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09)
#409화 팔기만 하는 게 아니야 (3)
“일본을 이용해서 돈벼락을 맞자고?”
레이건은 ‘자본주의’라는 말로도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돈에 환장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
그렇기에 돈벼락이라는 말에 바로 관심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도대체 어떤 말을 꺼낼지 궁금한 상황.
윤기는 그런 레이건을 향해 보고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것은 무엇인가?”
“제가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일본의 어떠한 것’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흐음…?”
윤기의 연구소라면 아이비리그 석학들이 모여 있는 연구소.
물론, 실무와 관련이 많은 학과가 아닌, 원천 기술과 관련한 학과가 많은 곳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곳의 보고서라니.
‘무슨 내용이 쓰여 있길래 그러지?’
레이건은 보고서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레이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 자네. 이게 정말인가?”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일본의 철강 업체 중 3위 기업이 각 국가에 납품하는 물품은 전부 품질 보고서가 조작되어 있습니다.”
“이런, 미친…!”
레이건은 주먹을 들어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
윤기가 ‘대 일본 전략’으로 꺼내든 마지막 카드 3단계.
그것은 바로 ‘일본 산업계의 품질 조작 폭로’였다.
실제로 2010년대에는 일본의 철강과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문제가 한 번 터졌다.
더 무서운 것은 단순히 철강과 관련해서만 터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일본 철강 3위 기업과 관련한 문제가 터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철강 업계에서만 품질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에 들어가면 일본 정부가 조작을 너무 당연하게 한다는 것까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하지만, 원래 역사의 2020년에는 이런 일본에 국제적인 제재를 가하기 힘들었다.
왜?
일본이 기축통화인 엔화를 통해 세계를 협박하고 있었으니까.
매번 ‘피해를 끼치지 않는 민족’이라며 자부심 넘치게 말하는 일본은 2010년대 후반 기준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려 ‘1경 2,000조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일본이 무너진다면?
세계는 그야말로 도미노처럼 박살이 나겠지.
그렇기에 각국의 정부들은 일본에 대해 강경책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1989년인 지금이라면?
지금도 엔화가 기축통화이긴 하지만, 일본의 천문학적인 빚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50%가 넘는 2010년대와 달리, 1989년은 50% 정도였으니까.
따라서 레이건에게 ‘일본을 주저앉혀도 된다’라는 인식이 생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미국의 여론도 제조업으로 인해 ‘반일’이 고취된 상황.
그렇기에 레이건은 보고서를 읽고는 대단한 먹잇감을 찾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일본 철강 업계가 품질 조작을 했다는 건 확실히 알겠네. 그리고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말이야.”
윤기는 일본에서 각국으로 납품되는 물건들을 구한 후, 연구소에서 성분을 분석하고, CIA를 통해 구한 품질 보고서와 비교했다.
따라서 레이건은 일본을 통해 납품되는 수많은 물건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데까지는 완료했다.
서류가 워낙 우수했으니까.
하지만, 이다음.
윤기가 어떻게 돈벼락을 보여 줄 것인지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계속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것으로 어떻게 돈을 벌 생각인가?”
“간단한 일입니다. 일본이 망한다에 주식 옵션을 잔뜩 걸어 버리는 겁니다.”
“아!”
정말로 간단한 방법.
만약 이 보고서를 레이건이 터뜨린다면?
일본의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폭삭 주저앉을 것이다.
공표는 미국이 하지만, 일본이 납품하는 곳은 전 세계.
따라서 미국이 공표하는 내용에 따라 세계 각국은 검토에 들어갈 것이고, 곧 사실을 알게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일본의 제조 업계는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날 테고, 주식시장은 초토화가 될 것이다.
물론, 원래 역사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일본의 주식시장이 초토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윤기가 진행하고 있는 일은 3단계에 걸쳐서 흐름을 만들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컸다.
“어떻습니까, 각하?”
“확실히 자네의 의견은 가능성이 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네.”
“무엇입니까?”
