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76)
#476화 범죄와의 전쟁 (2)
[[[[[으응???]]]]]순간 이장들이 깜짝 놀라 고개를 정면으로 고정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소파에 몸을 푹 눕히며, 자신들의 나이를 과시하는 듯한 자세를 보였던 이장들.
하지만 지금 이장들의 자세는 상체를 45도 앞으로 굽히고는 목을 쭈욱 뺀, 그야말로 호기심 가득한 자세였다.
“뭐…, 다들 아시지 않나요? 제가 교도소를 세우면 당연히 직원 복지를 신경 쓸 텐데…, 직원 복지를 신경 쓰려면 이것저것 지어 줘야 할 편의시설도 많고…, 그런데 뭐…, 이장님들이 교도소 반대하시면 어쩔 수 없죠. 다른 데 찾아볼게요.”
윤기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청송에 지으려는 것은 어디까지나 반발을 가장 쉽게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지, ‘여기가 아니면 안 돼!’가 아니었으니까.
“자, 잠깐!”
이장 중 한 명이 황급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양손으로 윤기의 어깨를 눌렀다.
“크흠! 크흠! 아니, 젊은 사람이면 시간도 많을 텐데, 뭘 그리 급한가? 일단 앉아 보게. 응?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자고.”
윤기는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이자, 거스터 공화국의 소유주.
그런데, 이곳에 있는 이장들을 윤기를 마치 ‘젊은이’ 대하듯이 대했다.
어떻게 보면 윤기의 사람 대하는 스타일 때문이겠지.
윤기가 잔뜩 거들먹거리고, 주변에 살기 등등한 기세의 경호원들을 잔뜩 데리고 다녔다면 이장들이 이렇게 마음 편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게 또 윤기의 사람 대하는 방식이었다.
적당히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되, 상대가 선을 넘으면 가차 없이 목을 쳐 버리는 인간 관리.
그렇기에 윤기는 편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이장들 중에 선을 넘는 자들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었다.
“크흠! 그…, 정말로 편의시설도 함께 지을 건가?”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려면,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을 편의시설이 필요하겠죠?”
“허어…, 이런 경우는 솔직히 처음이라….”
국가에서 교도소를 지을 경우, 그 주변에 편의시설을 같이 만들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냥 발령만 보내면 끝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서울로 발령받기 위해 기를 쓰는 거겠지.
최신 영화를 보기 위해 추자도에서 배 타고 제주도로 올라온 공무원의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 진짜다.
정말 인프라가 없는 지역으로 발령 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그나마 2020년에는 인터넷이라도 빠르고, 인터넷에 볼 것이 많아서 다행이지.
1990년의 지방 발령은 정말이지 할 게 없었다.
교사처럼 그나마 근무 시간이 규칙적인 직렬이면 주말 부부라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교도소 공무원이나 소방관, 경찰관같이 불규칙한 근무 시간을 가진 사람이 지방 발령을 받게 되면, 사실상 주말 부부도 할 수가 없다.
“청송에 교도소가 여럿 생기긴 했지만, 편의시설과는 사실 거리가 멀었죠?”
씨익 웃는 윤기의 말에 이장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중 끗발이 두 번째 정도 되는 이장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서 면회 오는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거나 하는 건 좋은데, 그냥 그것뿐이니까…….”
2010년대쯤 되면, 지방의 인구가 점점 줄어들다 보니, 면회객들이 찾아와서 돈을 쓰는 것만으로도 청송 입장에서는 그럭저럭 만족할 일이 된다.
하지만, 1990년을 기준으로는 조금 애매한 것도 사실.
그렇기에 윤기는 편의시설이라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교도소를 짓는 데 잡음이 없게만 해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편의시설 건설을 진행할게요. 물론, 청송 군민들도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말이죠. 제가 돈을 바라보고 교도소 짓겠어요? 돈 벌려면, 다른 곳에 투자하지.”
“하긴, 그건 또 그렇겠구만.”
납득하는 이장들을 향해 윤기가 다시 한번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한번, 좋은 관계를 맺어보자구요. 제가 청송에 관심을 가지는 게 여러분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 말을 끝으로 윤기는 이장들에게 사알짝 두툼한 봉투를 각각 건넸다.
“이건 마을 잔치하시라고 드리는 겁니다. 수령증에 서명만 해 주세요.”
