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97)
#497화 규정대로만 하자 (4)
[[[[[[[7배!!]]]]]]]순간 모든 전직 판검사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손을 들었다.
“기, 기준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청우는 잠시 생각을 하다 한 가지 단어를 내뱉었다.
“적응력…?”
“적응력…, 말입니까?”
되묻는 말에 조청우는 두어 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적응력이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회에의 적응력이 되겠네요. 우리가 할 일은 재량권을 정비하는 일이잖아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재량권의 정비라는 것은 결국 법안의 수정을 포함하는 거예요. 여기까지는 다들 추론하셨죠?”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판검사의 재량권을 정비해서 메뉴얼화한다는 것은 그에 따라 법안의 수정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 법안의 수정을 입법부에 요구하려면, 우리가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해요.”
조청우는 도열해 있는 판검사들의 앞에서 좌로, 그리고 우로 조금 걷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판검사들에게 사회 적응력이 있다고 보기는 좀 많이 힘들잖아요?”
살짝 기분 나쁜 표정을 짓던 전직 판검사들이었지만, 이내 이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아직도 판검사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또 자신들이 갑이었다면 불호령이 내려졌겠지.
하지만, 이들은 판검사의 지위를 버렸고, 또 상대는 자신들의 직속 상사다.
그것도 회장과 완벽한 연줄을 가지고 있는 직속 상사.
그렇기에 전직 판검사들은 법조계 특유의 위계질서를 통해 익혔던 상명하복을 통해 빠르게 표정 관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어지간히 천재가 아닌 이상, 사법고시 준비하면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요. 온종일 책 앞에 앉아있는데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다들 눈을 감고 고시 준비하던 시절을 떠올려보세요.”
눈을 감은 전직 판검사들은 대부분이 미간을 찡그리며 몸을 움찔거렸다.
고시생 시절의 고통을 기억해낸 거겠지.
“그리고 합격하고 나서도 사회와 동떨어지는 것은 똑같죠. 재벌가에서 혼담을 넣어 왔다고 중매가 들어오고, 교수님이나 선배님들이 자부심을 아주 목구멍에 들이부어 주잖아요? 정말 세상 물정 모르게 돼요. 그래서 저도 된통 당했구요.”
알 만한 사람은 모두 다 아는 조청우의 예전 이야기.
원래라면 판검사가 되었어야 할 조청우였지만, 로펌에 낚여서 변호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아는 일부 사람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조청우의 뒷말을 기다렸다.
“여기서부터는 저도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지만, 아무튼, 판검사가 되면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지죠. 선배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머리 굽힐 대상이 거의 사라지니까요.”
전직 판검사들은 자신들의 화려했던 과거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영감님이든, 검사님이든, 판사님이든 주변에서는 꼬박꼬박 ‘님’이라는 말을 붙여서 불러주고, 일반 술집에서 술을 마실 일은 거의 사라지죠. 툭하면 청탁 들어오고, 요정에 가서 술과 안주와 뇌물을 받으니까요. 거기에 시댁이나 처가에서 부탁한 일을 해결해 준다? 아주 왕이 되는 기분일 거예요.”
연신 쓴웃음을 짓고 있는, 이제는 부하가 된 전직 판검사들을 향해 조청우가 다시 화제를 돌렸다.
“그러니 여러분의 사회 적응력은 그야말로 좋을 수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러니, 한동안의 평가 기준은 여러분이 얼마나 적응력을 보이느냐가 되겠죠?”
애초에 머리는 똑똑한 사람들이었기에 조청우의 말을 이해했다.
“한동안은 여기 있는 서적, 신문, 판례 등을 읽으면서 현실을 공부하세요. 여기 있는 판례들은 제가 서민친화적이라고 생각한 판례들이니까요.”
마침내 구체적인 지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싶으면, 법안을 선정해서 어떻게 수정할지, 또 재량권은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세요. 단, 보고서의 근거는 꼭 필요합니다. 직접 체험해서 확인한 근거가요.”
