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55)
#455화 구호 단체의 민낯 (2)
자선단체 임원의 연봉.
솔직히 말해서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것은 봉사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맞다.
물론, 이 봉사심으로 착취를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서 일선 봉사자한테는 월급 150만 원을 주면서 하루 14시간을 혹사시키는 방식 말이다.
특히 일선 봉사자들의 월급을 두고 대단한 논란이 일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자선단체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의 월급은 어느 정도 수준이 있을 필요가 있다.
상상 이상으로 노동 강도가 가혹하니까.
아무리 봉사심이 투철해도 자신의 삶이 유지가 되지 않으면 봉사심은 식기 마련.
그렇기 때문에 희망재단은 일선 봉사자들의 연봉이 타 재단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시궁창.
당장 유튜브에 올라오는 ‘현실적인 영상’을 보게 되면, 봉사자들에게 동정심이 갈 수밖에 없다.
취약자든, 장애인이든, 봉사자들이 하루 동안 겪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니까.
그렇다면 임원들의 연봉은 어떨까?
“아무도 대답이 없으신가요?”
미소를 지으며 묻는 최철규의 말에,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답했다.
“그것은 와이케이가 능력 있는 파트너를 원하는 것이지, 파트너에게 간섭할 생각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확해요!”
최철규는 대답을 한 직원에게 가산점을 주었다.
물론, 이 대답을 한 직원이 소속된 단체는 임원의 연봉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1990년대를 기준으로 한화 ‘억대’ 연봉을 찍는 간부가 수두룩했으니까.
실제로 2011년을 기준으로 캐나다에서 조사한 결과, 약 8만 개의 단체에서 6천 명의 간부가 12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가져갔다.
심지어 수백 명은 35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가져갔다.
자선단체의 간부가 한화 4억이 훌쩍 넘는 연봉을 가져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그렇기에 2020년이 되면서부터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자선단체가 몸을 키우면 키울수록 기부금이 기부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가지 않고, 간부의 인건비로 나가니까.
심한 경우는 기부금의 99퍼센트가 단체 운영비로 빠져나간다고 하니, 사람들이 자선단체를 불신할 만도 했다.
하지만, 최철규는 이러한 개인적인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우리 와이케이 그룹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지도가 좋은 파트너를 원합니다. 단순히 인지도가 있는 수준이어선 안 돼요. 좋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확히는 아프리카 전역이 아니라 남아프리카, 좀 더 좁히면 앙골라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는 단체를 원하구요.”
이 말로 인해 다시 단체 몇 개가 탈락되었다.
아프리카는 아주 넓은 대륙.
그런 만큼, 단체 하나가 아프리카 전체를 아우르는 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적임입니다!”
방금 대답했던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최철규를 바라보았다.
“호오, 그런가요?”
“예, 저는 루악이라고 합니다. 우리 단체는 현재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앙골라에서 다양한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죠. 만약 와이케이가 앙골라에서 활동할 것이라면 우리보다 뛰어난 단체는 없을 겁니다!”
프랑스 사람이지만, 미국 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루악.
이러한 루악의 말을 들은 최철규는 다른 단체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반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말을 꺼내지 않아도 눈빛으로 뜻을 전달한 최철규.
놀랍게도 반박하는 단체가 없었다.
“호오, 루악 씨의 단체에 상당한 힘이 있나 보군요?”
물론, 조슈아의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만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
그렇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 지금 반응들로 보아하니, 사실상 앙골라에서의 활동은 루악의 단체가 적임임은 분명해 보였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루악의 단체가 적임이야.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거잖아? 그러니까 보험은 준비해 둬야지.’
최철규는 이후로도 담화를 진행하면서 루악이 소속된 단체인 ‘메르시’를 제외하고도 두 개의 단체를 더 점찍어 두었다.
애초에 윤기가 원한 것은 단체 세 곳의 지정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음 날, 윤기가 직접 루악을 만나게 되었다.
* * *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루악은 윤기를 향해 ‘비쥬’를 하려고 했다.
흔히 ‘볼 키스’라고 하는 비쥬.
하지만, 윤기는 제스처를 통해 루악의 비쥬를 거절했다.
어떻게 보면 윤기가 결례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상황.
하지만, 이건 어떻게 보면 결례가 아니었다.
흔히 서양 사람들이 하자는 대로 안 하면 결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이 왜 결례일까?
동양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예의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는 힘을 가진 윤기의 법도를 따르는 것이 예의.
그렇기에 루악은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윤기의 가치를 생각하며 전혀 화를 내지 못했다.
“반가워요. 작은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앙골라에서 우리 와이케이가 활동할 때, 가장 확실하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단체일 가능성이 크다더군요.”
“과찬이십니다.”
예의 바른 루악의 말이었지만, 윤기는 일부러 짓궂은 말을 던졌다.
“과찬인가요?”
“예? 아, 아니, 그게….”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는 루악을 향해 윤기가 씨익 웃음을 던졌다.
“농담이에요.”
윤기가 소유하고 있는 사무실 중 하나에서 윤기와 최철규, 그리고 루악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자선단체 ‘메르시’의 미국본부장 루악.
그렇기에 루악이 가지고 있는 메르시에 대한 결정권은 꽤나 크다고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루악 씨가 소속된 단체가 앙골라에서 많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던데 맞나요?”
루악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는 내전 중인 앙골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 활동은 물론 각종 구호 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각종 구호 활동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요?”
