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13)
#413화 기축통화의 조건 (4)
“나카야마가 그런 대접을 받고 있다고요?”
호텔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있던 윤기는 최덕배를 향해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그렇다니까. 그 녀석들 완전히 나카야마를 희생양으로 결정했어.>
“차라리 희생양은 이해가 가는데, 그 녀석들은 나카야마가 저를 만나면 뭔가 바뀌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윤기는 정말로 일본의 대처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 와서 나카야마가 자신을 만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이미 이번 일은 미국까지 개입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손을 뗀다고 해서 달라지는 부분은 전혀 없었다.
굳이 선택지가 존재한다면, 자신이 얻은 이익을 일본에 그대로 넘겨주는 정도?
하지만, 이번에 터질 일본의 거품 경제는 윤기가 볼 이익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도 되지 않았기에 애초에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나를 그쪽으로 불러서 납치한다면 모를까, 내 계획을 들어서 뭐 하려고 그러지? 내가 진실을 말한다는 보장이라도 있나?’
여기까지 생각하던 윤기가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아, 희생양!’
이미 나카야마를 희생양으로 삼은 상황.
그런데 자신이라고 희생양 삼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물론, 희생양으로 삼는다고 해서 인질로 삼거나 하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자국 국민들에게 언론 플레이를 할 순 있을 것이다.
[최윤기 회장, 일본 경제 회복에 비협조적] [최윤기 회장으로 인해 일본의 경제가 파탄 났다]‘십중팔구 일본 지휘부는 이러한 효과를 노리는 거겠지?’
솔직히 말해서 전혀 상관없었다.
애초에 윤기는 관심을 매우 좋아하는 인물.
그것에는 ‘싫어하는 집단에서의 관심’ 역시 포함된다.
만약, 일본에서 거국적으로 자신을 욕한다면?
반대급부로 한국에서는 자신을 거국적으로 칭찬하겠지.
이런 이유에서 윤기는 일본의 이러한 행태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카야마를 이렇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겠지.’
만약, 나카야마가 이번 일에 대해서 일본 정부의 편을 들었다면, 윤기는 고민도 하지 않고 나카야마를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카야마는 중립이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배신하지도 않았는데 버릴 수는 없잖아?’
윤기는 머리를 굴려 현재 상황을 이용할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 그러면 되겠네!’
윤기는 씨익 웃고는 전화기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 *
“안녕하십니까, 장인어른.”
윤기는 장인어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크으, 그러게 말이야. 내가 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정말 만나기가 힘들어.”
40대 후반의 나이인 헨드릭.
헨드릭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피격된 전투기에서 하강할 때 코에 부상을 입어 굽은 코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짧은 금발에 검은색 선글라스가 인상적이라서 그런지, 코가 굽은 것은 그다지 느껴지질 않았다.
거기에 큰 키와 더불어 말쑥한 체형이 비록 군복을 입었어도 헨드릭을 마치 신사로 느껴지게 해 주었다.
“만약 은퇴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제가 도와드릴 수 있지요.”
윤기의 말에 헨드릭이 껄껄 웃으며 윤기의 등을 팡팡 두드렸다.
“하하하핫! 아버지의 뒤를 이어서 자네를 도우려면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내 비록 공군이지만, 아버지에 지지 않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헨드릭의 옷과 모자에서 빛나는 별 하나.
헨드릭은 40대 후반에 미 공군 준장을 역임하고 있는 능력자였다.
“이미 충분히 도움을 주고 있으신걸요? 당장 지금도 장인어른 덕분에 일이 잘 풀리려 하고 있으니까요.”
“그거야 아직은 아버지의 입김이 닿으니까 그렇지. 만약 아버지가 없었다면, 나 혼자만의 입김으로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었겠지.”
지금 윤기가 하고 있는 일.
그것은 다름 아닌 주일미군을 호위로 쓰는 것이었다.
일본은 야쿠자들이 ‘알라의 요술봉’이라 불리는 RPG-7까지도 사용하지만, 명목상으로는 어쨌든 총기 금지 국가.
그렇기에 윤기가 PMC를 데려온다 하더라도 무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PMC는 일본의 법규를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인적 자원.
하지만, 주일미군이라면?
일본의 법에 그다지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데다가 총기도 소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나카야마를 만나러 갈 때, 일본 입장에서 윤기를 건드리기가 대단히 껄끄러워진다는 얘기다.
“그래도 장인어른이라는 징검다리가 확실하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징검다리가 시원찮았으면, 아마 이 주변의 미군들이 전부 코나 후비고 있지 않았을까요?”
“하하핫! 그건 또 그렇지?”
거스터가 신중한 성격이라면 헨드릭은 유쾌한 성격.
그렇기에 종종 최철호를 만나면 꽤 즐거운 술자리를 가졌다.
물론 둘 다 숙취에 고생해야만 했지만.
특히 헨드릭은 최철호가 권한 막걸리가 달아서 맛있다고 동이째로 마시다가, 다음 날 정말로 숙취에 죽을뻔했다.
물론, 다음 날 아침에 먹은 짬뽕 한 그릇에 완전히 부활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전투를 벌이려고 이러는 것은 아닐 테고, 누름돌로 쓰려고?”
헨드릭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가 적으면 혹시라도 일본이 개짓거리를 할지도 모르니까요. 물건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하긴, 미국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지.”
“한국에서도 흔하죠.”
옛날에는 식당에 지갑 같은 것을 두고 가면, 한국에서도 거의 100퍼센트 사라졌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 한국은 이러한 도난이 많이 줄어들었다.
국민성이 좋아져서일까?
아니다.
CCTV와 블랙박스 때문이다.
