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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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화 훈수 (3)
녜웨이핑은 마샤오춘과 더불어서 윤기가 이름을 알고 있는 중국의 바둑기사.
이 둘을 제외한다면 커제 말고는 더 알고 있는 기사가 없을 정도다.
물론, 전생의 윤기가 바둑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름 말고 아는 내용이 거의 없는 것도 사실.
그나마 간신히 알고 있는 것은 녜웨이핑이 마샤오춘의 스승이라는 것 정도였다.
‘사실상 중국의 끝판왕이 2회전에 나와 버렸네.’
윤기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그동안 최덕배하고만 바둑을 붙었고, 요 며칠, 연습 때도 실질적으로 바둑을 둔 것은 최덕배였다.
윤기가 한 것은 어디까지나 관전.
물론, 관전만으로도 실력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지만, 솔직히 구경보다 직접 하는 게 재밌는 법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윤기는 녜웨이핑이 나왔다고는 해도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며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녜웨이핑 9단이라고 하면, 현재 중국 바둑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해설자의 말에 캐스터가 바로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중국의 바둑은 문화대혁명 당시 어마어마한 탄압을 받은 전적이 있습니다. 이때, 녜웨이핑 9단은 도살장에서 돼지 당번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다행히도 바둑을 다시 둘 수 있게 된 녜웨이핑 9단은 현재 중국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죠. 녜웨이핑이 아니었으면 이번 친선 경기에 중국이 유의미한 참전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녜웨이핑이 도살장에서 돼지 당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바둑을 둘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80년대 한·중·일 바둑이 좀 더 격렬한 경쟁을 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비록 녜웨이핑 선수가 국제대회 우승 기록은 없지만, 현재 중국 바둑을 이끄는 선구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해설자의 말에 캐스터가 궁금해진 듯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 녜웨이핑이 2라운드에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최윤기 회장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말이 되겠죠?”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무엇이죠?”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의견이고 최윤기 회장님을 폄훼하기 위함이 아님을, 지금 제 말씀을 들으시는 분들께 먼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윤기는 거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윤기를 함부로 비판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에 해설자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듣기로 최윤기 회장은 조용일 9단과 서창환 9단을 이겼다고 합니다.”
“예? 조용일 9단도 이겼습니까?”
놀란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국 참가자끼리 둔 대국에서 최윤기 회장의 승률은 100퍼센트라고 들었습니다.”
“세상에…, 왜, 최윤기 회장은 단증을 따지 않은 것일까요?”
“바빠서 그렇지 않을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계속 해설자님의 의견을 들어 보겠습니다.”
자연스럽게 해설자가 다시 말을 받았다.
“그런데 어제의 대국과 지금의 대국을 보면, 최윤기 회장님의 기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요? 오랜 기간 바둑 해설을 한 제 기준으로 볼 때, 서창환 9단이나 조용일 9단에 비해 다소 미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해설자의 눈은 정확했다.
지금은 최덕배가 아니라 윤기가 직접 두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으음….’
실제로 중후반부에 접어든 지금, 윤기는 다소 고전하고 있었다.
아무리 최덕배를 통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해도, 경험 자체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두뇌가 슈퍼컴퓨터가 아닌 이상 바둑판의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경험이다.
나이 많은 기사들이 젊은 신예에게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경험 덕분인데, 안타깝게도 윤기는 이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최덕배와 종종 바둑을 둔다고는 하지만, 밥 먹고 바둑만 두는 사람들과 경험을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저런…, 그러면 최윤기 회장이 지금 역전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는 인생 최고의 능구렁이 발언을 던졌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국민 여러분, 최윤기 회장님을 응원해 주십시오.”
해설자는 바통을 국민들에게 넘겼고, 그 덕분에 다행히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왜?
윤기가 졌으니까.
만약, 가능성이 높지 않다 같은 말을 했다면 ‘부정 탔다!’라면서 욕할 사람들이 생겼겠지.
그렇기에 해설자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최종 집계를 확인했다.
흑돌, 백돌에 따른 6집 반 공제 후, 반집 차이로 패배한 윤기.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졌습니다.”
윤기는 녜웨이핑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녜웨이핑은 그런 윤기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당신이 기업가인 것이 한국 바둑계의 큰 안타까움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미소 지었고, 이렇게 1회전 2라운드가 종료되었다.
* * *
놀랍게도 한국의 1회전 3라운드 출전자는 서창환 9단이나 조용일 9단이 아니라 이상범 4단이었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들이 예상했다.
[3라운드는 서창환 9단이고, 4라운드는 조용일 9단이구나.]딱 봐도 실력순으로 배치한 것 같은 출전 순서.
그렇기에 한국 국민들은 어제의 결과에 대해서 납득했다.
[그래, 한 판 이긴 것도 엄청 잘한 거구나.] [녜웨이핑이 중국 제일의 기사라던데?] [와, 돈도 많고, 잘 생겼고, 바둑까지 잘 둬,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이번 친선 경기는 술집에서 방영될 정도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윤기의 욕구는 상당히 충족될 수 있었다.
그렇게 대망의 1회전 3라운드.
안타깝게도 이상범 4단은 녜웨이핑에게 윤기와 마찬가지로 최종 집계 반집 차이로 패배했다.
그렇기에 윤기의 첫 승리에 기뻐하던 한국 언론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졌다.
