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66)
#466화 스마트하게 (3)
“섭섭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오기 전에 미국에 들를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부시 대통령을 먼저 만났지요. 그때, 부시 대통령은 제가 러시아에서 핵 잠수함을 대여하는 것에 대해 환영하는 쪽이었습니다.”
“그, 그래…?”
일정이 있어서 먼저 만났다는 데 뭐라고 하겠는가.
실제로도 윤기는 미국에 일정이 있었다.
“저번에 제가 국제 구호 단체인 메르시의 유괴 납치와 관련해서 한 건 했던 거, 혹시 기억하시나요?”
“아, 그거 기억한다네. 아주 순 개새끼들이었지.”
“그것 관련해서 법원 진술 일정이 있었습니다. 엄청 바쁘기는 했지만, 제가 빠지기엔 상당히 모양새가 좋지 않은 재판인지라 부득이 참여해야 했지요.”
“그건 솔직히 어쩔 수 없었겠군.”
솔직히 고르바초프는 윤기가 자신에게 둘러대기 위해 일정이 있다고 뻥카를 던진 것이 아닐까 의심을 했었다.
사실, 의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굳이 미국을 들른다?
그리고 일정이 있었다는 말을 한다?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법원 진술이라는 공적인 업무가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었기에 고르바초프는 잠깐이나마 윤기가 자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고 의심한 것을 자책했다.
“사실, 나는 자네가 내 의중은 사실상 무시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어.”
“그렇게 느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가 미국의 허락을 받아 놓고 이곳을 찾아왔다는 것은 사실상 서기장님의 의견을 무시한 것과 같은 행위이니까요. 솔직히 지금도 죄송합니다. 제가 일정이 너무 많이 밀려 있지만 않았어도 이곳에 온 다음에 다시 미국에 가야 했던 건데…….”
“아니야, 아니야. 자네가 얼마나 바쁜지는 내가 잘 아는데, 그것까지 요구할 수야 있겠나.”
고르바초프의 표정이 부드러워진 것을 보아하니, 이번 일이 잘 풀릴 것 같다고 윤기는 생각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의 부담감은 아직 반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일단, 한 가지 당면한 문제는 해결이 된 것 같군. 그런데 자네라면 당연히 두 번째 문제도 생각해 놨겠지?”
심리적 의심이 해결된 이상, 고르바초프는 윤기에게 기대가 섞인 눈빛을 보냈다.
고르바초프가 느끼는 두 번째 부담감이란?
“핵 잠수함이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것으로 생기는 전력 공백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바로 그거라네. 우리가 지금 미국과 호의적인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미국이 우리와 분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당장 우리는 손쓸 카드 하나를 잃게 돼. 우리가 과연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
“그것과 관련해서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약간의 해결책은 가져왔습니다.”
“무엇인가?”
윤기는 서류 가방에서 종이 하나를 꺼내서는 고르바초프에게 건넸다.
“이건…, 호오….”
윤기가 건넨 종이에 적힌 내용.
그것은 바로 소련의 핵 잠수함이 거스터 공화국에 전기를 공급한다는 전제하에 미국은 소련과의 분쟁을 자제하겠다는 것이었다.
더불어서 기한은 40개월.
40개월 후에는 다시 협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지만, 이 부분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윤기가 나중에 부시를 다시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테니까.
“이게 있다면, 미국은 추후 소련과 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돌입했을 때 국제적인 명분 하나를 잃게 됩니다. 일종의 억제 효과라고 할까요? 물론 100퍼센트 완벽한 억제 효과는 아니지만, 현재 이것이 제가 준비할 수 있는 최대한입니다.”
“흐음….”
고르바초프는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이내 빌려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왜냐하면, 거스터 공화국은 실질적으로 소련에 도움을 주게 될 땅이니까.
소련, 대한민국, 북한, 아프리카로 구성될 미래의 연합.
이런 상황에서 윤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너무 제3자의 일로 볼 수만은 없었다.
“어쩔 수 없군, 내가 졌네. 자네에게 핵 잠수함 한 대를 빌려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윤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120도로 숙였다.
윤기가 이렇게까지 한 적이 레이건에게 있었을까? 부시에게 있었을까?
없다.
하지만, 고르바초프에게는 했다.
고르바초프 역시 어쩐지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들어 더욱 흡족했다.
“자네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니 솔직히 좋기는 하군. 하지만, 그러지 말게. 자네와 나는 동등한 존재야.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어떡하나? 내가 바라는 건 그저 자네가 바뀌지 않고,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거라네.”
“저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결연한 윤기의 대답에 고르바초프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고르바초프는 한 가지 소소한 궁금증을 보였다.
“그런데, 왜 40개월인가? 혹시 이유라도 있나?”
“아…, 그것은 일종의 보너스 개념인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윤기가 어색한 미소를 짓자, 고르바초프는 마치 악동 손자를 바라보는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찼다.
“어쩐지 그럴 줄 알았지. 뭔가 더 있구만?”
“아하하하….”
너무나도 어색한 윤기의 웃음.
그러자 고르바초프는 다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보게. 왜 40개월인가?”
“하나는 부시 대통령이 연임되지 않을 것에 가능성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고르바초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공화당이 왜 연임을 못 한단 말인가?
“그냥 어디까지나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조지 H.W. 부시는 연임을 하지 못한다!
더불어서 윤기 역시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0.1퍼센트도 안 되는 확률에 대한 대비.
윤기의 역사에서는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조지 H.W. 부시가 연임할지.
“만에 하나의 사태도 대비하겠다는 뜻이로군?”
