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1)
#481화 교도소의 시한폭탄들 (3)
“컥!”
그야말로 단말마의 비명.
얼마나 센 주먹인지, 일종의 뇌진탕까지 올 정도였다.
당연히 정신을 못 차릴 수밖에 없는 조동권의 상황.
하지만, 간수의 주먹은 한 방으로 끝나지 않았다.
[뻐킹! 애스홀!]큰 고함과 함께 조동권을 향해 발길질을 해대는 간수.
그 발길질을 몇 분이나 하고 나서야 간수는 다시 징벌방의 문을 잠그고, 조동권이 더럽힌 식기를 들고 사라졌다.
“아으으으….”
조동권은 교도소라는 곳에 입소한 후 처음으로 고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 * *
사람이라는 게 한 번으로 정신을 차리면 얼마나 쉬울까?
말만으로 규칙을 따르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항상 있는 법이고, 조동권이 바로 여기에 속했다.
그리고 조동권 역시 모르는 게 있었다.
자신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계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조동권은 며칠 동안 정말 죽도록 맞았다.
왜냐하면, 식기를 더럽힐 때마다 백인 혹은 흑인 간수들이 징벌방 문을 열고 무자비한 구타를 해 왔으니까.
그렇기에 조동권은 아예 문이 열릴 때 탈출할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실패.
간수에게 바로 붙잡혔을뿐더러, 조동권의 눈에 보인 것은 징벌방을 향해 총을 정조준하고 있는 군인, 아니 간수들의 모습이었다.
단지, 조동권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갇혀 있는 징벌방 옆으로 똑같이 생긴 문이 주르륵 늘어서 있다는 것 정도.
따라서 조동권은 이곳이 일종의 ‘징벌 구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뭐야, 여기가 나 같은 녀석들을 수용할 장소라는 거야?’
하지만, 조동권은 이것만으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방 자체를 더럽히는 것.
하지만, 이것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왜?
간수들은 조동권의 방에서 무슨 냄새가 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버티지 못하게 된 것은 조동권.
며칠이 지나자 조동권은 울면서 징벌방 바깥을 향해 외쳤고, 간수들은 조동권의 몸을 사랑으로 어루만져 준 후, 조동권의 징벌방에 물을 대량으로 살포해 주었다.
다른 건 몰라도 배수 설계는 잘 되어 있던 덕에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 처리가 된 조동권의 흔적.
그렇게 조동권은 체념한 상태로 조용히 징벌방에 순응했다.
하지만, 조동권이 받아야 할 벌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 *
꼬르륵.
조동권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
윤기의 교도소에서 밥을 대충 줘서?
아니다.
그렇다면 밥을 적게 줘서?
그렇다.
대한민국 대통령령에는 ‘징벌 사범’에 대한 처우가 명기되어 있는데, 징벌 사범은 식사량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더불어서 징벌 기간 중에는 주어지는 공식 식사를 제외하고는 그 어떠한 자력 급여도 금지된다.
한마디로 매점 사용이 금지된다는 얘기다.
물론, 조동권은 이 교도소에 매점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꼬르르르르르륵-
계속해서 조동권의 뱃속에서 나는 소리.
‘아…, 배고파 뒤지겠다…….’
지금까지 조동권은 이런 처우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징벌방에서 난동을 피우면 독거실로 옮겨 줬고, 독거실에서 난동을 피우면 교도관들이 먹을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다른 수용자들과 지내는 혼거실로 가면, 남들의 물건을 자신의 것처럼 썼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 모든 것들이 불가능했다.
일단 여기서 난동을 피우면 독거실로 옮겨 주는 게 아니라 주먹세례가 날아왔으니까.
더군다나 간수들은 모두 백인과 흑인.
말도 안 통하는 상황인지라, 징벌방 문 너머에 말을 걸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결국, 조동권에게 남은 ‘낙’이라고는 하루 세 번 주어지는 식사뿐.
그런데 그마저도 식사량이 절반이나 줄어든 상태.
난동을 피울 때는 몰랐다.
목적의식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목적의식이 사라진 지금, 조동권에게 있어서 식사는 정말 절실한 부분인데, 그 식사량이 줄어든 것을 체감하니 너무나 괴로웠다.
