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68)
#468화 일하면 유토피아 (2)
순간 사람들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예?]]]]]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에 가브리엘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간단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난민이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 거죠. 그냥 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짜 밥을 먹고, 공짜 잠자리를 얻고, 공짜 안전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순간 어른들의 표정이 붉어졌다.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 가브리엘라의 말.
혹시 좀비 영화를 본 사람이 있다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밖에 나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식량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내부에서 특정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도 아니면서 매사에 불만을 터뜨리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캐릭터.
사실, 난민 관련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는 난민인데?’라는 마인드로 모든 것을 공짜로, 편하게 해 주길 바라는 마인드.
실제로 2019년 대한민국 제주도에서 난민이랍시고 거들먹거리던 ‘난민 신청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참 가관인 내용이 많았다.
그렇기에 가브리엘라, 아니 윤기는 선을 확실하게 그은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이곳에서 지낼 수 없어요. 대신 일을 하게 된다면 여러분의 생활은 지금까지 지냈던 것보다는 확실히 나아질 거예요.”
“저…, 어떻게 좋아지는 겁니까?”
40대 남성의 물음에 가브리엘라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제대로 된 식사와 씻을 수 있는 환경, 안전한 잠자리, 그리고 교육을 받을 수 있죠. 더불어서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약간의 돈도 지급될 거구요.”
여기서 지급되는 돈은 진짜 말 그대로 푼돈 수준.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가브리엘라가 언급한 ‘식량’, ‘잠자리’, ‘위생’, ‘교육’을 사려면 개인의 인건비로는 그야말로 어림도 없었다.
어찌 보면 윤기 입장에서 대출혈 서비스를 하는 셈.
그렇기에 남자는 아주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느 정도는 납득했다.
왜냐하면, 방금 샤워도 했고, 밥도 먹었으며, 숙소도 확인했으니까.
‘이래서 사람을 관리하는 게 정말 힘든 거야….’
가브리엘라는 윤기가 왜 자신에게 신신당부를 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정말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여건을 개선해 주면,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 감사해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해 온다.
바로 여기서 규율이 필요한데, 이 규율을 세우기가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저…, 그런데 저는 일을 할 수가 없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엄청난 지뢰지대였다.
그로 인해, 오른손이 없는 70대 노인의 말에 가브리엘라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노동의 기준은 가족 단위니까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일을 할 수 있으면 돼요.”
“휴우….”
노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아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유쾌하게 변한 분위기.
더불어서 가족 중 한 명만 일하면 된다는 말은 이들에게 상당한 안정감을 주었다.
“불안하셨나 봐요?”
“그렇죠…. 조나스의 밑에서는 아이들까지 광산 일을 해야 했는데….”
실제로 조나스는 자신의 광산을 채굴하는 일에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엄청난 원성을 샀다.
그렇기에 원래 역사에서 두 번째 투표를 할 때 산토스에게 패배한 것이겠지.
더불어서 이 사람들은 조나스의 지역에서 있다가 피난 온 사람들이 틀림없었다.
“혹시 유니타 지역에서 바로 피난 오신 거예요?”
가브리엘라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벌써 반년 됐죠. 목숨 걸고 다 같이 탈출해서, 지뢰 지역에서 생활했습니다. 벌레 잡아먹고…, 전갈 잡아먹고…, 고철 모아다가 콩고 쪽으로 가져가서 팔고….”
그야말로 눈물 나는 생활.
가브리엘라가 좀 더 이야기를 물어보자, 다 박살 난 건물 중 그나마 비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는 건물을 찾아 생활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럼, 이곳을 찾아오신 것은 어떻게…?”
“우연히 라디오 하나를 주웠는데, 콩고 쪽 뉴스에서 여기에 거스터 공화국이라는 게 생겼다고 들어서…, 목숨 걸고 한번 와 봤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똑같아서…. 오다가 지뢰 밟아서 죽은 사람들도 있구요….”
노인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다른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으로 고생한 사람들.
하지만, 가브리엘라는 이들을 동정하면서도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여기서 혹시 글을 모르시는 분?”
2010년대를 기준으로 앙골라의 문해율은 약 67퍼센트.
내전이 한창인 지금을 기준으로 보면 67퍼센트보다는 좀 더 낮을 수 있었고, 실제로 이들 중 몇 명이 손을 들었다.
“지금 종이를 나누어 드릴 건데, 해당하는 부분에 동그라미를 쳐 주세요. 글을 모르시는 분은 글을 아시는 분이 내용을 설명해 주시고요.”
가브리엘라가 건넨 것은 윤기가 좋아하는 ‘상식’.
특히, 가장 중요한 상식은 이것이었다.
[앞으로 여러분은 일부일처제의 국가에서 생활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를 인정하십니까?]* * *
자신이 생활하던 문화권과 전혀 다른 문화권으로 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당장 천주교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들어올 당시, 무작정 제사를 금지했었으니까.
당시의 조선에 난리가 난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천주교는 나중에나마 제사를 허용한다.
비슷하게, 러시아에 난민으로 온 무슬림들이 러시아 여자들을 희롱하다가 곤죽이 될 때까지 맞은 일도 있었다.
아마, 이 무슬림 남자들은 억울했겠지.
자기네 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었을 테니까.
이처럼, 다른 문화권의 인물을 자국으로 받아들일 때는 심도 있는 재사회화가 필요하다.
사람이란 게 대단히 간사하기 때문에 자신이 변하려고 하기보다는, 주변을 바꾸려고 하니까 말이다.
한 명 두 명 받을 때는 상관없지만, 점차 수백 명 넘게 받아들이고, 그들이 한 곳으로 뭉친다면?
그때부터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거다.
