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6)
#486화 부동산 불패 진화 (4)
“으응? 대출이 껴있는 집은 월세나 전세를 내놓지 못하게 한다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윤기의 해결책에 N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잖아요? 남한테 빌려줄 거면 온전히 자기 것을 빌려줘야 하는데, 대출을 90퍼센트 껴 놓은 집을 빌려주는 게 결코 정상은 아니죠.”
윤기 역시 대한민국에 엄청난 수준의 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재밌는 점이 있다면 윤기는 부동산에 대출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석유 유전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이용해서 대출을 받은 적은 있지만, 부동산에는 대출이 없다.
온전히 자신의 땅.
그렇기에 윤기는 이런 말을 해도 자격 면에선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물론, 이미 집에 대출이 있으면 전세를 내놓을 때, 대출을 감안해서 전세가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나쁜 마음을 먹으면 세입자만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이러한 상황을 아예 원천 차단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 법을 통과시키면 반발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어쩌라구요?”
대단히 불손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윤기가 아주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이 표현이 N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렇기에 N 역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그 정도 뚝심은 있어야겠군.”
“맞아요. 그리고, 아직은 이 법안을 도입할 만한 상황이에요. 기업들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니까요.”
윤기의 분석은 정확했다.
IMF 이전까지, 대한민국의 기업들은 사업 확장에 전념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살 겨를이 없었다.
기업들이 바보가 아닌데, 괜히 사업을 확장했겠는가?
그 당시에는 부동산이 아니라, 사업을 미친 듯이 확장하는 게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에 기업들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흐른다면?
사업으로 벌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으니, 기업들은 잉여 자금으로 부동산을 미친 듯이 매입한다.
당장 기술력 자랑은 안 하고, 빌딩이나 땅을 자랑하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이 미래의 대한민국.
따라서 아직은 윤기가 생각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승산이 있었다.
“물론, 먼저 통과시켜야 하는 법이 있어요.”
의외로 사람들이 거론하지 않는 YS의 업적 중 하나가 지금 윤기에 의해서 도입되려고 하고 있었다.
* * *
[뇌물 10억, 진영그룹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뇌물 10억으로 진영그룹이 얻으려고 했던 것] [한국 부동산, 무엇이 문제인가?]MEV에서 판매되는 신문들을 통해서 진영그룹이 저지른 일들이 한층 더 상세히 보도되기 시작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부동산’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진영그룹 일가, 수서지구 주변에 대량의 땅 매입한 흔적 드러나!]그렇다.
윤기는 국정원은 물론이고, 임시찬 일행까지 총동원하여 수서지구와 그 부근의 땅들을 조사했다.
조사의 목적은 실소유자를 알아내는 것.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은 1995년까지 부동산 실명제가 없었다.
YS의 업적으로 흔히 금융실명제가 거론되는데, 금융실명제만큼 대단한 업적이 바로 부동산 실명제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YS가 이 부동산 실명제를 도입한 이유를 추측해 보자면, 분명 수서지구 사태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N의 6공화국 최대의 정치 비리였으니까.
당연히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YS의 입장에서 이걸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런데, 이 부동산 실명제가 작동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꼭 필요했다.
“이야, 내가 수서지구 사태를 보고서 부동산 실명제를 꼭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네가 먼저 실현할 줄이야. 역시 자네는 나하고 코드가 맞아.”
총리의 집무실.
이곳에서 YS는 윤기를 향해 아주 극찬을 하고 있었다.
“사실, 총리님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의 업적으로 해 드리고 싶었지만, 이런 일들은 미루면 미룰수록 더 위험할 것 같아서요. 죄송합니다.”
실제로 부동산 실명제는 YS가 응당 가져갔어야 할 업적.
그렇기에 윤기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아니야, 아니야! 자네 말이 맞아. 이런 것은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그리고…….”
YS가 뒷말을 늘이자, 윤기는 살짝 궁금하다는 표정과 함께 뒷말을 기다렸다.
“나 때에 송유관이 완공될 텐데 그것만 한 업적이 또 어디 있겠는가? 푸하핫!”
그렇다.
윤기가 YS에게 줄 최고의 업적.
그것은 바로 북한을 관통하는, 러시아와 대한민국 사이의 가스관 연결이었다.
어찌 보면 부동산 실명제보다도, 금융실명제보다도 더 대단한 업적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스관 건설이겠지.
그렇기에 YS는 N에게 많은 업적이 돌아가도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부동산 실명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들여야 할 인력이 장난이 아닐 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더군다나 부동산 실명제는 이번에 도입할 법안의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부동산 실명제는 YS의 집권기가 되어서야 겨우 도입될 수 있었던 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왜?
부동산 실명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시간으로 정보가 갱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이 바뀌었는데, 그 사실이 갱신되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조회하기 전까지 알 수가 없다면?
중앙에서 주도적으로 먼저 확인할 수가 없다면?
전혀 의미가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지금까지 윤기가 깔아왔던 발판들이 이를 가능케 했다.
윤기가 손을 대진 않았지만, 이미 1987년에 전국전화 광역자동화가 완성된 상황.
따라서 1990년 11월인 지금, 전화선을 통해서 메일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여건이 되었다.
그리고 이 덕분에 윤기가 깔아 둔 발판이 빛을 발했다.
그것은 바로 관공서에 대한 PC 보급.
이전 빌 게이츠와 거래를 하면서 윤기는 대한민국과 소련에 윈도우 3.0을 대량 보급했고, 더불어서 관공서에 PC 역시 상당수 보급했다.
그렇다는 것은?
