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5)
#485화 부동산 불패 진화 (3)
그야말로 간이 붓지 않고서야 도저히 할 수 없는 생각.
상식적으로 진영그룹은 이번에 정치권의 힘을 통해 특별 공급을 받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치권의 연극이긴 하지만, 방신준 회장은 이를 전혀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어찌 되었든 자금 150억을 치러야 했다.
일반적으로 청탁을 한 후, 일이 잘 진행되었는데 잔금을 치르지 않는다?
그러면, 정치권은 어떻게 해서든 보복을 할 것이다.
그야말로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방신준 회장은 전혀 다른 발상을 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150억을 치르지 않는다면 청와대에서는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일까?’
아무리 미래에 수천억을 벌 수 있을 것 같아도, 현재의 150억은 아까운 법.
그렇기에 방신준은 저울질을 시작했다.
‘어디 보자…, 내가 돈을 안 준다면, 한유태 녀석이 그걸 폭로할 수 있을까?’
어쨌든 50억은 줬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포기해 가면서 동귀어진을 한다?
‘그건 자충수 중의 자충수지. 가만히 있으면 자신한테 50억이 생기지만, 가만히 있지 않으면 장관직을 잃을뿐더러 50억도 잃게 돼. 그런데 과연 폭로할까?’
경제학에는 ‘게임이론’이라는 과목이 있다.
그리고 이 게임이론을 심층적으로 배우다 보면, 사람은 ‘남을 믿으면 모두가 더 큰 이득을 보는 선택’보다는 ‘내 선택으로 내가 안정적인 이득을 보는 선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방신준은 대학교 출신이 아니지만, 그룹이 커지면서 경제학 관련 책들을 대충 훑기라도 해 본 인물.
원래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보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기에 방신준은 ‘원칙적으로는 해선 안 될 선택’을 해 버렸다.
‘어차피 우리 진영그룹이 이보다 더 큰 청탁을 할 일은 없을 거야. 아니, 할 수 없는 것이 맞겠지. N의 정부는 와이케이하고 확실히 붙어먹고 있으니까. 어차피 추후 청탁을 할 필요가 없다면, 잔금을 치를 필요도 없잖아?’
방신준이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애초에 방신준이 200억이라는 거액을 배팅한 이유도 어떻게든 수서지구에서 혜택을 받고 싶어서였으니까.
수서지구 혜택은 반드시 중앙정부의 강력한 힘이 필요했고, 추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청탁을 또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애초에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다음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뜻인데, 진영그룹과 N의 정부 사이에는 ‘다음 관계’라는 게 없어 보였다.
‘부실 그룹 관리는 애초에 사라졌고, 세무 조사도 함부로 못 할 거야. 자칫하다가는 뇌물 받은 사실이 들통날 테니까.’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 * *
“회장님, 잔금은 언제 치르실 생각이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지금 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회장님, 잔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요?”
[아, 지금 돈이 거의 다 취합되었습니다. 조만간 입금될 겁니다.]“회장님, 잔금을 치르셔야지요.”
“회장님?”
[여유를 갖고 기다려 주세요. 제가 일부러 안 드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회장님….”
[기다리세요. 제가 안 드립니까? 아, 이거 회의 때문에 바빠서 일단 좀 끊겠습니다.]진영그룹에 혜택을 주고 일주일.
한유태는 꾸준히 방신준에게 잔금을 치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방신준은 한유태처럼 꾸준히 잔금 지불을 거절했다.
핑계야 있었지만, 어쨌든 지불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이야, 방 회장이 아주 정신이 나갔구만?”
원래 역사에서는 잔금이 아주 깔끔하게 치러진다.
그리고 잔금을 치른 이유는 당연히 정부와의 관계 유지 때문.
실제 역사에서는 정말 다방면에서의 뇌물 살포가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수서지구 관련 수사가 이루어졌음에도 그룹은 망하지 않았다.
왜?
정부와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갔으니까.
하지만, 윤기의 역사에서는 정부와의 관계 지속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니, 잔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방 회장 이거 미친 거 아닙니까? 정치권을 이용해 먹고 돈을 안 줘요? 이거 진짜 정신 나간 거 같은데요?”
한유태의 얼굴은 그야말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솔직히, 200억이다.
건설교통부 장관 직함을 내려놓는 조건으로 200억을 얻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방신준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한유태는 고작해야 50억밖에 받지 못하게 되었다.
건설교통부 장관직에서 파면되고, 5년 이상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50억.
