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43)
#443화 위수 지역 해제! (2)
“저는 대한민국은 징병제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답변을 들은 거스터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지. 북한의 김평일 녀석을 밑에 두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중국이라는 벽이 남아 있으니 말이야.”
실제로 2020년에도, 통일이 되어 봤자 군대가 모병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은 별로 없었다.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게 되는 최악의 상황.
이렇게 되면, 강원도가 아니라 개마고원에서 철책 근무를 서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윤기는 중국 때문에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
“아뇨, 순수하게 국내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국내 요인 때문에 징병제를 유지한다고? 왜? 징병제 자체는 그다지 좋은 제도가 되지 못할 텐데?”
“쿠데타 억제력 때문에 그래요.”
“쿠데타 억제력? 아니,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오히려 쿠데타를 유발하는 쪽 아니었던가?”
“지금까지는 그랬죠.”
“지금까지는?”
윤기는 남의 말보다 자신의 판단을 믿는 쪽.
그렇기 때문에 징병제가 대한민국에 준 영향을 생각하던 도중, 쿠데타 억지력을 떠올렸다.
물론, 5·16 군사 정변과 12·12 군사 반란은 군대가 일으킨 것이 맞다.
하지만 정보와 통신이 발전하게 될 경우, 윤기는 징병제가 곧 쿠데타 억지력이 된다고 믿었다.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군대에 있는 사람들이 바깥 정보를 들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지휘관이 어디로 가자고 하면 일단 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아, 그건 확실히 그렇지.”
5·16 군사 정변, 그리고 12·12 군사 반란 때, 병사들이 ‘와! 청와대를 전복시키자!’ 하면서 따른 걸까?
아니면, 지휘관이 ‘지금부터 어디로 이동한다!’라고 해서 움직인 걸까?
일단 도착하고 나서 지휘관이 발포 명령을 내리면, 그 자리에서 반항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바깥 소식을 알게 되면, 군인들도 자기들이 어디로 왜 움직이는지 유추해 볼 만한 여유가 생기죠. 이래서 통신의 발달이 중요한 거예요.”
“음…, 그렇게 접근할 수도 있겠구만. 요약하자면, 군인들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에 징병제가 낫다는 건가? 그런데, 이건 모병제도 똑같을 텐데?”
날카로운 거스터의 지적에 윤기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거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그게 무엇인가?”
“모병제로 군인을 특권층처럼 만들어 버리면 독재하는 데 너무나 수월하다는 거죠.”
“호오….”
“하지만 징병제는 군인을 특권층으로 만들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남자가 가는 곳이기 때문에 인원 교체가 계속해서 일어나기 때문이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자네의 생각은 언제나 놀랍군….”
거스터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헨드릭 역시 마찬가지.
스푼으로 커피를 젓고 있던 헨드릭은 스푼을 들고 있는 자세 그대로 멈춰 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사 한국 60만 군대를 어떻게든 손에 넣었다고 가정해도 300만에 가까운, 정규군 근무 경험이 있는 예비군을 상대해야 해요. 그리고 이들은 대한민국 군대 모든 시설의 위치를 알고 있어요. 따라서 이들이 게릴라를 펼칠 경우, 정말 답이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기에 예비군은 300만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에요. 예비군 기간이 끝난 사람들까지 합치면 1,000만이 우스운 전력을 상대해야 하죠. 통신이 발달할수록, 대한민국에서 5·16 군사 정변이나 12·12 군사 반란 같은 건 일어나기 힘들 거예요. 군대 내부에서는 혼란이 일어날 거고, 군대 외부에서는 국민들이 빠르게 대처할 테니까요.”
“그래서 자네가 한국군에 서적을 자유화한 건가?”
윤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솔직히 말씀드려서 별 상관이 없어요. 그냥, 어디까지나 군대 인권 때문에 허용한 거죠.”
“그렇구만. 혹시나 했지.”
윤기의 순순한 인정에 분위기가 묘하게 부드러워졌다.
‘내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나는 내 판단을 믿어야 해. 내가 내 판단을 믿지 않으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어?’
실제로 2020년 대한민국에서 일반 병사들을 규합해서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군 간부들을 죽도록 싫어하는 게 병사들인데, 그 간부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병사들 보고 총을 들라고 한다?
100퍼센트 ‘프래깅’이라 불리는 상관 살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등판에 총알이 박히기 아주 딱 좋은 수단.
그렇기 때문에 2010년대에 일부 정권이 국민들의 시위를 ‘지나치게 강경하게’ 진압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다른 나라야 국민들이 평화롭게 촛불을 들고 시위해도 경찰이나 군대를 기득권으로 만들고 진압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대한민국은 촛불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순간 1,000만에 달하는 정규군 경험이 있는 집단을 상대해야 한다.
‘M16 소총을 1분 만에 완전 분해 결합하고, 20발을 쏘면 그중 18발은 맞추는 1,000만 민병대와 싸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윤기는 속으로 씨익 웃으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하여튼, 자네와 일을 하면 확실히 재밌어. 그런데 모병제를 하지 않으면 징병제를 하겠다는 건데, 한국군의 무엇을 어떻게 바꿀 생각인가? 계속 궁금해 죽겠네.”
순간 윤기가 깜짝 놀랐다.
“죽는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요새 저한텐 그게 얼마나 걱정인지 아세요?”
씁쓸한 표정을 짓는 윤기를 향해 거스터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살아 있는 자는 언젠간 죽기 마련이지.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는 거야.”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준비된 이별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법이지.”
거스터는 씨익 웃고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세상에 초연한 것 같으면서도 ‘혈연’이란 끈을 붙잡은 그 미소에, 윤기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연의 섭리는 윤기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떽!”