반면, 언제나 윤기를 비판하기 바쁜 30퍼센트의 언론들은 이때다 싶어서 수많은 기사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대기업 회장의 유희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떨어진다] [다른 9단을 제쳐두고 왜 최윤기 회장이 출전해야 했는가] [최윤기 회장의 20억 기부, 혹시 이번 출전에 대한 청탁?]물론, 윤기는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언론을 100퍼센트 장악하면 국민들은 오히려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30퍼센트의 언론이 꾸준히 비판하게끔 놔두고, 적정한 선을 강제로 지키게 한다면 국민들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겠지.
이렇게 한국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창환 9단이 나갈 차례.
그런데 서창환 9단은 어쩐지 영 흥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
상금도 없고, 윤기가 아무런 이야기도 없는데 무슨 힘이 나겠는가.
하지만, 서창환 9단이 대국장에 나가기 직전, 윤기가 서창환 9단을 향해 다가갔다.
“서 선생님.”
윤기의 말에 서창환 9단이 살짝 우울한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제가 힘이 나는 말을 해 드릴게요.”
윤기는 서창환 9단만 들릴 수 있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한 명 이길 때마다 1억.”
순간, 서창환 9단의 기세가 확 바뀌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늙은 양의 기세였다면, 지금은 태백산맥을 지배하는 호랑이의 기세였다.
“화이팅.”
엄지를 척 올리며 하는 윤기의 말.
서창환 9단 역시 그런 윤기를 향해 마주 엄지를 척 올리고는 대국장에 나섰다.
그리고 서창환 9단은 압도적으로 녜웨이핑에게 승리했다.
* * *
어찌 보면 예견되었던 미래.
서창환 9단은 녜웨이핑을 이겼고, 이어서 나머지 중국 기사 두 명에게는 아예 압도적인 승리를 이뤄냈다.
덕분에 침울해 있었던 한국의 국민들은 활짝 웃었고, 서창환 9단은 더 활짝 웃었다.
“회장님! 정말로 주시는 거죠?”
“물론이죠.”
“끼얏호!”
너무 신나하는 서창환 9단의 모습.
조용일 9단과 이상범 4단은 딱히 말은 없었지만, 부러워하는 눈빛이 분명 존재했다.
“조 선생님도 50퍼센트 정도는 드릴게요. 상범아, 넌 20퍼센트. 콜?”
승리자와 관계자가 똑같은 배당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도 조용일 9단과 이상범 4단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국물도 없는 것에서 건더기가 튼실히 들어 있는 국물을 얻게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중국과 일본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순수한 윤기의 궁금증.
결과는 4:2로 일본의 승리였다.
녜웨이핑은 이번엔 마지막에 출전했는데, 두 명의 기사를 잡아내긴 했지만 중과부적으로 결국 패배.
드디어 한국과 일본의 마지막 3회전만 남게 되어, 일본의 언론은 그야말로 신이 났다.
[일본의 4:2가 조선의 4:2보다 우월해] [일본의 기사들, ‘한국 상대로 100퍼센트의 힘을 발휘할 일은 없을 것’] [아시아 바둑의 총본산은 일본, 한국이 넘볼 곳이 아니야]한국 언론은 일본과 다른 의미로 신이 났다.
[최윤기 회장, 이번에도 1라운드부터 출전하나?] [창피당하기 전에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하지만, 한국 언론이 전혀 모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제부터 최덕배가 출전한다는 것.
윤기와 최덕배의 바둑 실력 격차는 그야말로 호랑이와 표범 수준의 차이.
그렇기에 일본 기사들은 중국과 둘 때의 윤기의 실력을 생각하며 자신들의 승리를 거의 확실시하고 있었다.
이 호로자식들, 한국 바둑의 위엄을 보여 주마.>
여유가 넘치는 윤기 눈앞의 일본 기사.
최덕배는 3회전 1라운드에서 만난 일본 기사를 말 그대로 박살 내 버렸다.
“오늘 경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캐스터의 말에 해설자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놀랍습니다…, 그저 놀랍습니다…. 얼마 전의 최윤기 회장이 맞는 걸까요? 이건 흡사…, 기존과는 전혀 다른 대국을 보는 느낌입니다.”
해설자와 마찬가지로 조용일 9단, 서창환 9단, 이상범 4단 역시 대단히 놀라고 있었다.
중국과의 대결 때, 이들 역시 윤기의 바둑이 기존과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그리고, 실력 역시 묘하게 떨어졌다고 느꼈다.
그런데 오늘.
윤기의 바둑은 기존의 바둑, 그 이상을 보여 주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 차.
상대 일본 기사는 초반에 웃으면서 바둑을 두다가, 중반에는 웃음을 잃었고, 중후반에는 땀을 비지땀처럼 흘리다가 결국 돌을 던졌다.
집계조차도 하지 않은 패배 인정.
그렇기에 일본 언론들은 외쳐댔다.
[가와카미는 일본 기사들 중 최약체!] [일본 기원은 가와카미 같은 약체 기사를 넣은 이유에 대해 해명해야!]하지만, 이러한 일본 언론들의 정신 승리는 하루 만에 끝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2라운드, 3라운드에 나온 일본 기사들도 연이어서 아주 박살이 나 버렸으니까.
그렇기에 한국의 30퍼센트 언론들도 꼬리를 싹 말아 버렸다.
이미 혼자서 일본 기사를 3명이나 잡은 상황.
무슨 말로 까겠는가?
그렇기에 한국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기업가도 못 이기는 일본의 바둑 실력!] [바둑으로 알아보는 부자가 되는 방법] [대단하다, 최윤기 회장!]심지어 이는 바둑 그 자체에 대한 홍보 효과도 가져왔기에 자기 자식들을 기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4라운드.
그런데 일본 기사는 첫수를 두기가 무섭게 초시계의 버튼을 눌러 정지시켰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