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77)
#477화 범죄와의 전쟁 (3)
“맡겨 주십시오. 이런 일들은 제 전문이지 않습니까?”
임시찬은 가슴을 팡팡 치며 그야말로 호언장담을 했다.
윤기의 밑에서 일하면서 인생이 참으로 행복해진 임시찬.
그렇기에 이번에 맡겨진 일 역시 최선을 다해 수행하기로 했다.
‘어디 보자…, 시나리오는 주셨으니, 수행만 하면 되는 거잖아? 이런 일조차도 해내지 못하면 내 자존심이 박살 나는 일이지.’
임시찬은 윤기의 집무실에서 나온 후, 부산에서 작은 위장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임시찬이 하는 일들은 와이케이가 대놓고 하기 힘든,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것.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와이케이에서 해고를 당했는데 제공해 준 집에서 못 나가겠다고 버티는 녀석들을 집 밖으로 쫓아내는 등의 일도 했다.
한마디로, 잡부.
하지만 윤기는 임시찬을 홀대한 적이 없었고, 그 덕분에 임시찬 일행들은 아주 만족해하면서 자신들의 일을 했다.
하는 보직이 잡부면 어떤가?
일할 맛 나는 돈을 주고, 존중도 해 주는데?
그렇기에 임시찬은 부산에서 위장 사업체를 운영하던 자신의 부하인 윤채성을 찾았다.
“채성아, 할 수 있지?”
“어유, 물론이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놈이 평상시에 사장 소리 들으면서 살고 있는데, 그런 것도 못 하겠습니까?”
임시찬 일당은 그야말로 광범위한 잡일을 하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당연히 소속원들의 신분도 다양해야 하는 법.
그 중에서도 윤채성은 이럴 때 쓰기 딱 좋은 멤버였다.
윤채성이 운영하는 사업체는 다름 아닌 인쇄소.
물론, 인쇄소에 소속된 인물들 역시 임시찬의 부하들이었다.
윤채성을 포함해도 직원이 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업체.
매출은 회사를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좋아, 그러면, 가서 신나게 마시고, 신나게 맞고 오라고.”
“알겠습니다! 충성!”
임시찬을 향해 경례하는 윤채성의 모습.
사실, 이 둘의 관계는 군대 선후임 관계였다.
더 재밌는 사실은 윤채성이 선임이었다는 거지만.
* * *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조폭들은 술집에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었을까?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참 자주 쓰이던 방식.
당연한 말이지만,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했고, 윤채성 일행은 바로 이 방식을 역으로 이용하는 계획을 준비했다.
“자, 자. 마시자고!”
윤채성은 자신의 부하이자 인쇄소 직원들인 다른 사람들과 유흥주점에서 그야말로 술판을 벌였다.
[[[[[위하여!!!]]]]]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구성된 윤채성과 부하들.
이들의 특징이 있다면 지극히 선량하게 생긴 외모라는 점이다.
모든 일에는 알맞은 장비가 존재하는 법.
이번 계획에는 험상궂게 생긴 부하보다는 당연히 선량하게 생긴 쪽의 성공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마셔! 마셔!]]]]]그야말로 신명 나게 술을 마시는 윤채성 일행.
이들은 깽판을 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걸까?
아니다.
이들은 정말, 술에 취해서 뻗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
그야말로 조용해진 룸 내부.
그러자 윤채성 일행의 옆에서 분위기를 맞춰주던 여성들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쟁반을 든 웨이터들이 룸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세팅되는 비싼 ‘빈’ 양주병.
유흥업소 기준으로 한 병에 30만 원 이상 하는 술들이 테이블에 마구 놓이기 시작했지만, 윤채성 일행들은 계속해서 쥐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새벽 5시.
업장이 문을 닫을 시간이 되자, 웨이터들이 윤채성 일행을 흔들어 깨웠다.
“손님, 손님. 일어나시죠. 문 닫을 시간입니다.”
“으으응…, 뭐, 뭐야…?”
잠에서 깬 윤채성은 빠르게 자신이 할 일을 다시 떠올렸다.
임시찬 밑에서 참으로 다양한 일을 해 왔던 윤채성.
그를 괜히 임시찬이 이번 일에 골랐을까.
