그건 국가 기밀이라 말해 줄 수 없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해 주겠네. 최윤기 회장이 가진 모든 땅은 아니지만, 고액의 땅들은 조만간 가격이 폭락할 것이야.”
“허어…….”
물론, 하야시 역시 제법 큰 규모의 야쿠자 우두머리가 된 만큼, 순진한 인물은 아니었다.
‘이거…, 사실은 둘째치고 나한테 그 땅을 사지 말라고 하는 거 같은데?’
만약 사실이라면?
당연히 사지 않는 게 맞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라면?
사지 않는 쪽이 안전하다.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안 산다고 대답해야겠군….’
상대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의중’은 알 수 있는 만큼, 하야시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대신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네. 자네가 손해를 보면 우리한테도 손해 아니겠나?”
껄껄 웃는 법무대신을 바라보며 하야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 * *
“아까 법무대신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하야시가 입을 열자 참모들이 조용히 하야시를 향해 귀를 열었다.
“법무대신의 말로는 최윤기 회장이 가진 땅 중의 대부분이 폭락할 것이라고 하더군.”
순간 참모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첫 번째 참모가 가장 먼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손을 들고는 입을 열었다.
“조장님, 상식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최윤기 회장이 가진 땅들 중 가장 대표적인 땅이 바로 긴자입니다. 그 땅의 가격이 폭락한다면, 당연히 긴자의 땅값도 덩달아 폭락한다는 것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땅값이 폭락한다는 겁니까?”
“그건 국가 기밀이라면서 알려 줄 수 없다더군.”
“…그렇다면, 우리한테 땅을 사지 말라고 돌려서 말한 것 아닙니까?”
돌려서 말하는 것은 일본 고유의 문화.
예를 들어서 남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주인이 ‘차를 더 드릴까요?’라고 말을 하면 놀랍게도 이것은 ‘이제 그만 돌아가라’라는 뜻이다.
물론, 추가로 마시는 첫 잔이나 둘째 잔 정도는 진짜 호의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일본인은 ‘이제 돌아갈 시간 아니야?’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배가 터질 때까지 차를 먹인다.
겪어 본 사람은 99퍼센트 공감할 돌려 말하기.
그렇기에 하야시도 참모들도 법무대신의 의중을 간파했다.
하지만, 아주 낮은, 정말 법무대신이 호의로 진실을 알려 줬을 가능성도 있기에 함부로 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웠다.
왜?
총리가 마음만 먹으면 무라구치구미는 대형 조직에서 중형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으니까.
“나도 그쪽이 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아깝지 않나? 절대적인 수익률 자체는 낮지만, 기간 대비 수익금은 대단한 것이 이번 사업이야. 그런데, 이걸 이대로 두자고?”
솔직히 말해서 하야시는 법무대신의 말이고 뭐고 그냥 이번 일을 추진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야시의 이성, 그리고 참모들의 의견은 냉철했다.
“저도 조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법무대신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법무대신은 그 땅들을 자기의 친인척들에게 매입시킬 생각인 것 같습니다. 십중팔구 다른 대신들, 아니, 최소한 총리는 가담해 있겠지요.”
“후우우…, 빌어먹을…….”
만약 무라구치구미가 조용히 이번 일을 추진했다면?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긴자의 땅 정도는 5퍼센트의 할인을 받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맹 조직의 조장들을 부르고, 산하 조직의 조장들을 부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왜냐하면, 누설로 인해서 법무대신의 귀에까지 황금과도 같은 정보가 들어갔으니까.
“긴자의 땅이라도 우리가 매입하면 안 될까?”
하야시의 물음에 첫 번째 참모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사시겠다면 분명 살 수도 있겠습니다만, 법무대신이 그 땅을 가장 눈독 들이고 있을 가능성 역시 큰지라…….”
하야시는 적어도 아랫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유형.
그렇기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야 그렇겠지…. 아마, 그 땅을 산 다음에 무언가 정책적인 부동산 상승 방법을 쓸 거야. 그리고 가격을 있는 대로 끌어올린 후에 처분하겠지.”
권력을 가질수록 돈을 벌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반인들은 부동산을 사 놓고 ‘올라라’, ‘올라라’ 하고 고사를 지내야 하지만, 권력을 지낸 자들은 ‘여기를 올리면 되겠네’ 하고 결정하면 되니까.
그것은 아무리 땅값이 극도로 오른 긴자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많이 올리지는 못하겠지.
긴자의 땅값은 극한까지 올라간 상황이니까.
하지만, 조금 오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확실했기에 충분히 도전할 이유는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두고 보는 것도 너무 슬프군. 다른 조장들에게 법무대신의 이야기를 한다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되겠나?”
이유야 어찌 됐든, 실패할 정책을 추진한 하야시의 체면과 무라구치구미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이 분명했다.
“조장님, 차라리 약간의 방해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방해라고?”
첫 번째 참모의 말에 하야시가 흥미를 느꼈다.
어차피 이익은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남도 이익을 보지 못하게 하고 싶다.
이것이 하야시의 생각이었다.
“예. 일단 법무대신 쪽이 최윤기 회장과 거래를 완전히 끝마치게 두는 겁니다.”