순수 개인적인 뇌물로는 쓰지 말라는 일종의 권고.
뭐, 잔치 준비를 하면서 어느 정도 빼먹을 수는 있겠지만, 윤기는 그것까지 간섭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이들이 앞장서서 이장 역할을 하는 것도 다 어디선가 콩고물을 먹으려고 하는 것일 테니까.
중요한 것은 선을 넘지 않는 거다.
만약, 저걸 이장들이 그대로 자신들의 주머니에 넣게 된다면?
꽤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지.
[[[[[고, 고맙네.]]]]]이장들은 주춤거리며 봉투를 받고는 수령증에 서명했다.
이제 이장들이 봉투를 받았다는 것은 확실하게 증거가 남았다.
나중에 윤기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잔치는 잘하셨어요?’라고 말했을 때, 주민들이 모른다?
이장들은 ‘이장이었던 것’이 되지 않을까?
“자, 그러면, 여러분만 믿겠습니다.”
물론, 이장들을 설득하는 것만으로 윤기의 행동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 * *
윤기는 청송 소재의 학교들에 여러 가지 기부를 시작했다.
축구공, 농구공을 비롯한 체육 도구.
전교생에게 돌리는 햄버거와 콜라.
마을회관에 TV와 선풍기.
서울이나 경기도라면 솔직히 미친 짓이었지만, 인구 4만이 조금 넘는 청송군에 이 정도 기부를 한다고 해서 윤기의 주머니가 거덜 날 일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지금 윤기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수준.
PMC를 통해 자체 파견하고 있는 것에 더해, 소련군 파견의 다리까지 놓으면서 그 사이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상황이다.
달달한 미국 국방비의 맛을 그야말로 콸콸콸 느끼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지금 윤기가 쓰고 있는 돈은 슈퍼에서 과자 한 봉지 사는 수준도 되지 못했다.
물론, 한국 과자는 겁나 비싸지만.
“어휴, 젊은 청년이 생각이 정말 올발라.”
“청송에 의인이 나타났어.”
“TV에서 본 것보다 잘 생겼네.”
“역시, 대단한 사람은 젊을 때부터 다르구만.”
청송의 어른들은 그야말로 윤기를 극찬했다.
이유?
간단하다.
윤기가 청송에 잘해 주니까.
사실, 이런 말을 듣는 데는 진짜로 올바른 사람일 필요가 전혀 없다.
부패에 쩔었고, 나라를 판 전적이 있더라도, 자신들에게 잘해 주면 의인으로 칭송하는 것이 사람 아니겠는가.
김구 선생님의 회고록을 보면, 감방에서 자신이 먹을 밥을 감방 동기들에게 종종 주곤 했는데, 받을 때는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했으면서도, 다음번에 다른 사람에게 밥을 주면 바로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감옥이든 바깥이든 어쨌든 사회.
그렇기에 윤기는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으로 청송의 인심을 얻은 것이다.
“마을 잔치는 잘하셨어요?”
청송면 전체에 대한 잔치가 아니라, 교도소가 직접적으로 지어질 장소 부근의 마을들에 한해 제공한 찬조금.
이장들에게는 다행히도 좋은 말이 나왔다.
“어유, 당연하지. 아주 좋았어.”
“소 한 마리를 통째로 굽는 마을 잔치는 처음이었어. 먹다 먹다 다들 지쳐서 집에 바리바리 들고 갔다니까?”
윤기는 회장이었지만, 마을 사람들 앞에서 거들먹거리지도 않았고, 부자랍시고 마을 사람들을 더럽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부 재벌들 같은 경우 서민들과 손만 닿아도 손을 씻을 정도로 서민을 혐오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윤기는 아주 친근한 인물.
“최 회장! 와서 이것 좀 먹어 봐!”
농사일을 하느라 햇볕을 잔뜩 받은 탓에 까무잡잡한 데다, 노동으로 인해 잔뜩 주름진 70대 초반 할머니의 손.
그 손에는 인절미 한 개가 들려 있었다.
“어유, 맛있겠는데요?”
윤기는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건네받지 않고, 아예 입을 가져다 대며 냉큼 먹었다.
“아이고, 그냥 손으로 받아먹지, 내 손 더러울 텐데.”
