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테러리스트와는 협상이 없다고? (1)
순간 윤기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해적한테 선박이 나포됐다고?’
만약 러시아에서 거스터 공화국으로 내려오는 길목에서 나포가 되었다면 윤기가 모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도 거스터 공화국에 화물을 운반하기 위한 화물선들이 쉴 틈 없이 오가고 있으니까.
‘일단 서아프리카 쪽은 아니라는 얘기고, 남아프리카 쪽도 어지간하면 아니겠지. 아니, 애초에 한국이랑 아프리카가 교역할 만한 것이 있나? 없잖아?’
윤기의 머릿속에 세계지도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아프리카 부분이 확대되었다.
일단 서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는 제외.
그렇다면 남은 것은 동아프리카인데, 동아프리카에 해적으로 유명한 국가가 하나 있다.
“각하, 혹시…, 소말리아 해적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그래! 소말리아! 소말리아 해적들이 우리 상선을 나포했어! 자네가 아프리카에 있으니까 혹시 도움을 좀 얻을 수 있을까 연락했다네.]“어…, 음….”
[왜 그러는가?]윤기가 당황하는 이유는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그저 N이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게 어쩐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당황일 뿐.
“각하.”
[응?]“거스터 공화국의 위치가 어디인지 혹시 아십니까?”
[그거야, 당연히 아프리카 아닌가?]“음…, 그러니까 아프리카 어디인지 아시는가 여쭙는 겁니다.”
[그거야….]순간 N의 말이 끊겼다.
‘지도라도 확인하시나?’
은근히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N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어…, 음…, 미안하네. 너무 마음이 급해서 아프리카라는 말만 듣고 자네에게 전화했구만.]“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요.”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대한민국처럼 자그마한 땅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땅.
그런 만큼,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는 사실상 같은 문화권이라고 볼 수 없었다.
문화권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
만약, 거스터 공화국과 근접한 앙골라에서 대한민국 선박이 나포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지점까지 항해한다면?
그 거리만 무려 1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같은 장소까지 항해한다면 얼마나 걸릴까?
거의 비슷한 수준.
즉, 윤기에게 전화한다고 해서 빨리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더군다나 해적들의 목적은 결국 돈.
인질 협상을 하려면 돈을 주든가 구출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대한민국 정부가 할 일이지, 윤기가 할 일은 아니었다.
‘뭐, 이것도 어찌 보면 내 책임이 조금은 있는 건가?’
사실상 국정 운영의 상당 부분을 윤기가 책임졌다 보니,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N이 의지하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길래, 제가 우리끼리 알아서 해결하자고 했잖습니까.]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YS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윤기는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으응, 자네 지금 웃는 건가?]YS의 목소리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기를 향해 말했다.
“죄송해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분은 여전하시구나 싶어서요.”
[뭐…, 그렇기야 하지. 아무튼, 이번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나름대로 윤기를 배려하는 YS의 말.
그런데 윤기는 이번 일이 어쩌면 다른 일에 대한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 보자…,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 중에 이번 일과 결합할 수 있을 만한 일이…….’
몇 초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그럼, 이만 끊겠……]“잠깐만요!”
윤기의 말에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어차피 잠시 한가한 타이밍인데, 한번 해결해 보죠.”
수화기 너머에서 안도의 한숨이 두 번 들린 것은 윤기의 착각이 아니었다.
* * *
윤기가 통솔하고 있는 인원들 중에서 아프리카에 대해서 가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인물은 단연코 가브리엘라.
그렇기에 윤기는 가브리엘라를 불렀다.
“우리나라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들한테 나포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한국 뉴스에 뜨지 않은 것으로 봐서는 아마 엠바고가 걸려 있는 것 같아요.”
‘엠바고’는 언제, 몇 시까지는 보도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다.
물론, 가볍게 어겨 버리는 언론들도 꽤나 많지만 말이다.
“어…, 음…, 유감이네요.”
