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스트레스 해소도 경영적으로 (2)
“잠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형의 말에 최철규가 얼굴의 근육을 과도하게 쓰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내가 거기 백화점 건설 도와주고 있어서 함바집에 자리 알아봐 줄 수 있다고 했잖아.”
“백화점 일을 처음부터 도와줬다고……?”
“응, 아, 내가 말 안 했나?”
픽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동생을 바라보자, 최철민은 예전에 동생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이 자식이 날 갖고 놀아!”
입에 거품을 물며 동생을 향해 달려들려고 할 때, 갑자기 최철규의 집 대문 안쪽에서 경찰 두 명이 튀어나왔다.
“이놈이 감히 누구를?”
“뒈지고 싶어?”
순식간에 바닥에 엎드려진 상태로 제압을 당한 최철민은 경황도 없을뿐더러 어처구니도 없었다.
“뭐, 뭐야! 당신들 누구야!”
그러자 경장 계급장을 단 사내가 최철민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리며 답했다.
“누구긴, 새끼야. 민중의 지팡이지. 어디 감히 시민을 구타하려고 해? 너 유치장에서 석 달 열흘 콩밥만 처먹어 볼래?”
“놔! 놓으란 말이야!”
상황 파악이 아예 안 된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억울했기에 최철민은 비명과도 같은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경찰들은 전혀 힘을 풀지 않았고, 최철규는 무릎을 굽혀 자신의 형을 내려다보았다.
“형,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형수님이 함바집에서 일하게 하는 거 포기하게? 굶지는 않게 해 줄 수 있는데 싫으면 말고.”
최철민은 자신이 전부 윤기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나마 깨닫고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으아아아아아아!!”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비명과도 같은 울음을 터뜨리는 것뿐.
한참 뒤, 최철민은 결국 아내를 일 시키겠다는 말과 함께 터덜터덜 여인숙으로 돌아갔다.
“서 경정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집 안 거실로 돌아온 최철규는 웃으며 손님 석에 앉아 있는 경정 계급의 사내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어유, 고맙긴요. 당연히 도와드려야 할 일인걸요.”
이름표에 써 있는 이름은 서인표.
JSD와의 연줄을 이용해서 최철규가 종로경찰서에 만든 인맥이었다.
덕분에 돈만으로 만든 인맥과 달리 요청에 따른 지원이 빠르고, 굽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아, 그리고 이건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드리는 약소한 선물입니다.”
약간 노르스름한 봉투에 서인표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유, 아닙니다. 이런 거 없어도 얼마든지 도와드려야 할 분인데요.”
“에이, 원래 판공비라도 지원해 드리는 게 도리 아닙니까. 먹어야 사는 게 사람이니까, 이걸로 밑에 분들 회식도 한번 시켜 주시고 그러세요.”
최철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인표의 셔츠 앞주머니에 봉투를 반으로 접어 넣어 주었고, 서인표는 못 이기는 척하며 봉투를 받았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니,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거의 귀에까지 걸린 입과 함께 이마에 굵게 박혀 있는 주름 세 개가 더욱 짙어지는 것이 옆에 서 있던 부하 경찰들도 봉투의 두께를 능히 알 수 있었다.
“아, 그리고 형사과 분들은 밥 드시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함바에 오셔서 드셔도 좋습니다. 밥 한 끼 대접해 드리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오, 그래도 됩니까? 그렇지 않아도 밑에 애들 주머니가 얄팍해서 말이죠.”
“그럼요. 그냥 오며 가며 주변 한번 둘러봐 주시면 그게 최고죠.”
“밑에 애들한테 특히 신경 쓰라고 말해 두겠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고개를 숙이는 서인표 경정의 모습을 바라보며 최철규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햐, 이 모습을 윤기가 직접 봐야 하는데 말이지.’
하지만 윤기는 이미 보고 있었다.
호오.>
* * *
삼우 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삼우 그룹 회장의 둘째 며느리.
삼우 그룹 회장의 손자.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무를 채 써는 데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에 450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덕분에 무채를 써는 박경자의 옷은 이미 땀에 전 지 오래였다.
탁탁탁탁!
“그렇게 썰어서 어느 세월에 무쳐!”
