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22)
522화 석유왕이 될 뻔했습니다 (4)
‘장난하냐?!’
윤기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2천억 달러.
분명 매력적인 단어다.
석유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기술이 발전하는 데 필요한 시간, 매장량 전체를 채굴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까지.
이 모든 것을 생각해 보면 2천억 달러는 절대,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할 금액이 분명했다.
그런데 다른 문제가 너무 컸다.
‘고정 환율 제도인 상태에서 위안화를 받으라고? 이 녀석들은 도대체 날 뭐로 보는 거지?’
환율 제도 중에는 ‘고정 환율 제도’라는 것이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1달러에 몇 위안인지 국가가 정한다는 뜻.
원래 자본주의 사회에서 환율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변화하는 ‘변동 환율 제도’를 대부분 도입한다.
하지만, 중국은 환율을 국가에서 정해 버리는 데다가, 1980년대 초반부터 1984년까지는 ‘이중 환율 제도’를 운용했다.
외국인에게 환전해 줄 때는 1달러를 받으면 1.5위안을 주고, 수출 기업에 환전해 줄 때는 1달러를 받으면 2.8위안을 주는 방식.
간단히 말해서 ‘보조금’ 제도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물론, 다른 국가들에 항의를 크게 받으면서 1984년에 폐지하긴 하지만, 1991년을 기준으로 고정 환율 제도가 남아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심지어 2020년에도 중국은 ‘관리 변동 환율 제도’일 뿐, 완전한 ‘변동 환율 제도’가 아니다.
‘내가 만약 2천억 달러에 상응하는 위안화를 받기로 하고 계약을 맺은 다음에 중국이 위안화의 가치를 낮춰 버리면? 나만 난리 나는 거지.’
간단하게 말해서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에 비해 낮아지면 수출할 때 이득을 보게 된다.
1달러에 10위안이었던 게, 1달러에 20위안이 되면 같은 달러로 당연히 많은 중국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녀석이 나를 호구로 보는 건가?’
상식적으로 중국이 점점 더 많은 수출을 하게 될 거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비록 미국의 공화당이 자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고는 하나, 유럽 시장이 있으니까 말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에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은 당연한 사실.
그런데, 눈앞의 녀석은 윤기에게 위안화로 주겠다고 대놓고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2천억 달러에 상응하는 위안화라면 분명 중국 정부의 의중이 섞여 있을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윤기는 대놓고 화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얻는 이득이 지금은 없었으니까.
“어떻습니까? 아마 중동 쪽이든 미국 쪽이든, 2천억 달러를 제안하는 곳은 없을 겁니다.”
중국 대표는 연신 환한 미소와 함께 윤기에게 거래를 종용했다.
하지만, 그 말이 윤기 입장에서는 더 가증스러웠다.
그 이유는 바로 ‘달러’를 강조한다는 것.
위안화로 줄 거면서 계속 달러를 언급한다는 것은 분명 켕기는 게 있다는 뜻이다.
“꽤나 매력적인 조건이 맞는 것 같긴 한데, 경매를 열기로 예정이 되어 있어서 말이죠.”
고심하는 듯한 윤기의 태도에 중국 대표는 몸이 달았는지 좀 더 직접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이미 더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도 없지 않습니까? 중동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뭉쳐서 지불할 생각이고, 미국 역시 기업들이 뭉쳐서 지불할 생각이니 말입니다. 유럽은 참여 의사가 없어 보이구요.”
유럽 연합의 창설은 1993년.
물론, 유럽 연합(EU) 이전에도 유럽 공동체(EC), 더 이전에는 유럽 경제 공동체(EEC)가 있기는 했지만, 이 시점에서 유럽 국가들이 각자의 재정을 합쳐서 윤기의 유전을 사는 것은 여러모로 정치적인 어려움이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경매를 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중동이나 미국 쪽의 의견도 들어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순진하기 그지없는 20대 초반 청년의 눈빛.
윤기의 이런 완벽한 연기에 중국 대표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호구를 낚을 때는 ‘다음’을 주어선 안 되는 법.
그걸 잘 알고 있는 중국 대표였기에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호구인 척 연기를 할 뿐, 실제로는 구름 위의 존재.
그렇기에 오히려 중국 대표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사실, 2천억 달러면 제가 생각하고 있던 금액보다 아득히 높은 금액이긴 합니다.”
“역시 그렇죠? 아, 그리고 이걸 말씀 안 드렸습니다만, 당연히 30년 분할 상환에 따른 이자 역시 추가로 지불할 생각입니다.”
정말 좋은 조건이었다.
받는 화폐가 위안화가 아니고, 거래 대상이 중국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더불어서 이 유전을 사실상 오래 유지하기 힘든 윤기 특성상 30년 상환은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조건.
언제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분할 상환이라 해도 반드시 5년에서 10년 안에 마무리되어야만 했다.
“그래도 제 입장 상, 지금 이렇게 거래를 종료하기에는 힘듭니다. 중동이야 솔직히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는 제 입장도 있어서요.”
“으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 대표도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사실이었으니까.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윤기가 중국과의 거래를 끝낸다?
100퍼센트 미국 기업들의 항의가 심각하게 들어오겠지.
아무리 2천억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윤기의 계략이 빛났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공증이 있는 한 장짜리 문서 하나만 작성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떤 문서 말입니까?”
윤기는 사심이 전혀 없는, 순진한 표정으로 서류에 들어갈 내용을 말했다.
“2천억 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서류 말이지요. 그 서류를 토대로 미국 측과 중동 측을 설득해 보려고 해요.”
“흐음….”
