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57)
#457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서 (1)
“엥? 정말?”
궁금해하는 최철규를 향해 윤기가 입을 설명을 시작했다.
“애초에 자선단체도 일종의 선점이잖아요?”
“음…,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선점하고 있던 메르시가 망했네요?”
예를 들어서 지역 하나를 꽉 잡고 있는 자선단체가 있을 때, 다른 단체들이 그곳에서 힘을 쓰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큰 단체가 더 많은 지원을 해 주는 것이 자명한 이치인데, 혹시라도 작은 단체에서 지원을 받았다가 끊기기라도 하면 곤란하니까.
사실, 자선단체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밥줄 싸움이다.
대우를 개차반처럼 받는 일선 봉사자들 입장에서야 윗대가리로 누가 있든 상관도 없지만, 루악이 있었던 단체처럼 일선 봉사자와 간부의 연봉 격차가 극심한 단체라면?
당연히 자신의 구역에 다른 단체들이 들어오려는 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한다.
더불어 해당 지역에 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역시 메르시의 입김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메르시가 사실상 망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같은 지역 혹은 근처에서 힘들게 활동하던 작은 단체들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다.
왜냐하면, 앙골라 국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질 테니까.
[저 단체는 나쁜 짓 한 게 없어!]자연스럽게 메르시가 가졌던 위상을 다른 단체들이 가져가겠지.
더군다나 윤기 역시, 이번에 엄청난 위상을 얻게 되었다.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 ‘유괴 입양’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기여!]이미 수많은 뉴스들이 윤기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고 있는 상황.
아무리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앙골라라고는 해도, 라디오 등을 통해서 나름의 소식을 듣고 있기 때문에 윤기의 이러한 선행(?) 또한 이미 알려지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아, 이해됐어. 메르시가 망했으니 이제 그 자리를 기존의 다른 단체들이 먹을 거다?”
“맞아요. 더불어서 이제 제가 앙골라에서 나름 괜찮은 인지도를 얻게 되었으니 메르시 같은 단체는 더더욱 필요 없죠. 그러니, 이제 작은아버지가 해 주실 일은 우리를 잘 도울 단체를 포섭하시면 돼요.”
“규모는 상관없지?”
“인력은 많으면 좋겠지만, 자산 규모가 클 필요는 없겠죠?”
“좋아, 아주 마음에 드네!”
처음 자선단체들을 포섭할 때와는 달리 상당한 의욕을 보이는 최철규였다.
* * *
사실 최철규는 자선단체에 대해서 꽤나 회의적이었다.
물론, 와이케이 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희망재단에까지 회의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최철규가 가지고 있는 회의감은 ‘봉사심’과 ‘연봉’의 관계.
‘솔직히, 일선 봉사자들의 연봉은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맞아.’
현재 희망재단은 과장 좀 섞어서 입사 희망자가 서울에서 인천까지 줄을 세워도 될 정도였다.
왜냐하면, 동종업계 대비 임금이 엄청나게 높았으니까.
물론,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와이케이 그룹 특유의 연봉 지급 방식 때문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서민들 입장에서 와이케이의 방식은 사실상 현금 지급과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에 봉사자들은 누구나 희망재단에 들어오고자 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단적으로 말해서 2019년 기준, 시설 원장의 기본급은 고작해야 250만 원이다.
기능직의 월급은 157만 원.
그리고 30년 동안 근무할 경우, 월급은 2배 정도가 된다.
혹자는 이렇게 표현할지도 모른다.
[뭐야, 30년 근무하면 월급 2배 되네. 개꿀 빠네.]하지만 어느 직장을 가든, 호봉이 올라가면 연봉은 당연히 상승하는 거다.
게다가 30년 복무했는데 2배가 되는 것은 결코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월급 160만 원을 받으며 사회복지사를 한다는 것 자체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였다.
