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4)
#484화 부동산 불패 진화 (2)
“그나저나 어떻게 일을 진행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느새 가벼운 술자리에서 진한 술자리로 바뀐 모습.
방안에는 끈적끈적하면서도 음험한 기류가 한껏 흐르고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오…! 어렵지 않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조만간 각하와 총리께서 소련으로 떠나시기 때문이지요.”
“예?”
“이건, 아직 일정만 잡혀서 초고위급이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정보입니다. 물론, 조만간 뉴스에 발표되면 누구나 아는 흔한 정보가 되겠지만요.”
정보라는 것은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될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렇기에 정보라는 것은 중요한 거다.
남들보다 1초라도 빨리 안다는 것은 엄청난 도움이 되니까.
당장, 주식만 하더라도 괜히 ‘내부 정보’와 관련된 잡음이 끊임없이 생기겠는가?
회사에 문제가 터지기 전에 가지고 있는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기회.
괜히 주식과 관련해서 법이 점점 더 깐깐해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걸 미리 안다는 것은 중요하지요. 혹시, 각하께서 자리를 비우셨을 때, 일을 추진하시려는 겁니까?”
진영그룹의 회장쯤 되다 보니 나름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방신준.
그렇기에 한유태가 어떠한 계획을 그리고 있는지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해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것은 각하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네? 각하께서 허락하신 거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하고 말씀하실 때, 자신은 소련에 갈 거라 신경 못 쓸 것 같다고 하셨으니까요. 이게 무슨 뜻이겠습니까?”
권력자들은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하고 싶지만 그것이 더러운 일일 경우, 부하들을 시킨다.
더불어서 부하에게 완곡히 돌려서 말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방신준이 생각하기에 이번 일은 당연히 N의 암묵적인 허가가 떨어진 사안.
‘모르는 척하겠다는 거지, 그리고 만에 하나 걸렸을 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겠다는 얘기고.’
누군가는 방신준이 왜 이게 함정인지 눈치채지 못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치채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상식적으로 정부의 초고위급 인사인 건설교통부 장관이 호언장담을 하고 있는 상황.
이걸 함정으로 예측하려면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할까?
“아, 한 가지만 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장관님께서 서울시장한테 압력을 넣으실 수 있으십니까?”
특별 공급을 위해서는 반드시 서울시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실제 역사에서의 서울시장은 이를 거부하다가 경질당했고, 그 뒤를 이은 서울시장은 호다닥 허가했다.
한마디로 서울시장보다도 윗선의 압력이 반드시 있었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지금 방신준이 일말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물론 가능합니다. 가능하니까 이렇게 자리에 앉은 것이지요.”
잠시, 씨익 웃은 한유태가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각하께 200억을 제안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에게는 얼마를 제안하시렵니까?”
기대감이 가득해도 너무나도 가득한 한유태의 모습.
그렇기에 방신준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뭔가 불안한데…, 만약 돈만 받고 일을 해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니, 일을 하려고 하는데, 서울시장이 협력하지 않아서 무산된다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권력자들은 돈만 받고 일을 해 주지 않는 경우도 은근히 흔하다.
아니, 힘을 썼는데 잘되지 않아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면 되겠지.
실제로 강원랜드 관련해서 비리가 드러난 것도 뇌물을 썼는데 강원랜드에 취직하지 못해서 홧김에 신고한 인물이 있었기에 터진 것이다.
자리는 100개인데, 청탁이 100개가 넘었던 것이 강원랜드였으니까.
당연히 청탁할 때 줬던 돈을 못 돌려받았으니까 터뜨린 것이겠지.
지금 방신준은 묘하게 들고 있는 불안감이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저…, 선수금을 드리고, 일이 완료될 시에 잔금을 드리는 방식으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
일단, 방신준은 어떤 의미로 본다면 돌다리를 두드렸다.
“흐음…, 그렇다는 것은 액수는 변함없다는 얘기입니까?”
잔금을 나중에 주겠다는 말 자체가 이미 한유태의 말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
그렇기에 방신준은 대안을 추가했다.
“그렇습니다. 액수 자체는 각하께 제안했던 것과 동일하게 드리겠습니다. 대신, 선수금 50억, 잔금 150억으로 어떠십니까? 솔직히 저는 장관님을 너무나도 믿지만, 서울시장이라는 변수가 너무 커서 말입니다….”
대통령은 서울시장의 목을 단칼에 쳐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장관은 그럴 힘이 없다.
대통령 위에서 상왕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허어…, 제가 서울시장이랑 부랄친구인데, 거참….”
마뜩하지 않다는 듯, 입을 여기저기 실룩이던 한유태는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감사합니다!”
마침내 방신준은 정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신준은 몰랐다.
아직도 자기 마음 깊은 곳에는 불안감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여기까지만 보면, 방신준 본인이 크게 실수한 것은 없어 보인다.
왜?
방신준은 그냥 평범하게 일을 진행했는데, 그게 윤기에게 들킨 것뿐이니까.
하지만, 방신준은 이번 일 자체를 기획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실수를 했다.
“각하, 정말 그 돈을 다 제가 가져도 되는 겁니까?”
건설교통부 장관 한유태는 N의 앞에서 환희와 불안, 희망과 고민에 빠진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가지라니까. 이번 일하는 대신에 장관직도 그만둬야 할 텐데 뭐. 대신, 그거 전부 혼자 가지는 것은 아니잖아? 서울시장이랑 반씩 나눠. 그리고, 몇 명은 너 도와줄 텐데, 걔들한테도 적당히 뿌려야지. 설마 완전히 혼자 먹을 생각은 아니었지?”
