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3)
#43화 분재 가지는 잘린다 (2)
충격적인 폭탄선언에 다른 사람들은 말을 잃었고, 최철민과 박경자는 바닥에 더욱 넙죽 엎드려 외쳤다.
“아버지,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아버님, 잘못했어요! 노여움을 푸세요. 제발……!”
하지만 최기현의 표정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더불어서 진노한 아버지의 표정을 보는 최철민의 남매들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남매가 무슨 대죄를 저질렀는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경영권에 있어서는 냉정할지 몰라도 자식에의 사랑을 모르시는 분은 아닌데…….]남매들의 머릿속에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평상시 서릿발 같은 모습.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경영권과 연관이 있는 일일 때, 그리고 자식이 경영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뿐이었다.
최기현이 최철호에게 굉장히 온화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것은 첫째 아들이 경영권에 욕심을 내지 않고 있을뿐더러, 시키는 일은 착실히 하는 타입이었으니까.
둘째 아들인 최철민에게 항상 차갑게 대하던 이유?
최철호와 정반대다. 능력도 없이 경영에 욕심만 많은 탕아.
“나는 최대한 너희들을 보듬으려고 했다. 삼우의 회장 최기현이 아니라 아버지 최기현으로서, 시아버지 최기현으로서 말이다.”
아버지의 입이 다시 열리자, 자리의 모두가 초긴장한 상태로 귀를 열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선을 넘었어. 도저히 내가 도와주지 못할 선을 넘었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일을 벌였다.”
침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소리가 한두 개가 아닌, 20개 가까이 들리면서 이 자리의 불안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모르는 녀석도 있겠지만, 최소한 정보력이 있는 녀석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윤기가 청계천에 백화점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영권에 대놓고 도전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룹에 눈과 귀를 한둘 정도는 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윤기가 동의를 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너희들에게 약간의 사실을 알려 주마. 윤기가 지금 짓고 있는 백화점은 미군을 위한 백화점이다.”
최철규와 신미라를 제외한 모두가 깜짝 놀라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특히 최철민과 박경자는 고개를 들며 최기현을 올려다보았는데,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는 것이 마치 얼음 감옥에 집어넣은 듯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이놈……, 이놈이…….”
빠드득!
최기현의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다음 말이 이어졌다.
“이놈은 사람을 써서 공사를 방해했다. 콘크리트에 불순물을 섞고, 토대에 부식물을 뿌려 백화점이 나중에 붕괴되게끔 만들었다는 얘기다.”
“헉!”
최기현의 사남인 최철준이 기겁을 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평상시 사나운 눈매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여러모로 오해를 받는 편인데, 지금은 그 사나운 눈매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표정에는 경악이 어려 있었다.
“철준아.”
“네, 넷, 아버지!”
“만약 이놈의 목적대로 공사 내내 들키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겠느냐?”
최철준은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만약 미군들이 쇼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화점이 붕괴했다면……. 삼우가 망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는 전부 중정……, 그러니까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걸어서는 못 나오게 되었을 겁니다…….”
안기부의 전신인 중정은 당시 사람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어지간히 강단 있는 사람도 중정에 다녀왔다는 소문이 들리는 순간 동공이 풀어진 상태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 동네를 걸어 다니는 모습이 보이기 일쑤였으니까.
“그래, 맞는 말이다. 아무리 우리가 관련이 없다고 해도 위에서는 미군에 사과할 무언가가 필요해. 그리고 우리가 희생양이 되겠지. 너희뿐만이 아니라 너희 자식들까지!”
최기현이 벌떡 일어나 최철민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어윽!”
뒤로 발라당 넘어진 최철민은 다시 바닥에 넙죽 엎드려 그저 아버지의 자비만을 빌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남매들과 그 배우자들의 표정에는 가망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가득했다.
[아버지는 경영에 쓸데없는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가족으로서의 정은 그래도 주시는 분인데……. 이건 도저히 답이 없어.]“네가 설사 윤기를, 철호를 밀어내고 삼우를 장악했다 하더라도 백화점이 무너지는 순간 삼우는 멸망하는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 정도로 너는 큰일을 저지른 거야! 그런데 감히 용서를 빌어?”
