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04)
504화 훈수 (5)
원래대로라면 대국장에 ‘악!’ 하는 비명이 터져야 하는 상황.
하지만, 대국장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한 침묵 속에 윤기의 손에 들린 가발 하나.
그것도 매우 큼직한 가발이었기에 순식간에 유키오 9단의 머리는 짧은 머리의 직장인 수준이 되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뭔가요? 최윤기 회장이 유키오 9단의 머리를 잡아챈 데 이어서 유키오 9단의 머리가 가발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대머리는 또 아니군요?”
캐스터의 빠른 상황 정리와 더불어서 윤기는 유키오 9단이 쓰고 있던 가발을 들어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그러자 가발 안쪽에 붙어있는 기계장치.
이것이 바로 오늘 유키오의 비밀이었다.
심도 있는 조정을 거친 후에 착용한 장치.
유키오는 바로 이 장치를 통해서 지시를 들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단히 귀가 좋은 유키오.
그렇기에 유키오에게만 들릴 정도로 음량을 조절한 후에 이를 착용했고, 일본의 다른 기사들은 생방송을 통해 바둑판의 형세를 보고, 유키오에게 다음 수를 지시했다.
무려 8명이나 되는 9단들이 짜낸 수를 말이다.
하지만, 불도저 같은 8명의 9단의 지혜는 윤기와 최덕배라는 듀얼코어에 압살당했고, 거기에 가발 속의 부정 장치까지 적발당했다.
“이럴 수가! 유키오 9단이 쓰고 있던 가발에서 정체불명의 기계가 보이고 있습니다!”
캐스터의 외침에 해설자가 ‘어쩐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화장실에 다녀오자마자 착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군요. 저 장치를 통해서 무언가 지시를 받은 것 같습니다.”
해설자와 캐스터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을 때, 심판을 비롯한 대회 관계자들이 윤기에게서 가발을 받아 장치를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일본 관계자들이 그야말로 난리법석을 떨었다.
[남의 머리를 잡아채다니! 버릇이 없다!] [이것은 명백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국제적인 결례다!] [대국은 이미 끝이 났다! 더 이상 거론할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유키오 9단 개인의 소지품. 함부로 확인해서는 안 돼!]어쩐지 신문 헤드라인으로 어울리는 말들이 쏟아지며, 일본 관계자들은 심판의 손으로 넘어간 기계장치를 빼앗기 위해 완력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대국장의 경비들을 이길 수는 없는 법.
결국, 장치는 대회 운영 쪽에게 완전히 넘어갔고, 이날의 대국은 난리 통 속에 종료되었다.
* * *
이번 대회의 운영은 싱가폴 쪽에게 위탁했는데, 운영 측에서는 최종적으로 유키오 9단이 사용한 장치가 음성을 송수신할 수 있는 장치라는 것을 발표했다.
동시에 일본은 모든 시합 몰수패가 적용되었다.
물론, 한국과의 대국은 윤기에게 전부 패배했기 때문에 몰수패가 의미 없었지만, 중국과의 경기가 패배 처리된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과 일본, 두 곳 모두에게 패하여 의기소침해 있던 중국 쪽은 어느 정도 사기가 오르게 되었다.
[일본은 부정을 통해 이기려고 했다!] [부정을 저지른 일본에 그래도 2승을 거둔 녜웨이핑, 장하다!]중국 신문들은 부정을 저지른 일본에게서 그래도 분전을 통해 2승을 거둔 녜웨이핑을 칭찬했다.
반면, 일본 기원 측은 이에 대해 반박했다.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쓰지 않았다!]그리고 일본 기원의 발표는 하나 더 있었다.
[저건 부정 장치가 아니다!]공식 의견이 두 개라니.
이건 한마디로 내부에서도 상황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최덕배는 딱 세 글자만을 말했다.
등신들.>
그야말로 완벽한 요약.
결국, 한·중·일 친선 바둑 경기의 폐회식은 일본의 참석 없이, 한국과 중국만이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윤기는 마지막으로 한 방 더 터뜨렸다.