“자네 말대로 일본 제조업에는 엄청난 문제가 있어. 하지만, 우리 미국을 포함해서 기존에 일본의 제조업체와 거래하고 있던 자들이 단박에 일본과 거래를 끊을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그로 인해서 일본의 주식시장이 생각만큼 망하는 일도 없겠지.”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이는 레이건의 모습에 윤기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레이건이 도리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
“네, 그것에 대한 대책은 이미 생각해 왔습니다.”
“호오, 무엇인가?”
레이건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가능하다면 레이건 역시 일본이 폭삭 망하는 것을 통해 이익을 보고 싶은 쪽.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윤기가 방법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소련에서 일본의 제조업을 대신하겠습니다.”
“응? 소련?”
“예.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의중을 물어봤습니다. 일본을 대신해서 미국의 제조업을 대행할 의사가 있는지 말이지요.”
“호오….”
“물론, 소련은 약간의 시간만 주어진다면, 생산 설비를 완비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와이케이가 뒤를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더불어서 소련의 제조 능력은 결코 일본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소련의 우주과학만 보더라도, 소련은 결코 기술이 떨어지는 국가가 아니니까요.”
애초에 와이케이 그룹이 총력을 다한다면, 그리고 여러 방법을 통해 제조업이 강한 기업들과 기술 교류를 한다면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었다.
이것이 윤기의 지론이었고, 레이건에게 있어서 납득이 가는 설득이었다.
“하지만 소련에 제조업을 맡긴다라….”
분명 미국 입장에서 리스크가 있는 선택.
그렇기에 윤기는 이러한 리스크에 걸맞은 인센티브를 내어놓았다.
“각하, 소련은 일본과 같은 값을 받을 생각이 없습니다.”
“……!”
“더불어서 반드시 달러를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오……!”
이것은 미국 입장에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이익.
그렇기에 레이건은 흥분한 어조로 물었다.
“어떻게 대금을 받을 생각인가?”
“물론, 달러를 아예 안 받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상당수를 식량과 완제품, 그리고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다른 제품 등으로 받아도 상관없다고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말했습니다.”
“그렇다면야…!”
고르바초프 입장에서도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었다.
현재 소련이 선진화된 생활을 하기 위해선 수많은 물건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소련은 공산주의에 가까운 수정 자본주의에 진입한 상황.
따라서 일부 배급제를 시행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윤기의 설득에 따라 이번 일에 동의했다.
이제 레이건만 동의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상황.
“그러니까, 자네는 이 기회에 일본을 완전히 박살 내고 싶은 거로군?”
윤기가 노골적으로 속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레이건 역시 윤기가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때 많은 고생을 하셨기 때문에 저는 일본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윤기의 효심은 ‘조청우의 계약서’ 때 이미 레이건도 알게 된 상황.
더불어서 거스터도 종종 이야기했기에 레이건도 단번에 이해했다.
“그래서 자네가 일본에 가지고 있었던 자산을 전부 처분한 것이로군.”
2단계를 통해서 처분한 주식은 당연한 말이지만, 제값을 받기 힘들었다.
시세 대비 오히려 손해를 본 상황.
하지만, 윤기는 2단계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1단계와 2단계 모두 극한으로 관심을 끌기 위한 계책.
그렇기에 윤기는 레이건의 말에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좋아…, 아주 괜찮은 계획이야. 소련이 제조업을 대행해 준다면 일본이 무너져도 별로 상관은 없지.”
이미 윤기는 레이건에게 미국이 제조업을 포기할 경우 생기는 미래를 저번에 알려 주었다.
그렇기에 레이건 역시 자국의 제조업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게 된 상황.
이런 상황에서 소련에서 일본을 대신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절묘했다.
아니, 애초에 윤기라는 존재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그동안 윤기는 레이건에게 러브콜을 엄청나게 보내 왔으니까.
윤기가 레이건을 배신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
이제는 거스터라는 존재가 없더라도 윤기가 공화당과 척을 지는 것은 사실상 상정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레이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남아서 다행이야.’
원래 역사에서 레이건의 임기는 1989년 1월 20일이 마지막.
그런데, 윤기의 역사에서 레이건의 임기는 1990년 3월까지였다.
