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37)
#437화 이등병의 친구는 조만장자 (2)
2010년대에 군 복무를 한 사람이라도, 거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군대 밥? 개 같지.]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2010년대의 밥은 정말 혁명적으로 괜찮아진 거다.
2000년대 역시 마찬가지.
심지어 90년대 이전으로 가게 되면, 군대 밥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답이 없어진다.
‘이게 말로만 듣던 똥국이구나.’
표현이 좀 더럽지만, 이런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하아.’
원희는 숟가락으로 된장국을 떴다가 다시 국그릇으로 떨어뜨렸다.
분명 된장국인데, 물에 된장만 풀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국.
정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
단순히 건더기만 없는 것이 아니라, 소금과 소고기다시다까지 들어 있지 않은, 순수 된장국.
게다가 1989년임을 감안하면, 시판 된장의 맛은 2020년과 비교해서 현격한 격차가 나는 상황.
심지어 밥 역시 답이 없었다.
저품질의 곡식을 써서 만든 밥이라 그런지, 그야말로 종이를 씹는 느낌이 나는 밥.
여기에 반찬이라고는 쉬어서 꼬부라진 데다가 크기마저 작은 김치.
그리고 양배추 김치였다.
김치 + 양배추 김치.
2000년대 군번이 들으면 도무지 믿지 못할 식단.
하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군대의 1식 2찬은 흔했다.
게다가 이 2찬에 고기나 생선이 항상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게 문제.
군대는 2020년에 와서도 인권 문제로 복잡하지만, 90년대 군번까지만 해도 군대는 그냥 사람으로 대접하는 곳이 아니었다.
돼지는 그나마 일이라도 안 시키지.
군대는 돼지만도 못하게 먹이면서, 대우는 돼지만도 못한 그런 곳이었다.
“이 새끼가 뭐 하는 거야!”
조교 하나가 원희의 뒤통수를 인정사정없이 후려치자, 원희의 얼굴이 식판과 거의 부딪칠 정도로 떨어져 내렸다.
“죄, 죄송합니다!”
일단 죄송하다고 외치고 보는 원희.
“국민이 주신 정성을 그따위로 받아들이나!”
“죄송합니다!”
“남기지 말고 싹싹 먹는다, 실시!”
군필자들이 군대에서 밥 먹을 때 제일 싫어하는 말, ‘국민의 정성’.
국민은 정성을 준 게 맞다.
단지, 그 정성을 중간에 해 처먹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게 문제지.
더불어서 이 조교 역시, 선임들한테 숱한 구타를 당했으면서 지금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물론, 당하는 원희 입장에선 그런 걸 생각하는 것도 싫지만.
‘하, 시발….’
원희는 정말 죽도록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입에 쑤셔 넣었다.
밥알 한 톨까지 싹싹.
괜히 군대를 묘사할 때, 화장실에서 크림빵이나 단팥빵을 먹은 묘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2010년대 군번이야 ‘아니, 왜 그딴 짓을 함?’이란 말도 할 수 있겠지만, 2000년대 이전의 군대 정규 식사는 정말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
그나마 상병부터는 PX라도 갈 수 있었지만, 일병 이하로는 PX에 가는 것조차 금지당했기에 식욕에 대한 욕구가 그야말로 하늘을 뚫었다.
가끔 천사 선임들이 몰래 먹을 것을 챙겨 주긴 해도, 대놓고 먹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착한 선임이 불침번을 서고 있을 때, 화장실에 가서 몰래 먹는 것이다.
냄새가 쿠리쿠리하게 나는 곳에서 몰래 먹는 크림빵의 맛.
그 크림빵을 울면서 먹는 이유는 단순히 맛있어서 우는 감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인간이기에 느끼는 당연한 자괴감.
정말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대한민국 남자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군대 다녀온 거 알아 달라고는 안 하겠는데, 군대를 놀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라.]그야말로 온갖 사회의 부조리를 몽땅 집어넣은 곳이 바로 군대.
원희는 이러한 군대 훈련소에서 그동안의 상식이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어떻게든 모든 훈련을 마무리했다.
