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06)
506화 토대를 쌓아 보자 (2)
말을 들은 김홍균 목사는 순간 의아한 기분이 먼저 들 수밖에 없었다.
‘뭐야, 어떻게 안 거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납득했다.
‘하긴,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데 거기까지 소문이 날 수도 있겠구나.’
헌금을 많이 내면 당연히 다른 신도들 앞에서 으쌰으쌰를 해 줘야 한다.
그래야 다른 신도들 역시 지기 싫어서 헌금을 많이 내니까.
당연히 김홍균 목사는 김화자 신도를 자주 언급하며 교인들 앞에서도 칭찬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소문이 윤병조 목사에게 들어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예, 한 번에 그렇게 받은 것은 아니고, 8개월 동안 받은 헌금을 다 합치면 그 정도는 될 겁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분명 윤병조 목사가 소문을 들은 것은 이상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윤병조 목사가 이렇게 전화까지 해서 확인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혹시?’
그제야 떠오르기 시작한 김화자 신도의 특이사항.
[남편의 사촌 동생이 와이케이 그룹 회장의 작은 어머니임.]상업성을 위해 운영되는 교회는 절~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신도들에 대한 확실한 신상 정리.
신도의 직업이 무엇인지, 재산은 얼마나 있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가족들은 어떠한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정리해 둔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이 처음부터 모두 정리되는 일은 당연히 없다.
어디까지나 신도에 대해서 파악해 나갈 때마다 내용을 추가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김홍균 목사는 김화자의 남편이 와이케이 그룹과 혈연관계에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당연한 일이다.
윤기의 작은어머니의 사촌오빠의 아내.
일단 ‘작은어머니’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핏줄은 섞이지 않았다.
여기에서 사촌의 단계로 나아간다?
당연히 윤기의 입장에서는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작은어머니의 형제자매’ 정도였다면 당연히 윤기 역시 어느 정도 알겠지.
하지만, 김화자의 남편인 신영수는 윤기 입장에서 상시 파악하고 있기에는 무리였고, 당연히 신영수 입장에서도 ‘내 친척이 와이케이 그룹 회장이야!’라고 자랑할 만한 건덕지가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6억을 헌금한 것은 신영수가 아니라 김화자다.
당연히 김홍균 목사는 김화자에게 남편의 신상을 물었고, 남편이 원양어선의 선원이라는 답을 듣기가 무섭게 쾌재를 불렀다.
그야말로 눈먼 돈을 잔뜩 가지고 있을 부류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신영수가 바다에 나가 있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신영수와 신미라가 교류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김화자와 신미라도 딱히 친하지 않았다.
따라서 친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당연히 신미라나 최철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없었고, 덕분에 김홍균 목사는 김화자를 그야말로 탈탈 털어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나비효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제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다네. 그리고 내가 다시 거기로 전화를 걸었지.]윤병조 목사는 역시나 김홍균 목사가 예상한 대로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윤기 회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네. 뭐, 요약하자면 하나야. 자네가 김화자 신도에게 헌금을 되돌려주고,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못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었어.]“그런데 그것을 왜 제가 아니라 윤 목사님한테 부탁한 걸까요?”
[자네가 한 번 거절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아무리 그래도 저한테 계속 부탁해야 할 일이죠. 안 그런가요?”
다소 날이 서 있기는 했지만, 수화기 너머의 윤병조 목사는 화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병조 목사도 김홍균 목사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그런데, 어쨌거나 나도 부탁받은 몸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전화를 한 거라네.]“설마…, 돌려주라고 지시하시는 건 아니겠죠?”
[애초에 돌려주라고 해도 돌려줄 생각이 없지 않은가?]전혀 고압적이지 않은 수화기 너머의 말에 김홍균 목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죠.”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네. 그런데 자네도 알다시피 자네가 거절한다고 해서 최윤기 회장이 물러날 가능성은 낮겠지?]“아마, 그렇겠죠.”
