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05)
505화 토대를 쌓아 보자 (1)
상식적으로 지금 목사가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이었을까?
너무나도 간단하다.
그것은 바로 6억을 돌려주는 것.
아니, 6억 전부를 돌려줄 필요도 없다.
[아…, 회장님. 이렇게 직접 연락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돌려드리고 싶어도 이미 쓴 부분이 있어서…, 남은 것은 4억이 좀 안 됩니다만, 괜찮겠습니까?]이렇게 사회성 있는 답변을 했다면 윤기가 굳이 6억을 전부 달라고 했을까?
아니다.
윤기 입장에서는 ‘알겠습니다. 한 가지 더, 앞으로 신영수 씨의 아내인 김화자 씨를 교회에 나오지 못하게 해 주십시오.’라는 말로 통화를 끝냈을 것이다.
그리고, 윤기가 해당 목사에 대해 크게 악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었겠지.
하지만, 지금.
전화를 받은 김홍균 목사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그저 눈앞의 6억에 눈이 멀어 대한민국 1위 재벌과 척이 지는 길을 택했다.
“작은아버지.”
나지막한 윤기의 말에 최철규가 바로 반응했다.
“응?”
“요약하자면, 작은어머니의 새언니, 그러니까 김화자라는 사람이 교회의 세뇌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어…, 그렇지…? 사실 돈이야 이쪽에서도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니까.”
최철규 역시 와이케이 그룹의 최고 간부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입김이 안 닿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윤기와 비교하면 그 수준의 차이가 하늘과 땅, 그 이상으로 나는 상황.
더군다나 거의 성역으로 구분되는 종교 관련이었기 때문에 직접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윤기가 직접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니 솔직히 최철규는 달가웠다.
“알겠어요. 제가 처리할게요.”
윤기는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어차피 종교 관련해서는 한 가지 처리할 일이 있었거든.’
* * *
“신도 여러분, 최근에 믿음을 져버린 김병판 옛 신도 기억하시죠~?”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김홍균 목사가 신도들을 향해 옛 신도의 이름을 언급했다.
[[[[[[예~!!!]]]]]]우렁찬 신도들의 대답.
그러자 김홍균 목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김병판 씨가 이사를 가기 전에 제가 신신당부했던 것이 있습니다. 이단이 판을 치는 세상이니, 믿음이 있다 하더라도 아무 교회나 가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무언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듯한 높낮이의 음색.
실제로 신도들은 묘한 흥분과 함께 김홍균 목사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병판 씨의 딸에게 큰 우환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김홍균 목사가 지금 한 말 자체에는 거짓이 없었다.
100퍼센트 진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꽤 문제가 많았다.
“이게 바로 믿음을 져 버린 자의 말로입니다. 여러분, 아무 교회나 가서는 안 됩니다. 이사도 함부로 가는 것이 아닙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꾸준히 같은 장소에서 하나님에게 봉헌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는 축복을 주십니다.”
실제로 신도가 이사를 간다고 하면,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나오던 교회를 계속 나오라는 목사들이 있다.
물론, 신도가 이사 가려고 하는 지역에 연줄이 있는 아는 목사가 있을 경우 해당 목사의 교회를 소개해 주지만, 그마저 없을 경우 1시간이 걸리든 2시간이 걸리든 기존의 교회를 나오라고 하는 것이다.
왜?
돈이 되니까.
그리고, 이사를 완료한 신도가 이러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예배 시간에 유언비어까지 퍼뜨리는 목사들이 실존한다.
‘마귀에 씌였다’ 같은 말은 그야말로 우스운 수준,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같은 표현까지 심심찮게 쓰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러한 말들을 자주 겪어 봤겠지만 말이다.
[하나님 안 믿으면 지옥 가요.]웃는 얼굴로 타인을 저주하는 개신교의 흔한 표현.