“그래, 그러면 그다음에 무언가가 있겠군?”
첫 번째 참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이후에 소문을 내는 거지요.”
“소문이라고?”
“최윤기 회장이 일본 내의 모든 자산을 처분하려고 하고 있다고 일본 전역에 소문을 내는 겁니다. 특히 부동산을 전부 처분했다고 말이죠.”
“그렇게 된다면 그 부동산뿐만이 아니라, 일본 부동산 전체에 영향을 줄 텐데?”
첫 번째 참모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그렇겠죠. 하지만, 어차피 다시 오를 겁니다. 딱 봐도 와이케이의 최윤기 회장이 일본 내 자산을 처분하는 것은 일·한 관계 때문 아니겠습니까?”
세상에는 ‘일어난 일’에 대해서 분석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당장 2010년대의 유튜브만 봐도,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게 분석하는 유튜버들이 많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을 보고 추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맞히는 유튜버는 거의 없다.
당장, ‘1월에 유튜브 망한다!’라고 주장하던 유튜버에게 ‘2월인데 왜 안 망해요?’하고 물어보면, ‘2월에는 망한다!’란 영상을 올려서 조회 수와 구독자를 빨아먹지 않는가?
그리고, 이것은 3월, 4월, 5월, 6월, 이후에도 쭈욱 계속된다.
따라서 진행 중인 일에 대해서 정확한 예측을 하는 사람은 대단히 드문 것이 현실.
이것은 하야시의 첫 번째 참모 역시 다를 것이 없었고, 다른 참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최윤기 회장은 일·한 관계 때문에 일본 자산을 처분하는 중이다.]이 시점에서 보면 대단히 합리적인 이유.
그렇기에 하야시와 다른 참모들 역시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첫 번째 참모의 식견에 감탄했다.
“그래…! 바로 그 이유였구만? 왜 자산을 처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는데 말이야. 역시 대단해!”
하야시의 칭찬에 첫 번째 참모가 미소를 지으며 하야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무튼, 최윤기 회장이 일본 내 자산을 처분하는 이유는 아직 분석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부동산의 가격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후 이러한 분석을 누군가가 한다면 부동산은 다시 회복되겠지요.”
“음, 그래, 그렇겠군.”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하야시를 향해 첫 번째 참모가 말을 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법무대신이 이득을 보는 시기를 늦추는 것 정도입니다.”
“음…, 그것이 최선인가?”
“예, 법무대신은 아마 최대한 빨리 이익을 보고 싶어 할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전체의 부동산이 일시적으로 성장세가 멈춘다면, 그 답답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지요.”
첫 번째 참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비록 조장님이 입으실 체면에 대한 피해나 정신적 고통에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의 복수입니다만, 법무대신은 이 정도 타격도 받아 본 적 없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대처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야시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번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반드시 우리 조직원들만으로 일을 추진하도록. 누설로 계획이 실패하는 것은 한 번으로 충분해.”
“알겠습니다.”
* * *
하야시가 서종훈에게 인편으로 편지를 보낸 것과 법무대신 측의 사람들이 윤기에게 접근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따라서 윤기는 자신의 예상대로 일이 풀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만족스러웠다.
다른 쪽이 미끼를 문 것이 아니라, 정부 관계자, 그것도 법무대신과 총리라는 최고위 정치인들이 미끼를 물었으니까.
‘나는 일본에 내가 자산을 처분하려고 한다는 소문만 퍼지길 바랐는데, 미끼를 문 것이 대어라니. 아주 괜찮은 상황인데?’
물론, 누구한테 팔든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나중에 버블이 터질 때 법무대신과 총리가 지을 표정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나오는 윤기였다.
야, 좋냐? 웃네?>
‘그러는 할아버지도 웃음을 못 참고 계시잖아요?’
윤기의 말처럼 최덕배는 그야말로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나저나, 역시 정보가 가장 중요해. 접근하러 온 인물들이 총리, 그리고 법무대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건 정말 큰 이익이었지.’
윤기는 이번 일에 CIA까지 동원했다.
이미 윤기가 주는 과실을 듬뿍 맛본 메이슨은 윤기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CIA가 차곡차곡 모아 놓은 일본과 관련한 자료들을 아주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회장님,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법무대신과 총리는 빨리 이익을 보고 싶어서 애가 닳았기 때문에 서종훈을 통한 거래는 아주 수월하게 종료되었다.
그것도 3,500억 엔에 달하는 부동산 전부가 말이다.
물론, 7퍼센트의 할인은 적용되었지만, 윤기는 상관없었다.
법무대신, 그리고 총리의 친인척들과 거래한 이상, 이 부동산 거래에 불법은 절대로 존재할 수가 없게 된 상황.
추후 윤기가 이 거래와 관련해서 일본 법률에 걸릴 가능성은 그야말로 제로가 된 셈이다.
‘좋아,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 볼까. 나카야마도 만나야 하고 말이야.’
최덕배를 통해 파악한 무라구치구미의 사후 전략.
그렇기에 윤기는 밥에 뜸이 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밥에 뜸이 든다면,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다.
‘조만간 세가 본사로 가야겠어.’
조용히, 윤기의 일본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해 주고 있었던 나카야마.
윤기는 오랜만에 나카야마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