[그러면, 자네는 최윤기 회장을 상대해야 할 테고, 우리한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할 거야.]확실히 윤병조 목사는 일의 흐름을 내다볼 줄 아는 자였다.
문제는 흐름을 내다볼 줄 안다고 해서 옳은 해결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지만 말이다.
“아, 왜 연락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렇지? 임시회의를 열어서 대책을 강구하세나.]“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불러주시면 가겠습니다.”
[조만간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다시 연락을 주겠네. 그때 보세나.]“알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김홍균 목사는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들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6억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 * *
“믿습니까!”
[[[[[예!!!]]]]]“여러분, 믿습니까!!”
[[[[[예!!!]]]]]그야말로 우렁찬 소리.
예배당이 떠나가라 외치는 신도들의 소리는 당연히 교회 건물을 뚫고 주변 집들로 향했다.
일요일 오전의 소음공해.
덕분에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주 일요일마다 죽을 지경이었다.
일요일만 이럴까.
수요일도 예배가 있고, 다른 때도 당연히 교회 일정이 있다.
한마디로 조용할 날 없는 주변 사람들.
하지만, 아무리 항의를 해도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교회는 단결된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있는 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관계만 일치할 뿐, 단결이 되지 않았으니까.
뿐만 아니다.
교회 신도들은 김홍균 목사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얼마든지 불법도 자행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은 주님을 위해.
그리고 주님을 위해 저지른 일은 당연히 주님이 축복으로 보답해 주신다.
이런 광기를 가졌으니 못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나마 1991년의 교회가 2020년의 교회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1991년에는 차량 보급이 별로 안 되었다는 것.
2020년, 교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환장할 수밖에 없다.
예배 시간만 되면 불법 주차로 빼곡한 집주변을 볼 수 있으니까.
“기도합시다!!”
다시 한번 김홍균 목사의 우렁찬 외침이 이어지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예배가 끝났다.
그리고, 김홍균 목사는 예배 일정이 끝나자 운전수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는 한국개신교협회의 회의장으로 향했다.
당연히 차량 구매도 교회 돈으로 한 것.
더 무서운 것은 운전수가 ‘자원’이라는 점이다.
월급조차도 주지 않았다.
열혈신도 중 하나가 자발적으로 운전수를 자청한 것이니까.
이 운전수는 가끔 김홍균 목사가 밥이나 먹으라며 만 원쯤 쥐여주면 그야말로 주님을 만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120도로 숙이는 인물.
그렇기에 김홍균 목사의 승차감에 어마어마하게 주의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래, 가서 밥이나 먹고 오게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 김홍균 목사는 ‘한국개신교협회’의 본관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건물.
층수도 높고, 넓이도 대단히 넓어서 이것이 서울에 있는 건물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이 1991년이라서 가능한 건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들은 2020년에도 능히 이러한 건물을 강남에 세울 능력이 있었다.
여론의 시선만 무시한다면 말이다.
물론, 1991년에는 통신 수준에 한계가 있어서 윤기가 의도하지 않은 것은 국민들에게 전달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
하지만, 김홍균 목사, 그리고 윤병조 목사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 위한 회의를 주최하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윤병조 목사의 말에 김홍균 목사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또 저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구, 이럴 때 서로 도와야죠. 종교 탄압이 가해지려는 이때, 우리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윤병조 목사는 원형 테이블에서 자신의 옆자리를 김홍균 목사에게 권했고, 김홍균 목사는 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차례차례 다른 목사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김홍균 목사, 윤병조 목사를 합쳐서 모두 여섯 명.
이들이 바로 한국개신교협회의 최고 간부인 6목사였다.
그리고 이들은 이들이 가진 위세에 걸맞게 오늘의 주제가 ‘최윤기 회장에게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여유를 보이고 있었다.
“아니, 백 목사님. 그거 최신형 휴대폰 아닙니까?”
