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45)
#445화 위수 지역 해제! (4)
“이야, 이등병이 꿀 엄청 빨다가 부대 복귀하네?”
진수의 말에 위병소를 눈앞에 둔 원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내가 좀 괜찮아지니까 바로 돌변하냐?”
말은 이렇게 해도 원희는 진수가 고마웠다.
엉덩이랑 허벅지가 다 터져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계속 자신을 걱정해 준 것이 진수였으니까.
“우리가 만나고 계속 이렇게 살았는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
“하긴, 그렇긴 하겠네. 넌 꼭 내가 군대 전역하고 입대해라? 그래야 내가 놀리지.”
“아니? 3학년 1학기 마치고 갈 건데? 너보다는 일찍 전역해야지.”
“아, 씨…….”
결국, 진수는 차필규에게 낚여 경호원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기에 가야 하는 6개월짜리 군대.
원희는 진수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입대해서 자기보다 늦게 전역하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그럴 일은 없게 되었다.
“아무튼, 이번에는 누가 괴롭히거나 하면 무조건 바로 윤기한테 전화해. 또 엉덩이 터지지 말고. 등신이 그걸 또 맞고 앉아 있어.”
“야, 네가 내 상황이었어 봐. 안 맞고 뻐길 수 있나.”
“내 몸을 보고도?”
“그런 거랑 아무 상관없거든?”
원희의 말은 그야말로 정답.
실제로 의경의 악·폐습이 극에 달했을 땐,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딸 정도로 신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도 선임들한테 맞았다.
결국, 군대에서는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고 구타에서 면제되진 않는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당할 수도 있었다.
초장에 기를 눌러 놔야 한다는 선임이 있을 수도 있고, 신체 능력이 좋지 않은 선임이 열등감에 의해 괴롭힐 수도 있었으니까.
물론, 진수가 원희에 비해서 좋은 점이 하나 있긴 하다.
줄빠따를 맞았더라도 진수는 원희처럼 엉덩이나 허벅지가 터지진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어떤 의미로는 원희가 더 나은 것이었다.
만약 원희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무사했다면, 윤기라고 해도 원희의 상태를 눈치채기는 힘들었을 테니까.
“내가 진수 말뚝 박게 할까?”
뜬금포로 끼어든 윤기의 말에 원희의 얼굴이 밝아졌고, 진수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윤기야, 그건 선 넘는 거지!”
“그렇게만 해 주면, 나 당장 와이케이 그룹에 이력서 넣는다!”
그야말로 서로의 인생을 건 베팅에 윤기는 씨익 웃으며 원희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아마 이제 너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있으면 바로 연락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올 테니까.”
“윤기야….”
분명 윤기와 원희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윤기는 언제나 뒤끝 없이 원희를 대했기에, 원희는 이번 일에도 다시 한번 윤기에게 감동했다.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어디 어디에 털 엄청 많이 나겠다.”
“안 났거든!”
“어? 안 났어? 그럼 더 큰일 아냐?”
또다시 투닥거리는 원희와 진수.
결국, 원희는 복귀 시간이 거의 다 되고 나서야 위병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원희의 원래 부대는 그야말로 폭발했다.
따라서 원희는 같은 전방이지만, 다른 연대로 발령이 된 상황.
그렇기에 원희는 자대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전혀 모르는 내무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희 군,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최윤기 회장이 아니라 무조건 나에게 연락을 주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의 불편함을 해소해 줄 테니까. 응?]내무실에 오기 전, 원희는 사단장과 사단장실에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원희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던 사단장.
그야말로 절박한 부탁에 원희는 무조건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이후로도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과도 커피를 마셨다.
이유는 사단장과 모두 동일.
그렇게 원희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야 겨우 내무실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아, 아저씨는 저 자리예요. 일단 오늘은 그냥 주무세요.”
새로이 만나게 된 내무실 병사들은 원희를 배척하지는 않았지만, 대단히 어려워했기에 자연스러운 아저씨 취급이 나왔다.
‘뭐…, 어쩔 수 없나.’
속으로 쓴웃음을 지은 원희였지만, 대답은 우렁차게 했다.
“예! 알겠습니다!”
약간의 짐만 풀고, 자리에 누운 원희.