* * *
1989년 11월.
원희는 강원도 전방으로 발령되었다.
사실,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원희네 집은 부자 아닌가?]물론, 부자인 것은 맞다.
그리고 군대에 손을 쓸 수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원희의 아버지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원희 역시 그러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옛날에 윤기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으니까.
그렇기에 훈련소에서 원희는 다른 훈련병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았고, 동등한 훈련을 버텼다.
그리고 발령받은 강원도 전방.
그나마 수색대나 최전방으로 차출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전방으로 발령받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원희는 자대에 도착하자마자 한창 눈을 치우고 있는 선임들을 보게 되었다.
“너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행정병은 내무실 하나에 원희를 밀어 넣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어, 시발…?’
원희는 그야말로 부동자세로, 양쪽 무릎을 딱 붙이고 앉아 허리를 쭉 펴고는, 양손은 주먹을 쥐고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전입 신병의 부동자세.
솔직히 자세를 취하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선임들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뚜렷한 시간제한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부동자세를 취해야 하는 고통.
30분, 1시간, 2시간,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지만 선임들은 돌아올 기색이 없었다.
왜냐하면, 하늘에서는 악마가 눈을 뿌리고 있었으니까.
대한민국 남자들이 나이 먹고 눈을 싫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군대에서의 제설 작업.
그나마 일과 중에 눈이 오면 조금 나은데, 새벽에 눈이 오면 사람이 미친다.
새벽 1시쯤, 제설을 해야 한다며 강제로 깨우는데, 이렇게 중간에 깨서 눈을 치웠다고 해도 낮에 따로 재워 주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그런 날에는 수면 시간이 끽해야 3시간.
그나마도 10시에 바로 잤을 때 3시간이라는 거지, 상병 이하로는 대부분 점호 후에 한바탕 푸닥거리를 했기 때문에 이등병은 심한 경우 잠을 아예 못 잘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지금 선임들의 짜증은 십중팔구 최고조에 이르렀을 상황.
물론 원희는 회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선임들이 엄청 짜증 나 있을 거라는 사실은 직감할 수 있었다.
‘나도 나가서 도와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이것도 함부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자기도 눈을 치워야 한다면, 행정병이나 행보관이 끌고 갔을 테니까.
‘어쩌지? 어쩌지?’
그야말로 계속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관물대 아래에 들어가 있던 매트리스와 이불이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더니, 이내 사람 하나가 몸을 굴려 관물대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흐아아아암~”
크게 기지개를 켠 사람은 부스스한 눈을 몇 번 감았다 떴다 하더니 이내 원희를 발견했다.
[오!]직접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환희에 찬 표정을 보면 명백히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표정.
머리카락이 다른 병사들에 비해서 살짝 긴 이 남자는 다름 아닌 말년병장이었다.
“신병이야?”
“예! 그렇습니다!”
원희는 부동자세와 함께 목청껏 외쳤고, 말년병장은 그런 원희에가 가까이 다가와서 옆에 앉았다.
그리고 원희의 어깨 위에 올라가는 손.
“이병! 이! 원! 희!”
“괜찮아, 괜찮아. 크게 소리 안 내도 돼.”
“아닙니다!”
“진짜로 괜찮다니까? 그나저나 몇 시에 여기 왔어?”
“13시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시간은 오후 5시.
즉, 원희는 무려 4시간이나 부동자세로 내무실에서 대기했다는 얘기였다.
“이야, 지금까지 이 자세로 있었던 거야?”
“그렇습니다!”
“완전 에이스네. 힘들겠다.”
“아닙니다!”
우렁차게 대답하는 원희를 향해 말년병장이 진한 미소를 던졌다.
“아냐, 당연히 힘들지. 우리 좀 쉴까? 누워, 누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다니까. 내가 여기 왕고야. 너 선임 말 안 들으면 어떻게 되는지 안 배웠어?”
원희는 그야말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자신을 강제로 눕히는 말년병장의 손길에 어쩔 수 없이 누웠다.
그리고는 원희를 향해 팔베개를 해 주는 말년병장.
“편히 누워.”
“아닙니다!”
