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7)
#487화 부동산 불패 진화 (5)
“예? 세입자가 입주하고 나서 돈을 치러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거래 방식에 주부는 눈을 끔뻑였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마치 꿀이라도 바른 듯한 감미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유, 뭘 그리 놀라세요. 아주 흔한 거래 방법이에요. 그분이 가진 집만 30채가 넘어가는데, 사기를 치시겠어요?]“네? 집이 30채요?”
주부는 다시 한번 놀랐다. 젊은 나이에 30채가 넘어가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니.
[네, 30채요. 그분이 부동산은 많은데 현찰이 조금 부족하셔서요. 그렇게 집이 많은데 어디 돈을 못 받겠어요? 제가 책임질 테니까 안심하고 거래하세요. 흔한 거래라니까요?]“어…, 음…, 진짜 흔한 거래인가요?”
천만다행으로 지금 부동산 업자는 사기꾼은 아니었다.
물론, 공인중개사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공인중개사 제도는 1985년에 도입되는데, 이후로도 공인중개사 자격없이 부동산 업무를 하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그나마 최근에 와서는 불법 명의대여나 도용으로 하는 거지만, 이 시기는 자격 없이도 ‘예전부터 했는데 국가가 뭐라고?’ 하며 중개업을 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상황.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만한 여건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부동산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참 많았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럼요, 정말 안전하다니까요. 저 이 동네에서 장사 20년 했어요!]물론, 거짓말.
하지만, 장사를 20년 했다는 소리에 주부는 자신도 모르게 납득되어 버렸다.
‘20년이나 장사했으면 속일 일은 없겠네….’
사람이란 존재가 가지는 가장 큰 안타까움.
그것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의견’에 신뢰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의견만 믿다가 사기를 당한다.
그나마 이러한 갭 투기의 폭탄 돌리기에 대해서 주부가 당하지는 않았다.
사기가 아니라면, 갭 투기의 폭탄을 떠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전세를 들어온 세입자니 말이다.
* * *
전세가율이란 매매 금액 대비 전셋값을 뜻하는 말로, 부동산이 폭등하기 전에는 30퍼센트 이하인 경우도 흔했다.
1990년을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가율은 약 50퍼센트.
만약, 집값이 2억이라면, 전세금은 1억이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2010년 초반, 서울의 전세가율은 무려 80퍼센트에 달하게 된다.
하나의 집을 살 돈이면, 무려 5개의 집을 살 수 있다는 말.
더군다나 서울에는 2개만 사 놓고, 지방의 싼 아파트들을 공략해서 수십 채의 집들을 가지고 있는 투기꾼들도 심심찮게 존재했다.
좀 더 명확히 설명하자면 2013년을 기준으로 3억을 가지고 있었다면, 서울에 10억짜리 아파트 하나와 지방에 1억짜리 아파트 5채를 운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진 건 3억인데, 15억 자산가로 거들먹거릴 수 있었다는 얘기.
물론, ‘모르고 안 한 녀석이 병신이지’라고 주장하는 투기꾼들이 있겠지만, 서민들 입장에서 이러한 투기꾼들이야말로 죽일 것들이다.
가짜 수요를 만들어내서 부동산 시세를 폭등시킨 자들이니까.
그리고 어제 강남에서 아파트를 새로이 구매한, 아파트 34채의 보유자 정대기는 통장을 보고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크하! 역시 일해서 돈을 버는 놈들은 등신이라니까. 부동산을 이용하면 돈을 벌기가 이렇게 쉬운데.”
진영그룹이 수서지구를 통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노렸다면, 진영그룹의 축소판이 바로 이 정대기 같은 인물이었다.
방금 정대기는 자신이 살 때 1억이었던 아파트를 3억에 팔았다.
그나마도 자신의 돈은 고작해야 3천만 원밖에 들어가지 않았던 아파트.