어떻게 보면 흔한 표현을 옛 신도에게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우리 교회의 모범, 박종찬 신도에게 큰 경사가 또 있습니다.”
김홍균 목사가 팔을 들어 지목하자, 박종찬 신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40대 초반의 남성 신도.
그는 얼마 전,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한 아버지였다.
“자, 당연히 경사의 당사자인 박성후 신도도 일어나야겠죠.”
박종찬 신도의 옆에 앉은 박성후 신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은 앳된 티가 보이는 순진한 이미지의 20살 대학생 신도.
부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신도들이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그리고 박수 소리가 가라앉은 후, 김홍균 목사는 환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박종찬 신도는 우리 교회에 다닌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신앙심이 아주 독실한 신도입니다. 그리고 그 신앙심이 보답받아 아들인 박성후 신도가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죠.”
마치 ‘크으~!’ 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김홍균 목사의 모습에 많은 신도들이 박종찬 신도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더불어서 자식들과 함께 온 신도들은 박성후 신도와 자신의 자식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부러움의 눈빛을 한층 더 했다.
“심지어 그냥 보답이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박성후 신도에게 4년 전액 장학금이라는 아주 대단한 축복을 내려주셨죠.”
서울대는 입학하는 것만으로도 3대가 덕을 쌓았다는 표현이 존재하는 대학교.
그런데 그곳에서 4년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은 재능과 노력, 이 두 가지가 합쳐져야만 가능한 수준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3대 동안의 학업적 유전자가 우수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닐까?
“그리고!”
김홍균 목사는 학력이 없는, 무학력이었지만 말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오늘 박성후 신도는 외부 기관에서 또다시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여러분, 주님의 은혜를 한 몸에 받은 박종찬, 박성후 신도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야말로 우레와 같이 터지는 박수.
아버지 박종찬 신도는 그야말로 헤벌쭉한 표정을 지으며 우월감을 느꼈고, 아들 박성후 신도 역시 부끄러운 표정을 짓긴 했지만, 아버지 박종찬 신도처럼 우월감을 느꼈다.
원래 집단에서 특별취급을 받기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
김홍균 목사는 이러한 부분을 꿰고 있는 인물이었기에 오늘 예배에 나온 신도들을 아주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그 성과는 예배가 끝나자마자 나타났다.
박종찬 신도가 다가와 허리를 90도로 숙인 것이다.
“목사님, 목사님 덕분에 우리 아들이 이번에 또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김홍균 목사는 근엄하면서도 자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한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모든 것이 박종찬 신도님의 신앙심과 주님의 은혜인 것을요.”
‘헛헛헛~’ 하는 웃음소리까지 곁들인 김홍균 목사의 태도는 그야말로 공손했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빨리 말해! 빨리 그 말을 하라고!’
이러한 김홍균 목사의 욕망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장학금이 들어오는 대로, 십일조와 함께 특별헌금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김홍균 목사는 그야말로 웃음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고로 교회를 통해 호화로운 생활을 하려면 탁월한 연기력이 기본이니까.
“허허…, 언제나 박종찬 신도님의 봉헌에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보답해 주실 겁니다.”
놀랍게도 박종찬 신도의 집안은 무진장 가난하다.
아들인 박성후 신도가 4년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하지 못했다면 서울대학교조차 보내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장학금’이 들어오자마자 헌금을 내겠다고 자청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앙심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신앙심이 하나님을 향한 신앙심이라기보다는 목사를 향한 충성심에 가깝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허리를 숙인 박종찬 신도,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허리를 숙이는 박성후 신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돌아간 후, 모든 예배가 끝난 김홍균 목사 역시 교회의 문을 잠그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목회자라는 표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화로운 2층 전원주택에 말이다.
심지어 이 저택에는 가정부까지 있었다.
그것도 둘이나!
그렇기에 김홍균 목사와 김홍균 목사의 아내가 교회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따뜻한 밥상이 맛깔나게 차려진 상황이었다.