“관공서에 깔아 둔 PC들이 빛을 발할 때죠. 더불어서 전화선들도 깔려 있고요. 이제부터 전국의 토지거래 담당 부서에서는 중앙으로 그날의 토지 거래를 규합해서 메일을 보내야 할 거예요. 그러면 중앙에서는 그 자료를 모아 갱신하는 거죠.”
“오호라, 완전 실시간까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하루 단위의 최신 자료를 중앙에서 상시 구비할 수 있겠군?”
“바로 그거예요. 제가 괜히 각하랑 총리님한테 컴퓨터를 공부하시라고 말씀드린 게 아니죠.”
윤기는 자신의 측근들뿐만이 아니라, N과 YS에게도 컴퓨터를 배우라고 신신당부했다.
덕분에 현재 공무원들은 ‘승진하려면 컴퓨터 잘해야 해’라는 인식이 꽤나 많이 깔린 상황.
따라서 이번에 도입할 부동산 실명제에 따른 보고 체계가 혼란을 겪을 일은 없거나 적을 것이 분명했다.
“좋아, 아주 재밌겠구만! 빨리 도입하자고!”
이미 입법부를 꽉 쥐고 있는 N의 정부.
부동산 실명제는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통과되었다.
* * *
“이야, 류 비서. 이것 좀 봐요.”
오늘 류 비서는 자신의 어린 자식을 데리고 윤기의 집으로 놀러 왔다.
윤기 입장에서 류 비서의 아들은 자신의 조카와도 같은 존재.
따라서 실컷 놀아 준 후, 정하나와 류 비서의 아들을 먼저 돌려보낸 뒤, 마침 도착한 등기 서류를 보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십니까?”
“최근에 제가 부동산 실명제 도입한 거 아시죠? 그거에 따른 1차 자료가 완성되었는데 아주 재미있어요.”
아무리 관공서에 컴퓨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해도, 기존에 존재했던 모든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
당연히, 부동산 자료에 대한 디지털화는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부동산 실명법이 발효되었고, N은 전국 8도의 도지사들에게 부동산 자료의 디지털화를 명령했다.
대통령이 까라는데,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나?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1990년 12월.
공무원들을 갈아서 만든 자료 중 일부가 지금 윤기에게서 류근태에게로 건네진 것이다.
“잠시 읽어 보겠습니다.”
공손하게 자료를 받아든 류근태.
[전국 부동산 대출 고비율자 정리]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던 류근태였지만, 내용이 궁금해졌기에 서류를 펼쳤다.
전국을 기준으로 1천 명이나 되는 인원이 정리되어 있었기에 매우 두툼했지만, 두어 장 넘기는 것만으로도 류근태는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허어……, 장난 아니군요.”
“그렇죠? 저도 보면서 좀 놀랐어요.”
윤기가 이렇게 쓴웃음을 짓는 이유.
그것은 바로 ‘갭 투기’ 때문이었다.
‘이야, 갭 투기가 2010년 즈음에 시작된 게 아니라, 이 시기에도 갭 투기를 하는 쓰레기 새끼들이 존재했네?’
윤기는 좀 더 빠르게 움직일 필요성을 느꼈다.
* * *
세상에는 편법을 악용하는 나쁜 놈들이 참 많다.
그런데 이 편법이 들키게 되는 이유 중 정말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이유가 바로 ‘관종’ 때문이다.
한 줄로 표현하면?
사람에게는 절대 남들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비밀은 절대 밝히면 안 된다.
그런데, 사람이란 왜 그런 건지 몰라도 이러한 자신의 비밀을 남에게 말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자신이 말할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상대를 믿기 때문에?
아니면 비밀을 말한다는 스릴 때문에?
그 어떠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고, 될 수 없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것은 큰 틀에서 보면 ‘관종’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2010년대 초반쯤 되면, ‘갭 투자’라는 이름을 들고 나와서 TV에 이름을 알리는 녀석들이 몇 명 존재했다.
당시에 ‘갭 투자’라고 불렸던 ‘갭 투기’의 방식은 매우 간단.
실제로 부동산에 집을 내놓아 본 사람들이 겪어 봤을 만한 짜증 나는 일이 강남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사장님, 집 보러 가실 분 있는데, 집에 계세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부동산 업자의 전화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주 환희에 찬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유, 그럼요!]잠시 후, 부동산 업자는 30대 후반의 남자 하나를 데리고 아파트 하나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가정주부의 환희.
시간이 평일 낮인 만큼,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남편의 전근으로 인해 경북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인 만큼, 빨리 집을 팔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음…, 집이 깨끗하네요.”
남성의 말에 주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우리가 아직 아기도 없어서 장판이고 벽지고 다 깨끗해요. 우리가 이사 올 때랑 다를 게 없다니까요?”
“그러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남성을 향해 주부가 물었다.
“나이도 젊어 보이시는데, 이쪽으로 이사 오시는 거예요? 직장이 근처에 잡히셨나 봐요?”
하지만,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사서 세 놓으려구요.”
순간 주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나이도 젊으신데 벌써 집을 사서 세놔요?”
“예, 뭐…….”
대충 얼버무리는 사내의 모습이었지만, 주부의 눈에는 선망의 눈초리가 여렸다.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는 게 아니라, 젊은 나이에 집을 한 채 사서 세놓을 수 있는 재력이 내심 부러웠기 때문이다.
아마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예, 꼭 연락 주세요!”
부동산 업자와 사내가 떠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다시 전화가 울리고, 부동산 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낮에 집 보신 사장님 있죠? 그분이 세입자가 입주하고 나서 돈을 치르겠다는데 괜찮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