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08)
508화 토대를 쌓아 보자 (4)
“음…!”
그야말로 감탄을 터뜨리는 윤기.
그렇기에 양선우 목사는 정말 신이 났다.
상대가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국내 최고의 재벌인데 자신의 말을 경청해 준다.
이것만큼 신나는 일은 찾기 힘들겠지.
하지만, 윤기가 누구인가?
양선우 목사가 말하는 ‘영업 방식’ 정도야 이미 추측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왜 양선우 목사의 말을 경청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양선우 목사를 좀 더 확실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양선우 목사는 단순히 정보 제공자를 넘어서서 이번 일에 활용되어야 할 카드니까.
“이게 정말 중요한 겁니다. 만약, 목사가 교회에 나오라고 한다면, 영업 대상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죠. 나오고 싶어서 나온 교회가 아닌데, 교회를 나오라고 하니까요.”
양선우 목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냥 가볍게 인사만 하고 헤어지고, 다음부터는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꼭 일요일이 아니더라도 예배가 있는 날이라면 무조건 같은 방식을 쓰도록 말이죠. 그 과정에서 목사는 영업 대상과의 대화를 조금씩 늘립니다. 간단히 고개만 숙이는 정도에서 일상적인 대화까지 말이지요.”
“상당한 수준의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는군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치면 6억입니다. 성공만 하면 6억이 헌금으로 들어오는데, 이 정도를 고생이라 할 수 있을까요? 당장 시골에서 목사를 하면 그야말로 입에 풀칠…, 아, 아닙니다.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얼굴을 붉힌 양선우 목사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렇게 확실히 친밀감이 어느 정도 쌓였다 싶으면 다음 단계는 바로 불행의 창조입니다.”
“불행의 창조요?”
“예. 영업 대상에게 사소한 불행이 일어나게끔 하는 거죠. 사소한 방법도 있지만, 신도 하나에게 정신병자를 연기시키기도 합니다.”
“정신병자 연기요?”
양선우 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도 하나가 영업 대상의 집 앞에 가서 고성방가하거나 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준의 위협을 하는 거죠.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습니다. 경찰도 신도일 때 이런 방법을 쓰거든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의 영업 방식.
어렴풋이 다양한 방법을 쓰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윤기였지만, 이러한 방법을 목사에게서 직접 들으니 그야말로 놀랍기 그지없었다.
“위협이 반복되면, 당연히 영업 대상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타이밍에 목사가 나서는 거죠.”
“위협받는 상황에 목사가 짠 하고 나타난다?”
“그렇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는 척을 하다가 영업 대상을 위협하는 정신병자에게 일갈하고, 쫓아 주는 거지요.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 아니 목사님 아니겠습니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네요.”
양선우 목사 역시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합니다. 이렇게 되면 영업 대상은 목사에게 묻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위험하셨을 텐데…’라고 말이죠. 그러면 목사는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 지켜 주시니 저는 그 어떠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이죠.”
“뻑 가겠군요.”
실내에 울리는 양선우 목사의 단발성 박수 소리.
짝-!
“바로 그겁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업 대상은 교회에 나오게 됩니다. ‘저도 목사님처럼 될 수 있을까요?’ 하고 말이죠.”
“진짜, 어지간한 사람은 전부 당하겠군요. 옆에서 누가 계속 막아 주지 않는 이상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원양어선을 타는 남자들의 아내가 영업 대상으로 쉬이 선정되고는 하죠. 아무튼, 영업 대상이 교회에 나온다고 해서 바로 헌금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목사는 내지 말라고 하죠.”
“다른 방법으로 울궈내겠군요.”
양선우 목사는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느 순간 운을 떼는 거죠. 교회의 어떤 공간을 수리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 목사에게 큰 은혜를 받은 영업 대상은 알아서 돈을 바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돈을 낸다? 신도들 앞에서 아주 열렬히 띄워 주는 거죠.”
“자신이 존경하는 목사가 신도들 앞에서 자신을 띄워 주고, 그것에 심취한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거군요.”
“네. 설명이 좀 길었습니다만, 이것이 바로 김홍균 목사가 사용하던 방식의 영업입니다.”
“목사님은 어떤 영업 방식을 쓰셨나요?”
질문을 받은 양선우 목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왜 쫓겨났을까요…?”
“아….”
윤기는 바로 납득했다.
지금까지의 양선우 목사의 말에 따르면, 해당 교회는 100퍼센트 상업성을 추구하는 교회.
심지어 불법의 덫을 절묘하게 피해가며 사실상의 사기까지 치고 있었다.
그런 만큼, 김홍균 목사가 교회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데는 어마어마한 영업 능력이 한몫했겠지.
“뭐랄까…,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게 다 회장님이 잘 들어주셔서일까요?”
딱히 과거에 대한 한탄도 아니었고, 김홍균 목사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도 아니었지만, 양선우 목사는 어쩐지 편안함을 느꼈다.
“저도 말씀하시는 것이 흥미로워서 몰입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목사님이 큰 이득을 보시기는 힘들겠지만, 김홍균 목사가 파멸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선택하시겠어요?”
순간 양선우 목사가 눈을 꿈뻑꿈뻑 뜨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조건 선택하겠습니다!”