‘바, 밥이다!’
마침 점심이 되었는지 식기구를 통해 밥이 들어왔다.
포크나 젓가락 없이, 끝부분이 아주 뭉툭한 숟가락만으로 먹어야 하는 밥.
의외로 밥은 한국 식사였다.
‘밥이 한식으로 나오는 거 보면, 한국 간수도 분명 있을 거 같은데…….’
게걸스럽게 밥을 해치운 조동권은 사라지지 않은 허기를 느끼며 좁은 징벌방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그리고는 식기구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어차피 할 게 없는 상황.
그렇게 식기구를 계속 바라보자, 어느 순간 식기구가 열리며 식기구를 통해 사람의 눈이 보였다.
혹여나 조동권이 이상한 짓을 할 수 있으니 손을 넣기 전에 눈으로 확인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나타난 눈은 검은색 눈동자였고, 한국적인 눈이었다.
“자, 잠깐만요!”
조동권은 마치 구원자라도 만난 듯, 감격한 목소리로 상대를 불렀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그저 식기만 꺼내려고 했다.
“자, 잠깐만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식기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조동권.
하지만, 상대는 식기 회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닌지, 그냥 식기구를 닫아 버렸다.
“아아아악!”
절망에 비명을 지르는 조동권.
이후로도 조동권은 몇 번이나 식기를 인질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조동권의 징벌방에 식기가 몇 개나 쌓였을까.
마침내 징벌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 벌어진다는 얘기였다.
“끄악! 켁! 커헉!”
하지만, 딱 한 가지 달라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간수들이 나가면서 놓은 종이.
거기에는 조동권이 언제 다시 원래 교도소로 돌아갈 수 있는지와 그 교도소에서 또 사고를 치면 다시 여기로 오게 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우우욱….”
조동권은 종이를 구기며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남은 기간은 약 두 달.
실제로 대한민국 대통령령에 따르면, 한번 징벌방에 가둘 수 있는 최대 기간은 두 달인데, 이를 토대로 보면 윤기의 교도소는 대한민국이 일종의 위탁을 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아아아아아악!”
징벌방 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조동권의 비명.
이제 조동권은 교화될 것이다.
그리고 원래 교도소로 돌아가서도 감히 망나니짓을 못 하게 되겠지.
뭐…, 돌아가자마자 사형이 집행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조동권은 ‘사형수’니까.
* * *
“어때요?”
윤기의 말에 전국 각 교도소장들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교도관들 입장에서 이런 장소는 그야말로 환영하고 싶은 곳이지요.”
“문제가 심한 녀석들은 여기로 보내면 된다는 말씀이시지요?”
교도소장들의 말에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당하기 어려운 녀석들은 이곳으로 보내 주세요. 그러면 확실히 교육해서 돌려보내 드리겠습니다. 단!”
윤기가 단서를 달 모습을 보이자, 교도소장들은 자세를 바르게 잡았다.
“정말로 문제 있는 사람들만 보내세요. 괜히, 별문제도 없는 수용자들을 개인적인 원한으로 보냈다가는 어떻게 될지…, 아시죠?”
하얀 웃음을 짓는 윤기의 모습에 교도소장들은 등줄기에 서릿바람이 훅 훑고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교도소장 하나가 윤기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네…, 그…, 어린 녀석들도 보내도 됩니까?”
“어디 보자…, 아, 공주 소년교도소 소장님이라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혹시 소년범들도 이곳에 보내도 될는지….”
윤기가 무어라고 대답하기 전에, 다른 교도소장 한 명이 말을 덧붙였다.
“아, 회장님. 저 사람 몇 달 전에 엄청 고생했습니다.”
“고생이요?”
“네, 저 녀석이 담당하고 있는 교도소에서 난동이 일어났었다니까요. 이감 명령이 떨어지니까, 이감해야 하는 녀석이랑 녀석의 그룹들이 난동을 피웠어요. 그때, 교도관 6명이 경·중상을 입었습니다.”
“가만…, 경상도 아니고, 중상이요?”
뜨악한 표정을 짓는 윤기의 말에 바로 답변이 나왔다.