순간 거스터가 크게 외치자 윤기도 헨드릭도 깜짝 놀라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너희들이 그런 우중충한 분위기를 내면 낼수록 내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모르냐? 얼른 활기찬 분위기 만들지 못해?!”
거스터의 말에 윤기와 헨드릭은 부랴부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류들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나이에서 우러나오는 분위기 전환법.
덕분에 윤기는 감상에 젖었던 심정을 털어 버리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찾았다…!’
윤기가 원했던 서류.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 국방비의 사용처였다.
‘음…, 이거라면 가능하겠어…!’
원래대로라면 2017년의 대한민국부터 도입되었어야 할 제도.
간부 월급 인상에서 눈을 돌린 윤기가 원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병사 월급 인상이었다.
* * *
“병사들의 월급을 대폭 인상하자고?”
N은 또 한 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1989년을 기준으로 고작 6천 원밖에 되지 않는 이등병의 월급.
솔직히 이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문제인 것이 맞는데, 단 한 번도 거국적인 시위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
왜?
복무 중인 병사들은 입 한 번 잘못 열었다가는 소리소문없이 죽을 수 있었고, 전역한 병사는 ‘에이, 퉤퉤’ 하면서 학을 떼던가, ‘어차피 난 전역했는데 뭐’ 하면서 신경을 꺼 버리니까.
원래 사람이란 자신이 이득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로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에, 병사들의 월급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네, 솔직히 말해서 요즘 세상에 월급 6천 원이 정상인가요?”
“…이등병 월급이 6천 원인가?”
“모르셨어요?”
뜨악한 표정을 짓는 윤기를 향해 N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그게…, 음…, 몰랐다네.”
N은 정말로 몰랐다.
솔직히 말해서 윗사람은 아랫사람의 고충을 잘 모른다.
당장 2010년대만 해도 버스 요금이 70원인 줄 알았던 대기업 회장도 있지 않은가?
고시원에 들어간 그 대기업 회장의 표정은 아직도 인터넷에서 유명할 정도.
더불어서 대권을 노리며 ‘서민 정권’을 운운했던 정치인이 편의점에 들어가서 비싼 수입산 생수를 집어 든 것도 꽤나 유명한 이야기였다.
이처럼, 병사들 월급은 윗선 입장에서는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는 얘기다.
당장 인구 구조에서 노년층이 많아질수록, 10~30대를 위한 정책이 줄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거다.
투표권은 40대부터가 훨씬 많이 행사하고 있으니까.
“최저 시급까지는 맞춰주기 힘들더라도, 최소한 70퍼센트까지는 맞춰 줘야 한다고 봐요.”
윤기 역시 군인들에게 최저 시급을 맞춰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군인의 인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군인이 인기 있는 직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군인이 인기 있는 직업이 되면 특권화가 될 거고, 특권화가 유지된다면 결국엔 특권 집단이 될 거야. 그리고 그 특권 집단은 결국 부패하겠지.’
[인권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되,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직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실제로 미군의 대우도 확인한 이상, 윤기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지 이미 파악을 마친 상태였다.
그것이 바로 70퍼센트.
말이 70퍼센트지, 1989년, 지금 복무하고 있는 군인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혁명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6천 원이 순식간에 10만 원 이상으로 훌쩍 뛰게 될 테니까.
“흐음, 그런데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까?”
“어차피 간부들 모가지 엄청나게 날렸는데 재원은 충분하죠.”
GDP 대비 국방비의 비중은 2010년대 기준으로 12퍼센트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군부 시절에는 20퍼센트를 넘었다.
N의 정부 역시 신군부가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2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이에 근접한 상황.
이 상황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간부들의 모가지가 날아갔기 때문에 그 인건비로 병사들의 연봉을 맞춰 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재원을 보충해야 하지 않는가?”
“보충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엥?”
“어차피 우리나라 고급 간부 숫자는 너무 많아요. 쓸데없는 보직도 너무 많고요.”
군부 시절을 거친 한국이었기에 고급 간부에 대한 처우가 너무 좋았고, 고급 간부를 대우하기 위한 병사들의 보직도 너무 많았다.
이것 역시 개편해야 한다는 윤기의 주장.
하지만, 아무리 N이라고 해도 윤기의 말만으로 모든 것을 납득하기는 힘들었다.
“자네의 의견은 잘 알겠네.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도 말이야. 그런데, 그것을 실행하려면 납득가는 문서적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물론이죠. 단순히 말만으로 시행하기에는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니까요.”
윤기 역시 말만으로 모든 정책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시름 놓은 N.
어차피 모가지 날아간 간부 숫자가 워낙 많아서 편제를 줄이는 것은 상관이 없겠지만, 그걸 명문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을 대통령 생활과 함께 깨달았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윤기가 강짜를 부리지 않는 것이 N 입장에서 참으로 고마웠다.
“편제 개편과 관련해서는 현재 제 장인어른께서 도와주고 있으세요. 미군의 자문을 받아 개편한 거라고 하면 감히 반대할 수 있는 사람도 없겠죠.”
“자네는 참으로 머리가 좋구만.”
N이 씨익 웃자, 윤기 역시 N을 따라 씨익 웃었다.
“아, 그런데 한 가지는 미리 시행해야 할 게 있어요.”
“무엇인가?”
“위수 지역 해제요. 월급 인상에 대한 것은 비밀로 하고, 위수 지역 해제부터 해야 해요.”
윤기는 병사들의 월급이 오르는 순간 위수 지역 상인들이 물가를 존나게 올릴 거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너희들 배때기에 기름 차는 꼴은 못 보지.’
윤기는 위수 지역 상인들에게 아주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 군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