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15)
#415화 나가라고 등 떠밀기 (1)
윤기는 곧장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이제는 나카야마가 완전히 없네.’
애초에 나카야마는 일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간부 회의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이번 일로 인해 경제 활동에 진저리가 난 나카야마는 남은 생애를 조용히 보내고 싶다고 하며, 미국으로 이주했다.
따라서 이제 나카야마는 완전히 은퇴했기에 아예 참석할 일 자체가 사라진 셈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은 서로 좋게 끝나서 참 다행이야.’
사실 일본을 공략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나카야마였다.
만약, 나카야마가 애국심이 정말 뛰어난 인물이었다면?
정말 머리가 너무나 아팠겠지.
하지만, 일본이 조용히 살려는 나카야마를 알아서 들쑤셔 놓았기 때문에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야말로 해피.
하지만, 아직 엔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았으니까.
“일본에 있는 기술과 주요 인력을 좀 가져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들 하시죠?”
윤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지금 일본에는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더불어서 외국에서도 스카우트들을 보내고 있지요.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알맹이들을 전부 채갈 겁니다.”
류근태는 상황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실제로 현재 일본에는 기술과 인력을 빼가기 위한 외국의 스카우트들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와이케이도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네, 그래서 이제 슬슬 움직이려고요. 세가를 비롯해서 우리랑 거래하던 곳의 근로자들은 도와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윤기는 한 번 아군이 되었던 자를 쉽게 버리지 않는다.
다만, 이번 일을 진행할 때, 아군 전체를 동시에 보듬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일을 진행할 때는 보안이 생명이니까.
그렇기에 세가에서 일하던 직원들을 비롯해서 일부 직원들은 현재 윤기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윤기는 이들 모두에게 나름의 보상을 할 생각이었다.
‘와이케이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받아 주고, 그렇지 않다고 하면 어느 정도의 달러를 지원해 주면 되겠지.’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류근태가 조심스럽게 윤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설마 또 일본에 가실 생각이신 것은 아니죠?”
“안 되나요?”
윤기의 대답에 최철규가 경기를 일으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쳤냐?!”
그야말로 최철규만 할 수 있는 말.
하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은 간부 전원이었다.
“음?”
윤기의 의아한 모습에 최철규가 침을 튀겨가며 핏대를 세웠다.
“야, 지금 너 일본에 다시 가면 무조건 감금이야! 일본 전체에서 너를 벼르고 있다는 거 모르냐? 아무리 보디가드들을 챙기고 가더라도 위험성이 너무 높아!”
“걱정 마세요. 일본인들은 자기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철저하게 약하거든요.”
실제로 일본은 진주만 기습을 하기 전, 미국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전까지 미국은 2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따라서 일본은 미국의 저력을 얕잡아보았고,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친 것이다.
하지만 뒤통수를 맞은 미국은 ‘천조국’으로 변신했고,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전쟁 수행 능력을 보이며 일본을 압살해 버렸다.
만약, 진주만 기습 이전의 미국이 전쟁 중의 모습이었다면 일본이 과연 미국을 건드렸을까?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자신보다 세 보이는 존재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 나라니까.
그렇기에 윤기 역시 자신이 있었다.
‘일본은 나를 절대로 못 건드릴 텐데?’
인정.>
최덕배의 보증까지 있었으니 확실하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하지만, 최철규를 비롯해서 간부들은 그야말로 결사반대를 하고 있었다.
“회장님, 이제 절대로 일본에 가셔서는 안 됩니다. 회장님은 이제 혼자만의 몸이 아니니까요. 회장님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와이케이, 아니 한국과 소련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겁니다. 자칫하다가는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류근태의 말에 이어 최철규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일본에 김손환 같은 새끼가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어?”
“차라리 미국이 안전할 겁니다.”
페르난데즈의 말은 어쩐지 신뢰감을 주었기에 간부들은 더욱더 불타는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으음….”
사실, 윤기가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렇게 반대하는 데 강행하는 것도 사기에 영향을 줄 터.
그렇기에 윤기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회장님, 차라리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류근태가 각오를 한 눈빛으로 말을 하자, 이번에는 정동윤이 나섰다.
“아닙니다. 제가 가는 게 나을 것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사업을 해 본 적도 있으니까요.”
거의 직전까지 와이케이 홀딩스를 비롯해서 일본의 자잘한 사업을 맡아서 진행했던 정동윤이라면 분명히 효율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잘 생각해 보니 우리는 가지 않는 게 맞겠군요.”
윤기는 자신이 직접 가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부하들이 가는 것은 어쩐지 께름칙했다.
‘이게 자식이 밖에서 친구랑 놀고 온다고 하면 불안해하는 부모님의 심리인가?’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위험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아직도 자경단이 활동 중이었으니까.
윤기 정도가 되면 자경단이라 하더라도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윤기 아랫급이 되면 혹시 모르는 것도 사실.
그렇기에 윤기는 생각에 잠겼다.
“아, 생각해 보니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었네요.”
윤기는 은퇴한 나카야마에게 한 번만 더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 *
이번 일로 인해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던 나카야마는 미국 서부에 저택을 하나 사서 나름대로 평온한 일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윤기의 배려 덕분에 나카야마는 재산상의 손실을 전혀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 몇 대가 놀고먹으면서 생활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
그렇기에 나카야마는 테라스 의자에 앉아 약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이런 여유를 모르고 살았다니. 내가 멍청했어.’
