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39)
#439화 부조리가 왜 일어나게? (1)
시꺼멓게 죽는 연대장의 표정.
사단장을 비롯한 다른 간부들도 처음에 무슨 상황인가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연대장의 표정을 보고는 이내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저 새끼…, 설마……?]]]]]물론, 이러한 간부들의 예상은 적중했고, 윤기의 행동을 통해 실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원희야, 바지 내려 봐.”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은 100퍼센트 남자.
사실, 여자가 있어도 상관이 없었다.
당장 90년대, 아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언론이 계곡에서 알몸으로 물놀이하고 있는 남자 병사들을 대놓고 촬영하면서 옆에 있던 여자 간부가 인터뷰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인권을 따지자면 정말 사회가 뒤집혀야 할 사안이었지만, ‘남잔데 뭐 어때서’라는 풍조를 이유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물론, 윤기는 원희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 바지를 내리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지금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오면 혹시라도 ‘자작극이 아니냐’라고 발뺌할 인간들이 바로 군인이었으니까.
“유, 윤기야. 난 괜찮아….”
“원희야, 너 규영이 도와줄 때 생각 안 나?”
뜬금없이 서규영이 언급되자 원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규영이가 갑자기 왜…?”
“지금 네가 몇몇 간부들 불쌍하다고 이번 일을 은폐하면, 지금의 너와 같은 피해자가 군대에 계속 생길 거야. 너는 말만으로 모든 부조리가 사라질 거라 생각해?”
“아…….”
사실 원희는 연대장이나 다른 간부들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기의 말을 듣는 순간 왜 죄가 있는지 너무나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렇네…, 저 사람들이 제대로 관리를 안 하니까, 나 같은 피해자가 생긴 거였어…. 그리고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면 분명 얼마 안 있어서 비슷한 피해자가 계속 생기겠지….’
결국, 원희는 바지를 내렸다.
그러자 나타나는 보랏빛 허벅지.
팬티를 내리진 않았지만, 팬티 뒷부분에 빨간 얼룩이 군데군데 있는 거로 봐서는 엉덩이 역시 마찬가지일 게 분명했다.
“하아…….”
윤기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 한숨은 사단장을 비롯한 간부들에게는 그야말로 사형선고로 들렸다.
“너 이 새끼! 도대체 뭘 한 거야!”
사단장이 연대장의 귀싸대기를 그대로 풀파워로 날렸다.
쫙-!
“컥!”
정말 이가 안 부러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풀스윙.
덕분에 연대장은 거의 몇 초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겨우 부동자세와 함께 자리에서 기립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후로도 사단장은 연대장의 뺨을 몇 대나 더 때리고 조인트까지 깠다.
하지만, 사단장의 이러한 행동은 과연 ‘예의’라는 부분에서 생각해 봤을 때 맞는 것일까?
만약,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윤기가 20대가 아니라 50대나 60대였다면?
그래도 사단장이 나대면서 연대장을 구타할 수 있었을까?
사단장은 연대장 하나를 희생양으로 삼아서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윤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러한 줄빠따는 이 한 사례만 있는 게 아니라, 전군에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윤기는 사단장이 뭘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원희의 바지를 올려 준 뒤, 연대장의 집무용 책상에 가서 수화기를 들었다.
“어, 어디로 전화를 거시는 겁니까?”
사단 주임원사의 말이 있었지만, 윤기는 조용히 다이얼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뒤.
“아, 각하. 잠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모든 간부들의 표정이 새까맣게 죽었다.
* * *
“아……, 하아……, 썅……….”
연대장실 3인용 소파에 엎드려 있는 원희의 엉덩이를 본 N이 오른손으로 양 눈을 가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이내 양손으로 마치 세수를 하듯 얼굴을 부볐다.
이러한 행동은 정말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나 하는 행위.
그렇기에 사단장을 위시한 모두가 기립도 아니라, 무릎을 꿇었다.
살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
하지만, N은 아직 사단장을 위시한 군인들의 행동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친구가 구타를 당했다길래 헐레벌떡 오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사실 N에겐 다른 국내 일정이 있었다.
하지만, 윤기의 친구가 구타당했다는 사실에 일정을 취소하고 바로 이곳으로 왔다.
윤기가 자신을 불렀다는 것은 단순히 화풀이를 위해 부를 리가 없다는 본능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말이다.
“후우…, 미안하네. 자네 친구가 군대에 간다고 하면 내가 알아서 신경을 써야 했는데 말이야….”
“아뇨, 군대에 간다고 해서 특혜를 받는 것도 조금 웃긴 일이니까요. 단지, 제가 바라는 것은 사후처리예요.”
윤기가 ‘사후처리’를 언급하자, 눈치를 보던 군인들의 표정이 다시 까맣게 죽었다.
“아아, 걱정하지 말게. 전부 다 옷을 벗겨 버릴 테니까.”
N은 아직도 군부에 입김이 확실히 들어가는 대통령.
그렇기에 이들의 군 생활을 끝장내는 것쯤이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옷을 벗길 필요까지는 없어요. 그냥 규정대로 처벌하세요.”
“규, 규정대로…? 그러면 잘해야 강등, 혹은 감봉일 텐데…?”
“네, 규정대로 하세요.”
순간 군인들이 멍한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그냥 옷을 벗겨 버리라고 할 줄 알았던 윤기가 오히려 약간의 온정을 베푼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딱히 온정을 베푼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군대는 누구 하나 일벌백계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시스템이 문제라고.’
80년대 군대를 직접 경험한 윤기였기에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실.
지금 이들을 처벌해서 새로운 사람들로 메꿔 봤자, 몇 년 후, 아니 몇 달 후만 돼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럴 바에야 한번 호되게 당한 녀석들을 그대로 자리에 앉혀 두는 것이 낫겠지.