“최윤기 회장님, 중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이 더 어려우셨습니까?”
중국 기자의 질문.
윤기는 중국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일본을 때리기 위해 즉각적인 대답을 내어놓았다.
“중국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당장 제가 녜웨이핑 9단에게 진 것만 봐도 뻔하잖아요? 나중에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 한번 대국을 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윤기의 발언은 중국으로 널리 널리 퍼져 나갔다.
[최윤기 회장, 중국 바둑이 일본 바둑보다 훨씬 낫다고 말해] [한국이 인정한 중국의 바둑] [일본 바둑, 한·중·일 중 최약체]그리고 좀 더 시간이 흐르고.
윤기를 비롯한 한국의 기사들과 관계자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 * *
3월 4일에 시작된 친선 바둑 대회.
한국과 중국의 스코어가 4:2.
일본의 몰수패로 바뀌긴 했지만, 중국과 일본의 스코어가 2:4.
마지막으로 한국과 일본의 스코어가 4:0.
즉, 이번 대회에는 총 16일이라는 기간이 소요되었다.
3월 4일에 1회전 1라운드가 진행되었으니, 종료된 것은 3월 19일.
이것은 이번 바둑 대회에 의외로 윤기의 시간이 꽤 오래 투자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윤기는 투자한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윤기에게서 수표를 받아든 서창환 9단은 그야말로 희희낙락하며 윤기의 손을 붙잡고 몇 번이나 허리를 숙였다.
“조만간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시간이 날 때 초청하도록 할게요.”
조용일 9단은 아쉽지만, 후일을 기약하며 등을 돌렸다.
“형, 진짜 바둑 제대로 해 볼 생각 없어요? 형이 바둑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니, 나는 바둑에 모든 것을 던질 수가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나보다는 오히려 네 기량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되는데? 계속 응원할게.”
실제로 순수 바둑으로 분류를 한다면 윤기는 이상범 4단보다 재능이 부족했다.
어쨌거나 일본의 기사 4명을 박살 낸 것은 윤기가 아니라 최덕배였으니까.
“그래도…,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오세요.”
“그래.”
씨익 웃은 윤기는 이상범 4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이내 이상범 4단 역시 공항을 떠났다.
그리고, 윤기 또한 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메릴을 옆에 데리고 말이다.
싱가폴로 향할 때는 메릴이 함께하지 않았지만, 대회 2일 차에 윤기는 메릴을 불렀다.
처음에는 윤기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거절한 메릴이었지만, 결국에는 싱가폴에 왔고, 윤기는 대회 기간 내내 메릴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즐거운 시간이란 싱가폴의 식당에서 색다른 음식을 즐기고, 문화를 탐방했다는 얘기다.
“피곤하지?”
윤기의 말에 메릴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재밌었어.”
“나도.”
마치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온 것만 같은 둘의 차량이 용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이번 일로 인해서 일본 기원은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했다.
부정한 방법으로 승부에 임한 것도 문제인데, 부정한 방법을 쓰고서도 졌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기원은 이번 일에 관한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해당 장치는 유키오 9단의 개인 물품, 우리는 아는 바 없어] [일본 바둑을 모략하려는 한국과 중국의 음해가 분명해]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 주는 사람은 절대로 없었다.
상식적으로 누가 믿겠는가?
더불어서 외무대신은 약속을 파기했다.
이기지도 못했고, 들켜서 일본의 위상까지 떨어뜨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일본 기원 입장에서는 외무대신에게 항의할 건덕지가 없었다.
결국, 이렇게 일본 국민들은 또다시 진한 패배감을 얻게 되었다.
물론, 악을 쓰는 일본 국민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기사들은 사실 일본 1군이 아니야] [일본, 다음 대회부터는 방심하지 말아야] [한국과 중국 기사들이야말로 부정 장치를 쓴 것이 분명]그리고 이러한 헤드라인들이 실린 기사를 보는 윤기는 정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손맛이 정말 찰진 한 달이었어.”
