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48)
#448화 큰 선택 (2)
그야말로 벙찐 표정을 짓는 일본 총리.
하지만, 레이건은 그런 일본 총리를 무시하고, 다른 나라 대표들과 악수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치, 칙쇼…….”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부들부들 떠는 일본 총리의 모습.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의 대표들은 한 가지 확실한, 정치적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아니, 미국의 공화당은 일본과 척을 질 생각이다.]물론, 레이건 개인의 행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공화당은 레이건을 필두로 아주 똘똘 뭉친 집단.
더불어서 레이건의 후계자로 낙점된 조지 H.W 부시 역시 레이건의 이러한 스탠스를 이을 가능성이 대단히 컸다.
따라서 지금 레이건의 행동은 각 나라의 대표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전달한 것이다.
[내가 일본한테 어떻게 하는지 봤지? 알아서 행동해라.]현재 미국의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최강대국.
냉전을 진행 중이던 소련은 사실상 미국에 백기를 들었고, 거품 경제를 통해 ‘2위 경제 대국’을 자랑하던 일본 역시 거품이 꺼지기가 무섭게 ‘엔화’라는 준기축통화를 잃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국가가 몇이나 될까?
물론, 레이건처럼 일본 총리와의 악수를 면전에서 거절하는 대표는 없었지만, 레이건의 앞에서 감히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중국 대표는 이러한 일본 총리의 상황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 * *
“일본이 과연 이대로 무너질까?”
청와대 N의 집무실.
N은 윤기와 YS를 향해 현실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무너진다의 기준을 어느 정도로 잡고 계시죠?”
윤기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N이 아닌 YS였다.
“아주 그냥 개쳐망하는 수준을 말하는 거지.”
간절함이 가득 담긴 YS의 목소리.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그건 힘들죠.”
“역시, 그렇지?”
YS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일본은 버블 경제를 통해서 나름대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키워 냈어요. 따라서 이 부분을 통해서 먹고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일본은 세계를 상대로 기술 사기를 치긴 했다.
하지만, 일본이 정밀 생산과 관련해서 현재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정밀 제품에 관한 생산을 위탁하는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일본에 계속해서 생산을 의뢰했다.
물론, 예전과 똑같은 상황은 절대로 아니다.
수주 가격이 그야말로 곤두박질을 쳐버렸으니까.
종전에 수주를 통해 얻는 이익이 10이라면, 지금은 2도 되지 않는 상황.
더군다나 살아남은 것은 초정밀, 그리고 정밀 생산뿐이고, 기타 일반 생산과 관련해서는 소련과 대한민국이 고스란히 흡수했기 때문에 일본의 제조업은 그야말로 폭발 수준의 타격을 받았다.
“음~, 굳이 표현하자면, 일본은 197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게 될 거예요.”
아마 P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70년대의 대한민국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60년대에 비해서는 그래도 확실히 먹고 살기는 쉬워졌지만, 근본적인 부족함을 느끼는 시대.
실제로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는 문화 산업이 발전한 것은 거품 경제 시절의 ‘무한한 돈’이 한몫했다.
사람은 잉여 생산물이 남으면 그 잉여 생산물을 통해 쾌락을 추구하는데, 버블 시절의 일본은 잉여 생산물이 넘치던 국가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일본 국민들은?
통장까지 압류당한 상황에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돈을 쓸 수 있을까?
없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마저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필품을 제외한 부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70년대 초반의 우리나라라면 너무 후한 거 아닌가? 60년대 후반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YS의 엄격, 근엄, 진지한 평가에 윤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요. 어쨌든, 일본은 현재 전 국토에 원폭을 맞은 것과 같은 상황이에요. 물론, 물리적인 원자폭탄이 아니라, 경제적인 원자폭탄이라는 것이 다르지만요.”
씨익 웃는 윤기의 표정에는 만족감이 넘쳤고, 이를 바라보는 YS의 표정에서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일본은 이제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겠군요.”
N 역시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들이 한가해지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절대로 쉬지 않으니까.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집무실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지고, 비서실장이 엄청난 소식을 하나 들고 왔다.
“각하, 중국에서 한·중 수교를 요청해 왔습니다!”
“중국에서 우리와의 수교를 요청했다고?”
내용을 확인하듯 묻는 N의 모습.
하지만, 비서실장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
“그게…….”
“그게?”
“대만과의 단교가 조건입니다.”
* * *
되게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한국은 대만과 수교를 한 사실이 없다.
이유는 매우 간단.
1948년, 한국은 중화민국과 수교하지만, 이 정부가 대만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후, 세계는 대만으로 옮겨간 정부가 아닌, ‘베이징의 정부’가 중화민국의 정통임을 인정한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중화민국’과 수교를 했기 때문에 대만과는 수교한 적이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일 뿐.
1989년 12월 말인 현재 시점에서 중화민국 대사관이라는 이름의 대만 대사관은 버젓이 운영 중이었다.
‘원래 역사에서 우리가 대만하고 단교하는 게 언제더라?’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윤기지만, 노가다하던 시절에 배우지 않은 것을 기억해낼 수는 없는 노릇.
안타깝게도 윤기는 공식 단교가 언제 진행되었는지 몰랐다.
물론, ‘크게’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기에 상관없지만, 정확한 연도는 1992년.
원래 역사보다 햇수로 3년 빨리 한·중 수교가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이미 두 가지 결심을 한 상황이었다.
하나는 역사의 큰 흐름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흐름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다른 나라에 굴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한·중 수교가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였다.
‘그나저나 요구 조건이 정말 대단한데?’
중국이 대한민국에 요구한 수교 조건.
대만과의 단교.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대만의 물건들은 중국과의 수교 후, 중국의 물건으로 인정할 것.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 중국은 대만 대사관을 고스란히 중국 대사관으로 바꿔서 사용한다.