“정말 괜찮은가? 이 녀석들의 옷을 벗기는 것쯤이야…….”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추후에 말씀드릴게요. 다만, 원희 청원휴가를 좀 주시죠. 군대 구타로 인해서 생긴 일인데, 이거 흉터 생각하면 군대에서 치료받는 건 안 돼요.”
“알겠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N이 사단장을 바라보자, 사단장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외침을 들은 윤기는 곧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언론에 나가게 될 거예요. 그 정도 책임은 져야겠죠.”
사단장은 아주 얕은 신음을 내긴 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옷을 벗는 것보다야 언론에 노출되고, 감봉 혹은 강등을 당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그리고 추후 뭘 할지는 원희가 병원 진료를 받고 나서 연락드릴게요. 바쁘신 분을 굳이 이런 데까지 불러서 죄송합니다.”
윤기의 사과에 N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닐세. 이게 어떻게 사과할 일인가. 오히려 사과는 내가 해야 할 일이지.”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윤기는 굳은 얼굴로 원희를 데리고 부대를 떠났다.
* * *
원희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아니,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뭘 한 겁니까?”
“이등병이거든요.”
“하아…, 참….”
군인이라는 말에 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원희를 수술실로 끌고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줄빠따로 인해 피멍이 들고 터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의사의 눈으로 보기에는 엄청나게 심각한 것이 확실했다.
‘괜히 옛날 군대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 게 아니야.’
옛날 군대는 유난히 ‘탈영’이 많았다.
그런데 이 탈영이 정말로 탈영이었을까?
절대로 믿을 수 없다.
70년대와 80년대 군번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부대에선 일병이 구타당하고 죽었는데, 나중에 탈영했다는 이야기가 돌더라니까?]물론 흔한 케이스는 아니겠지.
하지만, 드문 케이스도 아니었을 것이다.
옛날 군대는 정말 엄청난 일들이 있던 곳이었으니까.
상식적으로 상식을 벗어난 구타가 이루어지는데 모두가 몸 건강히 제대한다?
그런 일은 존재할 수 없다.
옛날 전역자들 중에서는 군대에서의 구타로 인해 흉터가 남거나, 심한 경우 몸의 어디 하나가 망가져서 나오는 일도 흔했다.
다리를 전다거나, 손을 떤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만약 원희도 윤기의 친구가 아니었다면, 윤기가 면회를 두 달만 늦게 갔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의사의 말을 들은 이상 감봉과 강등 정도로 끝낼 생각이 사라졌다.
“아, 각하.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심각하네요. 단순 징계가 아니라, 군사법원으로 넘겼으면 해요.”
지금 윤기가 언급하는 군사법원은 자기 식구라고 감싸 줄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N이 시퍼렇게 두 눈 뜨고 바라보는 상황.
만약 이 상황에서 사단장을 위시한 인물들을 감싸 준다면?
평범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군인들이 ‘조까’ 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를 하겠지만, N은 현재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모조리 손에 움켜쥔 초법적 지위의 대통령.
그렇기에 군대가 감히 N의 말을 거스를 순 없었다.
[알겠네, 내 확실하게 처리하지.]수화기 너머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기자, 윤기는 마음을 살짝 가라앉히고는 원희의 수술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윤기는 병원으로 달려온 원희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둘을 진정시키느라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원희는 수술실 밖으로 나왔다.
“원희야!”
“아이고, 내 아들!”
아무리 친구 사이의 우정이 좋다고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비할까.
그렇기에 윤기는 조용히 병원을 떠났다.
원희는 내일 만나도 되니까.
* * *
“괜찮아?”
윤기의 말에 엎드린 상태의 원희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덕분에….”
“구라치지 마, 안 괜찮잖아.”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
이 말은 윤기가 아니라, 이를 바득바득 갈던 진수가 한 말이었다.
“너한테 말 안 했거든요?”
원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시팔, 그 새끼들 내가 다 조져 버릴까? 척추를 확 접어 줘?”
진수는 진심이었다.
군대 문제로 원희를 놀리긴 했지만, 군대에서 이렇게 다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진수였기에 그 분노가 더 심했다.
“됐어, 새끼야. 총 든 군인이랑 싸워서 어떻게 이기려고?”
“시발, 필규 형한테 권총 좀 구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 아, 썅, 진짜!”
그야말로 원색적인 욕을 계속해서 쏟아내는 진수를 향해 윤기가 어깨를 두드렸다.
자제하라는 신호.
그렇기에 진수는 씨근거리면서도 일단은 입을 닫았다.
“원희야, 김 병장이라는 녀석은 군사법원으로 넘겨졌어. 아마 징역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살게 될 거야. 박 상병도 한 6개월은 살겠지.”
원희의 부모님에게서 원희가 어떤 군 생활을 했는지 얼추 들은 윤기는 이것을 토대로 주범과 공범들을 정리해서 N에게 전달했다.
N 역시 이를 토대로 그들이 받을 형량을 윤기에게 말해 주었는데, 나름대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간부들은 이번 일로 인해 다른 일까지 추궁을 당해서 대부분 옷을 벗는 엔딩이 확정되었다.
원희의 일만으로는 옷을 벗길 수 없지만, 80년대 군인이라면 응당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이번 일을 이걸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원희야, 군대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뭐야? 솔직하게.”
비록 80년대 군대를 경험했다곤 하지만, 윤기는 생생한 소감을 이등병에게서 듣고 싶었다.
집이 부자라고 으스대지 않고 군 생활을 한 원희에게서 말이다.
“솔직하게?”
“어, 진짜 솔직하게.”
윤기의 진지한 표정에 원희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대답했다.
“솔직히…, 욕구 불만이 가장 힘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