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63)
#463화 세상에서 가장 쎈 중립국 (3)
“응? 그게 무슨 소린가?”
혼잣말을 들은 부시가 냉큼 폴슨을 향해 물었다.
“예? 아, 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이었습니다. 확신이 크게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러지 말고 말해 보게. 자네도 무언가 계획이 그려지니까 혼잣말이 나온 것 아니겠는가?”
정말 보기 드문 폴슨의 모습.
그렇기에 부시를 비롯해서 부시의 참모들 역시 폴슨을 바라보았다.
자고로 레이건의 참모들이 부시의 참모가 그대로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정치도 결국 자리가 한정되어 있고, 그 자리에는 자신의 측근들을 앉혀야 하니까.
하지만, 폴슨은 놀랍게도 부시의 정권에서도 이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왔고, 와이케이라는 기회가 보이자마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한 폴슨.
그렇기에 폴슨은 윤기의 마음에 들기 위해 그야말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음…, 예를 들어서 우리가 최윤기 회장과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죠.”
“그래, 그러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최윤기 회장은 PMC를 운영합니다. 지금도 세계 톱 클래스에 들어가는 PMC죠. 하지만, 소련으로부터 본격적인 장비들을 지원받기 시작하면, 군사력만으로는 확실하게 세계 1위를 찍을 겁니다.”
“그렇지. 그러면, 아무래도 최윤기 회장의 PMC에 의뢰가 많아지겠군?”
부시 역시 머리가 돌아가는 편에 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반문이 나왔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최윤기 회장의 PMC가 활동하는 지역에는 소련군 장비가 많아질 겁니다. 더불어서 최윤기 회장의 PMC는 어디에서나 승리하겠죠.”
“으음…, 그렇다는 것은 소련 장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맹국을 비롯해서 각 국가들은 우리 미국의 무기가 아니라 소련의 무기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눈으로 직접 본 승리는 미국의 장비가 아닌 소련의 장비를 통한 승리일 테니까요.”
“허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부시는 한숨을 내쉬었고, 참모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확실히 단순한 무기 판매로만 볼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가만, 그런데 자네는 ‘조종할 수 있다’라는 혼잣말을 하지 않았나?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어.”
“아, 그렇습니다. 말을 하다 보니 이쪽 설명이 먼저 나와 버렸네요. 그 부분도 설명하겠습니다.”
폴슨이 목청을 한번 가다듬자, 모두가 다시 폴슨을 향해 눈을 모았다.
“최윤기 회장은 희토류 채취를 위해서 독립국을 세운다고 했었지만, 생각해 보니 최윤기 회장은 PMC 역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역의 방어를 위해서 PMC 본사를 해당 지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겠죠.”
“그렇지.”
“그렇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법적 제한이 해제된다는 말입니다. 아마, 최윤기 회장의 행보로 볼 때, 처음부터 이것을 생각한 게 아니라, 중간에 깨달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산토스와 조나스에게 위협받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을 초래했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아, 그렇지. 확실히 지금 산토스와 조나스가 최윤기 회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있어.”
“그렇습니다. 최윤기 회장은 PMC에 관해서 좀 더 골똘히 생각했고, 그 결과 자신의 국가가 PMC를 운영하기에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겠죠. 따라서 이건 ‘용병 국가’의 탄생을 말합니다. 그것도 국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용병 국가가 말이죠.”
‘용병 국가’라고 하면 스위스가 가장 유명하다.
더불어서 스위스는 국민들에게 스위스 은행이나 용병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윤기의 용병 국가는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왜?
눈치를 봐야 할 국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호오…, 이거 국방부장관이 들으면 좋아할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최윤기 회장의 국가에 소련만 거래를 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소련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장비를 운용하려면 분명 소련의 허락을 암묵적으로라도 받아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친소련 활동으로 변질되겠죠.”
“으음….”
“소련이 현재 우리 미국의 말을 잘 따라 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세상은 모를 일입니다. 보험 하나 정도는 들어 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폴슨의 진가는 이런 곳에서 드러난다.
모든 해석을 미국의 이익에 맞게 바꿔 주는 것.
이것은 수십 년에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자신의 잠재적 몸값을 높이는 데 투자한 결과이기도 했다.
현 미국에서 오로지 폴슨만이 가능한 일.
거스터가 괜히 자신의 후임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
“소련하고만 거래하면 아무래도 소련의 입김이 강해지겠지만, 우리도 거래를 한다면 우리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습니다. 양쪽 모두의 의견을 구해야한다면 우리 미국의 의견을 더 따를 것이라고 봅니다.”
“어째서?”
“현재 소련이 우리에게 숙이고 있으니까요. 만약, 최윤기 회장의 PMC가 우리의 뜻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곧 소련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단한 정보가 되지 않을까요?”
“과연…! 과연…!”
마침내 부시는 폴슨의 말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와이케이에 어느 정도의 물자를 팔아 주어야 하는 것이지?”
“일단 CIA에 정보를 요청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소련이 와이케이와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말입니다.”
“그래, 그게 좋겠어…!”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폴슨의 몸에선 마치 ‘띠링!’ 하는 금전 출납기 소리가 나는 듯했다.
* * *
소련에 대한 CIA의 정보력이 엄청난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렇기에 부시의 명령에 따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내어놓았다.
그것은 바로 ‘소련 전투기 조종사들의 일부가 윤기의 PMC에 입사했다’라는 사실.
그렇기에 이 사실을 토대로 부시와 부시의 참모들은 다시 한번 회의를 했다.
