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59)
#459화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서 (3)
“만약 이번 거래가 가능하도록만 해 주신다면 응당 저도 그에 걸맞은 보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총력을 기울이면 그거 딱 하나는 미국에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인지는 아시지요?”
윤기의 말에 산토스는 윤기가 가진 제약 회사를 떠올렸다.
비록 미국과 척을 지고 있는 산토스였지만, 미국에서 너무나 당연히 들려오는 소식까지 모를 리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산토스는 윤기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논리적으로 알 수 있었다.
“만약 거래하고 나서도 미국이 계속 지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계약의 효과를 미국이 지원을 끊는 시점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하면 되겠죠?”
“그렇다면야 아무 문제가 없긴 합니다만….”
산토스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이었다.
물론, 미국이 유니타에 대한 지원을 끊으면 전황은 MPLA 쪽을 향해 압도적으로 기울겠지.
하지만, 그게 쉬울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걱정이시면, 아예 미국 측에서 비밀문서를 하나 보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만약 비밀문서를 보내고 나서도 미국이 유니타를 향한 지원을 계속한다면, 해당 문서를 국제사회에 공표해 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그렇게만 된다면 확실히 안심되긴 합니다만…, 지, 진짜로 가능하시겠습니까?”
전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엄청난 계책.
그렇기에 지금까진 영 뜨뜻미지근했던 산토스였지만, 이제는 몸이 달아 여러 질문을 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었다.
“가능하게 만들지 않으면 제 꿈을 이루지 못할 테니까요.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산토스 대통령님의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저 역시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해 봐야지요…!”
쓸모없는 지뢰밭 땅들을 그냥 떼어주는 것도 아니고 판매하는데, 유니타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끊는다?
미국, 중국, 남아공 중 미국의 지원이 압도적인 만큼, 미국의 지원이 사라지는 순간 유니타의 입지는 어마어마하게 쪼그라들리라.
그렇기에 산토스는 일단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애초에 지원을 끊는 것이 확인된 후에 발효되는 계약인 데다가, 미국에서 비밀문서도 받아내겠다는데 못 믿을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계약의 의지만 있다면, 이후 손해 볼 일은 없다는 것이 산토스의 판단이었다.
“아, 한 가지 따로 부탁드릴 것이 있기는 합니다.”
윤기의 말에 산토스가 흥분된 표정을 애써 감추고, 살짝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저는 유니타에 가서도 가벼운 동의를 구할 예정입니다.”
“예…?”
순간 산토스의 표정이 굳었다.
“뭐, 일종의 보험 같은 거라고 생각해 두시면 됩니다. 기껏 땅을 샀는데, 유니타에서 우리를 MPLA의 동맹으로 간주하고 폭격을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따라서 유니타에도 가벼운 동의를 구해서 전쟁의 싹을 애초에 자를 생각입니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
그렇기에 산토스는 마뜩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MPLA는 땅을 판매한 후, 그곳을 보호해 줄 여력까진 없었으니까.
“뭐…, 어쩔 수 없겠군요…. 그런데 최윤기 회장님의 인맥이라면 미국과 소련이 편을 들어주니까 그냥 안전하지 않을까요?”
“조나스 사빔비가 그렇게 이성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하던데요? 혹시 유니타가 제가 산 땅을 폭격한다면 책임지실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저는 MPLA만 믿겠습니다.”
“아, 아뇨! 아닙니다! 가서 동의를 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자신이 호언장담했는데도 최윤기 회장의 땅이 폭격을 당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에 산토스는 황급히 고개를 젓는 것도 부족해 손사래까지 치며 윤기와 유니타의 작은 거래를 허용했다.
그렇기에 윤기는 속으로 웃을 수 있었다.
‘다 됐네.’
산토스는 모르고 있을 테지만, 윤기는 이미 미국과 소련, 양쪽에 허가를 받아 놓은 상황.
따라서 산토스는 자신이 윤기에게 좀 더 많은 요구를 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다.
윤기가 소련과 미국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 중의 극소수였으니까.
‘자, 그러면 조나스 사빔비에게 가 볼까?’
