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17)
#417화 나가라고 등 떠밀기 (3)
“후우….”
마츠다의 말을 들은 동료들은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도 마츠다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평생 모아 놓은 예금을 정부가 강탈해 갔어. 그리고 재산세도 예고한 상황이잖아. 알아보니까 1944년에 최고 90퍼센트의 재산세를 물린 게 정부야. 나중에 봉쇄가 해제된다고 해도 그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하아아….”
끔찍한 현실이었다.
은행만 믿고 돈을 맡겼는데, 정부가 그 돈을 강탈했다.
세상에 이런 조치가 또 어디 있는가?
P는 사채 시장을 동결시키기는 했지만, 은행의 예금을 동결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절대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어야 할 은행예금을 동결했다.
그것도 1944년에 한 번, 그리고 지금 1989년 7월에 또 한 번.
그렇기에 일본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저항에 나서지는 않았다.
지금 마츠다의 눈앞에 있는 마츠다의 동료들처럼 말이다.
물론, 마츠다 역시 저항하지 못했던 인물이었다.
왜? 정부가 무서우니까.
하지만, 마츠다는 지금 ‘작은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일자리도 없는 데다가, 일자리 구한다고 해서 희망이 있어? 자네도 융자 96년 남았지?”
“하아아아아….”
계속해서 나오는 동료의 한숨.
이때를 틈타 마츠다가 본론을 치고 들어갔다.
“차라리 외국에서 일을 하는 건 어때?”
“외국?”
어쨌든 일자리가 있다는 말에 동료는 눈을 번쩍 떴다.
“그래, 외국. 이제 일본에는 희망이 없어. 임금이 폭락해서 다시 취직해 봤자 융자도 못 갚을 테고, 설사 예금할 돈을 모은다고 해도 정부가 또 언제 우리 예금을 압류할지 몰라.”
“그건…, 그렇지. 솔직히 나도 너무 불안해…. 그런데…, 일자리 이야기는 뭐야?”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일자리 제안이라니.
동료는 마츠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답변을 재촉했다.
“사실, 나 얼마 전에 와이케이에 이직 제안을 받았어.”
“뭐? 와이케이? 미쳤어?”
동료는 질겁하는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은 태도를 취했다.
그렇기에 마츠다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해. 나도 처음 제의받았을 때, 상대가 미쳤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왜, 이직하는 건데?”
“처자식을 굶길 수는 없잖아….”
동료는 순식간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렇다.
당장 이직을 하지 않으면 처자식이 굶게 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흔들리는 동료의 눈동자.
그것을 놓치지 않고 마츠다가 약간의 달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당장 생활비도 없지? 일단 이걸로 버텨. 그리고 자네가 이직을 동의한다면 우리는 바로 일본을 뜰 수 있을 거야.”
“일본을 뜬다고?”
깜짝 놀라는 동료를 향해 마츠다가 짐짓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난…, 일본이라는 나라가 무서워졌어. 이곳에서 살다가는 언제 또 내 것을 빼앗길지도 몰라. 하지만, 와이케이는 아니잖아? 와이케이는 자기 직원들을 절대 내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그건 그런데…, 우리는 일본인이잖아?”
“나카야마 사장님도 일본인이었어.”
나카야마라는 훌륭한 반례가 있었던 덕분에 마츠다의 동료 역시 마츠다처럼 설득당하기 직전이 되었다.
“으음….”
“최윤기 회장님이 직원들을 사람 대접하는 것은 우리도 직접 겪어 봤잖아? 그리고 지금 그분은 우리를 다시 불러들이려고 하고 있어. 그분은 애초에 우리를 버릴 생각이 없었던 거지.”
이 말이 분수령이 되었다.
윤기가 손을 댄 세가는 그야말로 복지가 대단히 훌륭해졌다.
그리고 지금 마츠다와 동료는 그 맛을 직접 본 인물들.
그렇기에 윤기의 진심을 나름대로 해석하는 데까지 도달하자, 마침내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그렇네…, 우리를 진짜 버린 거였다면 이렇게 우리를 다시 부를 리가 없었네….”
“게다가 이번 일로 인해 본 피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보상을 해 주시겠다고 했어.”