세계의 부자들을 보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애쓰다가 죽는다.
그런데 이게 과연 경제적으로 올바른 일일까?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가진 사람이 죽을 때까지 돈에 욕심을 부린다면,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쪽에 몰린 돈은 그 돈만큼의 유통이 되지 않는 법.
따라서 부의 독점은 전체가 누려야 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물론, 상속세를 제대로 내면 상관없겠지.
하지만, 상속세를 제대로 내는 부자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상속세를 내지 않아놓고서는 인터넷에다가는 상속세가 비싸다고 열변을 토하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나카야마는 어쩌다 보니 빠른 은퇴를 선택하게 되었고, 여유를 알게 되었다.
‘뭐, 내가 학을 떼어서 이런 여유를 즐기게 된 것도 있겠지만 말이야.’
만약 나카야마가 이번 일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죽을 때까지 경제 활동에 전념했을 것이다.
재벌들이 죽을 때까지 경영권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유.
그것이 다 권력이기 때문이다.
옛날 황제와 왕들이 죽을 때까지 승계하지 않았던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은 사람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사과.
그렇기에 이러한 권력을 내려놓고 초탈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카야마는 결정했다.
조용히 살기로 말이다.
“회장님, 전화입니다.”
비록 은퇴했지만, 고용인들에게 있어서 나카야마의 호칭은 ‘회장님’.
그렇기에 나카야마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전화를 받았다.
“예, 나카야마입니다.”
몇 초 후, 나카야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윤기는 수화기 너머에서 나카야마의 현재 생활에 대해 묻고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본론을 꺼냈다.
* * *
89년 7월 말.
일본은 현재 극도의 고환율을 겪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환율은 어떠한 영향을 가져올까?
간단하다.
외국에 일본 물건을 비싸게 팔 수 있지만, 역으로 일본인 역시 외국 물건을 비싸게 사야 한다.
장단점이 있다는 이야기.
하지만, ‘장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일본의 제조 업계가 신용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문제는 현재 일본의 제조 업계가 신용을 상실했다는 데 있었다.
여기에 엔화 가치는 나날이 폭락하는 상황.
그렇기에 일본과 거래하는 외국기업들은 엔화를 거절했다.
[엔화는 받지 않습니다. 차라리 원화라도 주십시오.]일본인들 입장에서 그야말로 치욕스럽기 그지없는 상황.
그렇다 보니 현재 일본의 ‘엔화 물가’는 그야말로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계란 가격이 또 올랐네….”
동네에 흔히 있는 중형 슈퍼에서 평범한 일본의 40대 주부가 계란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계란의 가격.
한 달 전하고 비교했을 때, 가격이 무려 세 배 이상 올라 버린 것이다.
이전 가격이 100엔이었다면, 이제는 300엔이 넘어 버린 상황.
물론, 계란 가격의 폭등이야 한국에서도 미래에 흔히 겪게 될 일.
하지만, 문제는 계란 가격만 오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일본인들이 자주 먹는 발효식품인 낫토에서부터 시작해 고기, 우유 등 필수 식품의 가격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었다.
게다가 옷, 교통비, 기름값까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
이게 모두 엔화 가치의 하락 때문이었다.
일본의 국가신용도가 폭락해서 엔화가 가치를 잃었으니까.
이렇듯, 윤기의 역사에서 1989년 7월의 일본인들은 하늘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고통을 받게 되었다.
‘후우…, 그래도 남편의 예금이 있으니까….’
네즈코의 남편인 마츠다는 원래 세가에서 일했던 직원.
그런데 일본의 주식시장이 터지면서 남편 역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구직하려고 했지만, 역대급 불황으로 인해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까지 착실하게 예금을 한 덕분에 한동안은 먹고 살 걱정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 사자.’
네즈코는 남편이 좋아하는 계란말이를 만들기 위해 계란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나마 이것도 거의 네즈코만의 특권.
다른 주부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계란을 아예 사지 못하거나, 두 알만 들어 있는 작은 상품을 사는 게 고작이었다.
‘나는 그나마 낫네.’
어쩐지 살짝 위안을 느낀 네즈코는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짓기 시작했다.
남편인 마츠다는 집에서 취직을 위해 이런저런 이력서도 작성하고, 연락도 넣고 한창 바쁜 상황.
“여보, 식사하세요.”
마츠다와 네즈코, 그리고 이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딸.
셋은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전등은 모두 꺼서 부엌에만 살짝 불이 켜져 있는, 어쩐지 쓸쓸한 분위기.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집안의 불은 귀찮으면 안 끄고, 사고 싶은 것은 다 살 수 있는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혹시 모를 미래를 위해 극도의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
그렇기에 마츠다는 아내와 딸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내가 못 나서…….”
“아니에요, 여보! 당신이 잘못한 게 뭐가 있어요?”
과묵한 딸은 딱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츠다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 괜찮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 주었다.
더불어서 네즈코는 마츠다를 향해 응원의 의미로 통장을 이야기했다.
“아직 예금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10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요. 그러니까 휴가 보낸다 생각하고 이 기회에 편히 쉬세요.”
“에이, 쉴 수는 없지. 난 아직 한창인데.”
마츠다는 아내의 응원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어쩐지 약간 쑥스러워진 분위기.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던 마츠다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TV를 틀었다.
전기세가 아까워서 요 며칠 식사 중에도 틀지 않았지만, 오늘은 모처럼 만에 스위치를 켰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정부, 예금 봉쇄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