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14)
514화 나비효과 (4)
어처구니없어하는 윤기의 모습을 본 5목사들은 그야말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목사들의 모습을 본 윤기는 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뭡니까? 지금 그 표정은? 설마 돈을 돌려준다고 하면 제가 ‘아, 감사합니다!’ 하고 모든 것을 원상 복구시켜 줄 거라 생각했습니까?”
“아니, 그게……, 저…….”
윤병조 목사가 대표 격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당장 머리에 떠오르는 말이 없는 윤병조 목사였다.
“당신들은 지금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겠죠? 그 귀한 몸뚱어리를 가진 당신들이 모두 모여서 이렇게 집으로 찾아왔으니까 말이죠.”
윤기는 신랄한 비판을 시작했다.
“그런데 당신들의 사과에 과연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들은 지금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자신들에게 닥쳐올 위험을 모면하기 위해 수를 쓰는 것뿐이지.”
그야말로 정확한 지적.
이들이 윤기를 찾아온 것은 어디까지나 6목사 중 한 명인 임 목사가 병원에 몇 달은 입원해야 할 정도로 타박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언제 자신들이 표적이 될지 모르는 두려운 상황.
만약, 이번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당연히 사과하러 오지도 않았겠지.
“당신들은 지금 생각하고 있겠죠. 이렇게 찾아와서 돈도 돌려주겠다고 하는데, 제가 왜 냉큼 ‘아, 당연히 그래야죠!’ 하고 대답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목사들은 속 생각을 들킨 것처럼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가 황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실제로 이들은 윤기의 말을 듣고 대단히 기분이 나빴다.
수천, 수만 명의 신도에게 찬양을 받는 자신들이, 모처럼 기분을 내서 이렇게 사과하러 왔는데 왜 빨리 받아 주지 않는단 말인가.
게다가 눈앞에 있는 최윤기라는 녀석은 나이도 어리다.
그런데 감히 어른인 자신들에게 이렇게 말을 하다니.
“당신들은 애초에 6억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부터 저하고 척을 진 겁니다. 그때 제가 정말로 6억이 필요해서 돌려달라고 했었을 것 같습니까?”
지극히 당연한 말.
윤기가 정말로 바랐던 것은 김홍균 목사가 김화자에게 자신의 정체를 이야기하고, 김화자를 교회에서 떼어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홍균 목사는 6억에 눈이 멀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애초에 6억이야 윤기 입장에선 코웃음이 나는 돈.
그런 돈을, 최측근인 최철규의 부탁인데 굳이 왜 어려운 길로 가려고 했을까?
목사들은 이렇게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맞겠지.
“김홍균 목사, 당신이 제 제안을 거절한 순간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거예요. 그리고 시위까지 했던 순간, 그 주사위는 아예 되돌리기도 할 수 없도록 한 번 더 던진 셈이 되었죠. 그러니 이번 일은 중간에 중단되는 일이 절대로 없을 겁니다.”
단호한 윤기의 선언.
그러자, 이미 주사위를 무를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목사들의 얼굴이 흥분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당신! 임 목사를 구타하도록 누군가에게 사주했지?!”
이미 모든 것이 틀어졌다고 판단한 김홍균 목사가 내뱉은 사실상의 인신공격.
하지만, 윤기는 정말로 그런 사주를 한 적이 없었다.
“제가 굳이 그런 수를 써야 하는 위치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쓴웃음까지 짓는 윤기의 태도.
하지만, 목사들은 믿지 않았다.
“거짓말하지 마! 당신이 사주한 거잖아!”
한 목사가 윤기를 향해 손가락으로 삿대질까지 하며 화를 내자, 약지에 껴 있는 반지의 다이아몬드가 반짝하고 탐욕에 절은 빛을 냈다.
“하아…….”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윤기.
이윽고 윤기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들이 정말 사과를 하고 싶었다면, 정말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면 지금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지. 당신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어.”