하지만, 무려 다섯 잔이 넘는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윤기 덕분에 배우게 된 사회성이 지금은 조금 독이 된 느낌?
그렇게 새벽까지 뜬눈으로 지새운 원희는 다음 날 살짝 퀭한 상태로 눈을 뜨고, 점호를 받고, 아침을 먹었다.
마침, 원희가 복귀한 다음 날은 일요일.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원희는 여러모로 난감함을 느꼈다.
‘으음…, 이거 좀 애매한데? 이거 전역할 때까지 이러고 살아야 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
그런데, 원희에게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아, 아. 각 내무실 2명, 당직실로 올 수 있도록.]원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려고 했지만, 말년병장이 막았다.
“아, 아니에요! 아저씨는 그냥 있어요!”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저기 두 명 갔잖아요.”
이미 내무실 바깥으로 튀어 나간 막내 두 명을 보며, 원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아 부동자세를 취했다.
“아저씨, 진짜 이럴 필요 없다니까요? 우리 내무실 애초에 이렇게 빡세지도 않고, 아저씨는 더 그럴 필요 없어요.”
‘아, 미치겠네.’
이렇게 원희가 당황하고 있을 때, 당직실로 뛰어갔던 병사 두 명이 큼지막한 박스를 하나 가지고 들어왔다.
“야, 그거 뭐냐?”
말년병장의 물음에 막내 두 명이 침상 위에 상자를 내려놓고는 외쳤다.
“예! 최윤기 회장이 이원희 이병 우리 부대에 전입했다고 내무실 전체에 최신형 TV 돌렸습니다!”
“어?”
말년병장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박스를 바라보았다.
“일단 설치하라고 하십니다. 설치해도 되겠습니까?”
“어? 어어….”
잠시 후, TV가 설치되자, 기존의 작은 흑백 TV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크고 깔끔한 컬러 TV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오오…, 오오오!”
컬러로 나오는 연예인들의 모습.
그렇기에 내무실 모든 인원의 눈길이 선명하게 컬러 TV를 핥고 있었다.
[아, 아. 각 내무실 1명, 당직실로 오도록.]컬러 TV에 대한 감동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당직실로 오라는 방송.
이번에 원희는 누구보다도 빨리 당직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어…? 아, 아저씨. 그건 또 뭐예요?”
말년병장의 물음에 원희가 바둑판을 비롯한 보드게임들을 내려놓으며 외쳤다.
“예! 제 친구가 오락거리도 같이 보냈습니다!”
바둑판, 체스판, 장기판은 기본에 각종 보드게임까지.
내무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원희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보드게임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와…, 이게 반입이 된다고?”
“이거 있으면 이제 주말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지 말입니다?”
월급이 50퍼센트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런 걸 공짜로 받는다는 것은 또 다른 감동.
그렇기에 내무실 사람들은 원희를 향해 쭈뼛거리며 말했다.
“아저씨, 고, 고마워요.”
“맞아요. 고마워요.”
하지만, 원희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외쳤다.
“아닙니다! 제 친구가 보내 준 거지, 제가 산 것이 아닙니다!”
“에이, 그래도 아저씨가 여기 있으니까 보내 준 거잖아요.”
말년병장조차도 원희와의 벽이 꽤나 허물어진 듯, 아까보다는 훨씬 편한 어조로 원희를 향해 말했다.
그야말로 감동의 파도가 부순 마음의 벽.
하지만, 클라이맥스가 남아있었다.
[각 내무실 1명 당직실로 올 것.]이번에도 원희는 누구보다도 빨리 당직실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와아아아앗!!]]]]]원희의 내무실뿐만 아니라, 막사 전체가 군인들의 함성으로 뒤흔들렸다.
“우와! 게임기!”
놀랍게도 윤기는 아예 게임기까지 부대에 기부했다.
옛날, 정태룡이 한번 한국에 게임기를 유통하려 했지만 실패한 상황.
하지만 게임기는 한국에도 조금이지만 유통되고 있었다.
보따리 상인들이 일본에서 가져오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게임기는 10~20대에게 큰 관심을 끄는 물건이었는데, 윤기가 통 크게 막사 전체에 게임기를 돌린 것이다.