대놓고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자랑하려는 듯이 올려놓은 백 목사.
이 휴대폰은 놀랍게도 전화기보다 크기가 작았다.
드디어 휴대폰 크기의 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아…, 자랑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맞습니다. 휴대폰이지요. 이번에 신도 하나가 제가 공사가 다망하니 하나쯤 필요하지 않냐면서 선물해 주더군요.”
자랑하려고 올려 둔 것이 맞다.
1991년을 기준으로 2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던 것이 바로 휴대폰 가격.
물론, 2020년에도 200만 원이 넘는 휴대폰이 나오고는 있다.
하지만, 기능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물가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면?
기능은 둘째치고, 물가의 차이를 감안해 본다면, 이때의 200만 원은 2020년 ‘서민’의 입장에서 600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허허, 아주 독실한 신도로군요. 역시 백 목사님의 인망은 두텁습니다.”
이번에는 임 목사가 테이블 위로 양손을 올리더니 깍지를 꼈다.
그러자 드러나는 명품 시계.
당연히 목사들의 시선이 다시 한곳으로 몰렸다.
“아니, 그것은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했던 명품 시계 아닙니까? 가격이 1,500만 원이 넘는다고 들었는데….”
한 목사의 말에 임 목사가 머리를 긁적였다.
“예? 아니, 이걸 또 보셨습니까? 흠, 흠! 그렇습니다. 이번에 신도 중 하나가 자기 자식이 행정고시에 붙었다고 선물해 주더군요. 모두 저의 기도 덕분이라지 뭡니까? 하하하핫!”
200만 원짜리 휴대폰과 1,500만 원짜리 명품 시계의 대결.
당연히 명품 시계의 승리.
그렇기에 휴대폰을 자랑하던 백 목사는 조용히 휴대폰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호오, 한 목사님은 결혼반지가 바뀌신 것 같습니다?”
윤병조 목사의 말에 한 목사가 짐짓 어벙한 태도를 취했다.
“예? 어…, 아니…, 음…, 예, 바뀌었습니다.”
다이아몬드가 짱짱하게 박혀 있는 한 목사의 반지.
딱 봐도 어마어마하게 비싸 보였다.
“다이아몬드 알이 굉장히 굵군요. 사신 겁니까?”
한 목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직접 산 것은 아니고, 저번에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번 신도가 있는데, 제 결혼반지가 너무 초라하다며 저와 아내의 결혼반지를 바꿔 주었습니다. 5천만 원 정도 들었다든가….”
“예? 반지 한 쌍에 5천만 원이요?”
김홍균 목사가 깜짝 놀라 묻자, 한 목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나에….”
목사들은 그야말로 입을 떡 하니 벌렸다.
1억을 헌금이 아니라 목사에게 쾌척하는 신도라니.
그야말로 모든 목사들의 이상향!
그렇기에 이 자리에 있는 목사들은 좀 더 신도들을 교육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다른 교회 신도들은 휴대폰이다, 시계다, 반지다 알아서 해 주는데, 우리 교회 신도들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
특히 김홍균 목사는 더욱 심통이 났다.
교회 돈으로 사고 싶은 것을 다 산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교회 돈은 자신의 돈이나 다름없다.
진짜로 자랑하려면 역시 신도의 돈으로 사야 하는 법.
그렇기에 김홍균 목사는 장사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드디어.
배가 아파서 더 지켜볼 수 없었던 윤병조 목사가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
“다들 이야기를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최윤기 회장이 감히 우리 김홍균 목사에게 헌금의 반환을 요청했습니다. 사실, 돌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겠지만, 뭐든지 처음이 힘든 것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한 번 돌려주는 것이 나중에 천 번이 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윤병조 목사의 말이 계속 이어지려는 찰나, 임 목사가 시뻘게진 얼굴로 외쳤다.
“최윤기 회장, 그 빨갱이 새끼!”
손목에 있는 임 목사의 명품 시계가 유난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