“잠시 쉬다가 2시간 후에 다시 오도록 하세요.”
김홍균 목사의 말에 저녁 시간을 담당하는 가정부가 고개를 숙이고는 가정부들의 숙소로 사용하는 별채로 향했다.
그리고 김홍균 목사 부부는 식탁에 앉아 식사하며 가정부들이 들어서는 안 될, 천박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어유, 저 여자는 어떻게 된 게 음식 솜씨가 이렇게 안 늘어? 여보, 그냥 가정부 바꾸면 안 될까?”
아내의 말에 김홍균 목사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저번에도 말했잖아? 집안이 가난한 사람을 고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이미지가 좋아진다고 말이야.”
“그건 아는데…….”
“그래도 맛없는 건 아니잖아? 어차피 집에서 밥 먹는 일도 자주 있는 게 아니니까 이 정도야 그냥 대범하게 넘어가자고.”
“뭐, 그렇긴 하지….”
호화로운 2층 전원주택에, 별채에 따로 거주까지 하는 상시 2인 가정부.
이러한 것들은 김홍균 목사의 월급으로 하고 있는 것들일까?
놀랍게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집은 교회에서 ‘사택’을 이유로 지은 저택이니까 말이다.
특히, 종교인들은 ‘비과세’ 영역이 일반인들에 비해 대단히 넓어서,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 거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이 호화 전원주택.
일반인들은 사택으로 이런 걸 짓는다고 하면, 국가가 나서서 몽둥이로 패지만, 종교는 그럴 일이 없다.
사택과 관련한 규정이 사실상 없다시피 할 정도로 허술했으니까.
따라서 김홍균 목사는 월급과 별도로 교회의 돈으로 이런 호화 사택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정부 2인의 고용에 필요한 비용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교회의 지출.
하지만, 국가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일종의 관례였으니까.
그나마 천주교는 중앙교단이 알아서 자제하고, 불교 역시 완전 중앙화까지는 아니지만, 종파가 많지 않았기에 천주교만큼은 아니어도 거기에 준하게 지킨다.
하지만, 교회는?
사실상 지키지 않는다.
천주교가 중앙집권 통일제국, 불교가 세 명의 공작에 의해 통치되는 통일제국이라면, 개신교는 수만 개의 국가로 쪼개진 대륙이니까 말이다.
심지어 김홍균 목사는 여기서 한술 더 떴다.
그것은 바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
분명한 사실이지만,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1991년을 기준으로 납세의 의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 종교 단체는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천주교와 불교까지도 말이다.
하물며 개신교는 오죽할까.
극소수 세금을 내는 교회도 분명 존재했지만, 이마저도 비과세 혜택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세금을 제대로 낸다고 보기가 어렵다.
당장 김홍균 목사의 호화로운 2층 전원주택과 가정부 2인 고용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겠지.
그런데, 김홍균 목사는 비과세 혜택을 받는 수준을 넘어서 아예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국가에서 추징하지 않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설사 추징한다고 해도 벌떼처럼 들고일어나서 ‘종교 탄압’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난리를 치면 된다.
그리고 이런 난리를 치는 녀석들이 적법하게, 합법하게, 독실하게 신을 믿는 사람들까지 욕 먹이는 거다.
문제는 개신교가 수만 개의 국가로 쪼개진 대륙과 같은 상황이라는 점.
따라서 이런 때에 순수하게 독실한 교회에서 이런 타락한 교회에 뭐라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더군다나 나쁜 짓을 하는 자들일수록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법.
그리고 건실한 종교인들과 달리, 타락한 종교인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서로가 힘을 합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종교인 과세, 추징 등에 대해 국가에 저항할 때가 되면 그야말로 벌떼처럼 일어나 한 곳으로 뭉치는 타락한 종교인들.
바로 지금, 김홍균 목사에게 전화를 건 윤병조 목사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개신교협회’가 바로 이런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