물론, 윤기는 이러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명백히 윤기에게 이득을 주었다.
물론, 현재 공화당의 인기가 너무나 압도적이었기에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
그래도, 지금 대통령은 레이건이기에 레이건은 한 가지 화끈한 선택을 했다.
‘그래, 내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기 군은 나에게 아직도 이렇게 잘하고 있어. 그러니 나도 화끈한 선택을 해야겠지.’
물론, 레이건이 독단적으로 이번 일을 선택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나는 자네의 이번 계획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네. 그러니 참모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주게나. 내 얼마 남지 않은 임기와 맞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 일을 추진할 테니까 말이야.”
“감사합니다, 각하!”
윤기는 허리를 깊이 숙였다.
몇 년 동안 쌓아온 레이건과의 인연.
그것이 빛을 발하는 때가 왔다.
* * *
다 좋은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어.>
“뭐가요?”
호텔 스위트룸에서 최덕배가 윤기와 바둑을 두며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네가 하는 일이 정말 너무나 마음에 들거든?>
“마음에 안 들면 친일매국노죠.”
최덕배는 윤기의 표현이 마음에 든 듯 씨익 웃었다.
하지만, 이내 조금 걱정된다는 표정도 지었다.
그런데 말이다. 나비효과가 심각하게 오지는 않을까?>
이미, 윤기는 체르노빌과 관련해서 마음고생을 겪은 적이 한 번 있었다.
일본의 버블이 꺼지는 것까지는 역사의 상정 범위, 하지만, 기축통화까지 박살 난다면?
최덕배는 이 부분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런 걸 무서워하진 않기로 했어요.”
응?>
최덕배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그때 이후로 꾸준히 생각해 봤는데, 한 가지 의문점이 들더라구요.”
의문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떨어진 운석이 정말 체르노빌 때문에 떨어진 것일까요?”
음….>
“이미 제가 살던 역사와 지금의 역사는 달라진 부분이 많아요. 그렇다는 건, 운석이 하나쯤 떨어지는 것도 그냥 우연일 수도 있다는 얘기죠.”
흐음…….>
고민하는 표정을 짓는 최덕배를 향해, 윤기는 그야말로 폭탄과도 같은 발언을 했다.
“할아버지한테 무언가를 말해 준 존재. 그 존재가 과연 할아버지에게 전부 진실만 말해 줬을까요?”
……!>
순간 최덕배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이상해요. 분명 세계는 바뀌고 있는데 어떤 건 별일이 있고, 어떤 건 별일이 없어요. 할아버지에게 무언가를 말해 준 존재는 그냥 세계가 바뀌는 게 귀찮았을 뿐일 수도 있죠.”
어…, 어어…….>
최덕배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자신도 모르게 바둑판의 한 곳을 가리켰다.
“아싸!”
그야말로 최악의 악수.
원래대로라면 꼬리물기에서 최덕배가 탈출해야 했는데, 이번 실수로 최덕배의 돌을 상당수 윤기가 먹게 되었다.
그렇기에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은 윤기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동안은 너무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체르노빌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 결국 ‘해결할 만한 시련’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러니까 더 이상 역사의 본류를 두려워하지 않겠어요. 제 역사는 제가 만들어 나가는 게 맞으니까요.”
당당한 윤기의 선언에 최덕배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
바둑 조까치 두네!>
* * *
앞으로 윤기는 역사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이게 될까?
아니면, 자율적으로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다 보니 역사의 본류를 따라 걷게 될까?
그것도 아니면 스스로 개척하게 될까?
윤기 스스로 이것에 대한 답을 알게 될 일은 아마 없겠지.
하지만, 적어도 윤기는 자신이 스스로 길을 개척하겠다고 마음을 잡았고, 굳은 신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윤기의 신념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폭망.
바로 이 일본 폭망과 관련한 회의가 레이건의 주도로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자네들의 의견은 어떤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것보다 더 큰 돈을 벌 기회는 없을 겁니다.”
레이건 최고의 브레인, 폴슨이 이걸 왜 고민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
더불어서 폴슨의 말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력하게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