나머지 7천만 원은 미리 구한 전세인에게 구해서 마치 자기 돈인 양 집을 산 것이다.
그렇다면 정대기가 얻은 이익은?
묶여 있는 전세금을 제외하고 팔았기 때문에 통장에 들어온 돈은 무려 2억이었다.
웃기지 않는가?
실제로 아파트에 돈을 쓴 것은 전세 세입자가 더 많았다.
왜냐하면 전세금 7천만 원을 정대기에게 주고 입주했으니까.
그런데 고작해야 3천만 원을 쓴 정대기가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2억의 차익을 꽁으로 보았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행위이자 법의 허점.
그렇기에 정대기는 자신의 세입자들을 그야말로 등신으로밖에 보질 않았다.
‘이래서 사람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해. 세입자 녀석들은 정말 머저리라니까? 조금만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좋아, 이번엔 또 어떤 아파트를 사 볼까?’
차액으로 2억을 벌었으니, 이제 이 돈으로 또 6억 정도의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된 상황.
‘부동산 실명제인지 뭔지가 좀 불안하긴 했지만, 별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잖아? 좋아, 1,000억까지 계속 달리는 거야!’
정대기의 목표는 1,000억!
1,000억대 자산가가 된 자신의 미래를 꿈꾸며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길거리 전파상 TV에서 묘하게 정대기의 시선을 잡아끄는 글자가 보였다.
[성공의 전설, 부동산의 제왕]묘하게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 정대기.
그리고 그 불안감은 이내 현실화가 되었다.
[단돈 1억으로 40억을 만든 사나이 중의 사나이]순간, 정대기는 머리가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아니, 저 씨발 새끼가!’
* * *
윤기는 부동산 실명제에 대해서는 그냥 대놓고 법안을 도입했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진영그룹 일가가 수서지구 주변에 막대한 땅을 사 뒀었다는 뉴스가 터졌기 때문에 이들은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따라서 아주 간단하게 통과된 법안.
하지만, 그다음 단계.
대출이 껴 있는 집에 대해서 전세와 월세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이것만으로 도입하기는 힘들었다.
왜냐하면, 살고 있는 집의 방 하나를 월세로 주는 등의 행위는 서민들도 했기에 이들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윤기가 한 행동이 바로 ‘나쁜 관종’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사람이란 명예만 생기면 돈을 원하기 마련이고, 돈만 있으면 명예를 원하는 법.
실제로 2013년 갭 투기꾼들이 너도나도 TV에 나온 이유는 ‘나 이렇게 돈 많다! 부럽지? 병신들아?’라고 국민들에게 말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윤기는 대출률이 대단히 높으면서도 원래 돈이 많지 않았던 사람들을 찾아 은밀히 탐색했다.
그리고 그들 중 두 명을 찾아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1990년을 기준으로 골든 타임 중의 골든 타임인 저녁 8시에 1시간짜리 특집 방송을 했다.
1억으로 40억을 번 남자와 3억으로 100억을 번 남자 두 명.
심지어 프로그램에서는 이 둘을 전혀 비판하지 않았다.
심지어 감성팔이까지도 도와줬다.
가족들을 보면서 힘냈다느니 하는 그런 감성팔이 말이다.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이 만족스러울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둘은 아예 방송사에 전화까지 해서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하지만, 윤기의 진짜 목적은 바로 그다음 날에 있었다.
[내 돈으로 부자가 된 집주인] [집주인이 내가 받아야 할 차익을 가져갔다?] [왜, 돈 안 쓴 집주인에게 권리가 있는가?]어제의 방송은 방송 3사 중 한 곳에서만 방송했기 때문에 시청률이 약 35퍼센트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한 방송은 무려 방송 3사, 그것도 골든 타임인 8시에 방송을 했기 때문에 시청률이 무려 90퍼센트에 달했다.
갭 투기꾼들의 실체에 대해 아주 디립다 까는 방송.