함바집 사장이 박경자의 팔을 칼등으로 내리치자, 박경자가 ‘악’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을 질렀다.
“죄, 죄송해요…….”
이전과 다르게 독기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표정.
심지어 박경자의 얼굴은 그늘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어두운 상황이었다.
그나마 부모님이 아들인 정기를 ‘마지못해’ 맡아 줘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혼자 있을 정기 걱정이 태산이었을 거다.
“빨리 썰어! 어휴, 답답해!”
50대 초반의 함바집 여사장은 목소리에 힘이 넘치는 게 확실히 공사장에서 장사할 관록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자면 ‘왜’ 미숙한 박경자를 고용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용하는 게 당연하다.
‘공짜’였으니까.
박경자와 최철민은 그야말로 ‘목구멍에 풀칠할 수준의 임금’만 지급받게 되었는데, 그나마도 건설 사무소에서 내주니 여사장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여사장에게 건설 사무소가 요청한 것은 단 하나.
[괴롭힐 만큼 괴롭히세요. 죽거나 크게 다치지만 않게.]덕분에 함바집 사장은 겉으로는 화를 내면서도 속으로는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아, 거. 빨리 씻어! 그렇게 씻어서 언제 채를 써냐고!”
여사장은 내친김에 최철민의 등짝까지 후려쳤다.
그러자 최철민은 화들짝 놀라며 무를 씻는 속도를 높였고, 그것은 이내 빠른 체력 고갈로 이어졌다.
“헉! 헉!”
“어휴, 도대체 일을 얼마나 안 해 봤으면 체력이 그따위야? 불알이 아깝다. 불알이.”
삼우 그룹의 아들, 혹은 며느리라는 사실을 알리는 순간 바로 자르겠다는 엄포가 있었기에 둘은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일했다.
이게 아니면 굶어 죽어야 했으니까.
다른 곳에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을 해 보았지만, 근 한 달 동안 빨갱이 취급만 실컷 받았을 뿐이었다.
그나마 동생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부탁한 끝에 최철민 본인도 간신히 함바집에서 함께 일할 수 있게 된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래봤자 임금은 정말 푼돈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윤기 입장에서는 오히려 1+1의 개념이라 손해 볼 게 없었다.
끼익-!
순간 공사장 함바집 부엌의 문이 열리며 윤기가 류근태와 함께 나타났다.
뜨거운 증기와 열기가 순식간에 몸을 한번 훑고 갔지만, 윤기는 전혀 기분 나쁜 티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비웃음과 함께 최철민과 박경자를 바라보았다.
물론 류근태도 함께.
“어이쿠, 사장님. 어서 오세요!”
여사장이 허리를 숙이는 모습에 류근태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사장님은 이렇게 인사성이 바른데, 저 사람들은 본 척도 안 하는 게 참 마음에 안 드네요.”
그러자 여사장이 최철민과 박경자의 뒤로 가서는 취사로 다져진 큼지막한 손으로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딱! 딱!
“사장님이 왔는데 인사도 안 하고 뭐 해!”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하지만 류근태는 고개를 저었다.
“정성이 없어.”
다시 인사를 한 최철민과 박경자였지만, 류근태는 다시 꼬투리를 잡았다.
이것이 몇 번 반복되자 둘은 누구한테 인사를 해야 하는지 깨달았고, 결국, 눈물을 찔끔 흘리며 윤기와 눈을 마주치며 크게 인사했다.
“그래, 인사는 그렇게 하는 거지.”
류근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함바집 사장을 바라보았다.
“요즘 경찰들은 자주 오나요?”
“형사과 소속이라 해 봤자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도 매일 몇 명은 와서 밥 먹고 가긴 하네요. 아침에 올 때도 있고, 저녁도 먹고 갈 때도 있고요.”
“저녁에 음식 남겠다 싶으면 경찰들한테 집 반찬 하라고 싸주고 그러세요.”
“네? 그건 좀…….”
저어하는 여사장을 바라보며 류근태가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찬 양 감안한 다음에 적당히 인수 계산해서 사무소에 청구해요. 그럼 됐죠?”
“어유, 당연하죠.”
“대신 사무소에다 준 만큼만 말해야 해요. 무슨 의미인지 알죠?”