“와, 씨! 아저씨, 도대체 뭐예요? 나는 아저씨가 부대 폭파시킨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좋은 일만 생겨?”
흥분에 찬 말년병장의 말에 원희가 다시 우렁차게 외쳤다.
“저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윤기가 눈치를 채서 그렇게 됐습니다!”
윤기의 탓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실을 전달한 원희.
그렇기에 말년병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아저씨가 찌른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어? 도대체 뭐지? 그 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드디어 말년병장을 비롯한 내무실 사람들은 원희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볼 정도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드는 것은 물질 아니겠는가?
윤기의 선물 공세 덕분에 원희는 부대에서 겉돌지 않게 되었다.
* * *
“아싸! 대대장님이 우리 내무실 주말 동안 외박 나가래!”
원희가 전입 온 지 일주일.
전역이 한 달 남은 말년병장이 환호성을 치며 내무실에 들어오자 내무실 인원 모두가 시선을 모았다.
“어? 그거 원희 덕분입니까?”
내무실 2인자의 물음에 말년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원희 적응도 시킬 겸 놀러 갔다 오라더라.”
“와 씨, 진짜 원희 복덩이!”
“이병! 이! 원! 희!”
2인자는 원희를 끌어안았고, 다른 인원들 역시 원희에게 달려가 얼싸안으며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폐급인 줄 알았는데 에이스네!]윤기가 엄청난 선물 공세를 한데다가, 원희는 뛰어난 사회성으로 막내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일주일도 안 지난 지금, 원희는 한 1년 정도 같이 생활한 것처럼 내무실 인원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원희는 내무실 인원들과 함께 외박을 나가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시작해서 일요일 저녁에 끝나는 외박.
말년병장은 희희낙락하며 콜택시 6대를 불렀다.
그야말로 부대 앞에 우람하게 선 택시 6대.
“아저씨, 춘천으로 가 주세요.”
원희를 끼고 탄 말년병장은 기사를 향해 하이 텐션으로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뚝 떨어진 텐션의 목소리였다.
“춘천 안 가.”
“예? 왜요?”
어이없어하는 말년병장을 향해 택시 기사가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양구 말고 다른 데는 안 가.”
“예?”
이것이 바로 상인회의 방법.
상인회는 택시 기사들과 연합했고, 이를 통해 병사들이 양구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을 최대한 막고자 했다.
시대가 80년대니 당연히 가능한 일.
그렇기에 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춘천 안 간다는 데 이거 어떻게 합니까?”
조 병장의 말에 말년병장이 고민에 빠졌다.
“아, 씨, 이거 어쩌지…?”
“그냥 새 택시 부르지 말입니다.”
“그래 봤자 다 똑같은 놈들 아니겠냐? 우리가 여기 하루 이틀 겪어 봐?”
“그런데, 여기서 놀 이유가 없잖습니까. 당장 휴가 갔다가 복귀한 애들 말 들어보면 음식값이고, 술값이고 엄청 올랐다는 데 말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월급이 올랐어도 이 새끼들한테 돈 써 주는 건 안 됩니다.”
“그런데 나갈 방법이 없잖냐. 버스라도 탈까?”
상인회는 이미 버스까지도 계획을 세워 둔 상태였다.
군인들이 버스를 타려고 하면,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버스에 먼저 타 버리는 방법.
만약 말년병장이 내무실 인원들을 이끌고 버스를 타러 간다 해도, 절대 버스를 타지 못할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상인회의 계획을 몰랐기에 말년병장은 버스를 제안했고, 조 병장은 제안에 동의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기 전에 구원자가 나타났다.
“어…? 저건 윤기 아버지인데…?”
말년병장과 조 병장의 귀에 들린 원희의 중얼거림.
윤기 아버지 = 와이케이 그룹의 상왕.
따라서 말년병장, 조 병장을 포함한 모두가 원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향해 눈을 돌렸다.
[[[[[엥???]]]]]모두가 당활할 수밖에 없는 광경.
그것은 다름 아닌, 최철호를 비롯한 최철호의 친구들이 화물용 자전거의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는 모습이었다.
“종로의 자전차왕들…?”
원희는 윤기에게서 들은 최철호의 별명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