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51)
#451화 앙골라를 골라 (1)
“회장님은 정말로…, 중국과는 절대로 교역을 하지 않을 생각이시군요.”
“중국의 투자 방식이 바뀐다면 혹시 모르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중국과 교역을 할 일은 절대로 없어요.”
2020년을 기준으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95퍼센트를 담당한다.
80년대까지는 그래도 미국이 희토류를 상당히 많이 생산했지만, 80년대부터 중국이 희토류의 저가 정책을 밀고 나가자, 미국 역시 중국으로부터 희토류를 구매하고, 자국의 희토류 산업을 철수한다.
왜?
희토류 생산은 가뜩이나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미국은 자국 내 인건비가 비싼데, 중국이 저가 정책을 밀고 나왔으니까.
더불어서 중국이 희토류 저가 정책을 밀고 나갔기 때문에,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수교를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희토류’라고 하면 도대체가 희토류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중단한다면, 한동안은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은 95퍼센트 감소할 것이다.
좀 많이 과장해서 말한다면, 100명 중 95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중단한다면 다른 국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희토류 생산을 다시 시작하겠지만, 적어도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희토류 생산 95퍼센트를 담당한다는 것이 중국에 압도적인 힘을 부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중국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 반드시 합작해야 하고, 투자 회사의 지분은 49퍼센트까지밖에 가질 수 없으니….”
중국 투자의 근본적인 문제.
그것은 바로 외국 기업이 절대로 온전히 자국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더불어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을 합작사와 공유해야 하는데, 합작사가 뒤통수를 칠 경우 기술을 고스란히 빼앗기게 된다.
물론, 기술만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합작사는 투자사의 회사를 고스란히 뺏어서 우량 기업을 손쉽게 얻는 수준에까지 이르니까.
소송을 걸어도 소용없다는 것은 이미 2000년대만 되어도 모두가 아는 사실.
다만, 지금은 아직 90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직 이러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물론, 폴슨은 그중 소수에 해당하는 인물.
“지금이야 다들 좋다고 달려들지만, 조만간 49퍼센트의 늪에 빠질 겁니다. 더군다나 중국의 법원은 중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겠지요. 사실상 이건 작전이 들어간 주식과 같은 겁니다. 개미는 빠져야 할 타이밍을 모르면 그냥 죽어야 하는 거죠.”
폴슨의 명쾌한 분석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셨어요. 하지만, 그것뿐인가요?”
윤기의 지적에 폴슨은 순간 놀랐다.
자신이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지를 내다보는 상대.
폴슨은 어쩐지 자신이 상대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회장님은 아마…, 미국과도 최종적으로는 척을 질 수 있는 분이시겠죠.”
사실, 폴슨조차도 윤기의 행보에 대해서 긴가민가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미국과의 관계.
미국과 척을 질 가능성도 분명히 있긴 한데, 윤기의 친 공화당 행보는 진짜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조금 과하게 말해서 ‘미쳤다’라고 할 수도 있는 수준.
물론, 이를 통해서 공화당 정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투자 대비 실익을 따지자면 폴슨은 약간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물론, 목적이 돈이 아닌 관심이라면 투자 효과는 확실했어. 효율이 나지 않는 것은 어디까지나 금전적인 부분에서만인데…, 진짜 이 사람은 내가 판단하기 어려운 사람이야.’
폴슨은 윤기의 답을 기다렸지만, 윤기는 빙글빙글 웃을 뿐 폴슨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경우의 수를 최대한 판단하면 폴슨의 추측이 맞았지만, 결코 그것을 확신시켜주지는 않겠다는 태도.
그렇기에 폴슨은 더욱 윤기를 어렵게 느꼈다.
‘이제 겨우 성인이 된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심계가 깊을 수가 있는 거지? 당장, 여자에 술에 헬렐레하는 것이 저 나이 아닌가?’
당장 미국 지성의 결정체인 아이비리그만 하더라도 술과 이성을 탐하는 남녀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윤기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가진 것을 다 가지긴 했다.
돈도 많고, 남부럽지 않은 아내와 결혼도 했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추구한다면 그럴 수 있을 텐데, 윤기는 그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남들과 달랐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이 원하는 돈은 책임지고 줄 테니까요.”
마치 속마음을 읽은 것 같은 윤기의 보증에 폴슨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일단 희토류 채취가 목적이라고 하신다면 어느 정도 당위성을 부여할 수가 있을 겁니다.”
“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겠죠?”
“예, 맡겨 주십시오. 해내겠습니다.”
다른 측근들과 달리 폴슨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내 효용은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해내느냐 못 해내느냐에 달렸단 말이지.’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알고 있는 폴슨을 향해 윤기가 하나의 안전책을 제공했다.
“만약 미국에서의 입지가 위험해진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저에게 충성하는 인재를 절대 버리지 않습니다.”
이미 나카야마라는 존재를 통해서 확인한 상황.
그렇기에 폴슨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윤기가 시킨 일에 전력투구하게 되었다.
* * *
폴슨이 작업에 들어가려면 사전 작업 역시 당연히 필요했다.