대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는 상황.
하지만, 이 당시 한국은 중국과 수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10억이 넘어가는 인구가 가진 수출 시장, 10억이 넘어가는 잠재적 관광객, 더불어서 친미 스탠스를 취하는 중국의 태도.
따라서 원래 역사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행동은 딱히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당장 한국은 대만과 단교를 한 국가들 중 사실상 최후의 대국(?)이었으니까.
2020년 기준, 대만과 수교 중인 국가는 불과 15국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15국 모두 세계 최빈국, 혹은 국가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수준의 집단뿐.
따라서 대만과의 단교는 거의 UN의 가입 수준만큼이나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가 누군가?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인물.
그렇기에 윤기는 N과 YS를 향해 게슴츠레한 눈을 뜨며 말했다.
“두 분, 설마 혹하신 것은 아니죠?”
“엉? 자네 설마…?”
눈을 동그랗게 떤 N의 모습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수교를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인데요?”
“컥! 어째서?”
깜짝 놀라는 N은 물론이고, YS조차도 상당히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뜬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레이건에게 했던 설명을 N과 YS에게도 적절히 풀어서 해 주었다.
중국에 경제를 의존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말이다.
지금까지 일본에 대해서는 아주 상세하게 N과 YS에게 설명해 주었던 윤기였지만, ‘대 중국 전략’에 대해서는 설명해 준 적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N과 YS는 윤기에게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흐으음…, 과연…. 확실히 가능성이 있는 말이야.”
“허어…, 당장의 이익은 확실하지만, 미래에는 멱줄이 잡힌다는 건가….”
‘당장의 이익’이라는 YS의 말을 윤기가 정정해 주었다.
“그 당장의 이익도 소수만 보는 거죠.”
“소수만 본다고?”
“네, 쌀값 떨어진다고 유통업자들이 판매가를 낮추던가요? 중국과 교역을 시작해 봤자 이익을 보는 것은 상류층이지, 서민이 아니에요.”
“음…?”
“잘 생각해 보세요. 미국은 타국과 교역을 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어마어마한 경제 대국이 되었죠. 하지만, 소득의 양극화는 어떻게 되었죠? 어마어마하게 벌어졌잖아요? 그렇다는 것은 교역을 통한 소득의 거의 대부분을 상류층이 가져갔다는 이야기가 돼요.”
80년대를 기준으로 설명하려다 보니 미국을 거론해야 했지만, 한국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더욱 쉬워진다.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시작한 것은 1992년.
이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천 달러였다.
그리고 2019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3천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이 4배가 되었지만, 1992년과 2020년을 비교했을 때 서민들의 연간 소득은 4배가 되었을까?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는 건?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뜻이고, 실제로 대한민국의 양극화는 어마어마하게 심해졌었다.
“뭐, 우리가 다른 재벌들과 결탁한 존재라면 지금 쌍수 들고 수교해야죠. 그래야 중국 인민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해서 그 차익으로 우리가 부자가 될 수 있으니까요.”
“어…, 음…, 그게 또 그렇게 표현이 되네…?”
YS는 살짝 충격을 받은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좀 웃기지 않아요? 아프리카에서 값싼 임금 주고 생산한 메이커 신발 회사는 욕하고, 동남아에서 값싼 임금 주고 생산한 메이커 신발 회사에는 별말 없는 걸 보면 말이에요.”
“으음….”
N 역시 신음을 내며 윤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중국에 고개를 숙일 생각도 없고, 전 세계의 돈을 제 곳간에 집어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것도 아니에요. 제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관심. 그건 두 분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드디어 N과 YS가 쓴웃음을 지었다.
윤기를 통해서 대부분의 물욕을 채운 상황이었기에 N과 YS 역시 윤기처럼 ‘명예욕’을 더 중시하게 된 것이다.
“저는 말이죠. 자손 대대로 모두가 제 이름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인생을 원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나도 그게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드는걸?”
N과 YS의 의견을 확인한 윤기가 최종적으로 둘을 향해 상황을 요약했다.
“우리가 중국과 수교를 하는 순간 우리 역시 이익을 보겠지만, 우리를 제외한 부유층들이 차이니즈 머니를 통해서 세력을 키워서 우리에 맞설 수도 있어요.”
짐짓 고개를 끄덕이는 제스처를 취한 후, 말을 잇는 윤기.
“만약, 그들의 재산 총합이 저의 재산을 뛰어넘는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의 자리를 잃게 되겠죠.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꼭두각시 정부를 한국에 세우고 싶어 할 테니까요.”
N과 YS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윤기의 재산을 통해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하고 있는 상황.
더불어서 대한민국의 서민들 역시 윤기가 1등 재벌인 것이 무조건 나을 수밖에 없었다.
소득 양극화를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재벌은 윤기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윤기는 말을 살짝 끊고 씨익 웃었다.
“수교하지 말죠?”
“자네 말이 맞는 것 같군.”
“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한·중 수교.
세계는 서서히 원래 역사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이 딱히 대만과 친해질 역사의 분기점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윤기의 최종 목표는 어디까지나 한국, 북한, 소련, 아프리카였으니까.
* * *
아침.
잠에서 깬 윤기는 거실로 나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따끈한 커피.
동시에 윤기는 커피 옆에 놓여있던 신문 역시 집어 들었다.
꿀꺽.
윤기의 목구멍으로 따끈한 커피가 넘어가는 소리가 주변에 낮게 울려 퍼졌다.
평범한 흐름대로라면 지금쯤 ‘푸핫!’ 하고 신문지에 커피를 흩뿌려야 정상.
하지만, 신문에 나온 특종은 윤기가 생각하던 범주에 들어가 있었다.
[중·일 동맹 선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