최기현이 한 번 더 최철민을 발로 찰 자세를 취할 때, 최철호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동생의 멱살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혀, 형…….”
당황해하는 최철민의 모습이 보였지만, 최철호는 고민도 하지 않고 양손으로 최철민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테이블에 내던졌다.
쾅!
우지끈!
“케헥!”
그나마 두껍지 않은 목제 테이블이었기에 부서지면서 충격이 분산되어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내장 파열로 죽을 뻔했다.
하지만, 최철호의 분노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으으윽! 혀, 형. 제, 제발…….”
최철민이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애원했지만, 아수라같이 변한 최철호의 표정은 한 발만 더 나아갔다간 살인마저도 불사할 느낌이었다.
“아주버님!”
박경자가 최철호에게 매달렸지만, 최철호는 다시 동생을 번쩍 들어 올린 상태로 동생을 베란다에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문과 화분이 가득한 베란다.
저곳에 던져지면 십중팔구 온몸에 자상을 입으리라.
“얘들아! 말려!”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판단했는지 최철규가 동생들에게 외치며 달려들었고, 다른 남매들과 배우자들 역시 최철호에게 달려들며 말리기 시작했다.
“형님! 참으세요!”
“오빠, 오빠가 참아! 이러다가 죽으면 큰일 나!”
“형, 이러지 말고 그냥 주먹으로 때려! 저긴 정말 큰일 난다고!”
자식들이 눈앞에서 난리를 치는데도 최기현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전혀 말리지 않았다.
“아, 아버님. 제, 제발 말려 주세요!”
박경자가 눈물을 흘리며 최기현의 무릎을 잡고 애원하자, 최철호의 움직임이 잠시 멎으며 고개가 아버지를 향해 돌아갔다.
하지만 최기현은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기름을 뿌렸다.
“철호야.”
이를 악다물며 최대한 흥분을 절제하려고 하는 최철호에게 들려온 말은 상식 밖의 이야기였다.
“네 제수가 옛날에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최철호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몰라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박경자는 ‘설마’하는 표정을 지으며 뜨악한 표정으로 자신의 시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윤기가 태어났을 때, 신생아실에 있는 윤기에게 해코지를 하려고 했다. 죽이려고 했는지, 다치게 하려고 했는지, 애를 바꾸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순간 또다시 실내가 얼어붙었다.
“아, 아버님. 그, 그걸, 어, 어떻…….”
심지어 최철민마저도 형의 머리 위에 들려진 상태로 뜨악한 목소리를 냈다.
“다, 당신. 그, 그게 무슨, 무슨 소리야!”
“크아아악!”
최철호가 광분하며 동생을 베란다에 던졌다.
그러자 와장창하는 소리와 함께 최철민이 화분 위를 굴렀고, 동시에 화분들 일부가 깨지며 유리창 조각과 화분 조각들이 최철민의 피부를 마구 긁고, 일부는 박혔다.
“크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것은 최철민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남편을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보던 박연지가 광분하며 주먹으로 박경자를 쥐어 패고 있었으니까.
“꺄아아악!”
박경자가 팔로 몸을 막으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 어디에서도 도움의 손길은 다가오지 않았다.
다만, 제수에게 다가가려는 최철호를 막아 주기는 했다.
최철호한테 맞으면 살인이 벌어질 테니까.
“꺄악! 켁! 케헥!”
처절한 박경자의 비명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지만, 오늘의 밤은 유난히 길었다.
* * *
최철민과 박경자가 흠씬 두들겨 맞고 집 밖으로 쫓겨난 지 15분.
“내가 3년 전, 윤기에게 제일 방직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줬을 때, 너희들에게 말했을 것이다. 너희들도 똑같은 기회가 있다고.”
실제로 윤기가 매입하자고 한 제일 방직이 크게 이득을 보자, 몇 명은 다시 최기현에게 전략을 상신해 왔다.
결과는 실패.
간신히 본전을 건진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큰 손해를 보고, 향후 상속분에서 해당 액수만큼 변제를 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최기현은 자식의 경영 참여에 대해서 철저한 능력제를 추구했다.