상대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도 해 줄 필요가 없다고 느낀 윤기였기에, 윤기는 말투까지 낮추며 한탄을 했다.
실제로 맞는 말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는 했지만, 이들이 윤기를 보자마자 넙죽 엎드리면서 미친 듯이 사죄를 했다면 좀 더 안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윤기가 이 상황을 알아서 해결해 주기만을 바라고 이 자리에 온 것이었다.
“그래, 툭 까 놓고 이야기를 해 보자고. 오늘 당신들이 나한테 요구하는 것은 안전이야, 그렇지?”
어쨌거나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목사들은 씨근거리면서도 윤기의 뒷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당신들은 내가 요구하는 것을 전혀 들어줄 생각이 없었잖아?”
순간 윤기의 말을 자르며 ‘돈을 원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려던 김홍균 목사는 이내 제 생각이 당연히 틀렸음을 깨닫고 말이 바깥으로 튀어나오기 전에 입을 닫았다.
애초에 자신들이 돈을 얼마를 준다고 해도 윤기 입장에서는 그 돈이 그다지 큰돈이 아닐 테니까.
“내가 바라는 것은 매우 간단해. 종교의 비과세 혜택을 줄이고,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 내가 그것을 요구하면 들어줄 생각이라도 있었어?”
윤병조 목사가 그야말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니, 어디서 종교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녀석이 어딜 감히 하나님의 돈에 손을 대려고 해?!”
“지랄, 하나님이 너한테 교인들 돈으로 호화저택에서 살라고 말씀하시기라도 했나?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어디 건방지게 하나님의 말씀도 들어 본 적 없는 놈이!”
“나는 거짓으로 들었다고 주장하는 하나님의 말씀 따위 믿지 않아! 내가 믿는 것은 따로 있으니까!”
윤기의 말을 들은 최덕배가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럼, 고럼. 내 말 믿어서 손해 볼 것은 없었지.>
결국, 윤기와 5목사의 대담은 그야말로 파국을 맞이했다.
윤기를 향해 온갖 욕설을 지껄이며 경호원들에게 끌려나가는 목사들의 모습.
심지어 목사들은 카펫에 침까지 뱉어가며 어떻게든 윤기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려고 했다.
히야, 항상 느끼는 거지만, 용기가 아니라 만용을 가진 녀석들은 시대를 초월해서 존재하는 거 같아.>
조선 시대, 왕 앞에서 왕의 부모 욕을 하던 녀석들을 떠올린 최덕배였다.
* * *
“임 목사의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윤기의 저택에서 쫓겨난 목사들이 찾은 명분은 바로 임 목사의 복수.
자고로 모든 일이란 게 명분이 있어야 합리화가 쉬운 법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이들은 ‘우리의 이득을 위해!’라는 멋없는 명분이 아니라, ‘임 목사의 복수를 위해!’라는 있어 보이는 명분을 택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장 목사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임 목사님의 복수를 해야 합니다!”
백 목사의 동의.
이들은 이제 윤기와 타협점을 절대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윤기가 호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그냥 6억 돌려주면서 적당히 미안하다고 하면 알아서 다 해결해 줄 줄 알았는데 그러질 않네?]지금까지 수많은 신도들에게서 찬양만 받아 왔고, 교회 안에서는 절대적인 권력을 자랑했던 이들이다.
당장 2020년을 기준으로 인터넷 방송을 하는 자들도 구독자 숫자에 취해 병신 짓을 하다가 몰락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들이라고 해서 다를까.
그렇기에 이들은 절대 건너서는 안 될, 삼도천을 건널 준비를 해 버렸다.
죽고 나서 건너게 되면 정말 저승에 간 것이 된다는 그 삼도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복수하는 게 좋을까요?”
한 목사의 말에 김홍균 목사가 씨근거리며 의견을 내어놓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아니겠습니까? 최윤기 회장, 그 새끼가 다른 사람을 사주해서 임 목사를 그렇게 만든 만큼, 우리도 신도들을 동원해서 똑같이 만들어 주면 됩니다!”