“그렇습니다. 40개월 후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이 사안에 대해 다시 결정할 능력 정도는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 그러면 두 번째 이유는?”
“이게 본론인데…, 혹시 스마트 원자로와 관련하여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호오…, 자네도 그것을 알고 있구만?”
원래 역사를 기준으로도 스마트 원자로는 소련의 기술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 맞다.
최종적으로 냉전 관련해서 미국에 패배하기는 했지만, 소련이 미국에 빨리 패배한 결정적인 이유는 체르노빌을 비롯한 문제들.
그런데 윤기의 역사에서는 체르노빌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운석으로 인한 피해로 소련이 붕괴하지도 않았다.
자연히 소련의 기술 자체는 계속해서 발전하는 상황.
그렇기 때문에 윤기의 역사를 기준으로 소련에서는 소형 원자로의 한 분류를 스마트 원자로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의 과학자가 알고 있더군요. 역시 과학 기술 교류라는 것은 좋은 것 같습니다.”
“뭐, 그러라고 있는 연구소니까 말일세.”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고르바초프는 윤기가 스마트 원자로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 전혀 부담감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왜 굳이 스마트 원자로를 건설하려고 하는가? 그냥 원자로를 건설하면 될걸? 건설 기간 차이도 크게 안 난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야.”
“돈이 없어서요….”
“아…….”
일전 레이건이 거스터에게 ‘왜 자네 손녀사위는 미국 우주 비행선을 안 쓰는 건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거스터의 대답은 ‘비싸서요’.
지금 윤기의 대답은 어쩐지 그때와 비슷했다.
“거스터 공화국은 일반 시민이 거의 없을 겁니다. 따라서 스마트 원자로로도 충분히 전력 수급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일반 원자로로 ‘건축 가성비’를 뽑으려면 수백만 인구의 안정적인 납세를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그건 거스터 공화국의 기준과는 맞지 않거든요.”
“하긴, 그렇겠지. 거스터 공화국에는 방위 인력, 채굴 인력, 건설 인력 등을 제외하면 거주하지 않을 테니까 말일세.”
“거기에 추가해 봤자, 인력들의 가족들…? 하지만, 지역 자체가 결코 건강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출장 인력들이 주를 이를 겁니다.”
“그렇겠군. 그런데, 자네 한 가지 잊고 있는 거 아닌가?”
“무엇 말입니까?”
“거스터 공화국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난민으로 몰려들 텐데? 아니지, 자네가 잊고 있었다면 자선단체들을 영입하진 않았을 테고…. 거스터 공화국에 몰려드는 난민들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마찬가지로 대단히 현실적인 난제.
누군가는 ‘받아 주면 되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당장 한국을 기준으로 두고 봐도 간단한 일이다.
한국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 중 ‘한국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국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한국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징징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길거리 지나가는 한국 여자에게 왜 얼굴 천으로 안 가리냐고 시비 거는 난민이 있고, 왜 할랄푸드가 없냐고 난리 치는 난민이 있고, 한국어 전혀 못 하면서 편한 일자리가 왜 없냐고 징징대는 난민이 있다.
당장, 난민 불쌍한데 왜 안 받냐고 인터넷에서 도덕군자처럼 구는 사람이 난민 기금을 낸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 사람 옆집에 난민이 이사 오면 그 사람은 웃을 수 있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렇기에 윤기 역시 불쌍하다고 해서 자신이 책임질 생각은 일절 없었다.
자신이 한 일로 인해 생긴 난민이 아닌데, 왜 책임져야 할까?
“난민 숫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물론, 난민 유입 자체는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자선단체 사람들을 영입한 거죠. 그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아,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구만.”
“최소한의 생존은 도와주겠지만, 그 이상은 글쎄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물론, 재사회화 교육과 더불어서 노동을 하겠다는 난민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아, PMC 요원들처럼?”
“그렇죠.”
“확실히 몇 년 단위로 교육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고 그럴 의지가 있다면 말이야.”
“솔직히 저도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잖아요? 일단 추이를 보면서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야겠죠. 일단은 지켜볼 생각이에요.”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야.”
난민에 관한 문제는 현재 생각하기엔 상당히 복잡한 사안.
그렇기에 윤기도 고르바초프도 일단 원자력 쇄빙선과 핵 잠수함, 그리고 스마트 원자로에 관한 안건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 * *
1990년 6월.
시간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흘러갔고, 윤기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바뀐 것이 있다.
“으아아, 끝내주는구만!”
밤 12시.
샤워장에서 샤워하던 병사들의 입에서는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기존에는 샤워하기 위해 꼭 함선에 가야 했고, 그것도 매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오늘.
하루 1회.
자유로운 샤워가 가능하다는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전력 수급 덕분.
기본적으로 아프리카의 물은 식수는커녕 생활용수로 사용하기에도 힘든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반드시 정화 작업이 필요한데, 이러한 정화 작업에 필요한 전기를 공수할 수 있게 된 덕분에 PMC 요원들은 정말 물을 펑펑 쓰며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아프리카에 존재하는 물의 정화 작업만으로는 물의 조달이 부족하다.
동시에 필요한 것이 바로 바닷물의 청수화.
이것 역시 넉넉한 전기 덕분에 가능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핵 잠수함과 원자력 쇄빙선의 동력이다.
자체 운행은 전혀 하지 않고, 최소한의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전력을 거스터 공화국에 돌렸기 때문에 거스터 공화국은 일단 전력난, 수도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동시에 거스터 공화국은 슬슬 ‘인프라 개발’에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생겼다.
왜?
최소 인프라가 생겼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소식 역시 들려왔다.
야, 난민들이 슬슬 주변에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