당연히 우수한 인재들이었기에 거래 방식을 유추하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았다.
사실상 전투기 조종사들의 보급.
그렇기에 미국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약관을 추가하는 것으로 윤기의 독립국에 최신예 무기 판매를 시작했다.
그야말로 다른 PMC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지는 상황.
하지만, 이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왜?
윤기는 PMC로서 이 무기들을 산 것이 아니라, 독립국의 수장으로 이 무기들을 산 것이니까.
더불어서 이것은 국제적으로도 윤기의 독립국이 미국과 소련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석이조, 일석삼조, 아니 그냥 돌멩이 하나로 무수히 많은 새를 잡아 버린 윤기의 계략.
아직 나라 이름조차도 정해지지 않았건만, 윤기의 국가는 그 존재를 국제사회에 확실하게 알렸다.
쀠유우우우우우-!
하늘에 울리는 미국 최신예 전투기의 소리.
1990년 4월.
윤기의 나라에 급조된 이·착륙장에는 미국 최신예 전투기들이 예쁘게 착륙했다.
소련의 전투기들은 이미 일주일 전에 도착한 상황.
이어서 도착한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들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주변에 자신의 자태를 뽐냈다.
“이야, 저게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야?”
“캬, 나도 저거 한번 몰아 보고 싶다.”
“한번 몰아 보게 해 달라고 하면 하게 해 주려나?”
소련의 전투기 조종사들은 여러가지 궁금증과 함께 이 장면을 지켜보았지만, 조종사들이 우선적으로 만나야 할 것은 바로 윤기였다.
“자, 가자고.”
이들을 인솔한 것은 다름 아닌 헨드릭.
물론, 헨드릭은 내일 바로 다시 돌아가야 했지만, 오늘 하루는 시간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임시 집무실에서 자리에서 일어난 윤기는 모두를 향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윤기의 몸도 다소 꼬질한 상태였지만, 흙속의 진주도 진주이듯, 외모와 리더십은 가감없이 드러났다.
[[[[[[써-!]]]]]]전투기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수백 대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MIG-31과 F-15, F-16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숫자만을 도입하는 것뿐.
그렇기에 윤기의 집무실을 찾아온 조종사들의 숫자는 적었다.
“어서 와요. 당신들도 꿈을 꿀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윤기의 말에 헨드릭이 데려온 조종사들이 모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이들은 거스터와 헨드릭, 둘의 교차 검증까지 마친 인물들.
조종사 파견에 있어서는 아직 거스터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적절한 대우만 갖추어진다면, 미국이 아니라 윤기에게 충성할 인물들이었다.
“아직 여러 가지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숙소가 좀 애매해요. 하지만,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확실히 약속해 드리죠. 아, 물론, 힘들 때가 있으면 스위스 계좌를 확인하세요.”
씨익 웃으며 하는 농담에 조종사들이 다시 한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들 역시 와이케이 PMC에서 한동안 교육을 받다 보면 좀 더 확실한 윤기의 사람이 될 것이다.
“자, 그러면 이분들을 안내하세요.”
윤기의 말에 비서 한 명이 조종사들을 이끌고 자리를 떠났다.
그렇기에 자리에 남은 것은 윤기와 헨드릭뿐.
“아,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내가 인솔을 온 건데 말이야.”
“아, 네! 그런데 전화로 물어보셔도 괜찮지 않았나요?”
“에이, 겸사겸사 이럴 때 얼굴 한 번 더 보는 거지.”
헨드릭이 옆구리를 쿡 찌르자, 윤기 역시 씨익 웃으며 헨드릭의 말을 기다렸다.
“나라 이름은 무엇으로 할 생각인가?”
확실히 윤기가 나라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많기는 했다.
왜냐하면, 미국과 소련의 인증을 받은 국가의 탄생은 정말로 오랜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거스터 공화국이요.”
* * *
더 리퍼블릭 오브 거스터.
윤기가 세운 독립국의 명칭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자, 세상은 ‘거스터’라는 인물에 대해 조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의 발표를 저택에서 확인한 거스터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 내 인생 최고의 투자였어.”
안락한 1인용 소파에 몸을 묻고 있는 거스터.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본인 스스로도 이별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에 손녀사위에게서 받은 인생 최고의 선물.
세상 그 누가 자기 이름으로 된 국가를 가져 보겠는가?
거스터는 그야말로 전율이 일 정도였다.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어.’
스르륵 눈을 감는 거스터의 뒤에서 아주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보다 되게 담담하시네요?”
놀랍게도 윤기의 목소리.
“으응?!”
거스터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워 좀 하고 싶어서 들렀어요.”
샤워를 하러 앙골라에서 미국까지 온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거스터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굳이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는 없었는데….”
“당연히 와야죠. 왜냐하면, 할아버지의 표정이 보고 싶었거든요.”
씨익 웃는 윤기의 모습에 거스터는 푸근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자네와 만난 것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아직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예요.”
“그래, 딱 봐도 많아 보여.”
“그러니까 오래 사세요.”
여러 감정을 담고 있는 윤기의 말이 저택에 조용히, 그리고 단출하게 울려 퍼졌다.
* * *
윤기가 공화국 이름을 ‘거스터’로 정하자, 한 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안심.
윤기가 아직도 친미 성향이라는 것을 확정하듯 보여주는 사례로 미국은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윤기는 조용히 자신의 계획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다.
그러나 국가라는 게 국토만 있다고 해서 성립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윤기는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에 대해 골똘히 고민하고 있었다.
바로 ‘전기’에 대한 고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