이미 법적 지식 자체는 거의 완벽하게 익힌 사람들이 현실을 직접 체감하면서 법안을 수정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지.
“그렇게 가져온 보고서를 제가 검토한 후, 채택된 숫자가 많은 사람일수록 7배에 가까운 연봉을 받게 될 겁니다. 자, 이야기는 여기 까지입니다. 개인플레이를 해도 좋고, 조를 짜서 일을 해도 좋습니다. 제 말은 여기까지!”
말을 끝낸 조청우가 뚜벅뚜벅 걸어 밖으로 나가자, 전직 판검사들은 조용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밖으로, 속으로 한 단어를 내뱉기 시작했다.
[[[[[[[7배, 7배, 7배…….]]]]]]]* * *
윤기는 판검사 인력의 30퍼센트를 끌어왔다.
하지만, 실제 판검사 인력은 거의 70퍼센트가 빠져나갔다.
그것은 바로 재벌가에 자신들의 사위나 며느리를 빼내어 갔기 때문.
[어차피 판검사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자리가 되었어. 그럴 바에야 차라리 법무팀에 넣는 게 제일이지.]와이케이가 독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산업 전반은 다른 재벌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보니, 법무팀이나 로펌의 필요성은 대단히 높았다.
그렇기에 판검사들 대부분이 자신의 남편 혹은 아내 집안의 법무팀으로 들어갔다.
여기에 로펌들의 스카우트까지.
따라서 대한민국 판검사 인력은 순식간에 30퍼센트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공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판검사들이 일을 안 해서?
아니다.
판검사들의 업무량 자체는 진짜 어마어마한 수준이 맞다.
그런데 왜 공백에 따른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까?
의외로 간단했다.
은퇴한 판검사들을 다시 불렀으니까.
판사와 검사들은 후배 기수가 선배 기수를 앞지르는 상황이 오게 되면 선배 기수 모두가 사표를 내는 관습이 있다.
요약하자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서 나오는 행위.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데, 아래에 선배 기수가 남아 있다면 지시를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이미 재량권을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재벌들 사이에 소문이 쫙 퍼졌고, 대부분의 판검사들이 기수 상관없이 법복을 벗었기 때문에 이러한 관습이 사실상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에 법무부장관인 DJ는 은퇴한 판검사들 중 복귀를 희망하는 자들이 있는지 조사했고, 그들 중 현재 만족스러운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환호하며 복귀했다.
괜찮은 로펌에 취직하지 못했거나, 사무실을 열었는데 망했거나 하는 경우 등.
그렇기에 순식간에 공백이 채워졌고, 전직 판검사 출신들이 현직 판검사가 된 것이었기 때문에 공백에 따른 문제도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복귀한 판검사 모두가 ‘법무’라는 현업에서 아예 물러났던 자들이 아니었던 것이 정말 컸다.
다만, 현실감각이 부족한 자들도 일부 복귀했다는 사소한 문제점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윤기의 고모부였던 서종오 말이다.
‘좋아, 드디어 내가 서울지검의 지검장이 되는 건가? 아니지, 서울고검장 될지도 몰라. 혹시 모르지? 검찰총장이 될지도?’
처음, DJ가 복직 희망 조사와 관련하여 공무원들에게 지시를 내렸을 때, 서종오는 드디어 자신의 시대가 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검찰총장이 되는 꿈까지 꿨다.
물론, 한본찬 검찰총장이 서종오의 생각을 들었다면 폭소를 터뜨렸겠지만 말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본찬은 검찰총장에서 사퇴하지 않았다.
애초에 한본찬은 따로 특급대우를 받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꿈은 자유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서종오는 정말 수많은 기대와 함께 자신의 발령을 기다렸다.
하지만, 서종오에게 내려진 발령은?
서울서부지검 평검사였다.
그렇기에 서종오는 대단히 당황했다.
‘아니, 설마 아직도 뒤끝이 있는 거야?’
그래서 찾아간 것이 조청우.
“청우야, 나 서울지검 평검사로 발령됐어.”
“오, 축하드려요!”
정말 비웃음 하나 없는 순수한 축하의 말.