“그렇다니까요. 교도관 두 명이 진짜 크게 다친 거로 알고 있습니다. 한 명은 골통이 부서져서 장기 입원해야 하고, 다른 한 명은 정강이뼈가 부서졌던가? 야, 맞지?”
대답을 재촉받은 공주 소년교도소장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 맞습니다. 사실…, 소년교도소가 일반교도소보다 상태가 더 심각합니다.”
“그래요…?”
윤기 역시 미래 소년범들의 문제가 엄청나게 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이 못 본, 미래를 경험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당연히 소년범들과 관련한 문제도 차근차근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실무진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중상을 입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90년대부터 벌어진다니?
윤기 입장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게, 다른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는데, 일반교도소와 소년교도소 중에 악질이 누가 더 많냐고 하면, 당연히 소년교도소가 더 많습니다.”
“아…,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이쪽으로 생각을 집중하자, 윤기는 단번에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범들은 기본적으로 교도소에 잘 안 보내니까.’
대한민국은 청소년들의 범죄에 대해 대단히 온건한 처벌을 내리는 편이다.
법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죄질인데도 불구하고, ‘어리다’라는 이유만으로 장기 4년, 단기 2년 6개월을 선고하는 것이 청소년 재판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른 기준으로 징역 3년쯤 되는 일은 아예 교도소조차도 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잘해야 소년원, 심지어 소년원까지도 안 가는 경우도 흔하다.
그냥 보호관찰로 퉁치는 경우도 많으니까.
특히 한국의 보호관찰은 느슨하기로 유명하다.
보호관찰관 1명당 감당해야 하는 소년범이 무려 118명이니까.
돈에 미친 서구 국가들조차도 보호관찰관 1명당 27명의 소년범을 담당하는데, 한국은 118명이라니.
사실상 감당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후…, 살인, 강도, 폭행, 강간…, 진짜 장난 아닙니다. 그것도 수십 건 정도는 저질러야 오는 곳이 소년교도소예요. 그런 녀석들만 모여 있는 곳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애들 감당이 안 됩니다. 감당이….”
한숨을 내쉬는 공주 소년교도소장을 향해 윤기가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그 녀석들도 여기에 보내고 싶으시다, 그 말씀이시죠?”
“물론입니다. 밑에 있는 교도관들이 애들을 보고 벌벌 떨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후….”
진심을 담은 토로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보내세요. 하지만,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어요.”
* * *
“야, 그때 이야기 다시 좀 해 봐.”
“아, 그때?”
이곳은 공주 소년교도소.
공용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중, 소년범 하나가 다른 소년범을 향해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물었다.
이곳에 있는 소년범들 사이에서 ‘무용담’으로 칭해질 수 있는 일들.
“식사 중에 잡담 금지!”
교도관이 우렁차게 외쳤지만, 소년범들은 그런 교도관을 한껏 비웃었다.
“응, 좃까.”
교도관의 제지도 무시하고 그저 자신들끼리 시시덕거리는 소년범들.
“하, 진짜 그때 쩔었지. 산으로 끌고 가서 재미를 보는데, 캬….”
“그런데, 왜 잡혔냐?”
“하, 시발. 걔 애비가 변호사인 걸 내가 알았냐고. 시이빨, 딸 간수 제대로 하지 못한 애비 잘못이지, 내 잘못이냐?”
“야, 그래도 넌 그런 재미라도 봤네. 나는 찐따 새끼한테 용돈 좀 뜯다가 여기 왔어.”
대단히 억울하다는 표정과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년범들.
이러한 대화는 식탁 여기저기서 나고 있었다.
“븅신, 그거 가지고 여길 어떻게 오냐? 뭐 다른 게 있었겠지.”
“야! 나는 그냥 몇 대 때린 거밖에 없는데, 지가 벽에 대가리 박고 뒤진 걸 어쩌라고? 하, 시발. 지금 생각해도 존나 억울해서….”
[[[잡담 금지!!]]]교도관들이 다시 한번 외쳤지만, 소년범들의 잡담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범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어제와 달리, 오늘 식당에는 음성까지 녹음되는 CCTV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