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88)
#488화 부동산 불패 진화 (6)
정대기는 뜨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하룻밤 사이에, 아니 고작해야 10시간 사이에 시세가 반 토막이 날 거란다.
대관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하지만, 말이 됐다.
“어제 자정에 긴급 법안 발효됐잖아요. 이제 대출 끼어 있는 건물은 전세나 월세 못 줘요.”
말을 들은 정대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사장님도 참. 저는 대출 없잖아요.”
맞는 말이다.
정대기의 집은 전세금을 통해 갭 투기를 한 것이지,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실제로 갭 투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세입자의 전세금을 통한 방식.
나머지 하나는 은행 대출을 통한 방식인데.
대출이 있는 건물에 ‘설마 당하겠어’ 하고 전세를 들어갔다가 당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아니,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잠시 뜸을 들이던 부동산 업자가 말을 이었다.
“부동산이라는 게 어느 하나만 시세가 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 법안 때문에 아침부터 지금 물량이 장난 아니게 들어왔어요.”
부동산 업자가 이렇게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정대기는 그 이유를 바로 알아챘다.
“사장님, 무조건 제 건물 우선으로 팔아 주세요.”
“뭐…, 노력이야 하겠지만…….”
계속해서 말을 흐리는 부동산 업자를 향해 정대기가 한숨을 내쉬며 큰 카드를 꺼냈다.
“복채 두 배로 드릴게요.”
“아니, 뭐…, 두 배로 주신다고 해도….”
분명히 두 배 이상을 준다고 한 다른 의뢰자가 있다는 거겠지.
지금처럼 공급이 넘쳐날 때는, 부동산 업자가 자신과 친한 건물주의 건물만 우선적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 절대적인 갑은 당연히 부동산 업자.
결국, 정대기는 정말 큰 배팅을 했다.
“네 배 드리죠.”
“어유, 최선을 다해야죠, 그럼.”
환히 웃는 부동산 업자를 향해 침이라도 뱉어 주고 싶은 정대기였지만, 어쩌랴.
지금 급한 것은 부동산을 파는 일인 것을.
“그런데, 지금 시세로는 정말로 못 팔아 드릴 수도 있어요.”
“15퍼센트까지는 감수할게요. 최대한 빨리 처분해 줘요.”
지금 정대기는 자칫하다간 빚더미에 빠질 수가 있었다.
3억짜리 건물을 기준으로 이 건물이 갑자기 1억 5천이 된다?
정대기는 전세금을 돌려줄 방법이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파산이다.
전세금의 성질 특성상 징역을 살게 되지는 않지만, 파산만으로도 인생이 박살 날 것은 당연한 상황.
조금이라도 돈을 건지려면 원래 시세보다 낮춰서라도 최대한 빨리 처분해야 했다.
“예, 그 정도면 가능하겠네요. 최대한 빨리 처분해 드릴게요.”
아직 강남은 투기 열풍 지역.
그렇기에 부동산 업자는 15퍼센트 정도라면 승산이 있다고 여기고, 4배 복채를 생각하며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조건반사로 외치는 부동산 업자.
하지만, 들어온 것은 호구가 아니라 공무원 두 명이었다.
“여기 구청 자료에는 부동산으로 등록 안 되어 있는데, 이 서류들은 뭡니까?”
순간 부동산 업자의 얼굴이 하얗게 죽었고, 그를 바라보던 정대기의 얼굴은 파랗게 굳었다.
“아…, 저…, 그게…….”
“무허가 영업 맞죠?”
순간 부동산 업자가 공무원들을 밀치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깥에는 어느새 경찰 봉고차가 뒷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따라서 부동산 업자는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하고 봉고 트렁크를 향해 다이빙.
자연스럽게 체포되었다.
“어서 와~.”
윗선이 보증하는 실적이었기에 경찰들은 그야말로 환한 웃음과 함께 무허가 부동산 업자의 손목에 은팔찌를 채웠다.