놀랍게도 N은 한유태에게 방신준에게서 받은 뇌물을 전부 먹어치우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려 200억 원인데도 말이다.
“무, 물론입니다. 아니, 애초에 저는 이걸 국고에 헌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얌마, 그러면 네가 이번 일에 가담했겠냐? 이익은 아무것도 없이 건설교통부 장관직 내놓아야 하고, 징역도 살아야 하는데? 오히려 난 너한테 고맙다. 비록 돈은 많이 벌게 되지만, 명예를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야.”
바로 어제.
서울시장은 특별 공급과 관련하여 진영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을 허가했다.
따라서 이미 들어온 50억에 더해 조만간 150억이 들어오겠지.
그렇다 보니 한유태의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징역 5년쯤 살아도, 200억이면 연봉이 40억이다.
서울시장하고 반씩 나눠도 연봉이 20억이다.
더군다나 이번 일은 N의 종용하에 이루어진 일이니, 교도소에서 불편하게 생활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
징역을 살아도 아마 교도소 화단 관리나 하면서 유유자적하게 5년 정도 지내면 되겠지.
경우에 따라서는 특사 등의 방법으로 일찍 출소할 수도 있으니, 한유태 입장에서는 정말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명예보다 돈이 우선이 되면 선택할 수 있는 이번 일.
‘드디어, 나도 재벌이야…!’
그야말로 쾌감에 젖어있는 한유태를 향해, N이 큭큭 웃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방 회장, 그 녀석도 참 등신이야.”
“예?”
어쩐지 YS가 떠오르는 N의 화법.
하지만, 한유태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N이 방 회장을 대상으로 등신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이유가 궁금한 것이었으니까.
“한 장관, 상식적으로 이번 일이 조용히 끝낼 수 있는 일일까?”
“아…, 제 머릿속에서 계속 뭔가 아리까리한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신준이 저지른 최악의 미스.
그것은 바로 수서지구가 강남이라는 것이다.
1990년을 기준으로 강남은 수많은 사람들이 탐내고 있는 노른자 중의 노른자.
이미 강북과 땅값이 똑같아졌을뿐더러, 얼마든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최고의 땅.
그렇다면, 이런 땅을 탐내는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일까?
이런 상황에서 어제, 진영그룹에 특혜가 주어졌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미 자신들에게 특별 공급을 해 달라고 민원이 미친 듯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 집단에게만 특혜가 주어졌다?
이건 말 그대로 ‘날 물어뜯어 줍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번 일이 그냥 단순히 대기업 하나에 자기 자식 꽂아 달라고 하는 거면 별문제가 안 돼. 왜? 사실상 증거가 안 남으니까.”
대기업이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전화 한 통 하면 어지간한 곳은 공채인 척 채용을 해 준다.
그리고 이러한 청탁은 심증조차도 잡기가 힘들다.
왜?
누구한테 청탁을 했는지 알 수가 없고, 기업은 공채로 뽑았다는 가짜 증거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번 일은 이런 것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일이었다.
“하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죠. 하고 많은 업체들 중에 왜 하필 진영그룹인지 의아해할 테니까요. 그리고 선선히 두고 볼 사람들도 없을 겁니다. 자기가 혜택을 못 받으면 남도 못 받아야 하니까요.”
“그렇지. 진영그룹 회장이 무슨 깡으로 이런 청탁을 시도했는지 모르지만, 정말 멍청해.”
N은 아마 상상도 못 하겠지.
원래 역사에서 바로 자신이 이러한 특혜를 허락했다는 것을 말이다.
정치권이 이러한 짓을 했다면, 그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더 이상 정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경우.
마지막으로 거하게 하나 해 먹고, 튀는 경우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
나머지 하나는 별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놀랍게도 수서지구 관련한 판단 근거는 후자.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태클을 걸 일이었는데, 욕심에 눈이 멀면 그러한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나중에 태클이 걸리고 나서야 부랴부랴 진화하려고 하지만, 당연히 막지 못한다.
괜히 수서지구 관련 사건이 6공화국, 아니 2015년까지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흑역사라고 하겠는가.
‘그나저나 슬슬 방 회장이 나쁜 생각을 할 때가 되었는데, 언제 행동할지 기대가 되는군.’
싱글벙글하는 한유태의 앞에서 N은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 * *
[됐어! 됐다고!]서울시장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허가를 전달받았을 때의 방신준은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신난 모습이었다.
혜택을 받았으니, 이제 수서지구에 진영그룹의 이름으로 아파트를 건설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 쏟아져 들어오겠지.
더군다나 일단 허가가 떨어진 이상, 어떻게 해서든 건설교통부 장관인 한유태가 막아 줄 것이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N도 막아 주겠지.
그래서 지금 방신준이 다른 경쟁자들의 불만을 겁내지 않는 것이다.
불만을 토로해 봤자 무엇하겠는가?
정부 차원에서 그 불만을 무시해 줄 텐데.
일단 거래가 시작되기 전에는 자신이 을이지만, 거래가 시작되고 나면 무조건 자신이 갑.
그렇기에 방신준의 마음속에 점점 ‘나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흐음…, 잔금 150억을 굳이 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