그렇기에 윤기는 레이건을 찾아갔다.
“어서 오게! 이제 곧 있으면 나는 뒷방 늙은이가 되는데, 새해가 되기 무섭게 이렇게 찾아오다니. 너무 고맙군.”
지금은 1990년 1월 5일.
드디어 시대는 90년대에 접어들었다.
5년만 지나면 사람들이 삐삐를 들고 다닐 것이고, 8년이 지나면 가정마다 펜티엄 컴퓨터가 놓일 것이며, 또 10년이 지나면 21세기가 되겠지.
그렇기에 윤기 역시 90년대가 되었다는 것에 대해 다소 격양된 기분을 느끼며 레이건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각하, 저에게 있어서 각하는 영원한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십니다. 이것은 각하께서 퇴임하신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게 아부성 멘트라는 것은 레이건 역시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 아부성 멘트도 호감 있는 사람이 한다면 효과가 환상적인 법.
그렇기에 레이건은 흡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곧 있으면 부시가 내 뒤를 이을 텐데, 당연히 그와도 제대로 된 접점을 만들어 둬야 하지 않겠나? 물론,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야.”
“혹시 각하께서 다리를 놓아 주실 수만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오, 그런가? 그렇다면 당연히 도와줘야지! 내가 조만간 자리를 잡고 자네에게 연락을 주겠네.”
레이건이 이토록 윤기에게 우호적인 이유.
이것은 레이건의 손목에 바로 그 증거가 매달려 있었다.
90년 기준으로 한화 3억 원을 넘어가는 최고급 브랜드 시계.
레이건은 윤기를 파트너로 삼으면서 정치인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산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러한 부러움에 대해 레이건 또한 당연히 만족했다.
자고로 사람이란 관심을 받고 사는 인물 아니겠는가?
윤기가 유난히 관심을 좋아하긴 하지만, 괜히 2020년의 사람들이 SNS에서 ‘좋아요’ 숫자에 목숨을 거는 게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각하께서 퇴임하신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제가 해 드렸던 부분에서 각하만큼은 이익을 보증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레이건은 자신을 포함해서 자신의 측근들까지, 윤기로부터 이익을 받았다.
그리고 원래라면 퇴임을 하는 순간 측근은 물론이고 자신 역시 이익의 대상에서 빠져야 했다.
하지만, 윤기가 자신만큼은 이익을 보증해 주겠다고 하자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자고로 권력을 놓게 되면 뒷방 늙은이가 되는 것이 필연적인데, 윤기는 그 뒷방 늙은이를 대접해 주겠다고 공언한 셈이니까 말이다.
“정말이지, 고맙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군. 정말 고맙네, 고마워.”
“혹시 각하께서 정말 챙겨 주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몇 명 정도는 추가해도 괜찮습니다.”
레이건은 정말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아, 왜 미국은 대통령을 두 번밖에 못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레이건과 윤기의 대화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오늘 같은 날 나와 이렇게 만나도 괜찮은가? 자네는 아내와 사이가 돈독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윤기의 대답에 레이건이 살짝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신이 먼저 한 말이라고는 해도, 윤기가 대놓고 ‘메릴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좋다’라고 대답을 했으니 당연한 일.
그렇기에 레이건은 살짝 흥이 식은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말해 놓고서 물어보기도 그렇지만, 왜인가?”
그러자 윤기는 아주 환상적인 대답을 내어놓았다.
“그래야 메릴도 각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 레이건은 입이 찢어지다 못해 귀에 걸리기까지 했다.
미국 정치계의 톱에까지 올랐던 노회한 정치인이었지만, 윤기의 혀에는 당할 수 없다.
‘영화의 명대사들이 정말 나에게 큰 도움을 준다니까?’
윤기가 지금 한 말은, 예전에 본 영화에서 나왔던 명대사를 나름대로 비튼 것이다.
그렇기에 효과가 아주 탁월했다.
헤벌쭉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레이건의 표정이 이를 증명했으니까.
“정말이지, 자네는 못 당하겠어. 그나저나 자네 혹시 이번에는 나한테 부탁할 것이 없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빨리 말하게. 2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 아닌가?”
가슴을 팡팡 치는 레이건을 향해 윤기가 죄송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제가 부탁을 해서 각하의 임기 마지막에 폐를 끼칠까 걱정이 됩니다.”
“어허! 이 사람이, 사람 서운하게.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빨리 말하게나. 내가 왜 자네의 부탁을 못 들어주겠어?”
레이건이 퇴임을 해도 레이건의 이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약속.
그리고 혀에 꿀이라도 바른 듯한 아부성 멘트.
덕분에 레이건은 윤기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안달인 상황이 되었다.
“각하, 그렇다면 조금 허황된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허황된 부탁? 자네가 할 만한 허황된 부탁이 있던가? 오히려 궁금하군. 빨리 말해 보게.”
호기심이 가득한 레이건을 향해 윤기가 쓴웃음을 짓고, 뒤통수까지 긁으며 말했다.
“그게…, 아프리카에 작은 국가를 하나 세우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주연 윤기에 조연 폴슨이 출연하는 영화가 드디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