그리고 이날.
강남구 전역에서 무수히 많은 무허가 업자들이 구속되었고, 면허 도용 업자들은 증거의 문제로 인해 일단 불구속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의는 꼬리에 불난 갭 투기꾼들이 물량을 처리할 수단을 많이 잃었다는 것에 있었다.
* * *
윤기가 도입한 법안의 골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출이 끼어 있는 집은 전세나 월세 등의 행위가 불가.
집주인이 전세 계약 종료로부터 6개월 안에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소유권이 세입자에게 이전.
세입자의 돈으로 매매를 완료하는 행위 등의 금지.
본 법안은 기존 계약에 소급 적용되지 않음.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말은 기존의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한 데는 당연히 큰 이유가 있었다.
서민들도 집을 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대출받아서 산 집에서 방 하나 정도는 따로 월세를 놓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급 적용을 하게 되면 서민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가해진다.
하지만, 소급 적용을 하지 않게 되면 생각보다 별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방 하나 세를 놓을 수 있냐 없냐에 따라서 서민들이 살만한 집의 시세가 폭등하거나 폭락할 리가 없으니까.
반면, 갭 투기꾼들은 아주 난리가 났다.
건물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이유가 바로 대출을 통한 가격 펌핑 때문인데, 대출을 끼는 순간 월세를 통한 이익 창출이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으니까.
“부동산 시장이 아주 난리가 났다는구만.”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YS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그래도 이 법안은 반드시 통과해야만 했어요. 가지고 있는 것은 고작해야 10원인데, 이걸로 100원의 금융 가치를 만든다? 그것만큼 허상이 어디 있겠어요? 10원은 10원이에요.”
실제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이 ‘대출’이다.
가령 B가 A에게 천원을 빌려줬다고 하자.
그리고 B는 C에게 자신의 채권을 담보로 천원을 빌린다.
그리고 C는 D에게 자신의 채권을 담보로 천원을 빌린다.
이게 계속 반복된다면?
고작해야 천 원이 만 원, 십만 원, 백만 원이라는 허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A가 파산하면?
B부터 Z까지 고스란히 파산하게 되겠지.
그리고 이 피해는 A부터 Z까지만 보는 게 아니라, 이 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던 다른 사회구성원들 역시 같이 보게 된다.
그렇기에 윤기 본인이 대출에 대해서 대단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물론, 원유와 주식으로는 돈을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라서 그런 것.
윤기 스스로가 생각하는 보호의 테두리 안에는 언제나 대한민국이 최우선이었다.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런데, 이번 법안이 서민들한테는 분명 좋은 법이지만, 빌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는 좀 힘들지 않을까?”
“건물에 공실이 나거나 이번 법안으로 시세가 떨어져서요?”
“그렇지.”
윤기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그 정도는 다 복구돼요.”
윤기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IMF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땅값은 어느 곳이든지 간에 서민들도 꿈은 꿔 볼 수 있었던 곳.
따라서 피해를 본 사람은 그다지 없었고, 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시세가 복구될 것이었다.
물론, 투기꾼들은 예외였지만 말이다.
“역시 자네는 사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다니까.”
“그래서 총리님하고 코드가 맞는 거죠.”
서로 씨익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하고 있을 때, 정대기를 비롯한 갭 투기꾼들은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다.
* * *
세입자 입장에서 보증금은 양날의 검이다.
예를 들어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인 원룸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보증금 올리고 월세 낮출 수 있으면 낮춰’라는 조언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면 보증금 2,000만 원에 45만 원, 혹은 3,000만 원에 40만 원이 될 수도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 종잣돈 1,000만 원으로 1년에 60만 원을 만들기는 어려우니, 통장 잔고가 좀 있는 사람은 이 방식을 택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보증금을 올리면 한 가지 리스크가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나중에 계약이 끝나고 집을 나갈 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새로운 세입자가 오면 준다니까~] [돈이 없는데 어쩌라고?]계약이 끝나서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정말 열불이 터지는 상황.