사실, 가브리엘라 입장에선 대한민국의 선박이 해적한테 나포되든 말든 별 상관없는 이야기.
그렇기에 가브리엘라는 어색한 표정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
“아, 뭐, 위로를 받기 위해 부른 것은 아니에요. 단지, 지금 난민 중에 소말리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난민이 있으면 한 명 데려와 줬으면 해서요.”
“네? 아, 네! 그럴게요!”
가브리엘라는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50대 중반의 흑인 남성을 데리고 왔다.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이는 흑인 남성의 모습.
“오쓰만이라고 합니다.”
‘이슬람식 이름이네? 아무래도 소말리아가 이슬람 문화권과 가까워서 그런가?’
사실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었기에 윤기는 일단 서론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요, 소말리아에 대해서 잘 아신다면서요?”
순간 오쓰만은 깜짝 놀랐다.
황인인 윤기가 유창한 포르투갈어를 구사하고 있었으니까.
“예, 15년 전까지 소말리아에서 살았습니다. 내전을 피해서 앙골라로 왔지만…, 앙골라도 내전 국가더군요. 휴…, 그래도 여기에서는 마음이 편합니다. 잘 때, 어디서 포탄이 날아올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다행이네요. 재사회화 교육을 열심히 받으면 더욱 안전한 곳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니 열심히 하세요. 그곳에서는 ‘진짜 자기 재산’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와 아내, 그리고 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든 인생을 살아왔지만, 나름대로 훈훈한 모습을 보여 주는 오쓰만의 태도에 윤기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행운을 빌죠. 아무튼, 제가 이곳에 오쓰만 씨를 부른 이유는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궁금하기 때문이에요.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있나요?”
고맙게도 오쓰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부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 궁금하신가요?”
윤기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나라,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나포되었어요. 이 경우, 어떠한 해적들일 가능성이 있을까요?”
오쓰만은 여러 굴곡을 견디면서 살아온 탓에 나름대로 눈치가 있었다.
따라서 윤기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나름대로 알아채고는 대답을 내어놓았다.
“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죽어야만 정신을 차릴 녀석들일 겁니다.”
“그 정도인가요?”
“네, 처음 해적질을 시작한 녀석들이라면 의외로 순박…하다고 할까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지나가는 선박에 총질을 했더니 돈을 받는 것이 시작이니까요.”
“호오….”
윤기의 호응에 오쓰만의 말이 이어졌다.
“제 옆집에 살던, 같이 어업을 하던 녀석도 해적질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당장 살기가 힘들어서 뭐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지나가는 선박에 총질을 했더니 1년 치 벌이를 한순간에 벌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계속 말씀해 보세요.”
“처음 그 녀석의 목소리에는 죄책감이 그래도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녀석이 점점 더 많은 해적질을 하면서 목소리에는 흥분만이 담겨 있더군요. 툭하면 저에게 ‘오늘은 얼마 벌었다’라면서 자랑을 하는데…, 어느새 해적질에 몰입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쉽게 버는 돈맛을 봤으니, 정신을 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가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뱃일할 때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이던 녀석인데 아마 돈에 취한 것이겠지요. 죽거나 혹은 해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거나…? 아무튼, 대부분의 해적이 이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죠?”
“죽었습니다. 그 녀석과 함께 해적질을 하던 녀석이 눈 하나를 잃고 마을에 나타나서는 저한테 밥을 달라고 하면서 이야기해 줬거든요.”
“왜 죽었을까요?”
“상선 털어서 꽤나 많은 돈을 얻었는데, 배에서 내분이 났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선장인 그 녀석까지 죽은 거죠.”
“선장도 죽는군요.”
“그게 해적입니다. 사실, 저도 해적 권유를 받긴 했습니다만, 누군가를 죽이는 게 상상이 안 돼서….”
과거를 토로하는 오쓰만의 모습에 윤기는 다시 한번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제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이번 일은 뭐…, 비밀로 안 하셔도 되지만, 가급적 비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물론입니다. 쓸데없는 말을 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습니다.”