양선우 목사는 김홍균 목사에게 패배하고 정말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굶는다거나, 목숨이 위험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의 화려한 생활이 사라진 것을 모두 김홍균 목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상황.
그러던 차에 김홍균 목사에게 엿을 크게 먹일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걷어찰 이유가 없겠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목사님이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종교인의 비과세 혜택을 싹 다 없애고, 세금 추징도 시작할 거거든요.”
순간 양선우 목사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차피 저는 비과세건 뭐건 상황이 똑같습니다.”
마치, 군인이 전역하고 나면 군대 복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
양선우 목사 역시 마찬가지로 어차피 자신이 볼 혜택은 없었기 때문에 선택지를 고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각오하신다면 저 역시 환영입니다. 만약, 일이 잘된다면, 목사님께서 기존 교회의 목사로 복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과세 혜택도 사라지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야겠지만, 지금의 생활보다는 확실히 낫겠죠?”
윤기의 말에 양선우 목사는 눈을 불태웠다.
“저는 일단 김홍균이, 그 자식이 거꾸러지기만 해도 만족합니다. 제가 무엇을 해 드리면 되는 겁니까?”
“일단 지금 해 주신 이야기부터 엄청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회가 가진 어둠의 영업 방식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어둠의 영업 방식이라…, 순화하셨군요. 사실상 사탄의 방식이죠.”
양선우 목사의 내뱉는 듯한 표현에 윤기는 씨익 웃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해 주실 일은 제 부하들에게 지금과 같이 교회의 어두운 면들을 다 말씀해 주시는 겁니다. 그 자료들을 토대로 한국개신교협회를 공격할 생각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말하겠습니다.”
발상을 잘만 전환하면, 때로는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권력 다툼에서 패한 자.
이들은 자고로 엄청난 정보 제공자가 될 수 있는 법이다.
* * *
불우이웃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개인이 돕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렇다면 교회 같은 단체가 돕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국가에 헐벗고 굶주린 자가 나오지 않게 국가가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
하지만, 이것은 분배에 대한 시스템이 완벽하게 투명하고, 외부에서 끝없이 자원이 들어와야만 가능한 일이다.
차선책으로 국가가 선택하는 방법은 바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
실제로 국가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이러한 무료 급식소를 통해 극빈층이 끼니를 해결한다.
물론, 극빈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SNS에 인증 같은 것을 하기 위해 무료 급식소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미래에 존재하지만 말이다.
미래에 존재하는데 1991년에도 존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
그리고 이러한 무료 급식소는 국가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기도 한다.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국개신교협회 역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순수하게 구원의 의미로 연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한국개신교협회가 이 무료 급식소를 연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미지.
무료 급식소 운영을 통해, 나중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여론전에서 이기겠다는 이야기다.
[무료 급식소도 운영하는 훌륭한 사람을 압박하다니! 국가가 정이 없어도 너무 없다!]실제로 사람은 어떠한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겉면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주관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거다.
당장 TV에서 나오는 모습만 보고 ‘저 연예인 착해’라고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경우를 겪어 봤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알고 봤더니 해당 연예인이 인성이 개차반이었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온다.
만약, 끝까지 들키지 않았다면?
개차반 같은 본성과 별도로 이 사람은 전 국민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식되겠지.
마찬가지다.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세간에 엄청난 이미지 광고를 할 수 있다.
‘당장 끼니가 곤란한 사람들을 구원하는 종교’, ‘한국개신교협회가 한겨울 수많은 생명을 살립니다’ 같은 슬로건을 내걸 수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무료 급식소의 특성상 끼니당 단가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비용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
그것은 바로 식품 회사들에서 유통기한 하루나 이틀 남은 식자재를 공수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당 식품 회사에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 주는 것은 당연한 일.
한마디로 이 무료 급식소는 일종의 ‘짬 처리 공장’이라는 것이다.
영양의 균형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식품 회사에서 며칠 전에 어떠한 물품이 짬 처리되는지 연락을 받으면, 해당 물품을 짬 처리할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한다.
그리고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 주고, 이에 따른 헌금을 나중에 받는다.
당연히 식품 회사는 기부금 영수증을 통해 탈세하고, 헌금을 받은 교회는 당연히 세금을 내지 않는다.
추징을 당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 얼마나 완벽한 순환 탈세인가?
물론, 모든 무료 급식소가 이러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부 무료 급식소에서 벌어지는 일.
하지만, 적어도 운병조 목사의 한국개신교협회가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었다.
운병조 목사의 이미지를 세간에 좋게 알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오늘, 윤병조 목사는 드물게 무료 급식소에 나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촬영에 흔쾌히 동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대 중반인 신입 기자가 상큼한 표정으로 인사하며 가까이 다가가자, 윤병조 목사는 기분이 좋은 듯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말로 이렇게 일요일 새벽부터 젊으신 여성분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좋군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은 확실히 돕겠습니다.”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을 괜히 기대하느라 약간의 흥분까지 한 윤병조 목사.
하지만, 오늘 찾아온 기자는 다름 아닌 윤기의 입김이 닿은 기자였고, 윤병조 목사는 이를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늘 촬영의 슬로건은 ‘사이비에 맞서는 대한민국 교회의 희망’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