윤기는 이미 미국 정부를 통해 조나스 사빔비와의 약속도 잡아 놓은 상황이었다.
* * *
산토스보다 좀 더 확실하게 까만 피부.
상당히 넓적하면서 두툼한 큰 코.
그렇게까지 길거나 덥수룩하지는 않지만, 턱은 확실히 덮어 아래로 숱이 뻗쳐 있는 턱수염.
조나스 사빔비는 ‘결코 쉽진 않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반갑습니다.”
윤기는 눈앞에 조나스의 손을 보이자 전혀 거리낌 없이 그 손을 붙잡았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반군이라고 하면 야전에서 게릴라를 펼쳐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지역 단위로 점령을 하고 있는 것이 조나스 사빔비의 유니타.
그렇기 때문에 윤기는 깔끔하고 큼직한 건물에서 조나스와 대면할 수 있었다.
“이곳에 찾아오는 것이 무서울 만도 할 텐데 이렇게 거리낌 없이 찾아오다니, 배포가 장난이 아니시군요?”
윤기의 나이가 어리긴 했지만, 조나스 역시 산토스처럼 정중한 어체로 윤기를 대해 주었다.
왜냐하면, 윤기는 나이만 어리지,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까.
“배포가 크다기보다는 그냥 생각이 깊지 않은 편이 아닐까요? 그냥 저질러 놓고 보는 성격이니까요.”
일부러 자신을 살짝 낮추는 윤기의 모습에 조나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핫! 그게 바로 젊음 아니겠습니까. 부럽습니다. 저도 그렇게 젊음을 불사르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도 충분히 젊음을 불사르고 계시지 않습니까? 포르투갈에서 독립을 이끈 유니타의 수장, 조나스 사빔비의 이름은 저 역시 많이 들어 봤습니다.”
조나스 사빔비는 1975년 이후, ‘사람이 바뀌었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악랄한 통치를 자행했다.
자신이 점령한 지역에서 어린아이들을 동원해서 광산을 채굴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1975년까지의 조나스 사빔비는 분명 앙골라의 영웅이 맞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국민 투표에서 유니타가 45퍼센트의 지지율을 얻지 못했을 테니까.
‘뭐, 그때의 행동이 모두 자신의 집권을 위해서였을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야.’
윤기의 입장에서 조나스가 어떠한 심정으로 독립운동을 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내용이 조나스의 기분을 좋게 해 준 것은 분명한 사실.
그렇기에 조나스는 자신의 하얀 이를 드러내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니고, 노란 피부의 당신이 알아 준다니 너무나 고맙군요. 까만 피부의 동류들도 요새 서서히 저의 과거를 잊는 것 같았는데 말입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잊을 수 있다는 겁니까? 저는 유럽 사람들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유럽인들은 히틀러에게 유럽의 원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은 신사인 척하는 부류니까 말이죠.”
“캬! 이거 저와 의견이 같은 분을 만났군요. 혹시 술은 할 줄 아십니까?”
조나스는 진심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는 무려 1975년까지 이어진 상황.
2차 세계 대전에서 히틀러가 죽은 지 30년이나 되도록 식민 지배가 지속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제국주의 시절,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에 한 행동을 정말 ‘잔인’이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다.
만약 그 상황을 직접 본다면, 군부 시절 안기부에서 일하던 사람들조차도 토악질을 하지 않을까?
요즘이야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당시 유럽이 식민지에 어떤 잔인한 짓을 했는지 알 수 있지만, 1990년인 지금, 유럽의 민낯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고마워요, 미래의 방송국들.’
윤기는 속으로 씨익 웃으며, 조나스의 말에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알코올에 너무 약해서 그런지, 조금만 마셔도 상태가 영 안 좋아져서요. 마음 같아서는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시면서 장군님의 무용담을 듣고 싶지만, 아쉬운 대로 멀쩡한 정신으로 장군님의 무용담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100점은 안 될지도 모르지만, 거의 100점에 가까운 윤기의 말에 조나스는 만족스럽다는 듯 껄껄 웃었다.