“어휴, 이렇게 열심히 일한 손이 아름다우면 아름답지, 뭐가 더러워요?”
선거철만 되면 흔히 보이는 정치인들의 먹방쇼.
일부 좋은 것들만 먹고 자란 정치인들 같은 경우에는 아주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시장 음식들을 먹는데, 그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윤기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했기에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순식간에 청송면 전체에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서민과 하나 다를 것 없는 재벌.] [서민에게 정말 친절한 재벌.] [가식이 없는 재벌.] [친구 같은 재벌.]누가 보면 선거 운동이라도 하는 줄 알겠지만, 윤기는 그저 교도소를 짓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윤기가 해야 할 일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교도소를 짓기 위한 땅을 사는 것.
윤기는 57명을 수용하기 위한 교도소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미래를 내다보고 교도소를 짓기를 원했다.
그렇기에 윤기가 사야 할 땅 역시 많이 필요한 법.
하지만, 이럴 때는 항상 보상금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결정적으로 윤기는 청송에 땅이 없었다.
이제부터 사야 하는 상황.
물론, 윤기는 호구가 아니었다.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이시니까, 재배하지 못할 농작물에 대해 보상을 해 드리고, 땅에 대해서는 시세의 두 배를 쳐 드릴게요. 어떤가요?”
현재 농사가 지어지고 있는 땅에 대해서는 당연히 이 정도 시세를 쳐 줘야 한다.
만약, 주변에 따로 농사지을 땅을 살 수 없다면 당연히 가격을 더 올려 줬겠지.
하지만, 농업용 토지는 부동산에 차고 넘치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뭐…, 그렇게 합시다.”
농사지을 새 땅을 찾는 것을 감안해도 두 배라는 액수는 나름대로 매력적인 액수.
그렇기에 거래는 수월하게 이루어졌고, 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거래 역시 대부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에는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당연히 있다.
더군다나, 윤기가 교도소를 지을 거라는 사실에 예상되는 건설 지역의 땅을 먼저 매입하거나 더 많은 돈을 내놓으라며 버티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호구가 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지금 돈 벌자고 교도소 짓는 줄 아니? 이게 아파트나 백화점 같은 편의시설인 줄 알아?”
지금 윤기가 있는 곳은 청송 소재의 한 부동산.
그곳에서 윤기는 3인용 소파에 홀로 앉아, 맞은편에 앉거나 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대놓고 반말을 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은 놀랐다.
지금까지 착하고 친절한 모습만 보이던 윤기가 순식간에 냉기만 풀풀 날리는 것이 전혀 적응되지 않았으니까.
“알 박으려면 박아. 팔기 싫으면 팔지 마. 그런데, 그거 알아? 난 그거만 피해서 지을 거거든. 전기 철망에 사면 중 삼면이 둘러싸인 땅이 과연 시세가 어떻게 될까? 아주 재밌지? 응?”
윤기는 진심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알박기를 한다?
그러면, 그 부분을 무시하고 공사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강하게 나갈 수 있는 이유는 여론이 자신의 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
이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여론의 힘이 필수고, 민원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기는 이미 청송 사람들의 마음을 꽉 잡아 놓은 상황.
더군다나 지금 윤기는 편의시설을 지을 땅도 동시에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편의시설이 안 지어질 수도 있었다.
피식.
윤기는 어안이 벙벙해진 상대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굳이 급할 이유가 없는 거래.
그러자 자신들이 갑이라며 기세등등했던 상대들은 그야말로 벙찐 표정을 지으며 윤기를 잡으려고 했다.
[[[[[파, 팔게요! 판다구요!]]]]]하지만, 윤기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고개만 돌리고는 비웃듯이 말했다.
“응, 안 사.”
* * *
교도소를 지었다면, 기본적으로 안에 죄수를 채워야 한다.
사실, 죄수를 채울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일은 아무래도 없을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연히 차선책은 채우는 쪽으로 선회해야 하는 법.
하지만, 세상에는 언제나 명분이 필요한 법이다.
윤기가 N과 YS에게 부탁한 것은 다름 아닌 ‘범죄와의 전쟁’.
그런데, 범죄와의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명분이 꼭 필요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그럼, 임 부장, 부탁할게요.”
와이케이 그룹에서 이러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임시찬이 출격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