“지, 진짜야?”
윤기는 이번에 일본에 넣은 주식 옵션을 통해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또 벌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데려올 사람들에게 나름의 보상을 해 주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애초에 이들이 소련에 정착하려면 어느 정도 돈이 지원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그렇다니까. 일본 정부를 믿을래, 아니면 와이케이를 믿어 볼래?”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 후자가 전자보다는 신뢰가 가는 것이 사실이었다.
“확실히 가는 게 맞는 것 같긴 한데…….”
거의 다 넘어온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자, 마츠다는 마침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우리가 세가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자경단이 우리를 그냥 놔두겠어?”
이것이 쐐기가 되었다.
“처자식을 위해서라도 가야겠네…….”
“정말 잘 생각했어. 아직은 문제없는 것 같지만, 우리가 세가 직원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위험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그렇지….”
일단, 이직 권유가 성공하자, 마츠다는 살짝 은근한 어조로 분위기를 살짝 환기시켰다.
“그렇다면 말이야, 제안할 게 하나 있는데…….”
나카야마에서 마츠다로, 마츠다에서 동료로.
와이케이로의 이직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윤기는 일본에서 단순히 사람만 끌어오지 않았다.
자고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사람 역시 필요하지만, 기술 역시 필요한 법.
그렇기에 윤기는 도산 직전의 회사들을 상대로 각종 특허들을 사 올 것을 지시했다.
물론, 마츠다는 그런 것을 교섭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마츠다가 영입한 인물 중에는 이러한 일을 주로 담당하던 직원이 존재했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영입한 인물 중에도 존재했기에 이들은 팀을 이뤄서 기술들을 사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차피 도산 직전의 기업이 가진 기술은 원래 가격보다 확실히 쌀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기술을 그야말로 긁어모았다.
물론, 일본이 국민의 예금을 동원해서 대기업들을 지켜내고 있었기 때문에 굵직한 기술들은 사지 못했다.
하지만, 소기업 혹은 중기업이 가진 기술들은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쓸모 있는 기술이든, 쓸모가 없어 보이는 기술이든 전부!
기본적으로 특허는 일단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기 때문에 행한 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일본놈들의 기술인데 그냥 특허권 무시하고 쓰면 되지 않냐?>
“그건 정정당당하지 못한 일이니까요. 일본 쪽에서 우리가 가진 기술을 특허를 무시하고 쓴다면 똑같이 갚아주겠지만, 아직 그런 것은 없잖아요? 더군다나 우리가 특허를 무시하는 순간 와이케이 제약이 위험해질 거예요.”
물론, 와이케이 제약에서 판매하고 있는 약품들은 미국에서 눈에 불을 켠 채로 위조 약이 나오진 않을지 감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와이케이 제약을 운영하고 있는 윤기가 특허권을 무시하는 행보를 보인다면?
그럴 경우, 당연히 미국의 보호 역시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명분이 얕아지니까.
“물론, 상대가 먼저 특허를 무시해 주면 확실하게 조져 줘야죠. 지킬 건 지키는 게 룰 아니겠어요?”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실제로 인도 같은 나라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위조 약을 생산한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이었기에, 위조 약을 만든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제약 회사들의 부도를 불러오는 일.
위조 약을 팔아도 되면, 누가 굳이 돈을 들여서 신약을 개발하려 하겠는가?
그렇기에 윤기는 특허권이라는 선은 확실하게 지키는 것이다.
친한 국가에는 나름 저렴하게, 사이 나쁜 국가에는 미국을 통한 판매를.
실제로 미국 역시 이 부분에 있어서 뭐라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와이케이 제약이 자체적으로 약을 공급하는 국가는 대한민국과 소련뿐.
소련은 애초에 시장 개방을 와이케이에만 한 상황이고, 대한민국은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큰 시장이 아닌 상황.
그렇기에 레이건과 공화당은 쿨하게 윤기의 소망을 들어주었다.
다른 곳에 비싸게 팔면 그만이니까.
더불어서 윤기가 N을 통해 외국인, 검은 머리 외국인, 사실상의 해외 거주자 등에 대한 의료보험을 아주 빡세게 정비했기 때문에 ‘의료 관광’ 같은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물론, 이것은 레이건을 아주 흡족하게 만든 법안.
