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35)
#435화 안녕! (4)
“예? 50년이나요?”
김평일은 깜짝 놀랐다.
북한이나 대한민국이나 허구한 날 각종 매체를 통해 통일을 부르짖는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합법적인 정부는 오로지 자신뿐이라는 주장.
사실, 북한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 ‘흡수 통일’을 제안했다.
자신들이 대한민국보다 잘 사니까, 자기들에게 흡수되라는 논리로 말이다.
하지만, 1970년대가 되면서부터 북한은 말을 바꿨다.
[우리 2정부 2체제 통일하자!]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면 정상이다.
그냥 명목상으로 통일했다고 퉁 치고, 사실상 각자 갈 길 가자고 주장하는 것이 70년대부터의 북한 주장.
당연히 대한민국이 이를 승낙할 리 없었고, 통일이 되는 일도 없었다.
물론, 2020년이 되어서도 통일이 될 일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윤기의 역사에서 윤기가 통일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것은 ‘원래 역사에서 통일하면 안 되는 이유’와 거의 일치했다.
“예, 대한민국하고 북한은 통일이 되어선 안 돼요. 대한민국이 망하거든요.”
김평일이 통일을 다시 언급한 것은 윤기에게 정치적인 이익을 주기 위함.
그런데, 아예 50년 이상은 통일할 생각이 없다고 못이 박히자,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저번에도 비슷하게 마, 말씀하시기는 했지만, 50년 이상 통일이 안 될 정도입니까…?”
김평일은 너무도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
그러자 윤기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 김평일 앞에 들어 보였다.
“저번에는 이유를 적당히 말했는데, 이번에는 세 개의 확실한 이유를 말씀드리죠.”
“겨, 경청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
윤기는 검지만을 남기고 나머지 손가락을 전부 접었다.
“예.”
경청하기 위해 자세를 고쳐 앉은 김평일을 향해 윤기가 입을 열었다.
“북한의 부채.”
“윽!”
김평일은 아픈 곳을 찔린 사람처럼 신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단숨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67.8억 달러]어떤 숫자인지 감이 오는가?
무려, 1989년 기준 북한의 채무다.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무려 4조 6천억 원이다.
2020년 기준이 아니다.
1989년 기준으로 4조 6,000억 원.
1989년 이후로 노동자들의 월급 상승 폭이 크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반 직장인의 월급이 15~20만 원 수준인 시절.
직장인 체감으로만 따지면 50조 원을 돌파하는 액수가 된다.
더불어서 이러한 북한의 채무는 2012년에 140억 달러를 돌파한다.
2020년에는?
모르긴 몰라도 200억 달러 가까이 상승했겠지.
“왜 다른 국가들이 북한에 돈을 빌려주겠어요?”
“으음…….”
김평일은 탄식하듯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을 믿기 때문이겠죠.”
“정확해요.”
이미 북한의 경제는 1970년대부터 대한민국에 압도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김 씨 일가의 사치를 위해 꾸준히 외국에 돈을 빌렸다.
외국이 돈을 빌려준 이유는 단 하나.
[통일되면 대한민국이 갚을 텐데 뭐.]통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두 나라의 땅만 합쳐지는 것이 아니다.
두 나라가 가지고 있던 모든 의무 역시 합쳐지는 것.
따라서,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의 채무를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이다.
북한의 인프라 발전 비용은 북한의 채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게 측정되고 있는 상황.
따라서 통일을 하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들은 최소 20년에서 30년은 비참하게 살아야 한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북한이 그렇게 자랑하는 자원도 실제로는 쭉정이들뿐이겠죠. 안 그래요?”
TV를 보면 북한에 자원이 많다고, 대박이라고, 기회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주장하는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북한이다.
북한은 단 한 번도 자원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않고, 있다는 주장만 하고 있는데, 그 주장을 바탕으로 통일 대박을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윤기 입장에서는 기가 찰 일.
김평일은 북한 소속인 자신의 상황 때문인지,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죄송합니다.”
“아뇨, 부끄러워하실 이유가 없죠. 직접 하지도 않은 일이니까요.”
이러한 행태는 오롯이 김일성과 김정일이 한 것.
김평일은 그저 뒤를 이은 것에 불과했기에 윤기는 김평일을 탓할 생각이 없었다.
