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스마트하게 (2)
[예? 어…, 음…. 정말 죄송합니다만, 다시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30분! 30분이면 될 것 같습니다.]“네, 부탁드릴게요.”
약 20분 정도가 흐른 후, 벨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윤기는 수화기를 번쩍 들었다.
“어떻게 됐어요?”
[건물에만 지어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스마트 원자로의 개념이 들어간 선박들이 존재했습니다!]“오!”
윤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스마트 원자로의 개념이 들어간 선박이라니!
이것은 현재 윤기의 PMC가 운영하는 선박보다 전력 발전량이 훨씬 높은 선박임이 분명했다.
[레닌 호라는 원자력 쇄빙선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작년에 퇴역했구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재 아일랜드에 잠시 정박했다고 하는데, 제가 지도로 간단히 계산해 본 결과 회장님이 계신 지역까지 약 9,500km를 항해하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늑장을 부려도 한 달이면 도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앤드류의 이 ‘한 달’이란 개념은 대단히 안정감이 있는 계산으로, 24시간 20노트 고정 속도로 항행할 경우엔 2주도 되지 않아 도착할 거리였다.
물론, 어디까지나 최상의 상황을 기준으로 2주란 얘기지만 말이다.
“만약 레닌 호를 이쪽으로 끌고 올 수 있다면, 전기 부분에 있어서 상당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겠군요?”
[그렇습니다. 물론 땅 위에 짓는 스마트 원자로에 비하면 엄청난 격차를 보이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 자체는 확실하게 개선해 줄 것임은 분명합니다.]“이곳의 기초 인프라 공사를 위해서라면 꼭 필요한 일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어떻게’라는 것에 대해서 제가 조언을 드릴 방법은 없지만, 부디 회장님이 레닌 호를 손에 넣으셨으면 좋겠습니다.]“고마워요, 앤드류,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아닙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잠시 후, 통화가 끝나고 윤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
‘가만…, 쇄빙선에 원자로가 쓰인다고…? 그러면 핵 잠수함은…?’
1990년의 소련.
당연히 운용하는 핵 잠수함이 있었다.
* * *
“자네가 이렇게 급하게 약속을 잡다니, 어지간히 급한 일이 있나 보구먼?”
고르바초프는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미소와 함께 윤기를 맞이했다.
윤기는 고르바초프에게 있어서 사실상 사상의 동반자이자 인생의 동반자.
그렇기에 고르바초프가 윤기에게 가지는 호의는 레이건이 윤기에게 가지는 호의와는 비교할 수준 자체가 되지 못했다.
자신의 목숨과 윤기의 목숨을 저울질한다면,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준?
그 정도로 현재의 고르바초프는 윤기를 매우 아꼈다.
“그렇습니다. 막상 나라를 세울 요건은 만들어 놓았는데, 그 운영이 너무나도 어려워서 서기장님께 부탁하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확실히 나라를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역사를 보면 많은 녀석들이 ‘나라를 세운다’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 녀석들은 나라를 세운 것이 아니야. 정부를 세운 것이지. 나라를 세웠다고 하려면 자네처럼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세워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좋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윤기는 굉장히 기분이 좋았지만,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며 고르바초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자네는 마치 신의 가호를 받는 존재 같아. 소문을 듣자 하니, 지뢰 폭발 사고가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그 지뢰투성이 땅을 샀는데도 말이야. 자네 PMC 요원들의 훈련 수준도 훈련 수준이지만, 신의 가호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엣헴!>
최덕배는 고르바초프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하더니, 윤기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신의 가호라…, 그렇다면 정말 좋은 일이죠.”
윤기가 씨익 웃자 고르바초프 역시 한번 곰살궂게 웃었고, 이야기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그나저나 현재 자네가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부족한 인프라가 한둘이 아닐 텐데?”
“전기입니다.”
“아, 전기. 확실히 그렇겠군.”
소련이 운석에 의해 피해를 보고도 어떻게든 피해를 나름대로 복구한 것은 다름 아닌 인프라 전체가 파괴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수리하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파괴.
만약, 수리조차도 불가능할 정도의 파괴였다면?
고르바초프는 해당 지역들을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역사의 체르노빌처럼 말이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수도나 전기 등은 1개월, 1년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다.
수십 년 이상의 기간을 통해 구축된 기술의 정수.
그렇기에 어떠한 지역에 새로이 인프라를 설치하더라도 근처 인프라를 통해 손쉬운 설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거스터 공화국은?
애석하게도 기초 인프라가 전혀 없었기에 윤기가 이 고생을 하며 고르바초프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는가? 발전기를 보낸다고 해도 소련에서 보내는 것보다 이웃 국가에서 사는 게 훨씬 저렴할 텐데?”
“이웃 국가라고 해봤자 콩고 민주 공화국과 콩고 공화국뿐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웃 국가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할 수도 있겠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어떤가?”
“그곳에서 구매하는 물류를 유니타나 MPLA가 그냥 두고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긴. 자네가 국토를 구매한 방법은 아주 절묘했지만, 그 둘을 적으로 돌려야만 가능한 방법이기는 했어.”
여기까지 말한 고르바초프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
“물론 내가 자네와 같은 지식이 있고, 자네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방법을 택했을 거야. 그 정도 리스크쯤이야, 리스크 축에도 들지 못하는 정도니까.”