일반인이라면 침을 꼴깍 삼킬 조건이겠지만, 한유태는 건설교통부 장관이다.
연봉 10억을 바라보고 이번 일을 저질렀을까?
심지어 온전히 50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장하고도 나눠야 하고, 측근들에게도 몫을 주어야 하는 상황.
당연히 감정 제어가 잘 안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판단 근거는 있지.”
“판단 근거 말입니까?”
“그래, 이미 서울시장이 진영그룹에 특혜를 준 게 실수가 아니라고 이야기했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검토 끝에 내놓은 결과라고 했잖아?”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이제 물이 엎질러졌다는 거지. 이 상황에서 그걸 어떻게 철회해? ‘비서가 실수로 도장을 찍었다’ 같은 변명은 이제 전혀 먹히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는 얘기야.”
“으음….”
“그리고, 이 상황에선 진영그룹에 대한 감사에 나서기도 어려워. 진영그룹에 대해서 세무 조사 같은 걸 하는 순간, 네가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튀어나올 테니까.”
기본적으로 증거는 자신의 목을 죄기도 하지만, 상대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괜히 정치권에서 비리 관련 증거가 계속 나오는 게 아니다.
증거가 완전히 싹 사라지면,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나름대로 자구책들을 세우는 거라고 보면 된다.
“하,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저는 고작 50억 받고 모든 걸 버려야 합니다. 더군다나 서울시장과도 돈을 나눠야 하는데…, 각하, 설마 저를 버리려고 하신 겁니까?”
그야말로 황망하고, 억울해하는 한유태의 표정.
애초에 한유태가 정의감에 불타서 이번 일에 자원한 것이 아닌 만큼, 한유태 입장에선 자신에게 약속한 200억이 공중에서 사라지는 것은 N이 자신을 버리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야, 내가 설마 너를 버리려고 했겠냐?”
“아, 아닙니까?”
N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아니지. 만약 방신준 회장이 200억을 제대로 지급하면 모든 게 완벽한 A안. 하지만, 지금처럼 나쁜 생각을 한 경우를 대비한 B안도 있어. 물론, B안은 A안에 비해서 보상이 적지만, 그만큼 네가 치러야 할 대가도 적지.”
“그, 그게 무엇입니까?”
“어쩌면 이게 더 재미있을 거야.”
N은 씨익 웃으며 윤기에게서 들은 B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진영그룹, 수서지구 특혜 비리 밝혀지다!] [건설교통부 장관 ‘진영그룹으로부터 일부러 뇌물 10억 받았다’]“아니, 이런 미친 새끼가!!”
방신준은 이른 아침, 집에서 조간신문을 보기가 무섭게 뒷목을 잡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신문을 수놓고 있는 수많은 수서지구 특혜와 관련한 의혹.
방신준 입장에서는 한유태가 이러한 행동을 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A안에서는 방신준이 200억 지불을 완료한 순간 여론을 더욱 크게 부추긴 후, N이 특별수사를 지시한 다음 방신준과 한유태 모두 감방에 집어넣는 것이 중심 스토리였다.
물론, 둘의 교도소 생활은 엄청나게 차이 나겠지만.
그렇다면 B안은?
방신준이 200억을 지불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한 시나리오.
이 시나리오에서는 한유태가 검찰에 자수하는 것이 중심 시나리오였다.
‘뇌물을 쓴 녀석이 발뺌하지 못 하게 하려고 그랬다’라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전에 능한 것이 윤기인데 한유태가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다면, 능히 윤기의 힘으로 여론에서 동정을 끌어낼 수 있었다.
[그래, 뇌물을 쓴 것도 아니고 전부 반환하겠다는데.] [뇌물을 쓴 녀석을 빼도 박도 못 하게 하려고 그런 거잖아?] [자기 장관직을 걸고서 용기 있는 일을 했네.]분명 이러한 말들이 나오겠지.
하지만, 이러한 말들이 나오기 전인 지금.
방신준의 혈압이 오르는 이유는 또 있었다.
‘이, 씨발 새끼가, 무슨 10억이야!’
그렇다.
한유태는 검찰에 10억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방신준이 한유태에게 넘겨준 돈은 현찰로 50억.
그렇다면 40억은 어디로 갔을까?
당연히 이번 일에 대한 한유태의 보상금이 될 것이다.
물론 서울시장하고 나눠 먹겠지만, 그게 어딘가?
방신준 입장에서는 한유태가 정말로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잔금 지불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윤기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었고.
이제 방신준은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 대가를 치러야 할 시간이었다.