어떻게든 말년병장의 팔에 목을 대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원희.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말년병장의 한마디에 무너졌다.
“누우라고.”
“예, 옙!”
원희는 결국 목을 가져다 댔고, 말년병장은 다시 씨익 웃으며 발가락을 써서 TV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그래, 처음 왔을 때는 다 이렇게 편하게 있는 거야. 얼마나 좋냐? 군대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니까?”
오후 5시였기에 나름대로 볼 만한 방송이 나오는 TV.
하지만, 원희가 TV를 볼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끼이익-
아주.
아주 조용히 열린 내무실의 문.
그 문을 통해 조폭 세 명은 죽였을 것 같은 남자가 들어왔다.
빨리 반응했으면 좋았겠지만, 원희는 너무나도 조용히 열린 문으로 인해 이변을 감지하는 게 늦었다.
“이, 이병! 이! 원! 희!”
일어서서 부동자세를 취한 원희였지만, 상대는 그런 원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야, 너 방금 누워 있었냐?”
“죄, 죄송합니다!”
원희를 향해 눈을 부라리는 남자는 상병.
그리고 원희를 누우라고 시킨 사람은 말년병장.
이래서 군대가 좃 같은 거다.
이 상황에서 원희가 해야 했던 행동이 있을까?
없다.
어떤 행동을 했든, 비슷한 상황에 처했겠지.
말년병장의 말을 안 들으면 안 듣는 대로, 들으면 듣는 대로 생기는 개 같은 상황.
원희는 그야말로 울고 싶었지만 울 수도 없었다.
“하아, 신병 왔다고 해서 봤더니 완전 개폐급이 들어왔네.”
살벌하게 생긴 상병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옆에서 킥킥거리며 쪼개는 말년병장의 모습.
말년병장은 원희를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는 듯, 자신의 슬리퍼를 신고는 상병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내무실 바깥으로 나갔다.
“야.”
“이병 이! 원! 희!”
“너는 그냥…, 군 생활 조졌다고 생각해.”
원희는 울고 싶었다.
* * *
말년병장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선임들 역시 내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피곤과 짜증에 절은 얼굴.
그리고 이 선임들은 하나같이 싸늘한 표정으로 원희를 노려보았다.
[전입 온 신병이 내무실에 누워서 TV를 봤다고?] [미친 거 아니야?] [야, 쟤 맞선임 누구야?]이 상황에 대해서 2010년대 군번과 2000년대 이전 군번은 명백하게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2010년대 군번은 ‘에이, 장난이네’라고 하면서 웃겠지만, 90년대 이전 군번은 ‘좃 됐네’라고 표현하겠지.
물론, 선임들도 말년병장이 장난친 것이란 걸 다 알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꼬투리 잡기.
그것을 통해서 공포 분위기 만들기.
시간을 거쳐 전달되다 보면, 이게 ‘진짜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상황.
선임들 모두가 원희가 자의적으로 누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지만, 모두가 ‘신병은 개폐급’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웃긴 점은 ‘정말 개폐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것?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원희가 선임들에게 미친 듯이 욕을 처먹을 명분을 위한 작업이었다.
‘엄마….’
모두가 자신을 노려보는 상황 속에서 원희는 맞선임을 통해 자신의 관물함을 배정받았고, 옷과 속옷 등 자신의 물건에 이름을 붙여 도난을 방지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선임들의 ‘야, 네가 누워서 TV 본 녀석이라며?’라는 말을 들으며 불안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원희를 눕힌 말년병장은 전역했고, 원희는 ‘미안하다?’라며 쪼개는 말년병장을 보자마자 그야말로 얼굴을 후려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인권 없는 이등병인걸.
그렇기에 원희는 다시 불안에 가득한 하루를 보낸 후 마침내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응, 엄마…. 선임들도 모두 잘해 주고, 밥도 맛있어.”
울먹이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내뱉은 원희의 말.
그리고 대한민국 남자들 대부분이 해 봤을 거짓말.
하지만, 조만간 이러한 거짓말이 전혀 통하지 않을 사람이 부대에 면회를 올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