당장, 한 달에 160만 원 줄 테니, 치매 환자를 돌보라고 한다면 나서서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사회복지사 쪽은 언제나 일선 인력 수급에 문제를 겪었다.
일선 인력이 부족하니, 일선에서 일하는 복지사들은 야근과 특근이 일상인데, 이나마도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조금이라도 직급이 올라가는 순간 아랫직급에게 최대한 일을 미루려고 한다.
일자리가 없어서 사회복지사에 뛰어들었던 사람이 몇 달 버티지도 못하고 튀어나오는 일들이 괜히 일어나겠는가.
‘일선 사람들은 정말 개고생하는데, 내가 만난 간부란 것들은 쯧쯧…….’
그렇기에 최철규는 다시 거스터의 대저택에 모인 ‘엄선된 사람들’ 앞에서 새로이 말을 꺼냈다.
“저를 이미 한번 보신 분도 계실 테고, 저를 처음 보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죠?”
최철규의 부드러운 미소에 자선단체 사람들은 어쩐지 ‘애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고, 여러분, 왜 그런 표정들을 지으십니까? 혹시 여기에 ‘유괴 입양’ 알선하신 분 있어요?”
이러한 물음을 모두에게 할 경우,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최철규는 짐짓 과장된 몸동작을 하며, ‘당연히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한 농담’임을 알 수 있도록 너스레를 떨며 한 명을 지목했다.
“혹시 소속된 단체가 유괴 입양을 한 적이 있나요? 어째 표정이 좀 그렇습니다?!”
“아, 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애초에 우리는 그럴 만한 여력도, 인력도 없어요!”
최철규는 빠르게 다른 사람을 한 번 더 지목했다.
“그럼 혹시 이분의 단체가 그런 곳일까요?!”
마찬가지로, 이번에 지목된 사람 역시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그런 단체가 아니에요!”
농담이어도 사람을 무척이나 기분 나쁘게 하는 농담이 있는데, 지금 최철규가 한 농담이 바로 이러한 쪽.
이러한 농담은 누구 하나 각 잡고 희생양으로 삼는 농담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갑질의 극한에 오른 자가 마음에 안 드는 인물을 몰아낼 때 쓰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최철규가 이러한 방법을 쓸 이유는 전혀 없는 상황.
당연히 최철규는 빠른 후속 조치를 했다.
“당연히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이 소속된 단체는 정말, 아주 깨끗한 단체니까요.”
이어진 최철규의 말 덕분에 화를 내려던 두 사람이 일순 말과 동작을 멈췄다.
“일부러 두 분을 지목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두 분이 소속된 단체가 너무도 뛰어난 단체라서 일부러 지목했습니다. 간부부터 일선 봉사자들까지 전원 봉사 정신으로 똘똘 뭉친 단체. 그게 바로 이 두 분의 단체니까요.”
방금까지만 해도 화를 내려 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어느새 두 사람은 몸 둘 바를 몰라 얼굴을 붉히며 몸을 반쯤 배배 꼬았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와이케이 그룹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후원회’에 참석한 경험이 여럿 있습니다. 아니, 꼭 후원회가 아니더라도 기업들의 모임에 자선단체의 간부랍시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났었지요.”
최철규의 말에 이 자리에 있는 자선단체의 인물들이 참 여러 가지 표정을 지었다.
한숨, 안타까움, 쓴웃음 등등.
애초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후원회에 돌아다닐 만한 여력이 없는 단체 소속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고급 위스키를 마시며 아부를 하기 바쁜…, 봉사 정신이 있는 게 아니라 자선단체를 통해 자신의 잇속을 차리기 바쁘더군요. 그건 간부들의 연봉을 보면 너무나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그 사람의 연봉이 20만 달러가 넘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죠?”
간부 연봉 20만 달러.
1990년을 기준으로 연봉이 20만 달러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액수.
하지만, 최철규는 20만 달러를 받는 자선단체의 간부를 직접 만난 적 있었다.