자기들끼리 모이면서 재사회화를 거부해 버리니까.
사실 차이나타운도 그렇고, 한인촌도 그렇고,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재사회화가 안 된다는 건 문화 충돌이 생긴다는 것이고, 문화 충돌이 생긴다는 것은 사회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렇기에 윤기는 그 무엇보다도 재사회화를 중요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재사회화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였고, 이러한 교육에는 규칙이 중요했다.
[빰빰, 빰빰빰, 빰빰빰빰, 빰빰라빰빰, 빰빰빰, 빰빠라밤~]군필이라면 아주 익숙할 대한민국 군대의 기상나팔.
그것이 아침 6시 30분, 난민 센터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어제 온 난민들은 살짝 멍한 표정과 함께 어벙한 소리를 냈다.
“으잉?”
“엥?”
“엉?”
당황해하는 이들을 향해 가브리엘라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주며 말했다.
“여러분, 청소하세요. 청소!”
일어나서 15분 동안 청소.
15분 동안 간단한 세면.
10분 동안 인원 조사.
그리고 40분 동안 식사.
그야말로 규칙적인 일과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의사를 통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행히도 큰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제로.
‘하긴, 큰 병을 앓고 있었으면 오기도 전에 죽었겠지.’
아니나 다를까, 크게 아팠던 사람이 둘 있었는데,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검사는 에이즈 검사.
천만다행으로 이들은 에이즈 감염자가 아니었다.
2016년 기준, 앙골라의 에이즈 성인 발병자는 약 2퍼센트.
1990년은 이보다 훨씬 적은 수치겠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단체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치명적인 전염병을 검사하지 않고 그냥 둘 수는 없으니까.
여기에 파상풍을 비롯한 예방 주사에 현재라도 처방 가능한 예방 백신까지.
난민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처럼 수많은 절차가 필요한 일이었다.
[백신 안 맞겠다고 하면 그냥 추방해 버리세요. 죽어도 안 간다고 하면, 산토스랑 조나스한테 넘긴다고 하세요. 그러면 알아서 가겠죠.]윤기의 조언을 떠올린 가브리엘라였지만, 이러한 조언을 수행할 일은 다행히도 없었다.
일단 아직 난민 숫자가 20명밖에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이후로 가브리엘라는 이들에게 앞으로의 일과를 설명하고, 주의사항을 연신 교육했다.
나머지는 다른 직원들의 몫.
괜히 윤기가 자선단체 사람들을 영입한 게 아니다.
아프리카의 문화에 대해 잘 알면서, 봉사 정신이 있고, 현장을 통한 교육 능력이 있으며, 포르투갈어를 비롯한 아프리카 공용어가 가능한 인물.
그러한 인물들이 윤기의 난민 센터에 투입된 것이다.
아마, 세계 최고 수준의 난민 센터가 아닐까?
이들 중 재사회화가 우수한 이들은 후에 소련으로 갈 혜택을 얻게 되겠지.
현재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빈부격차가 적은 살 만한 동네.
따라서 이들 입장에서 소련행 티켓은 대단한 특혜라고 할 수 있었다.
“고기다!”
이들이 난민 센터에 온 지 이틀째.
이들은 드디어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냉동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나름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채소류까지.
결국, 난민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난민들은 이곳에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다.
[여기서 쫓겨나면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아.]덕분에 이들은 ‘노동’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들 21명 중 건설 말단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은 5명.
이 5명은 기꺼이 자신이 통보받은 일에 동의했고, 나머지 어른들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하루가 지나고.
이번에는 30명이 넘는 난민들이 나타났다.
* * *
처음 난민이 나타나고 20일이 지난 현재.
난민들의 숫자는 어느새 1,300명을 돌파하고 있었다.
최덕배는 2천 명을 추산했지만, 땅 자체가 꽤나 넓다 보니 모두가 최단속으로 도착할 수는 없는 법.
그리고 난민들 중 일부는 콩고 쪽으로 빠지기도 했기 때문에 현재 인원은 1,300명이었다.
더불어서 이들 대부분이 실제 하층민.
일부일처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융화되기도 쉬웠다.
매일 새벽 6시 30분 기상.
밤 10시 취침.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이들은 생활 리듬을 되찾았고, 건강을 되찾았다.
더불어서 이들 중 건설 노동이 가능한 인물들은 거스터 공화국의 ‘일반 시설’ 건설에 도움을 주었기에 공화국 자체에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난민 센터에 드디어 골칫덩이들이 나타났다.
“내가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요?”
뚱한 표정과 함께 눈을 다소 부릅뜬 50대 초반 사내의 모습.
가브리엘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또 골칫덩이가 늘어나겠네.’
현재 철책의 바깥에는 난민 신청을 거부당한 인원 수십 명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것이 사흘째.
그런데 오늘, 아내 27명을 끌고 온 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이자는 일부일처제와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했다.
결론은?
난민 센터에의 입성이 거절되었다.
‘애초에 돈도 있는 인간이 왜 난리야?’
십중팔구 부족 간의 경쟁에서 밀린 것이 분명한 상황.
아프리카에는 부족 단위 분쟁이 있기 때문에 지금 난리를 친 남성도 그러한 이유로 이곳 난민 센터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의 난민 센터 입성이 거부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강짜를 부린다.
“회장님, 난민 센터 입성을 거부당한 자들이 철책 바깥에서 소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브라운의 보고에 윤기는 미간을 찡그렸다.
“어떤 소동이죠?”
“간단합니다. 배설물을 철책에 뿌리거나, 남들이 자야 할 시간에 고성을 지르는 등, 질 낮은 짓거리입니다.”
“후우….”
윤기는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결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통첩을 날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