80년대의 한국과 미국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물건을 잘 간수하지 못하면 도난당하기가 아주 쉬웠던 세대.
그렇기에 윤기와 헨드릭은 적절히 공감 가는 주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나카야마의 저택으로 향했다.
군용 차량을 타고 말이다.
* * *
뜬금없이 나카야마의 자택 주변을 둘러싸다시피 한 미군들.
이 모습에 나카야마의 자택 주변을 감시하던 일본 검찰 측 인물들은 그야말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큰일 났습니다! 미군이 나카야마의 자택 주변에 나타났습니다!]현재 나카야마는 불구속 기소가 된 상태.
더불어서 자택에 감금되어 엄중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윤기를 부르라는 검찰의 끈덕진 요구.
물론, 나카야마가 계속 거절했기에 검찰 측 인물들은 지금 나타난 인물이 윤기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윤기가 군용 차량에서 내리자, 주변에서 망원경 등을 이용하여 나카야마의 자택을 감시하던 검찰 측 인물들은 그야말로 얼빠진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엥…?]]]]]나카야마를 시켜서 어떻게든 부르려고 했던 게 윤기였는데, 그냥 윤기가 나타나 버렸다.
지금까지 나카야마를 회유하기 위해서 어르고, 달래고, 협박했던 모든 것들이 ‘쓰잘데기없는 일’이 되어 버린 상황.
그렇기에 검찰 측 인물들은 죄다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나카야마의 자택에도 검찰 측 인물 하나가 항시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나카야마가 따로 전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검찰 측 인물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시간 낭비만 한 셈이다.
물론, 윤기가 이렇게 방문을 한 데는 일본 검찰이 나카야마를 압박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윤기가 나타났다고 이들이 생각하기는 힘들겠지.
딩동-
윤기가 초인종을 누르자, 자택에서 검찰 측 인물이 문을 열고 나타났다.
“…….”
하지만, 뚜렷하게 말을 하지는 못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라고 말을 하자니, 검찰 측 인물은 윤기가 이쪽에 찾아오는 것을 그야말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던 상황.
그렇다고 해서 ‘어서 오십시오’라고 하기에는 뭔가 애매했다.
물론, 이러한 일에 대해 익숙한 사람이었다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둘 중 하나를 택했겠지.
하지만, 나카야마의 저택에서 대기 중이었던 검찰 측 인물, 센쥬로는 그럴 능력이 부족한 자였다.
“나카야마는 안에 있나요?”
윤기의 물음을 듣고 나서야 센쥬로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예? 아, 예, 예! 있습니다!”
센쥬로는 정문을 열어 윤기를 안으로 들였고, 윤기는 그런 센쥬로를 따라 나카야마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일부 미군들 역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윤기의 뒤를 따랐다.
“아, 안 됩니다!”
센쥬로가 그들을 막으려 했지만, 헨드릭은 그런 센쥬로의 앞에 서서는 종이 하나를 손에 들어 보였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명령서.
윤기를 호위해야 한다는 명령서가 떨어진 이상, 미군 일부가 윤기를 따라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서류를 읽은 센쥬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회, 회장님?!”
저택 안으로 들어간 윤기를 발견한 나카야마가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
그 모습을 본 윤기가 나카야마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회, 회장님.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지금 일본에서 회장님을 향해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 아신다면……”
윤기는 손을 들어 나카야마의 말을 가볍게 끊었다.
“괜찮아요.”
“회장님….”
너무나 평온한 윤기의 모습에 나카야마는 어쩐지 안정감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감동했다.
‘회장님이 날 구하러 오셨어…….’
그렇지 않고서야 윤기가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나카야마가 윤기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감동 그 자체가 담겨 있었다.
“아, 가족들은 전혀 걱정하지 말아요. 따로 경호를 붙여 놨거든요.”
현재 나카야마의 가족들은 미국에 있는 상황.
윤기는 FBI를 통해서 그들의 소재를 찾아냈고, 그들의 주변에 추가로 호위들을 붙여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나카야마는 윤기의 배려에 ‘왜’를 고민하지 않고 그저 허리부터 숙였다.
“일단 앉아도 될까요?”
“아, 무, 물론입니다!”
나카야마는 윤기에게 응접실의 소파 상석을 권했고, 윤기는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다.
“날씨가 참 좋네요.”
어느덧 1989년의 여름을 앞두고 있는 상황.
일본의 여름은 습기가 살인적이었기 때문에 결코, 결코, 결코 쾌적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기는 날씨가 좋다고 말하고 있었기에 일본 검찰 측의 인물인 센쥬로는 의아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뭐지? 진심인가? 미친 거 아닌가?’
이후로도 윤기는 나카야마를 향해 일상적인 대화만을 청했다.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야말로 제로.
처음에 나카야마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말을 제외하고는 아예 이번 일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카야마 역시 마찬가지.
윤기에게 궁금할 것이 많을 법한데도 나카야마는 윤기를 향해 딱히 뭔가 대단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흐아암.”
결국, 센쥬로는 지루한 나머지 늘어지게 하품까지 했다.
3인용 소파에 앉은 나카야마와 빈 자리를 사이에 두고 앉은 상황인데, 윤기와 나카야마의 대화가 너무도 잔잔했던 것이다.
그리고 윤기는 아예 이날 나카야마의 저택에서 숙박까지 했다.
아침밥도 같이 먹고, 점심밥도 같이 먹고.
그리고 아예 나카야마와 바둑까지 두면서 소일거리를 보냈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은 센쥬로를 통해 모두 일본 윗선을 향해 보고가 되었는데, 총리를 비롯한 인물들 역시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윤기가 나카야마의 저택에 머문 지 4일째가 되었을 때, 해외 언론에서 엄청난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 최윤기 회장을 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