“일선 봉사자의 연봉도 괜찮은 편이라면 말이라도 안 하겠습니다. 그런데 일선 봉사자들은 정말 숨만 쉬고 살아도 부족할 정도로 지급하면서 간부들의 연봉만 높은 단체들이 있어요. 오늘 저는 그러한 단체들을 싹 뺐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단체는 모두 간부와 일선 봉사자들의 연봉 격차가 낮은 단체들뿐이에요. 뭐, 서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지만요.”
실제로 몇몇 단체의 사람들은 이미 서로를 향해 우호적인 눈길을 보내는 중이었다.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할까?
힘든 사람끼리 뭉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우리 와이케이는 앙골라 그리고 앙골라 근처 지역에서 사람들의 인망을 얻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선택한 거고요. 그러니, 여러분들에게 제안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무슨 제안인가요?”
한 사람의 물음에 최철규가 고맙다는 듯이 손으로 그 사람을 가리키며 미소를 한번 지어 주고는 말을 이었다.
“희망재단의 산하로 들어오십시오. 혹시 희망재단에 대해서 모르시는 분이 있나요?”
비록 희망재단은 한국에서만 활동하는 단체이지만, 오늘 이 자리에 온 자선단체들은 와이케이가 따로 자선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있는지 알아본 상황이었다.
따라서 희망재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몇몇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고, 그중 한 명은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산하에 들어간다는 것은 혹시 지원도 괜찮아진다는 것입니까…?”
“지원뿐입니까? 월급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대폭 좋아질 겁니다. 협약이 아니라, 그냥 희망재단 산하로 들어오십시오. 물론, 산하로 들어오게 되면 주기적으로 교육도 이수받아야 하고, 여러 가지 절차도 있겠지만, 우리 와이케이에 대해 좀 알아보시다 보면 걱정은 싹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 최철규가 말하는 것은 윤기에게 이미 사전 보고가 끝난 상황.
그렇기에 최철규는 말에 막힘이 없었다.
[확실히 봉사자들을 전부 희망재단으로 끌어들이게 된다면, 아프리카에서의 활동에 있어서 상당히 수월해지죠. 당장 아프리카에 익숙한 직원들이 대거 생긴다는 거니까요.]이들 단체는 각자 소속된 국가에서 받는 약간의 지원과 시민, 그리고 기업들의 기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단체.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윤기가 합쳐진다면?
거기에 와이케이 그룹의 자체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일선 봉사자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 되겠지.
“세상에…, 이건…, 진짜 엄청난 기회로군요….”
와이케이 그룹에 대해서 나름대로 알고 있는 봉사자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여러분의 대답은 일주일 안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 안에 유선상으로든 아니면 대면으로든 편하실 때 찾아와서 말씀해 주세요. 오직 여러분만이 와이케이의 손길을 받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최철규는 씨익 웃으며 일부러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약 1시간 후.
사람들은 대저택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최철규를 불렀다.
왜냐하면, 최고의 기회를 굳이 일주일 뒤에 대답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 * *
최철규가 자선단체 사람들을 확실하게 끌어모으고 있는 동안, 윤기는 앙골라의 상황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CIA의 수장인 메이슨이 보내온 특급기밀들.
이러한 정보들은 사전에 공부해 두는 게 대단히 어려운 정보들이었기 때문에, 윤기 역시 이번에 공부를 해 둘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책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너무나 다른 법.
당장 레나와 관련된 건만 봐도 그랬다.
윤기가 생각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외모와 앙골라 소녀인 레나의 외모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으니까.
이런 이유로, 윤기는 CIA뿐만 아니라 아예 기존의 KGB가 가지고 있던 앙골라의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생각보다 좀 되는데?’
윤기의 가장 큰 미스.
그것은 바로 앙골라에서 반군으로 분류되는 ‘유니타(UNITA)’가 결코 ‘가난한 반군’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윤기는 새로이 의욕을 불태웠다.
‘이래야 도전하는 맛이 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