“좋아요.”
윤기는 고개를 돌려 경호원을 바라보았다.
“오쓰만 씨와 그 가족들에게 오늘 저녁은 따로 스페셜 특식을 대접하세요.”
순간 오쓰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제 작은 성의에요. 다음에 또 필요한 일이 있다면 불러도 될까요?”
“무,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오쓰만이 나가고 난 후, 윤기는 생각에 잠겼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겠는데?’
원래 윤기는 신문에서 읽은 수준의 소말리아 해적들을 생각했었다.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다.]무려 교도소 생활을 하는데도 한국으로 귀화하고 싶다고 했었던 해적들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그 녀석들도 한국 교도소 생활을 어쨌든 몇 년 정도 했으니까 그런 인식이 생긴 거잖아?’
지금 해적질을 하고 있는 녀석이 ‘항복하면 새로운 기회를 준다’라는 말에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아직 나포에 성공하지 못한 해적이 아니라, 나포를 성공한 해적이다.
그들이 과연 얼마를 요구할까?
“각하, 해적들이 요구한 몸값이 얼마죠?”
윤기의 연락에 N은 빠르게 대답했다.
[우리 돈으로 70억 정도일세.]“70억이라…, 감사합니다.”
통화를 끝낸 윤기는 이번엔 CIA의 수장인 메이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메이슨, 해적들이 선박을 납치한 경우, 요구하는 몸값 대비 최종 타결 몸값은 얼마 정도인가요?”
메이슨 입장에서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기에 즉답이 나왔다.
[제가 알기로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 사이가 대부분일 겁니다. 드물게 이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혹시 지금 대한민국의 선박이 나포된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확실히 CIA의 수장인 덕분에 정보가 빠른 메이슨.
그렇기에 윤기는 수화기 너머로 웃음을 보냈다.
“역시 정보가 빠르시네요.”
[사실, 도움이 필요하신지 연락을 드릴까 하다가 제가 너무 넘겨짚는 것 같아서 거의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혹시 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이미 큰 도움이 되었어요. 상대가 요구한 몸값이 70억, 실제로 기대하는 몸값은 7억에서 14억 사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늙은이의 오지랖이라고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해적들에게 몸값을 넘겨주는 것은 별로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굳이 회장님께서 몸값을 지불할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박이 소속된 회사에서 해결해 줄 문제니까요. 물론, 회장님께서 무언가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다면야 다른 일이지만요.]“호오, 그런가요?”
이 부분은 윤기도 솔직히 몰랐다.
해적에게 납치되면 무조건 국가가 나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값의 지불은 소속된 회사가 하는 게 맞는 거라니.
새삼 윤기는 또다시 지식의 평이 넓어졌다.
[그렇습니다. 국가에다가 앵앵거리는 녀석들은 윗대가리들이 지불할 몸값이 아까워서 국가에 앵앵대는 것뿐이죠. 해적 소탕 자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몸값 지불은 그 선박 소속된 회사가 하는 게 맞는 겁니다. 물론, 몸값을 지불할 여력이 없는 상선 같은 거면 모르겠지만, 상선이라면 더더욱 말이죠.]정보 단체의 수장답게 지극히 냉철한 분석.
그렇기에 윤기는 메이슨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과 함께 통화를 끊었다.
‘갑자기 궁금해지네, 푸틴은 어떤 대답을 할까?’
어쩐지 어떤 대답을 할지 예측이 되었지만, 지금 역사에서의 푸틴은 어떤 대답을 할지 윤기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푸틴, 우리나라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나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아, 예. 이야기는 들었습니다.]“역시 인맥이 대단하시군요.”
[조금 쑥스럽군요.]푸틴이 코를 검지로 슥 훑는 모습이 생각난 윤기는 본론을 꺼냈다.
“만약, 푸틴에게 지휘권이 있다면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
[핵잠수함인 타이푼을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