하지만, 서종오는 그런 조청우를 보며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추, 축하한다고?”
조청우는 방금처럼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검사 생활 끝났다고 화내셨었잖아요. 그런데 다시 검사 생활 시작하셔서 기쁜 거 아니에요?”
기막힌 말에 그야말로 입을 떡 벌리는 서종오.
하지만, 정말 표면적인 맥락에서 보면 조청우의 말은 정말 틀린 것이 하나 없었다.
“아니…, 내 나이가 몇인데….”
나이도 나이이니만큼 높은 직급을 받는 것이 맞지 않냐는 서종오의 말.
하지만, 조청우의 답변은 역시나 조청우다웠다.
“아, 생각해 보니 곧 환갑이시네요. 환갑잔치 때 맛있는 거 많이 준비하실 거죠?”
눈까지 빛내는 조청우.
하지만, 서종오는 예전과 달리 조청우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
이제 조청우는 윤기의 최측근이자, 와이케이 법무 이사였으니까.
물론, 조청우에게 화를 낸다고 해서 조청우가 불만을 표하지는 않겠지만, 윤기에게 악의 없는 고자질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
그렇기에 서종오는 한숨을 푹푹 쉬며, 어쩔 수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나이도 많은데 그래도 지검장 정도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거지. 청우야, 윤기한테 네가 부탁 좀 해 보면 안 되겠냐?”
“저는 그 업무와 관련이 없는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윤기한테 지금 하신 말씀을 대신 전해 드리면 되는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하아…, 됐다….”
한 때, 윤기를 통한 장밋빛 미래, 샤이닝 로드를 꿈꿨던 서종오.
하지만, 서종오의 커리어는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로 끝나게 되었다.
* * *
1991년, 2월 초순.
나름대로 한가한 시점이 다가왔다.
판검사와 관련한 일들은 조청우가 알아서 하고 있고, 다른 일들도 안정화가 된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최덕배와 바둑을 두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최덕배는 슬슬 지겹다는 듯 불만을 토로했다.
하도 너하고만 바둑을 두다 보니까 좀 지겨운데, 뭔가 다른 사람하고 바둑을 두면 안 되겠냐?>
“할아버지가 바둑판을 가리키면 제가 놓는 방식으로요?”
응.>
“흠~, 뭐 재미는 있겠네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오랜만에 윤기는 쿨하게 최덕배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이에 따라 비서를 통해 한국바둑협회에 기별을 넣었다.
[제 바둑 실력을 체크하고 싶은데, 초고수 좀 보내 주세요.]물론, 한국바둑협회에서는 이를 접대 바둑으로 생각했기에 3단 정도를 보내서 윤기와의 연줄을 다지고자 했다.
그렇게 도착한 강병국 3단.
말이 3단이지, 이 시기의 한국 바둑은 승단하기가 정말 피눈물 나게 어려웠다.
최초의 9단이 1982년에 나왔고, 두 번째 9단이 1983년에 나왔을 정도이니 오죽할까?
요즘이야 대회에서 우승 혹은 준우승 시 3단에서 1단을 한 번에 승급시켜 주기 때문에 1단부터 9단까지의 실력 차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 시기의 3단은 1단과 막강한 실력 차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회장님 비위 좀 잘 맞춰 드려. 그분이 어디 보통 화끈하신 분이야?]협회 최고 간부들에게 단단한 지시를 받은 강병국 3단은 윤기의 환대를 받은 후, 바둑판 위에 첫수를 놓았다.
어쭈?>
최덕배가 보기에 딱 봐도 봐주려는 수.
이것은 최덕배에게 일대일로 교육을 받은 윤기에게도 당연히 보이는 수였다.
그렇기에 윤기는 경호원에게 귓속말로 무엇인가를 속닥거렸고, 잠시 후, 경호원은 음식을 운반할 때 쓰는 왜건에 만 원짜리 돈다발 100개를 쌓아 가져왔다.
“저 이기면 1억입니다. 물론, 세후로요.”
순간 강병국 3단이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