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94)
#494화 규정대로만 하자 (1)
“으, 응? 그, 그게 무슨……?”
조청우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윤기가 설계해 둔 거미줄을 아주 확실히 밟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국가의 법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말이에요.”
“아…….”
드디어 조청우는 윤기의 큰 그림을 깨달았다.
수백, 수천 명의 전세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업무.
윤기가 진짜로 원했던 것은 바로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는 업무였던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법과 현실의 괴리를 줄이려는 시도를 많이 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저는 법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물론, 윤기도 법을 어느 정도 공부하긴 했고, 서울법대도 잠시나마 다니긴 했다.
하지만, 조청우와 비교하면?
다른 건 몰라도 법적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조청우가 확실히 압도적이겠지.
“그러니까…, 어…, 나 보고 대한민국 법을 정비해 달라…?”
“네!”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의 모습에 지금까지 서서 이야기를 하던 조청우는 현기증을 느낀 듯, 가까운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앉았다.
“아…….”
하지만, 조청우는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 역시 잘 알았다.
애초에 법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 본인이었으니까.
“당장 이번 일만 하더라도 현실과 많이 괴리되어 있죠. 전세금 액수가 매매가의 절반을 넘어가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요.”
윤기는 말을 이었다.
“이 경우, 소유권과 관련하여 세입자를 보호하는 효과가 자동으로 발생해야 한다고 저는 보거든요? 고모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절망에 빠져 있는 조청우였지만, 일단 윤기에게 질문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내가 생각한 것도 그런 부분이었어. 이따금씩 이런 경우가 있잖아. 예전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새로운 사람에게 집을 팔아 놓고서는 서로 책임을 떠미는 경우 말이야.”
이 외에도 수많은, 법의 허점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놈들이 있다는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윤기와 조청우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죠. 그나저나 표정이 영 안 좋으시네요. 어디 불편하신 부분 있으세요?”
“아니, 그게…….”
불편하다고 대답해 봤자, 와이프는 윤기의 편을 들겠지.
그렇기에 조청우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아, 혹시 제가 지금 부탁드리는 것을 단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윤기의 말에 조청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었어?”
무언가 희망의 불빛을 발견한 것 같은 조청우의 표정 변화.
그 모습에 윤기가 한동안 큭큭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 고모부. 제가 그 정도로 악랄한 사람은 아니란 것을 아시잖아요. 설마, 제가 2주나 3주 드리고, ‘해 오세요’라고 할 줄 아셨던 거예요?”
“……응.”
다소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조청우의 모습에 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두어번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금 제가 부탁드리는 것은 대한민국 법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인데, 이것을 어떻게 2주나 3주만에 해요. 2개월이나 3개월이면 몰라도.”
조청우의 안색이 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2주나 3주보다는 낫지만, 애초에 2개월이나 3개월로도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법은 애초에 그 안에 끝낼 수 있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이것도 농담이에요. 고모부, 제가 부탁드리려는 방식은 따로 있어요.”
“응?”
다시 희망을 보이는 조청우.
“앞으로는 와이케이 그룹의 법률 업무에서 손을 떼고, 제가 부탁드린 일만 하세요. 그것도 근무 시간 동안에만요.”
“어? 어어? 어어어어어어어?!”
음색의 높낮이가 그야말로 무수히 바뀌며 흘러나온 조청우의 목소리.
이어서 조청우는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진짜?! 진짜야?! 그래도 돼?!”
“물론이죠. 애초에 하루이틀 걸릴 일도 아닌데, 제가 고모부를 그 정도로 혹사할 리가 없죠.”
“휴우…, 진짜…, 진짜 다행이다….”
조청우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다시 의자에 털썩 소리가 날 정도로 앉았다.
이내 온몸의 힘이 빠진 뒤, 쭈욱 늘어지는 조청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청우는 다시 눈을 빛냈다.
“아무튼, 그런 조건이라면 할 만하지. 알았어, 해 볼게!”
조청우는 일 하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일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종종 윤기가 내렸던 지시사항이 일반인의 범주를 아득히 초월했을뿐.
그렇기 때문에 조청우는 시간의 여유가 널널해진 이상, 윤기의 업무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자세를 갖췄다.
“그리고 보니까, 만약, 세입자들이 직접 이번에 소송 관련 업무를 진행했다면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렸겠죠?”
“그렇지. 뭐, 우리도 그 정도 시간이 걸렸겠지만.”
판사들한테 떡값 좀 쥐여 준다는 선택지를 딱히 생각하지 않은 조청우였기에 와이케이나 세입자들이나 똑같이 6개월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알기로 판검사들의 숫자가 부족해서 민사소송이나 형사소송의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들었는데, 판검사들의 숫자를 늘리면 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까요?”
윤기의 말에 조청우가 잠시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거라고 봐.”
“어째서일까요?”
진지한 윤기의 물음에 조청우 역시 경건하게 자신의 생각을 내놓기 시작했다.
“사실, 민사나 형사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재량’ 때문이야.”
윤기는 조용히 조청우의 뒷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재량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메뉴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지. 메뉴얼이 부족하고, 재량권이 강하다 보니,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도 같은 판사가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거야.”
“그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지. 사실, 웃기지 않아? 똑같이 100만 원어치의 물품을 혼자서 도둑질을 했는데, 누구는 징역 1년이고, 누구는 집행유예야. 그것도 같은 판사가 판결을 내렸는데 말이지.”
