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49)
#449화 가자, 아프리카로 (1)
“이럴 줄 알았지.”
애초에 UN 회담장에서 레이건한테 일본 총리를 무시해 달라는 부탁을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레이건 역시 일본 총리가 굉장히 기분 나빠하리라는 것을 알았겠지.
하지만, 일본이 중국과 동맹을 선언할 거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중국, 일본, 세 개의 국가는 서로 친해지기 어려운 이유가 각각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미래의 지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인물.
실제로 미래의 일본은 미국을 은근히 멀리하면서 중국을 찬양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기도 하는데, 윤기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행동의 시기가 빨라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었다.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일본의 기업들이 중국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를 거절하여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할 여지를 아예 차단했다.
물론, 일본은 1972년에 중국과 수교를 한 상황.
하지만 버블 경제를 통해서 막대한 부를 영위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열세에 놓인 상황이었기에 지금의 동맹 선언은 기업가들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같았다.
[일본의 기업들이여, 중국으로 진출해라.]90년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중국의 인건비는 일본 입장에서 꽤나 군침이 도는 것이 당연한 상황.
버블이 붕괴하면서 일본 자체의 인건비가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중국과는 엄청난 격차가 있었고, 더군다나 일본은 ‘품질’에 대한 의혹을 계속해서 받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 기업과 연수해서 일본의 기술로 ‘메이드 인 차이나’를 만드는 것.
분명 단기적으로 보면 일본의 기업가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하긴, 생각해 보니까 기업가들은 손해를 안 보겠네.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거지.’
어깨를 으쓱한 윤기는 신문을 내려놓고는 커피를 즐겼다.
“회장님, 거스터 님의 전화입니다.”
가사 도우미의 말에 윤기는 무선전화기를 건네받아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했다.
“제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주신 건가요?”
윤기와 거스터가 현재 있는 곳의 시차는 대략 12시간 차이.
하지만, 거스터의 목소리는 대단히 급박했다.
[방금 애치슨 라인이 수정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 *
애치슨 라인.
이것은 미국의 ‘극동방위선’을 이야기한다.
일본과 필리핀을 포함해서 선으로 긋는 일종의 면적 개념.
인터넷에 ‘애치슨 라인’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올뿐더러, 그냥 선 하나 그어져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거스터가 보여 주고 있는 애치슨 라인은 ‘한국인들이 꿈꾸던’ 애치슨 라인이었다.
“일본이 제외되었네요?”
윤기는 거스터의 연락을 받기가 무섭게 곧장 미국으로 날아왔다.
애치슨 라인이 중요한 안건이기도 했지만, 거스터가 불렀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윤기는 유선상으로 설명을 따로 들은 것 없이, 지금 처음으로 거스터와 애치슨 라인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래. 일본이 중국과의 동맹 선언을 하자, 레이건 대통령이 분노했다고 하더구나.”
레이건은 분명 일본 총리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더불어서 미국은 일본의 버블이 붕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
그렇기에 레이건은 일본이 미국에 다시 수그리는 게 아니라, 중국과 손을 잡았다는 것에 대해 대단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 결과가 바로 애치슨 라인의 재설정.
“그래서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이 포함된 거군요.”
새로 설정된 애치슨 라인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만족할 만한 라인이었지만, 각 국가의 군사전문가가 보면 대단히 기묘한 라인이었다.
‘대한민국’의 영토와 영해는 포함되어 있지만, 일본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모습.
그렇기 때문에 지도에 그려진 선이 매우 꿀렁거리는 느낌이었다.
“소련을 사실상 조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지. 소련, 그리고 북한이 우방이라는 사실을 두고 보면 불가능한 라인은 아니야.”
실제로 현재 소련은 미국이 하는 말에 그다지 태클을 걸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조 파트너’로까지 선정된 일종의 동맹.
물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냉전을 통해 으르렁거렸던 관계였기 때문에 완벽을 보증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누군가가 유도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만…, 할아버지가 들었다는 표현을 썼다는 거로 봐서는 애치슨 라인의 재설정을 논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상황을 눈치챈 윤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애치슨 라인의 재설정을 알려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내가 너를 여기로 부른 거다. 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녀석이 있으니까.”
“저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윤기를 향해, 거스터가 대단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진중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너도 알다시피, 이제 나도 늙었다.”