“자, 그러면 북한의 채무와 자원에 관한 이야기를 했죠? 여기에는 북한의 인프라 발전 비용 등의 문제도 포함시켜야 하는 거예요.”
“아…, 그 비용도 어마어마하겠군요.”
2020년의 한국도 북한의 인프라 발전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데, 1989년의 대한민국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자, 그러면 두 번째 이유.”
“예.”
윤기는 검지와 중지만을 편 상태로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의 노동 시장이 망해요.”
“노동 시장이 망한다고요?”
“네. 통일이 되면 대한민국과 북한 사이에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어야 할 텐데, 자본가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대한민국 사람들과 같은 돈을 주고 고용하려고 하겠어요?”
“아…, 이해가 갑니다.”
“물론, 법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하는 자들도 있겠죠. 하지만, 영화에서나 나오는 초국가적인 시스템이 있지 않고서야 통일 후의 노동 시장을 감시하기란 힘들어요.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노동 시장이 북한에서 유입된 인력으로 인해서 확 주저앉아 버리겠죠. 대한민국의 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통일은 안 돼요.”
윤기는 북한 사람들을 절대 대한민국 사람이랑 동일시하지 않았다.
윤기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오로지 대한민국뿐.
물론, 북한 사람들을 벗겨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그들을 돕기 위해 대한민국 사람들의 등골을 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으음…, 생각보다 난제가 많군요.”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윤기는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말을 이었다.
“북한은 생각보다, 대한민국과의 이질감이 심한 사회예요.”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는 것.
바로, 대한민국과 북한은 관습부터 문화까지 모든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다.
2020년이야 교통과 통신이 어마어마하게 발달해서 대한민국 어디에 살더라도 비슷한 문화권이지만, 1980년대는 전혀 다르다.
당장, 산 하나를 두고서도 문화가 확 바뀌던 것이 이 시절.
그런데 휴전선을 두고 완전히 단절된 북한과 대한민국은 오죽할까?
당장 탈북자들을 TV로만 본 사람들과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이 말하는 탈북자는 정말 평가가 180도 다르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통일을 한다?
그랬다가는 문화적 이질감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었다.
“아…, 저도 대한민국에 갔을 때, 솔직히 좀 많이 놀라긴 했습니다. ‘우리 공화국과는 정말 문화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으니까요.”
김평일은 결국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물론, ‘통일은 무조건 해야 돼!’라는 생각으로 윤기에게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최 회장님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말을 한 것이었기에 실망한 것까지는 아니었다.
“아무튼, 대한민국과 북한이 향후 50년 안에 통일될 일은 없어요.”
다시 한번 윤기가 단호히 선을 긋자, 김평일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윤기는 통일보다는 ‘연합’을 생각하고 있었다.
유럽연합의 발족은 1993년.
‘아무리 생각해도 대한민국과 북한은 통일보다는 연합 체제로 가야 해. 상층부가 끈끈히 협력한다는 가정하에서는 그게 훨씬 더 이득이 될 거야.’
솔직히 말해서 당장 독일만 하더라도, 과거 동독 지역 사람들의 수입이 아직도 서독 지역 사람들의 수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독일에 뿌린 돈은 대한민국은 그냥 코딱지로 느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천문학적인 액수.
그런데도 소득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대한민국의 통일?
어림도 없는 얘기다.
TV에서 통일을 주장하는 자들의 진심은 아주 간단하다.
[비용은 세금으로, 이득은 기득권이 가질 수 있다!]실제로 통일 비용은 세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통일을 통해 얻는 이득은 기득권이 먼저 점유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이 통일을 지지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같은 나라여서?
그렇게 따지면, 유럽은 그냥 로마제국으로 합쳐야 한다.
이걸 토대로 생각해 보면, 결국 통일을 주장하는 자들의 속내는 이산가족이나 실향민이 아닌 이상, 대부분 본인의 기득권을 위해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공화국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본주의를 표방해야 합니까?”
김평일은 동구권에서 외교 대사를 했던 만큼, 소련의 변화에 대해서 나름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소련의 변화.
소련은 시장을 개방하진 않았지만, 자본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외교 대사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먹고 살 만해졌다’는 것.
그중에서도 특히 와이케이와 슬라브멘에 대한 언급이 기억에 남은 김평일이었다.