심지어 어제 방송에 나왔던 둘 역시도 아주 확실하게 까는 것이 이번 방송이었다.
‘이런, 썅!’
당연히 방송을 보고 있던 정대기는 똥줄이 탔다.
어제 방송을 봤을 때는 너무나도 열이 올랐다.
아직 꿀을 빨 것이 엄청나게 남아 있었는데, 어떤 등신들 때문에 경쟁자들이 왕창 생기게 생겼다.
그런데 오늘?
자신의 방식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는 방송이 방송 3사에 전부 나와 버렸다.
채널을 위로 돌려도 아래로 돌려도 자신의 방식을 까는 방송뿐.
‘빌어먹을! 빨리 손을 털어야 해!’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대기.
하지만, 때가 너무 늦은 것 같았다.
* * *
어제 갭 투기꾼들을 비판하는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갭 투기꾼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어제 골든 타임 이후, 국민들은 갭 투기꾼에 대해서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방송이 준 가장 큰 나비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세 세입자들이 자신의 주인을 찾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나갈 때까지 두 달 남았는데, 전세금 줄 수 있어요?] [뭐? 나중에 줘? 장난하냐?!] [어디 한번 죽어 볼래? 너도 갭 투기 같은 거 하냐?]대한민국의 전세는 2020년이 갈수록 뒤틀려진다.
전세금이란 당연히 집을 나갈 때 바로 받아야 하는 법.
그런데, 월세 보증금이고, 전세 보증금이고 집주인들은 항상 같은 말을 한다.
[새로운 세입자 들어오면 줄 거야~]이러한 대답에 기존 세입자가 할 수 있는 대처는 사실상 없다.
그야말로 갑질 중의 갑질.
그런데 윤기의 역사인 1990년, 지금 집주인이 그런 말을 했다가는 농담이 아니라 뚝배기가 깨지게 생겼다.
당장 방송에서 갭 투기꾼 때문에 덩달아 망한 세입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보여 주었다.
멀쩡하게 20평짜리 아파트에서 살다가 금방이라도 박살 날 것 같은 더러운 달동네에서 살아가는, 아기를 가진 부부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그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함께 찾아온 세입자들의 모습은 가히 아수라를 방불케 했다.
“다, 당연히 줄 수 있죠! 아니, 왜 그런 걸 걱정해요?”
정대기 역시 30명이 넘는 세입자들한테 이러한 질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야기 들어 보니까 여기 집 살 때 내 전세금 주고 산 거라면서요.”
금방이라도 눈이 희번덕거릴 것 같은 50대 초반의 세입자.
그 세입자는 건설 노동자였는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주머니에 망치가 들어 있었다.
“아, 아니! 그때는 자금 유동성 때문에 그런 거라니까요. 걱정하지 마요! 내가 돈을 못 주겠어요?”
이 세입자는 부동산 업자를 찾아가서 정대기의 집을 알아냈다.
부동산 업자 역시 정대기처럼 망치가 무서워서 주소를 알려 준 상황.
그리고 대부분의 세입자들 역시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주소를 알아내서 순차적으로 혹은 비슷한 시간에 정대기를 찾아와서 전세금의 행방을 물었다.
‘안 되겠어, 팔자!’
어차피 지금 찾아오는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은 현재의 정대기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대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전부 팔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집값이 3억이고, 전세금이 2억이라면, 1억에는 팔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비록 목표했던 1,000억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뼈아팠지만, 정대기는 지금이야말로 마지막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음 날.
정대기는 부동산을 찾아가 자신의 물량 전부를 내어놓으려고 했다.
“사장님, 제가 가진 부동산 아시죠? 전부 내놓을게요. 동업하시는 다른 동 업자분들한테도 연락해 주시구요.”
하지만, 부동산 업자는 정대기가 원하는 말을 해 주지 못했다.
“저…, 사장님. 조만간 시세 반 토막도 더 날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