윤기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고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왜냐하면, 거스터의 표정이 정말로 심각했으니까.
“헨드릭을 비롯해서 다른 녀석들이 일을 잘해 주고는 있다지만, 그 녀석들로는 아직 부족해. 그리고 나는 그 녀석들이 제대로 자랄 때까지 버티는 게 아무래도 힘든 상황이고 말이다.”
고령으로 접어든 지 오래인 거스터는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꽤 시간이 지난 상황.
그렇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실시간으로 들었을 이번 애치슨 라인의 재설정도 ‘누군가’에게서 전달받아야만 했다.
“물론, 내가 늙은 몸이나마 이끌고 계속해서 현장에서 뛸 수도 있겠지.”
윤기는 즉각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정말 쉬셔도 돼요. 지금까지 해 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의 은혜를 입었으니까요.”
진심만이 담긴 윤기의 눈빛에 거스터는 고맙다는 듯이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말만 들어도 고맙구나. 정말 고맙다면, 증손주를 안겨 줬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음…, 계속 노력 중이기는 한데, 아직 소식이 없네요. 저랑 메릴, 둘 다 딱히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에요.”
윤기의 말은 진심이었다.
매일 매일 최고의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정말 아이란 신이 점지해 주는 것일까?
윤기와 메릴 사이에서는 도통 소식이 없었다.
물론, 그것 때문에 둘이 비관하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은 절대 아니지만 말이다.
“음…,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다면야 어쩔 수 없겠지.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거스터의 표정이 다시 진지하게 바뀌었다.
“내 뒤를 이어서 너와 미국의 사이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녀석이 필요해. 은퇴한 이후로 그 인물로 누가 적합할지 여러모로 따져 보았는데, 너라면 내가 누구를 후보로 두었을 것 같으냐?”
“그 후보 중에 제가 아는 인물들이 있나 보죠?”
“그렇지. 네가 아는 인물 중에서 한번 떠올려 보려무나.”
윤기는 즉각적으로 셋을 떠올렸다.
“일단, 조슈아와 메이슨을 거론할 수 있겠네요.”
조슈아는 FBI의 국장, 메이슨은 CIA의 국장.
“그래, 조슈아나 메이슨이라면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녀석들이긴 하지. 하지만, 그 녀석들로 미국의 행동을 유의미하게 조종하는 것은 불가능해.”
“예, 그래서 저도 ‘후보’의 개념으로 말씀드린 거죠.”
“네가 생각한 후보가 더 있느냐?”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사람을 더 언급했다.
“레이건 대통령이겠죠?”
레이건의 임기는 1990년 3월에 종료된다.
따라서 3월부터 레이건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되는 상황.
물론, 은퇴 이후에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분명 후보에 들어가기에 적합했다.
“그래, 레이건도 후보에 두었었지. 하지만, 레이건은 네가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걸 알아야 해.”
“레이건은 누구 밑에 둘 수 있는 인물이 아니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대통령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통령이 되기 훨씬 이전부터 후원을 해 주고, 킹 메이커가 되었다면 모를까, 스스로의 역량으로 대통령이 된 인물, 그것도 노회한 능구렁이 같은 레이건을 밑에 두고 부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레이건이 윤기에게 우호적인 이유는 어디까지나 윤기가 물질적인 이득과 더불어서 언변이 뛰어나서지, 결코 윤기를 자신의 주인으로 생각해서가 아니었으니까.
“그래, 잘 아는구나. 그래서 레이건 역시 제외했다. 아무튼, 그 셋 정도면 네가 당장 떠올릴 수 있는 후보들이겠지.”
물론, 헨드릭을 비롯해서 빌 게이츠 등, 여러 인물이 별도로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레이건은 고사하고 조슈아나 메이슨하고도 비교가 되지 않는 자들.
그렇기에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제가 모르는 인물을 선택하셨다는 얘기로군요.”
“네가 면식 정도는 있을 수 있는 인물이지.”
“일단 만나 봐야 알겠군요.”
“그래, 내가 정말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다. 그러니, 단 한 가지만 기억하거라.”
윤기는 경건한 자세로 거스터의 뒷말을 기다렸다.
“이자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인물이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표현에 윤기는 상대가 어떠한 부류의 인물인지 눈치챌 수 있었다.
“걱정 마세요. 그런 인물을 상대하는 거야말로 제 특기니까요.”
“그렇다면 되었다.”