“지금 시장 개방을 했다간 나라 망하기 딱 좋을 거예요.”
시장 개방은 기본적으로 나라가 버틸 수 있을 때 해야 하는 거다.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을 향해 툭하면 시장 개방을 하라고 협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실한 국가의 기업들을 싹 밀어 버리고, 자국의 기업들이 약소국을 독점할 수 있으니까.
국뽕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자국 기업의 자국 공장’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0년에 미국과 유럽, 한국이 중국에 휘둘리는 이유도 바로 대부분의 제조 공장을 외주로 줬기 때문이니까.
“하긴…, 지금도 제 앞가림을 못 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까지 우리한테 끌어들이면…….”
김평일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소련을 따라 하세요.”
“자본주의 자체는 도입하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공산주의는 인간이 주체인 이상 망할 수밖에 없는 제도예요.”
“음…, 공감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어차피 북한에는 이미 자본주의가 존재하잖아요? 장마당 같은 거 말이죠.”
실제로 북한에는 이미 자본주의가 존재하고 있었다.
암시장이나 장마당이 대표적.
북한 사람들은 나라에서 받는 월급이 있는데, 이 월급으로는 절대로 생활할 수 없었다.
한 달 월급을 다 쏟아부어서 살 수 있는 것이 쌀 1킬로그램이라면 믿겠는가?
그렇기에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생존하기 위해 자신들끼리 따로 물물교환을 하든, 노동력을 팔든 하면서 생존해 왔다.
이게 바로 북한에 존재하는 자본주의다.
“으음…, 그래도 어렵습니다. 수십 년을 자본주의가 나쁜 것이라고 세뇌받았던 인민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솔직히 정말 어려운 난제인 것은 맞았다.
당장,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북한 정권이 처음 들어섰을 때, 북한 주민들은 대단히 기뻐했다.
[우와! 모두가 잘살 수 있대! 세금도 3할만 내면 된대!]하지만, 얼마 안 있어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정권을 욕했다.
왜냐?
텃밭에 심어 놓은 것까지도 3할을 떼어갔으니까.
원래 경우에 따라서 세금을 걷지 않은 품목이 있었는데, 북한 정권은 그 부분도 3할을 가져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웃기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예전보다 세금이 엄청 줄었는데, 예전에 안 걷던 곳에서 걷는다고 불만이 터진 것이다.
이해가 가는가?
그런데 사람이란 이런 존재다.
다른 곳에서 더 큰 이득을 보더라도, 이미 이득을 보던 곳에서 이득이 줄면 화를 내는 존재.
그렇기에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정말로 힘든 것이다.
“세뇌를 수십 년을 했는데, 하루 이틀 만에 일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이제 북한은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예요.”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평일은 어쩐지 윤기에게 의지하고 싶어졌다.
‘이 사람은 돈이 아니라 관심 때문에 사는 사람이야. 그렇다면 우리 공화국의 착취에는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
그야말로 너무나도 완벽한 안목.
그리고, 김평일은 생애 최고의 베팅에 성공했다.
“어떤 의미로의 도움이죠?”
“우리 공화국도 소련처럼 와이케이 그룹만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소련은 그나마 동구권 최강 대국이었기에 윤기가 사람이 그래도 굶지 않는 곳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반면, 북한은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세계 최빈국이 되었을 국가.
하지만, 윤기는 씨익 웃으며 김평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소련처럼 빠르게는 힘들다는 것은 알지요?”
“물론입니다.”
김평일은 결연한 표정으로 윤기의 손을 맞잡았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대한민국과 북한은 연합을 위한 한 걸음을 걷게 되었다.
* * *
윤기가 한창 북한과 관련한 일로 바쁠 때, 윤기의 친구인 원희와 진수 역시 학창 생활에 신경 쓰느라 바빴다.
“선배!”
단발머리에 얇고 붉은 입술이 인상적인 귀여운 1학년이 뒤에서 원희를 불렀다.
“응?”
원희는 깜찍한 후배가 자신을 부르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았다.
“저…, 선배님, 여자친구 있어요…?”
정말 용기 있는 고백.
하지만, 원희는 기뻐 환장할 것 같으면서도 울먹일 수밖에 없었다.
“성의는 고마운데…, 나 다음 주에 군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