살짝 위압감이 실린 류근태의 말에 뭐 따로 해먹을 거 없나 하고 계산하던 여사장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당연히 말을 하면서 줘야죠.”
“그럼, 잘 부탁합니다.”
류근태의 말이 끝나자 윤기 역시 류근태와 함께 부엌을 나갔다.
증기로 인해 온몸에 물기와 땀이 묻었지만, 윤기의 얼굴은 만족감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잠시 뒤, 류근태와 윤기는 에어컨이 빵빵 터지는 공사장 내부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아, 살 것 같네.”
류근태는 윤기에게 말을 높이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러자 쭈쭈바를 먹고 있는 경위와 경장이 보였다.
“어, 박 경위. 여기 아주 천국이지?”
류근태의 말에 딸기 맛을 먹고 있던 박 경위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불어 옆에 있던 경장도.
“앗, 류 사장님!”
“괜찮아. 쉬다가, 쉬다가. 날씨도 더운데 경찰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
“어유, 아닙니다. 잘 쉬다 갑니다!”
박 경위는 따라온 경장의 뒷덜미를 잡다시피 하며 사무실을 빠져나갔고, 그러자 사무실에는 김정선과 최측근인 유진희만이 남게 되었다.
“요새 많이 바쁜가 보죠?”
윤기의 말에 김정선이 고개를 조아렸다.
“자금 투입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신규 인력 뽑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살판나네요.”
“호오, 그러니까 예전에는 너무 힘들었다?”
장난기 가득한 윤기의 말이었지만, 김정선이 기겁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유, 아닙니다. 아닙니다!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농담이에요.”
픽 웃는 윤기를 바라보며 사무실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경찰들로 인해 다소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풀렸다.
“그나저나 요즘 공사는 어때요. 순조롭나요?”
“아주 순조롭습니다. 완공 때까지 자금 걱정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공사에 새로이 투입된 자금은 아버지인 최철호가 보유한 재산의 95퍼센트였고, 그 외에 계산상 부족한 부분은 할아버지인 최기현이 채웠다.
물론 상속을 통해 윤기가 그 돈을 받았기 때문에 아직도 백화점의 지분은 윤기가 100퍼센트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공사가 순조롭다니 다행이네요. 내장 공사는 내년쯤에 한다고 보면 될까요?”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럼, 또 다음 단계를 해야겠네요.”
윤기의 머릿속에는 드넓은 미국 땅이 떠올랐다.
* * *
국민학교 6학년의 가을.
주중이라 학교에 있어야 하지만, 윤기는 학교가 아니라 미국에 있었다.
“오, 하느님!”
앤드류는 정말 반갑다는 듯 윤기를 바짝 끌어안았다.
“공부는 할 만해요?”
이제는 아주 유창해진 윤기의 발음에 앤드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미국에 있었어? 영어가 예전보다 엄청 늘었는데?”
“방학 때 종종 왔다 갔다 하기는 했는데,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는 한국에 있었네요. 좀 바빴거든요.”
“이야, 그래도 대단하네. 미국에 유학 오는 한국이나 일본 애들을 보면 문법만 실컷 공부하다가 말은 한마디도 못 하고 돌아가던데.”
“뭐, 주입식 교육의 폐해죠.”
어깨를 으쓱한 윤기는 앤드류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빨리 네가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어. 네가 성인이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서 포닥으로 일하고 있거든.”
박사계의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포닥을 준비한다는 말에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포닥에 투자한 시간을 결코 헛되지 않게 만들어 드리죠.”
“크으, 기대할게. 나는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분야면 어디든지 환영이니까.”
묘하게 어두운 연구실이었지만, 희망이라는 감정의 빛 덕분인지 분위기는 완전히 밝았다.
“그리고 보니 제가 요즘 백화점을 한국에 건설하고 있거든요.”
“백화점을? 오우, 벌써 사업을 시작한 거야? 그런데 백화점이면 내가 들어갈 여지는 없겠네.”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학 관련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나저나 슬슬 내장 인테리어를 시작해 볼까 하는데, 주변에 일자리를 구하는 인테리어 공부를 한 사람이 없을까요? 나이는 상관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