거스터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고, 이어서 자신이 선택한 후임이 누구인지 말해 주었다.
* * *
거스터가 언급한 자신의 후임.
그것은 다름 아닌 레이건, 아니 공화당의 최우수 참모인 폴슨이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폴슨은 오른손 검지와 엄지로 안경을 고쳐 쓰며 윤기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어서 앉으시지요.”
상석에 앉은 거스터.
윤기와 폴슨은 각각 3인용 소파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자였구나.’
폴슨은 자신, 그리고 자신의 집단에 대한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레이건의 행동을 조종했고, 이것은 항상 윤기에게 이득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폴슨은 그 단계를 넘어서서 아예 윤기와 영합할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
지금까지 윤기의 행보는 하나같이 극단적인 ‘친 공화당’ 행보.
그렇다는 것은 윤기와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욱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거스터 님을 통해서 말씀드린 만큼, 많은 사실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와 거래를 하시죠. 저는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폴슨을 향해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글쎄요…. 그전에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죠. 어떻게 하다가 저한테까지 도달하게 되신 거죠?”
“본선까지 올라온 사람한테 너무나도 쉬운 문제 아닙니까?”
폴슨은 씨익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와이케이 그룹의 주인은 삼우의 최기현 회장님, 혹은 콜슨 전 준장님이 되겠지요. 좀 더 확장하면 거스터 님이 될 테구요.”
윤기는 대답 대신 물끄러미 폴슨을 바라보는 것으로 경청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세 분은 은퇴를 바라봐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후계를 결정하거나, 사업의 자동화를 꾸며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업체를 CEO 체제로 전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거나 말이죠? 그런데 와이케이에는 이러한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폴슨은 이번엔 왼손 검지와 엄지로 안경을 고쳐 썼다.
‘어쩐지 신호준 국장이 떠오르는군.’
JSD의 최측근이었으며, 현재 국정원의 원장을 맡은 신호준.
그가 떠오른다는 것은 폴슨이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방증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와이케이의 간부진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인데, 와이케이 간부진들의 영입 시기를 생각해 보면 그 또한 모호합니다. 처음에는 류근태 사장이 일종의 흑막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류근태 사장이 시종일관 당신을 따라다닌 것이 아니란 말이죠?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는 최윤기 회장님의 특성상 생각을 대신 해 주는 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불가능한 전제입니다.”
실제로 윤기는 소련, 미국, 일본을 뛰어다니며 엄청난 현장 경험을 가졌다.
반면, 윤기의 측근들은 거의 대부분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흑막 같은 존재가 윤기를 실시간으로 자유로이 조종할 수 있을까?
SNS나 채팅 어플이 존재하지 않는 80년대에?
“그렇기에 저는 당신 그 자체가 와이케이를 일궈냈다는 결론에 이른 것입니다. 더불어서 당신이 돈보다는 좀 더 큰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것은 바로 관심!”
“호오….”
윤기의 감탄에 폴슨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마지막 말을 이었다.
“당신은 상당한 수준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중국과의 수교를 거부한 것도 엄청난 선택이에요. 제가 재벌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재벌이라면 중국과의 수교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항이었지만, 윤기는 그러지 않았다.
“말이 너무 길어졌군요. 당신은 관심을 원하시지요? 물론, 돈도 버시기야 하겠지만, 돈은 당신 입장에서 부차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폴슨이 자신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긴 했지만, 윤기는 그런 폴슨이 싫진 않았다.
윤기 입장에서는 폴슨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보였으니까.
“당신의 생각대로 저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윤기가 선수를 치자, 폴슨의 목소리 톤이 한층 더 밝아졌다.
“그렇습니다. 저는 돈을 원합니다. 정치인으로서 로비를 통해 벌 수 있는 돈이 아닌,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돈을 말이지요. 물론, 그 천문학적인 돈도 당신이 가진 돈에 비하면 얼마 안 되는 돈이겠지만,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엄청난 돈이 될 겁니다.”
눈을 빛내는 폴슨을 향해 윤기가 화끈한 베팅 의사를 보였다.
“당신이 하기에 따라서 저는 당신에게 10억 달러 이상의 금액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지요.”
폴슨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효용을 물으시는 거죠? 이미 제 효용은 넘칩니다. 저는 다음 대통령이 될 조지 H.W 부시의 정부에서도 참모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