하지만 집주인이 이러한 행동을 할 때, 기존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나마 가능한 방법이라고 한다면, 이사를 가지 않고, 월세도 내지 않고 계속해서 해당 집을 점거하는 것 정도?
하지만, 계약이 끝나고 이사 가는 경우는 대부분 기존 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직장 등의 이유인 만큼, 이러한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이게 바로 정대기를 비롯한 갭 투기꾼들이 사용한 방식이었다.
[사장님, 저 다다음 주 수요일에 이사 가는데, 전세금 주실 수 있으시죠?]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대기는 친밀감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답했다.
“어유, 당연히 드려야죠. 그걸 물어보실 필요가 있나요? 당연히 드려야 하는 건데.”
너스레까지 떠는 정대기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어색한 웃음이 담긴 음색이 들려왔다.
[저도 당연히 사장님이 안 주실 분이 아니라는 건 알죠. 그런데, 요새 TV를 보니까, 조금 불안해서요.]“에헤이, TV를 믿으시면 쓰나요.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이사 가세요. 나가시는 순간, 통장에 확실히 전세금 이체해 드릴 테니까요.”
“아유, 감사합니다. 역시 사장님은 착하신 분이네요.”
2주 후에 나갈 세입자는 정대기를 극찬하며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세입자는 알까? 정대기는 전세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정대기가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수화기에서는 새로운 전화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199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아주 익숙한 소리.
‘따르르릉-!’ 하는 금속음이 거실에 울리자, 정대기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니, 사장님! 전세금 도대체 언제 돌려주실 거예요?]정대기가 소유한 집은 30채가 넘고, 당연히 세입자도 30명이 넘는다.
그런 만큼, 조만간 계약이 종료되는 세입자가 있었고, 이미 계약이 종료된 세입자도 있었다.
지금 정대기에게 전화를 한 세입자처럼 말이다.
“어유, 제가 돈을 일부러 안 드리는 게 아니라, 지금 통장에 돈이 잠시 묶여 있거든요. 3일 안으로 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니, 지금 잔금을 못 치러서 이사 가야 할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3일을 더 기다려요!]“죄송해요. 저도 일부러 안 드리는 게 아니라서요. 3일 후에는 꼭 드릴게요.”
[하…, 진짜, 하…….]“약속드리겠습니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는 정대기.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이러한 정대기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서 소름 끼칠 정도로 사악한 정대기의 화법.
솔직히 집주인이 ‘응, 못 줘’라고 하면 이건 경우에 따라 형사고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집주인이 ‘드리고 싶은데 못 드려요, 죄송해요’라고 하면, 이건 민사로 가야 한다.
하지만, 다들 알지 않는가?
대한민국의 민사소송이 얼마나 느리게 진행되는지를 말이다.
3심을 기준으로 7년 이상도 걸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사재판.
집을 살 돈이 없어서 전세로 들어온 사람이 7년 동안 재판을 진행할 힘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지금 정대기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3일 뒤에는 꼭 주셔야 해요?]“진짜 꼭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끝난 통화.
당연한 말이지만, 정대기는 방금 통화한 사람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다.
정대기가 세운 전략은 돌려줘야 할 전세금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비어 있는 집은 새로 전세를 받아 그 돈을 들고 해외 도피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대부분의 갭 투기꾼들 역시 정대기와 같은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10억 정도면, 동남아에서는 100억이잖아?’
그야말로 꿈을 꾸고 있는 정대기.
찬란한 미래를 상상하는 정대기와 달리, 모처럼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윤기의 법률 자문가 조청우.
“아, 역시 달고나는 최고라니까.”
혼자 마당 구석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직접 달고나를 만들고 있는 조청우의 모습.
정말 평온하기 그지없었지만, 집안 전화기는 그야말로 맹렬하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