“고아가 된 아이들의 임시 보호, 집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임시 거주지 건설, 기아자를 대상으로 한 식량 지원 등이 있겠습니다.”
“아주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이 모두가 우리 메르시를 믿고 지원해 주시는 기업들 덕분이지요. 저는 와이케이가 우리 메르시를 지원해 주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루악의 말이, 정말로 힘든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하는 말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최철규는 루악의 재무제표를 보았기 때문에 지금 루악의 말이 상당히 가식적으로 들렸다.
‘글쎄…, 젊은 사람들에게 봉사 정신을 강요하면서 푼돈으로 현장에서 굴리고, 너와 같은 녀석들은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1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고 있잖아?’
실제로 자선단체들은 각국 정부들의 도움으로 젊은 인력들을 아주 싼 값 혹은 무급으로 부리곤 했다.
왜냐하면, 아프리카에서 봉사한 경험은 취업에 도움이 되니까.
90년대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면, 2010년 전후를 생각해 보면 된다.
해외 봉사 경험 한 줄을 쓰기 위해 짧으면 3개월, 길면 1년을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는 대학생들.
이러한 인력이 없다면 자선단체들은 감히 간부들의 연봉을 올리지 못할 것이다.
당장 일선 봉사자를 구하는 데 인건비를 사용해야 할 테니까.
‘뭐, 내가 결정권자인 것은 아니니까.’
최철규는 그저 지금 상황을 관망하기로 하며, 윤기와 루악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나저나 고아가 된 아이들을 임시 보호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나요?”
기본적으로 윤기는 망명자들을 독립 국가에 받아들일 생각이었기 때문에, 난민이 된 앙골라 사람들 역시 경우에 따라서는 망명자가 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렇기에 묻게 된 질문.
그러자 루악은 대단히 뿌듯한 표정과 함께 윤기에게 대답했다.
“고아들은 우리 메르시의 지점이 존재하는 국가 중 입양을 희망하는 가정에 보내지게 됩니다.”
“입양을 보낸다고요?”
살짝 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루악이 손을 휘휘 저으며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대충 아무 가정에나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메르시에서는 입양을 원하는 가정에 대해서 아주 엄격한 검토를 통해서만 아이들을 입양 보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화목한 가정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 메르시에서 일하는 봉사자들의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호오….”
노가다 시절, 화목한 가정이라고는 경험해 본 적 없었던 윤기였기에, 윤기는 아이들에게 대단히 관대한 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메르시가 고아가 된 아이들에게 행복한 가정을 구해서 입양을 보내 준다니.
윤기는 메르시에 대해 조금이지만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간부들의 연봉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그 부분에 손을 대는 것은 명백한 월권 행위.
그렇기에 윤기는 고아가 된 아이들의 입양 부분만을 생각하며, 루악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혹시 괜찮다면, 아이가 입양된 가정을 한번 확인해 볼 수도 있을까요? 메르시의 업무 능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요.”
“그렇다면 아주 좋은 가정이 하나 있습니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자, 루악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가자는 건가요?”
살짝 놀란 윤기의 물음에 루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업무로 만난 한국인에게 배운 속담인데, ‘쇠뿔도 단김에 빼자’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회장님께서 궁금해하신다면 지금 보여 드려야죠!”
루악의 권유에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윤기는 속으로 상당한 수준의 의아함을 가지게 되었다.
‘해당 가정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지금 바로 쳐들어간다…? 이게 자선단체가 할 수 있는 행동인가…?’
하지만, 지금 이 의문을 드러내는 것은 메르시의 민낯을 볼 기회를 걷어차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윤기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약 40분 후.
루악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장소에서, 윤기는 그야말로 ‘귀엽다’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여자애가 입양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을 만나게 되었다.
* * *
“싸인 좀 부탁드립니다!”
윤기의 얼굴을 본 40대 미국 남성인 ‘샘’이 윤기에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종이와 볼펜을 내밀었다.
이유는 윤기가 단순히 돈만 많은 재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셀레브리티이기 때문.
애초에 에르메스 모델이었던 적도 있었던 데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진 윤기였기에 이러한 일은 종종 있는 편이었다.
물론, 윤기는 샘의 부탁을 받아들였고, 더불어서 샘의 아내인 ‘베라’와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렇듯 윤기에게 우호적인 샘과 베라였기에 메르시를 통해 입양한 딸인 ‘레나’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건 아주 쉬웠다.
“우리 레나, 너무 귀엽지 않습니까?”
직접 낳은 딸은 아니지만, 레나를 향한 샘의 사랑은 거짓 없는 진짜처럼 보였다.
한국을 기준으로 대략 4살 정도로 보이는 레나의 모습.
‘확실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을 생각하면, 피부가 아주 새까만 사람들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아프리카도 지역에 따라 인종이 구분되는데, 적도부터 시작해서 아프리카 남부까지는 피부색도 밝고 턱도 튀어나오지 않은 외형의 인종들이 대부분으로, 앙골라 역시 여기에 속했다.
‘확실히 나도 아직 선입견이라는 게 있구나.’
좀 더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윤기는 샘이 보여주는 레나의 사진들을 보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유지해 나갔다.
“이게 레나가 우리와 만났을 당시의 사진입니다.”
“입양 전 사진인가요?”
“예, 입양을 결정하기 직전 단계였지요. 이때 우리는 레나의 입양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니까요. 하하하핫!”
샘의 말에 윤기는 마음속에 있었던 메르시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고아가 된 아이가 이렇게까지 혈색이 좋고, 살도 괜찮게 올라 있다고? 이게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