공감.>
최덕배 역시 일본의 기사들을 개박살 낸 것이 만족스러운지 더 이상 윤기에게 바둑을 두자는 소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일에 대한 여운을 좀 더 즐기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기에 또다시 한가로운 시간.
하지만, 윤기는 언제나 일이 생긴다.
자신이 일을 만들든, 주변에서 일이 터지든 말이다.
* * *
와이케이 그룹은 기본적으로 다른 재벌들과의 혈족 관계를 의도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윤기가 다른 재벌들과 결혼하고 싶다는 혈족들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윤기의 특성상 그런 것을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서 재벌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막지 않는다.
결혼을 누구랑 하느냐는 그야말로 자유니까.
그리고, 혈족에는 친족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고로 다리 건너 친척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윤기에게 들어오는 부탁 중에는 당연히 이러한 사람들의 부탁 역시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1991년 3월 20일.
윤기가 싱가폴에서 돌아오고 바로 다음 날.
최철규가 윤기를 찾아와 한 가지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응…, 그래서 이 일에 대해서 좀 부탁을 하고 싶거든.”
지금 최철규가 윤기에게 하고 있는 부탁.
그것은 바로 아내의 사촌오빠가 겪고 있는 일이었다.
“그 목사한테 돈을 돌려달라고 말은 해 보셨나요?”
“당연히 해 봤지.”
“결과는요?”
“절대 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 한번 하나님께 바친 돈은 절대로 무를 수가 없다나? 하아…….”
최철규 아내인 신미라의 사촌오빠는 원양어선의 선원이었다.
비록 신미라의 본가가 지역유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척까지 부자일 수는 없는 법.
물론, 신미라의 사촌오빠는 원양어선을 꽤 오래 탄 잔뼈 굵은 선원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돈을 집에 가져다주는 가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신미라의 사촌오빠의 아내, 호칭 상으로는 신미라의 새언니가 집안의 돈 대부분을 교회에다 갖다 바쳤다는 게 드러났다.
확인된 금액만 무려 6억 원.
사실상 집안의 전 재산을 교회에 가져다 바친 셈이었다.
이제 그만 배에서 내리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장사를 하려던 신미라의 사촌오빠는 아내에게 통장을 달라고 했고, 신미라의 새언니는 남편에게 통장 주는 걸 주저했다.
하지만, 계속 숨길 수는 없는 법.
결국 신미라의 사촌오빠는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만 충격에 몸져눕고 말았다.
죽지는 않았지만, 정신과 치료까지 병행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
당연한 일이다.
30년 가까이 원양어선을 타고, 드디어 육상에서 생활 좀 해 보려고 했는데, 인생 그 자체가 사라져 버렸으니까.
“6억을 꾸준히 바친 건가요, 아니면 최근에 바친 건가요?”
“내가 알기론 최근 8개월에 걸쳐서 바친 거로 알고 있어. 아들이랑 딸의 말로는 1년 정도 전부터 교회에 미치기 시작했다고 하니까.”
“흐음…, 그 교회 전화번호 있나요?”
사실, 6억 정도야 최철규가 보전해 주려면 보전 못 해 줄 금액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돈의 복원이 아니다.
돈을 줘 봤자, 신미라의 새언니가 또 교회에 갖다 바치면 의미가 사라지니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이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신미라의 사촌오빠는 지금 그런 걸 할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발을 방지하는 것.
그렇기에 윤기는 최철규에게서 전화번호를 받아, 교회에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세요? 전화상으로만 말씀드려서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 최윤기라고 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신영수 씨 관련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만.”
약간의 이런저런 이야기와 더불어서 신영수의 돈을 돌려달라고 부탁한 윤기.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말은 최철규가 들은 것과 똑같았다.
[하나님에게 봉헌한 돈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심지어 전화까지 바로 끊긴 상황.
윤기는 뚜뚜뚜 소리가 나는 수화기를 든 상태로 헛웃음을 지었다.
‘이 녀석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