“이번에 ‘그 녀석’이 윤기에게 끼친 해악은 실로 이루 말할 수 없다. 너희들도 눈과 귀가 있다면 잘 알 거다. 군부의 힘을 한 번 쓴다는 게 얼마나 큰 대가가 필요한지 말이다.”
최기현의 자식들은 아버지가 P의 집권 시절, 군인들에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그토록 서릿발 같은 아버지가 비굴하게 허리를 숙여야만 하던 모습.
“저……, 아버지. 이번 일에 군부가 무슨 관련이 있나요……?”
사남 최철준의 말에 최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윤기는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군부의 힘을 썼다. JSD라고 JD의 최측근이 될 것으로 거의 확실시 되는 사람의 힘을 말이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눈치가 없는 쪽에 속하는 자식은 윤기가 지나치게 큰 힘을 썼다고 생각했고, 눈치가 있는 쪽에 속하는 자식은 윤기가 JSD와 연줄이 있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공사장 곳곳에 재시공을 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 그렇기에 나는 ‘그 녀석’에게 물려주기로 했던 모든 재산을 윤기에게 돌리려고 한다. 불만이 있는 녀석이 있느냐?”
몇몇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감히 이 상황에서 반대할 만한 멍청이는 적어도 최철민을 제외하면 없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대놓고 자기 핏줄을 ‘그 녀석’이라고 부르는데, 누가 감히 최철민을 옹호하겠는가.
“대답이 없는 것을 보니 모두 동의한 것으로 하겠다. 너희들도 가능하면 ‘그 녀석’과 친하게 지내는 일이 없어야 할 거다. 재수 없으면 빨갱이로 몰려서 잡혀갈지도 모르니까.”
실내의 모두가 오싹한 소름을 겪었는지 몸을 움츠렸다.
“그럼, 이만 가 보거라. 나는…… 피곤하구나.”
어쩐지 수척해진 아버지의 모습에 모두가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하고 저택을 떠났다.
가정부는 오늘 일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다 퇴근을 시켰기 때문에 저택에 남은 것은 최기현과 윤기의 부모, 그리고 윤기와 여동생뿐이었다.
“괜찮으냐?”
소파에서 목을 뒤로 젖힌 최기현이 하늘을 향해 말하자 최철호 역시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죄송해요, 아버지.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면 안 되었는데…….”
“아버님, 저도 사죄드릴게요. 아까는 너무 흥분이 되어서…….”
최기현은 목을 젖힌 상태였지만, 고개를 저었고, 덕분에 턱이 움직이면서 어떤 의사 표시를 하고 있는지 최철호와 박연지에게 확실히 전달되었다.
“아니다. 그런 분노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부모라고 할 수 있겠느냐. 오히려 내가 잘못한 거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떻게든 끌고 가 보려다가 이런 일을 벌어지게 만들었어…….”
최기현의 눈꼬리에 눈물이 맺혔지만, 어느새 할아버지의 소파 뒤로 향한 윤기가 손수건으로 할아버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이건 할아버지답지 않아요.”
씨익 웃는 윤기의 모습에 최기현은 오히려 눈물을 줄기로 흘렸다.
그렇게 연신 눈물을 닦아 주는 윤기와 흘리는 최기현의 모습.
그래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최기현이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뒤로 젖힌 목을 다시 위로 올리고, 소파에서 자세를 잡았다.
“애미야, 정말 미안하구나. 너한테 말을 해 줬어야 하지만, 나는 차마 그걸 가족들에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박연지는 조금 고민하기는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아버님. 저도 아버님의 상황이었다면 분명 숨겼을 거예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여보, 당신도 괜찮지?”
아내의 물음에 최철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난 아까 세게 두 번 던졌더니 좀 나아.”
순박한 최철호의 말에 박연지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최기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그 녀석에게 가야 할 상속분은 빠른 시일 내로 윤기에게 상속을 해 주마. 최근에 공사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내가 알고 있으니까.”
최기현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신다면 감사히 받을게요. 하지만, ‘그 사람’은 나중에 상속을 받기 위해 분탕을 칠 거예요. 이건 예상이 아니라 확신이고요.”
순간 최기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