“손님, 문 닫을 시간입니다. 그리고 계산하셔야죠.”
“어어…, 어…. 계, 계산서 가져와….”
술이 깨지 않아 비몽사몽 간에 일어나는 부하들의 모습을 보며, 윤채성은 일단 물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웨이터가 가져온 영수증.
윤채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야. 처, 천만 원?!”
계산서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1이라는 숫자 하나와 0이라는 숫자 7개.
아무리 유흥업소라 할지라도 하룻밤 사이에 천만 원이라니?
그것도 그냥 일반적인 유흥업소에서?
하지만, 웨이터는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그게 뭐 비싸다고 그러세요. 이렇게 많이 드셔 놓고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고급 양주들.
하지만, 윤채성 일행은 이런 양주를 먹은 적이 없었다.
먹은 거라고 해야 싸구려, 12년산 양주 두 병에 맥주와 소주뿐이었으니까.
그런데, 테이블 위에 놓인 것은 30년산 양주들.
더군다나 술병들의 숫자가 치사량에 가까운 양이었다.
“얌마! 내가 이렇게 술을 마셨을 리가 있냐? 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린 이거 마신 적 없어!”
고함을 지르는 윤채성이었지만, 웨이터는 익숙한 광경인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드셨으면 계산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안 마셨다니까!”
그때, 열린 문 바깥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사람은 키 170센티 후반에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은 될 것 같은, 후덕하면서도 사나운 인상의 인물.
딱 봐도 이 업장을 관리하는 조폭 중 한 명임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방에 들어온 것은 한 명의 조폭이 아니라 여러 명의 조폭.
윤채성은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움츠렸고, 웨이터는 그 모습에 득의의 표정을 지었다.
“야, 무슨 일이야.”
조폭의 말에 웨이터가 신난다는 듯 조폭의 옆으로 달려가 계산서를 보여 주었다.
“아니, 이 손님들이 이렇게 마셔놓고 계산을 못 하겠다잖아요.”
“뭐?”
조폭은 계산서와 테이블을 번갈아 보고는, 이어서 윤채성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저씨. 술을 기분 좋게 드셨으면, 계산도 기분 좋게 하셔야지. 그런 당연한 상식을 몰라?”
눈을 부라리는 조폭을 향해 윤채성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항변했다.
“아, 아니…, 이런 걸 마신 적이 없다니까……요….”
조폭은 헛웃음을 쳤다.
“아니, 그러면, 이 병들이 왜 여깄어. 엉? 아저씨. 술에 취해서 기억을 못 한다고 해서 안 마신 게 아니야. 빨리 계산하고 집에 가서 발 닦고 자. 그게 서로 간에 좋아.”
귀찮다는 듯 계산서를 흔드는 조폭을 향해 윤채성이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못 내요! 아, 안 마셨다니까요!”
“아니, 이 씨발럼이…!”
철썩-!
조폭이 두툼한 손이 윤채성의 뺨을 후려갈기자, 윤채성은 눈에 별이 번쩍하는 듯했다.
“컥!”
“아재, 빨리 계산이나 하쇼. 응? 안 그러면…, 다쳐. 응?”
“다, 당신…, 경찰에 신고……, 컥!”
철썩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윤채성의 비명.
동시에 조폭이 다시 헛웃음을 터뜨렸다.
“경찰? 지금 경찰을 불러야 할 사람이 누군데 그래? 남의 술집에서 술을 있는 대로 처먹고 계산을 안 하시겠다. 이거, 오늘 예절 교육 좀 단단히 시켜 드려야겠어.”
조폭은 뒤로 고개를 돌리더니, 뒤에 서 있던 부하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얘들아, 이분들에게 오늘 도덕 교육 좀 확실하게 시켜 드려라.”
잠시 후.
웨이터가 바깥에서 룸의 문을 닫았고, 룸에서는 윤채성 일행의 곡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 * *
윤채성 일행은 가지고 있는 물건 모두를 빼앗겼다.
심지어 구두까지.
“이걸로도 한참 부족한 거 알지? 이따가 여기로 수금하러 갈 테니까, 돈 준비해 놔. 알았어?”