“회장님! 지, 집밖에 경찰들이…….”
가정부의 떨리는 목소리에 방신준은 고개를 돌려 거실 베란다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보이는 수많은 경찰들.
“아…….”
당연히 방신준에게는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다.
* * *
방신준은 검찰 조사 내내 자신은 억울하다고 주장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방신준이 주장한 것이 ‘50억’.
하지만, 이것도 먹히지 않았다.
뇌물을 썼다가 걸리니까 발광하는 녀석과 뇌물을 쓴 녀석을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자신의 직함을 걸고 모험을 한 장관.
둘 중 누구의 말을 국민들이 더 믿을까?
방신준 입장에서야 너무나도 억울했지만, 국민들은 방신준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물론, 방신준의 말에 설득력을 얻는 국민들도 일부 있기는 했지만, 이들의 의견은 다수의 의견에 묻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따라서 40억은 고스란히 한유태와 서울시장의 주머니에 들어가게 되었고, 한유태는 나름대로 만족했다.
물론, 몇 가지 불명예는 얻었지만 말이다.
[……하여 뇌물을 수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뇌물을 받은 것이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 받은 뇌물을 모두 국고로 환속시켰다는 점, 자신이 한 일이 수사기관이 해야 할 일을 월권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 등을 참작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다.]한유태가 얻게 된 불명예는 다름 아닌 벌금 300만 원.
더불어서 이번 일에 대해 한유태의 진심성을 의심하는 국민들도 있었기 때문에 한유태는 평가가 갈리는 정치인이 되었다.
서울시장 역시 마찬가지.
서울시장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고, 동시에 한유태보다는 약하지만, 역시나 애매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일까?
1990년 4분기를 기준으로 각각 20억이나 되는 돈을 손에 넣었는데.
그렇기에 방신준과 진영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N은 어떻게 되었을까?
서울시장이 진영그룹이 괜찮다는 발표를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N은 무엇을 했냐는 이야기 역시 분명 나왔다.
더불어서 사실 N이 뇌물을 받았다가 뒤로 돌린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N은 이것 역시 아주 잘 해결했다.
“히야, 이런 진단서가 이렇게 잘 쓰일 줄이야.”
N은 자신의 진단서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소련의 병원에서 받아온 독감 진단서.
윤기는 소련에서의 연줄 역시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에 N이 독감 진단서를 받게 하는 것 정도야 전혀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진료까지 받게 했으니까 자료의 완성도는 더더욱 완벽한 상황.
그렇기에 공개된 N의 진단서를 보고 국민들은 납득했다.
[아, 독감이면 모를 만했네.]물론, 의혹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N이 다져 놓은 이미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었다.
하지만, 타격 자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닌 상황.
“자네가 아직 쓸 만한 말인 내 이미지를 약간 손상시켰다는 것은 반대급부로 무언가 추진할 일이 있다는 뜻 같은데, 혹시 그게 무엇인지 이제는 알려 줄 수 있겠나?”
이번 일을 진행하면서 N이 가장 궁금했던 것.
그것은 바로 윤기의 목적이었다.
사실, 진영그룹을 박살 내려면 세무 조사만으로도 얼마든지 박살 낼 수 있었겠지.
아니면, 예전에 성찬그룹 같은 곳을 박살 낼 때처럼 은행들을 통해서 자금줄을 묶어 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굳이 윤기는 정권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방법까지 동원해 가면서 이번 일을 처리했다.
그렇다면, 윤기의 성격상 당연히 따로 추진할 일이 있다는 이야기.
N은 윤기와 오래 함께했기 때문에 이 정도 추론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당연히 있지요. 리스크만 있는 일을 추진할 제가 아니니까요.”
“그래, 그러니까 빨리 말해 주게. 너무 궁금해.”
호기심이 가득한 N의 표정.
이런 N을 향해 윤기가 진짜 계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생각이에요.”
“부동산 가격? 하지만, 자연적으로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잡는단 말인가? 강남 땅값이 오르는 건, 국가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르는 거야. 아, 혹시 이러한 투자를 줄이거나 없앨 생각인가?”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런 방법도 쓰겠죠. 하지만, 부동산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살지도 않을 사람이 집을 사서’ 그런 거예요.”
“아…, 확실히 그런 투기도 큰 문제가 되지. 그런데, 그걸 어떻게 잡을 생각인가?”
“답은 아주 간단해요. 대출이 단 1원이라도 있는 집은 월세나 전세를 내놓지 못하게 하면 돼요. 물론, 소급 적용은 못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