“크하하핫! 그렇다면야 더 권할 수는 없겠군요. 그렇다면 잠시 제 얘기를 좀 들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앙골라의 영웅, 조나스 사빔비의 일대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어디 흔할까요?”
윤기는 평범한 일반인이 아니다.
미국, 그것도 CIA에 연줄을 직접적으로 댈 수 있기에 사빔비 입장에서도 중히 모셔야 할 VIP.
그런데 이런 VIP가 자신을 영웅이란다.
당연히 조나스의 입이 귀까지 찢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제가 5살 때 이야기를 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순간 윤기의 머릿속에 ‘투 머치 토커’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조나스의 말에 집중해 주기 시작했다.
‘이 정도야 어릴 때와 비교하면 양반이지.’
최덕배의 자기 이야기에 요람에서 지내던 시절,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렇기에 윤기는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후아, 이렇게 속 시원하게 이야기한 것은 오랜만인 것 같군요.”
“저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역시 영웅의 이야기는 책이 아니라 영웅에게서 직접 듣는 것이 제맛이군요.”
“크흐흐흐, 이거 듣는 제가 다 부끄럽군요.”
거의 2시간 가까이 신나서 떠들어댄 조나스의 피해자는 윤기가 아니라, 윤기의 경호원들과 조나스의 경호원들이었다.
그야말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시간.
그렇기에 윤기는 이들을 구해 줄 겸,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오늘 이렇게 자리를 부탁드린 것은, 마찬가지로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 그게 무엇입니까? 말씀만 하시죠.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모두 들어드리겠습니다.”
산토스와 마찬가지로 우호적인 태도.
그렇지만, 윤기는 짐짓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사실, 며칠 전에, MPLA에게서 앙골라 영토의 일부를 구매하겠다는 대화를 마친 상황입니다. 단순한 부동산 매매가 아닌, 국토 매매의 개념으로 말이죠.”
“예? 뭐라구요?”
순간 조나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저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재 UN이 손을 들어주고 있는 곳이 그 MPLA 녀석들이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저는 MPLA를 그다지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앙골라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뽑은 원래 정부는 유니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조금 늦더라도 장군님의 허락까지 얻으려고 온 겁니다.”
“잠깐…, MPLA가 국토의 매매를 허락했다는 겁니까?”
조나스는 깜짝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돈을 준다고 하니까 신나서 동의하던데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저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아까, 장군님에게서 MPLA의 수장, 산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더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2시간의 이야기 과정에서 산토스가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조나스 역시 윤기의 말에 ‘그럴듯하네’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또라이 같은 계략인데, 너무 그럴듯한데?>
최덕배의 감탄에 윤기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지가 MPLA에 가서 확인을 할 거야, 뭘 할 거야.’
절대로 확인 못 한다.
CIA에서도 정보를 주지 않을 테니 너무나 당연한 일.
물론, 언젠가는 알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유니타에게 허락을 받아 놓는 것은 추후 일종의 누름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었기에 윤기는 일부러라도 조나스의 허가를 받아 놓을 생각이었다.
‘양쪽 모두에게 짜증 나는 존재이지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 나는 앙골라에서 그런 존재가 되어야만 해.’
그렇기에 윤기는 조나스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그 땅의 구매에 대해서 장군님의 허가 또한 얻기를 바랍니다. 더불어서 나름의 대가도 지불할 생각입니다.”
“으음….”
조나스는 고심에 잠겼다.
만약, 거래를 허가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있는 최윤기 회장이 그냥 MPLA의 허가만 받고 국토를 매매할 수 있었다.
그러면, 유니타 입장에서는 ‘나름의 대가’도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추후 최윤기 회장의 땅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최윤기 회장은 자체 PMC를 보유하고 있을뿐더러, 미국과 소련, 양쪽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니까.
자칫하다가는 내전에서 큰 불이익을 얻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냥 허가하기는 그런데….’
이렇게 고심하고 있는 조나스를 향해 윤기가 쐐기를 날렸다.
“만약, 장군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MPLA에 대한 소련의 지지가 철회될 겁니다.”
윤기는 앙골라 정부군인 MPLA와 반군인 유니타(UNITA)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줄타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