살벌한 목소리가 담긴 협박을 끝으로, 윤채성 일행은 유흥업소 바깥으로 ‘기어서’ 나올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두들겨 맞았으니까.
어느새 해가 뜬 상황.
장소가 장소인지라 지나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게 불행이라면 불행,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윤채성 일행은 10분 넘게 신음을 흘리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힘들게 힘들게 인쇄소로 이동했다.
눈이 붓고, 시퍼렇게 멍들고, 몸 여기저기 안 쑤신 곳이 하나도 없는 상황.
그나마 어디 부러진 곳이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어유, 새끼들. 진짜 잔인하게도 패네.”
윤채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마 차필규에게서 단련을 받은 적이 있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어디 한 군데 부러졌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한 군데만 부러지지 않았겠지.
족히 여러 군데가 부러졌을 것이다.
“아무튼, 이따가 한 번만 더 힘내자. 알았지?”
아니나 다를까, 오후가 되자 조폭들이 인쇄소를 찾아왔다.
조폭들이 뺏어간 지갑에 인쇄소 전화번호와 주소가 있었으니까.
물론, 윤채성은 다시 한번 조폭에게 반항했고, 모두가 또 구타를 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윤채성은 울면서, 인쇄소의 금전 출납기에서 돈을 꺼내 조폭에게 돈을 지불했다.
“야, 이걸로 돈이 안 되는데? 모자라잖아?”
이어서 윤채성은 자신의 통장을 조폭에게 넘겼다.
신분증과 비밀번호, 도장까지 말이다.
그러자 잠시 후, 조폭 하나가 은행에 다녀오고서는 윤채성에게 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넘겼다.
“자, 잠깐…, 그거 처, 천만 원 넘어 보이는……, 흡!”
거의 엎드려 쓰러진 상황에서 윤채성이 뭐라 항변하려 하자, 조폭이 쭈그려 앉더니 엄지, 그리고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윤채성의 양 볼을 움켜잡았다.
“아재, 우리 인건비도 생각하셔야지. 응?”
조폭들이 출금한 금액은 1,500만 원.
금전 출납기에서 꺼낸 돈과 빼앗긴 지갑, 구두 등을 생각하면 2,0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하루아침에 갈취당한 꼴이었다.
심지어 병원에서 최소 며칠은 정양하고, 집에서 몇 주는 쉬어야 할 부상은 덤.
“아재, 이제 우리 술집에 오지 마쇼? 또 이런 일 겪기 싫으면.”
조폭들은 낄낄거리며, 두툼해진 주머니와 함께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인쇄소 문이 다시 열리고, 이번에는 임시찬과 다른 부하들이 들어왔다.
“정말 고생했다.”
“으…….”
마침내 윤채성은 정신을 잃었다.
다른 인쇄소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병원으로 옮겨진 윤채성 일행은 3일이나 지나고 나서야 겨우 몸을 고통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윤채성 일행은 자신들이 해야 할 마지막 작업에 임했고, 마침내 이 모든 작업의 결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 *
[대통령 각하…!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면서 이렇게까지 억울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차라리 군사정권 시절이 좋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조폭한테 당한 적이 없으니까요.
삼청교육대를 왜 없애신 것입니까?
민주정권에서 조폭한테 이렇게 구타를 당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마시지도 않은 술 때문에 말입니다.
정말……………]
N의 집무실에 배달된 조간신문에 떡 하니, 그것도 1면에 실린 내용.
사실, 이것은 YS 재임 시절, 목포에 있었던 실제 사례를 윤기가 각색한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을 확실하게 이끌 수 있을 테니까.
각본 윤기.
주연 N의 극화.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러한 사례가 실제로 존재했고, 이러한 피해자들 역시 부지기수였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폭의 위협이 무서워 돈을 지불했고, 구타를 당해도 경찰에 쉬이 신고하지 못했다.
법은 무섭고 칼은 가깝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원래 역사에서는 칼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윤기의 역사에서는 윤기를 위해 구타를 감수할 사람들이 있었다.
[각하, 각하의 연기가 정말 중요합니다.]윤기의 신신당부를 들은 N.
그렇기에 N은 집무실 중앙에 서 있는 경찰청장의 쪼인트를 다짜고짜 걷어찼다.
“나라 꼴이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