그렇기에 윤기는 특허권의 힘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이 이득을 보는 만큼, 남들의 특허권도 잘 지켜 주고 있었다.
‘최대한 많은 특허권을 가져오면 좋겠네. 나중에 특허권 가지고 귀찮은 일이 없었으면 하니까.’
이러한 윤기의 생각처럼, 마츠다는 어떻게든 하나의 인재라도 더, 그리고 마츠다가 영입한 인재 중 일부는 하나의 기술이라도 더 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들 입장에서 윤기의 자금은 무한했으니까.
* * *
다른 가정들과 달리, 마츠다의 가정은 그래도 화목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윤기가 지원해 주는 자금을 통해서 어떻게든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었으니까.
[네즈코 씨, 요즘 생활 힘들지 않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얼굴이 밝아 보이시던데….]아…, 네, 저희는 예금에 전부 돈을 둔 것이 아니어서 조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웃집 아줌마들의 폭풍 같은 호기심.
사실,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고 싶은 네즈코였지만, 답변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경단으로 인해서 요즘 분위기가 엄청나게 흉흉했으니까.
사실,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것은 일본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이미 1944년에 예금 봉쇄를 한번 했던 만큼,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사람들이 꽤 되었으니까.
물론,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거품 경제를 통해 사람들은 과거를 잊고 다시 은행에 예금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 덕분에 네즈코는 변명을 하기가 수월했다.
금고에 돈을 보관해 놨었다는 데 누가 뭐라고 할까?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범죄.
현재 수많은 가정들이 생활이 힘든 상황인데, 네즈코의 집에는 금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연히 위험성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별일이 없었기 때문에 마츠다는 자신이 부여받은 임무를 열심히 수행할 수 있었다.
“휴우, 다녀왔어.”
“정말 고생하셨어요.”
남편이 돌아오자마자 네즈코는 곧바로 식탁에 간단한 안줏거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맥주에 삶은 풋콩, 그리고 찬 두부에 간장 양념을 끼얹은 것.
마츠다는 샤워를 한 후, 자리에 앉자마자 차가운 맥주를 들이켰다.
“캬하아-! 진짜 이 한 잔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니까.”
요즘은 상상도 하기 힘든 맥주.
맥주 살 돈이면 다른 식량을 사야 하지만, 마츠다는 그래도 맥주를 하루에 한 병 정도는 마실 수 있었다.
물론, 네즈코 역시 동네에서 맥주를 사지는 않았다.
일부러 먼 곳까지 걸어가서 산 맥주.
그렇기에 이 맥주에는 많은 의미가 들어 있었다.
“아야코는?”
아야코는 마츠다의 딸.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츠다는 집에 딸이 보이지 않자, 바로 걱정부터 했다.
“곧 올 시간이에요.”
요즘 마츠다는 퇴근 시간이 조금 빨랐다.
오후 5시면 왔으니까.
그렇기에 아야코 역시 곧 올 것이 분명했다.
“아야코한테 우리가 소련으로 간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마츠다의 고민에 네즈코 역시 고민에 빠졌다.
소련으로의 망명은 이미 정해진 사실.
마츠다와 네즈코는 이미 부모와 친한 형제자매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 놓은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망명할 때는 가족들이 다 함께 가야 하니까.
그들 모두 동의했지만, 아직 아야코한테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말을 해야겠지요…?”
“그건 그렇지….”
아야코는 학교 친구들이 있을 텐데, 소련으로 망명을 하게 된다면 친구들과 강제로 이별을 해야 할 것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생기는 마츠다와 네즈코의 고민.
그런데, 이런 둘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왜냐하면, 딸이 꼴이 엉망인 상태로 집에 돌아왔으니까.
“엄마….”
교복 여기저기에 오물이 묻어 있고, 머리도 헝클어진 데다가, 얼굴에 생채기까지 난 딸 아야코.
“아야코! 무슨 일이야!”
기겁한 마츠다의 외침에 아야코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가 세가에서 일했었다고…, 배신자인 게 분명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