“확실히 웃긴 일이죠.”
“도둑질뿐만이 아니야, 수많은 범죄에 있어서 재량이라는 명목으로 누구는 징역이고 누구는 벌금이고, 누구는 집행유예인 웃긴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그리고 이러한 재량권은 악용하기 너무나도 좋지.”
조청우는 순둥순둥하고, 야망이 딱히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통찰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좀 친해졌다 싶은 사람을 너무나 잘 믿고 따를 뿐.
“그렇다면, 판검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메뉴얼을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겠군요?”
“그렇지. 금액 수준, 공범 유무, 공범의 숫자, 흉기 유무, 범죄 은닉 유무 등으로 형량을 덧셈, 혹은 곱셈으로 메뉴얼을 시켜 놔야 한다고 봐.”
“그렇다면, 검사와 판사가 할 일은 형량의 결정이 아니라 가끔 애매한 사건일 때, 죄의 항목 결정이 되겠군요?”
“그것도 대부분 메뉴얼로 고정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아마, 이러한 메뉴얼이 완성된다면 검사가 할 일은 ‘고의성의 입증’이고, 판사가 할 일 역시 ‘고의성의 판단’이 되겠지.”
“확실히 괜찮겠네요. 그것도 같이 진행할 수 있겠어요?”
“시켜만 준다면. 그런데, 이러한 방법을 쓸 때는 문제가 두 개 있어.”
“첫 번째 문제는 교도소 수용 인원 문제겠죠?”
윤기의 말에 조청우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실, 판사들이 어지간한 범죄에 집행유예를 주는 이유가 그거거든.”
의외로 진실.
실제로 판사들도 집행유예를 주기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집행유예를 주어야 할 때가 있다.
왜?
교도소가 포화상태니까.
교도소를 새로 지으려고 해도 님비현상으로 인해 지을 방법이 없고, 또, 세금 도둑놈들이 너~무나 많아서 교도소에 할당되는 예산이 너무나도 적다.
하지만, 윤기의 1991년은 다르다.
윤기가 청송에 상당한 규모의 교도소를 건축했고, 또 건축 중이었으며, 청송 말고도 다른 지역과 현재 교섭 상태에 있었으니까.
뿐만 아니라, 이미 들어온 국세를 도둑질 하는 인원들도 2020년과 비해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었기에 예산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판사들 역시 집행유예를 줄 이유와 명분이 많이 사라진 상태.
따라서 첫 번째 이유는 사실상 해결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판검사들의 특권 때문이겠죠? 재량을 통해서 얻는 이득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그게 가장 까다로울 거야. 해결할 수 있겠어?”
조청우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윤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 되면 되게 해야죠. 안 그래요?”
이 순간, 조청우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며 살짝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 * *
2020년에는 서민이 판사나 검사가 된다고 해서 바로 1티어 재벌가의 사위나 며느리가 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재벌 카르텔이 완성되었으니까.
이미 다른 재벌가에 검사, 판사 내정자들이 있는데 굳이 서민 출신 검사, 판사에게 아들이나 딸을 내어줄 이유가 없겠지.
하지만, 1990년대의 판검사는 어떨까?
이때까지는 그래도 서민이 잘만 하면 재벌가에 영입될 수 있는 시기였다.
물론, 그 난이도는 실로 괴랄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판검사에 내정되는 비율은 10~20퍼센트 정도니까.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1991년 1월인 현재, 판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은 당연히 그 이전에 이미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물들이라는 것.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거의 대부분이 재벌가에 사위나 며느리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드라마나 소설에서야 사법고시 합격하고도 원래 사귀던 애인과 결혼하지만, 이 시절에는 99퍼센트 그럴 수가 없다.
합격하는 순간 온 가족이 달려들어서 ‘기존의 별 볼 일 없는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만드니까.
더불어서 합격자 본인도 대부분 자의적으로 이를 따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앉는 자리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지니까.
괜히 2020년에도 연애는 잘만 하다가 결혼할 때가 되면 물질적인 문제를 이유로 헤어지겠는가.
그런데 1990년대 이전이다?
아예 말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윤기의 역사를 기준으로 판검사들 절대다수가 와이케이를 제외한 재벌가들과 인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와이케이와 삼우를 제외한 다른 그룹의 재벌들은 현재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사위한테서 들은 이야기인데, 판검사들의 재량을 대폭 낮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오성그룹 회장의 말에 성산그룹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며느리한테서 들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판사 며느리를 들인 이유가 사라지는 건데…….”
“저도 검사 사위를 괜히 들였나 생각합니다. 어차피 요새 써먹을 일도 그리 많지 않아서…….”
그야말로 잔혹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대화.
하지만, 이들 입장에서 사람을 효용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셔서는 또 안 됩니다. 비록 뇌물과 관련해서는 힘들지 몰라도, 다른 부분에서는 또 필요한 게 판검사의 재량 아니겠습니까?”
금철그룹 회장이 정곡을 찔렀다.
사실, 재벌들이 판검사와 카르텔을 형성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사고’.
서민들과 똑같은 사고를 쳐도 다른 형량을 받는 이유가 바로 판검사들을 가족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그건 그렇군요. 당장 제 손자 녀석도 이번에 들어가야 할 것을 집행유예로 빠져나왔으니…….”
범법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대화.
이런 대화 도중, 대상그룹의 회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다들 선택권이 우리한테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와이케이가 국내 산업 전반에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시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