독립국을 세우는 대신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교역하지 못하는 것.
이 정도는 애초에 윤기에게 리스크라고도 말할 수 없는 일이었고, 이 부분은 윤기 역시 고르바초프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나이지리아 같은 곳은 어떤가?”
“그곳도 제대로 된 발전기를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아프리카에선 인프라가 제대로 마련된 국가를 보기 어렵습니다. 부유층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면 문제없지만, 전체적인 틀로 보았을 때 아프리카는 전력난, 수도난, 식량난 등, 단 하나도 안정적인 자원이 없지요.”
“하긴…, 그렇지….”
고르바초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다시 물어보지.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나?”
“원자력 쇄빙선인 레닌 호가 작년에 퇴역했다고 들었습니다. 더불어서 아일랜드에 정박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아, 그렇긴 하지. 자네 혹시…, 원자력 쇄빙선에 있는 원자로를 통해 전기를 얻어 볼 요량인가? 그렇다면 말리고 싶군.”
고르바초프의 말은 이어졌다.
“그건 40년 가까이 사용된 선박이야. 따라서 원자로 역시 많이 노후화되었지. 그 선박을 발전기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거스터 공화국을 방사능 지옥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네.”
고르바초프의 조언에는 그야말로 진심이 어려 있었다.
하긴, 멀쩡히 쓸 수 있는 원자로였다면 왜 굳이 퇴역을 시켰겠는가?
실제 역사에서도 레닌 호는 민간으로 팔리거나 하는 게 아니라, 원자로가 폐쇄되고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장기간 쓸 것이 아니라 괜찮을 것 같습니다.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니까요.”
“흐으음…, 그래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데….”
윤기가 믿고 있는 것은 꺼벙이.
꺼벙이가 없는 원자로를 만들어 내거나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고장의 가능성이 있을 때 경고를 해 줄 수는 있다.
따라서 꺼벙이가 위험 신호를 보내오는 순간 원자로의 구동을 그만두면 될 일.
그렇기에 윤기는 고르바초프가 쇄빙선을 내어준다면 ‘감사합니다!’하고 받고 싶었다.
“공짜로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폐선에 어울리는 금액을 지불하고, 우라늄 역시 소련에서 구매하겠습니다. 더불어서 소련의 기술 감사 역시 받을 것이구요.”
“돈이야, 솔직히 말해서 폐선이 얼마나 한다고 내가 자네에게 요구하겠는가? 까짓거 그냥 주어도 상관없다네. 단지, 거기까지 도착하는 데 드는 비용 정도는 지불해야겠지.”
“아하하….”
윤기는 일부러 뒤통수를 긁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원자로의 구동을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기술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걸세. 자네는 자체적으로 돌리려고 했는가? 아니면 미국의 도움을 받으려고 했는가?”
“제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미국의 도움을 받을 리가 없지요. 제 진짜 아군은 어디까지나 소련입니다. 단지, ‘우리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미국과 친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지요.”
윤기의 말에 고르바초프는 안심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자신이 있다면, 레닌 호를 내어주도록 하겠네. 하지만 6개월뿐이야. 6개월 후에는 반드시 폐선을 해야 해.”
“약속드리겠습니다.”
원자력 쇄빙선의 원자로를 6개월 가동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이득.
그렇기에 윤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자네의 용건은 끝난 것인가? 끝났다면 같이 식사라도 어떤가?”
“서기장님. 사실, 진짜 본론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진짜 본론?”
“그렇습니다.”
원자력 쇄빙선을 빌려달라는 것이 본론 축에도 들지 못한다면 진짜 본론은 무엇이란 말인가?
고르바초프가 상상도 못 하는 윤기의 진짜 본론.
그것은 당연히 핵 잠수함의 대여였다.
MIG-31을 아득히 뛰어넘는 기밀 중의 기밀을 대여해 달라는 요구 말이다.
“무엇인가?”
“너무 큰 본론이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는 사항입니다.”
“말해 보게. 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니까 말일세.”
“…핵 잠수함을 대여해 주십시오.”
“……!”
고르바초프는 ‘원자력 쇄빙선’이라는 서론을 통해 윤기가 핵 잠수함을 부탁하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깨달았다고 해서 빌려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자네…, 그게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요구인지는 알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서기장님께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허어….”
고르바초프는 오른손 검지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잠시 후, 그 손을 들어 오른쪽 관자놀이를 몇 번 두드린 고르바초프는 현실적인 부담감을 토로했다.
“만약 핵 잠수함을 빌려준다고 치자고.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아프리카에 우리 소련군의 핵 잠수함이 있다는 것을 광고하게 되는 꼴이야. 미국이 그것을 그대로 볼 것 같지는 않네만…?”
마침내 윤기가 예상하고 있던 최종 관문이 나타났다.
쇄빙선만 빌릴 생각이었다면 그냥 유선상으로 부탁했겠지.
굳이 열흘이 넘는 시간을 소요해 가며 이번 약속을 잡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럴 줄 알고, 이미 부시 대통령에게 허락을 받아 놓았습니다.”
“으잉?”
고르바초프는 깜짝 놀라 어벙한 소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