“오, 그거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하게 된다면, 우리처럼 불안감을 느낀 최윤기 회장이 이번에는 스스로가 우리에게 대화를 요청하겠죠. 그때 우리는 최윤기 회장에게 우리가 받은 손해를 전부 메꾸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돈이 많으니 그 정도는 해야겠죠.”
그동안 침착한 사람인 양 리더의 역할을 해 오던 윤병조 목사마저도 눈이 돌아간 상황.
그리고 이들은 신도들을 조종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이들은 신도들을 신에게 귀의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말을 따르도록 세뇌했던 타락한 종교인들이었으니까.
* * *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을 해코지해라!]윤병조 목사를 비롯한 목사들이 신도들에게 내린 지령.
이 지령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신도들은 눈이 뒤집혀서 윤기를 향한 분노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당장 직장에서나 군대에서도 실세가 ‘쟤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순식간에 사람 하나 병신 만들 수 있는 것이 사회.
딱히 충성하지 않아도 이런 상황이 쉽게 발생하는데, 목사들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고 있는 광신도들이 이러한 명령을 받는다면?
당연히 수십 배는 더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심지어 5목사들은 신도들 중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자들을 서로 만나게 했고, 이는 한 가지 행동으로 이루어졌다.
그것은 바로 윤기의 집 습격!
솔직히 신도들이 계략을 짜 봐야 얼마나 좋은 계략을 짜겠는가?
나름대로 날고 기는 5목사도 윤기에게 전혀 피해를 못 주었는데, 일반 신도들이라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뻔할 뻔 자.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위협적인 방법을 이들은 선택한 것이다.
[우리가 싹 다 모여서 밀고 들어가면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가서 개 패듯이 패 버립시다! 경찰에 잡혀도 순교하는 겁니다!]그렇기에 광신도들은 날짜를 잡아 윤기의 저택과 가까운 용인 한 지역에 모였다.
그 숫자는 무려 5천 명.
말이 5천 명이지, 목사에 미쳐 눈이 뒤집힌 이 5천 명은 일반인 5천 명을 가볍게 상회하는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윤기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까?
용인에 5천 명이라는 인원이 모여서 저택 방면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
아니, 애초에 이들이 오늘 모인다는 사실을 윤기가 정녕 몰랐을까?
당연히 알았다.
그리고, 윤기는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기발한 방법을 사용했다.
“응? 뭐지?”
오늘, 5천 명의 광신도들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우두머리가 걸으면서도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우체부.
경찰이 다가왔으면야 이들이 순식간에 경찰을 때려눕혔을지도 모르지만, ‘누가 봐도 우체부’가 다가왔기 때문에 이들의 경계심은 딱히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우체부 복장을 한 ‘임시찬의 부하’가 외쳤다.
“잠시만요! 편지 왔어요!”
뜬금없는 편지 소리에 우두머리가 살짝 짜증을 내면서도 다른 5천 명의 일행을 멈췄다.
그야말로 장판파의 우체부!
조조의 10만 대군에 홀로 맞서는 우체부!
“아니, 무슨 편지가 와요?”
“글쎄요. 교회에 가니까 이쪽으로 가 보라고 알려 주던데요? 여기 박원균 씨 있나요?”
“…전데요?”
박원균은 다름 아닌 광신도들 중 우두머리의 이름.
그렇기에 우체부는 박원균에게 서류 봉투를 하나 넘겨주었다.
그리고 서류 봉투에 쓰여 있는 ‘받자마자 확인하시오’라는 말.
“무슨 편지예요?”
당연히 바로 들려오는 다른 간부의 질문.
5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편지를 받았으니,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글쎄요…?”
스스로도 궁금한지, 일단 서류 봉투를 뜯어 확인하는 박원균.
그리고 그 안에는 윤병조 목사가 박원균의 아내와 모텔에서 나오는 광경이 찍힌 사진이 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