중국 대표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고민의 내용은 이번 거래에서 거래 조건을 밝혀도 되는가에 대한 것.
하지만, 중국 대표의 고민을 길지 않았다.
어차피 거래 완료 후에는 매스컴에 액수가 공표될 가능성이 대단히 큰데, 굳이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이곳에 오기 전, 참모들의 분석 결과 중동과 미국에서 2천억 달러 이상 지불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들었다.
게다가 이것은 중국 최고 권력자 9인이 관장하는 상무위원회를 통해 들은 내용.
따라서 중국 대표는 2천억이라는 조건을 개방해서 만약 중동과 미국이 2천 1백억에 산다고 해도 자신의 책임은 그다지 없으리란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대신 내용이 짧다고 하셨으니, 그 내용은 제가 적어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윤기의 양보에 중국 대표는 종이 한 장에 아주 간단한 내용을 적었다.
[하이샤오는 유전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2천억 달러에 준하는 액수를 지불할 것을 보증함.]길지 않은 문장이었지만, 이 문장은 민사소송에 들어갈 경우 아주 피곤한 문장이었다.
그것은 바로 ‘2천억 달러에 준하는 액수’라는 표기 때문.
‘달러로 지불한다는 게 아니었다’라고 주장할 수 있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달러로 지불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어떻습니까?”
“아, 네, 괜찮은 것 같네요.”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
윤기와 중국 대표는 공증인을 불러 해당 문서를 공증했고, 이후 자리는 화기애애하게 끝났다.
그리고 잠시 후, 중국 대표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이 나가자, 윤기는 씨익 웃었다.
‘고마워, 친구? 앞으로 5분 정도는 내 마음속에 친구로 남게 될 것 같아.’
윤기는 이 문서를 토대로 유전의 가치를 올릴 생각이었다.
* * *
사람의 생각이란 어디나 비슷한 법.
중동 대표인 심바 역시 윤기를 찾아왔다.
이유는 중국 쪽과 마찬가지로 경매 이전에 유전을 구매하겠다는 것이었다.
‘경매가 그렇게 부담스러웠나?’
사실, 윤기 입장에서 나쁠 것은 없었다.
경매에서 서로 눈치 보다가 유찰되는 상황이 나오느니, 협상을 통해서 최대한 높은 액수를 받는 게 이득이었으니까 말이다.
“저희는 900억 달러를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여러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심바가 말한 액수.
윤기가 생각했던 최초 액수인 500억 달러에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라 윤기는 전혀 불만이 없었다.
하지만, 불만이 없다고 해서 더 받을 수 있는 액수를 포기할 이유는 없는 법.
그렇기에 윤기는 일부러 살짝 심드렁한 표정과 목소리로 물었다.
“으음, 900억 달러요?”
“네, 혹시 부족하십니까…?”
현재 중동 쪽에서는 맥시멈 1천억 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최고 액수를 오픈할 생각은 없었기에 심바가 꺼낸 액수가 900억 달러.
그렇기에 심바는 협상의 줄다리기를 통해, 최종 1천억 달러 이내에 거래를 끝낼 생각이었다.
물론, 윤기는 그럴 생각이 없었고 말이다.
“그게…, 중국 쪽에서는 2천억 달러를 제안해서 말이죠.”
“예? 예에에?!”
자신도 모르게 어벙한, 비명과도 같은 감탄사를 내지르는 심바.
2천억 달러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번 유전에 대해 중국과 중동의 견해가 달랐기에 생긴 일이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석유를 어마어마하게 쓰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써야 할 입장.
그렇기에 이번 유전을 ‘소비’의 대상으로 보았다.
반면, 중동은 ‘판매’의 대상으로 보았다.
따라서 마진의 유무가 이러한 제시 금액의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여기 보세요. 중국 대표가 써 준 서류예요.”
짤막한 문장이 쓰여 있는 중국 대표의 서류.
그 모습에 심바는 허탈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윤기는 그런 심바의 마음을 자극했다.
“30년 상환에 위안화로 지불한다고 하더라구요.”
진실을 말하지 말라는 조항 같은 것이 전혀 없는 짧은 내용의 서류.
그렇기에 윤기는 중국 쪽의 조건을 그냥 까발려 버렸다.
그리고 이 조건은 심바에게 매우 설득력을 가져다주었다.
만약, 좋은 조건이었다면 윤기가 뻥카를 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겠지.
하지만, 30년 상환에 위안화 지불은 결코 좋은 조건이 아니었기에 심바는 윤기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예? 30년 상환에 위안화 지불 말입니까? 그게 설마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좋은 조건 같지 않나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윤기에게 심바가 눈까지 찡그리며 고개를 좌우로 몇 번이나 빠르게 흔들었다.
“좋은 조건일 리가 없지요. 중국은 지금 고정 환율 제인 데다가 30년 상환이라니. 뭘 믿고 30년이나 기간을 잡는 겁니까? 각 잡고 퍼내면 30년 안에 마를지도 모르는데?”
“으음…. 그래도 2천억 달러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말이에요.”
“저희는 10년 상환을 약속드리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30년을 어떻게 믿습니까? 그러지 말고 저희와 계약하시죠.”
“2천억…….”
어수룩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이는 윤기의 모습에 심바는 그야말로 단칼을 날렸다.
“1,200억을 드리겠습니다. 마찬가지로 10년 상환. 더불어서 달러입니다. 위안화 30년 상환보다 압도적으로 좋은 조건 아닙니까?”
“오….”
구미가 당기는 듯한 윤기의 태도에 심바는 안도했다.
비록, 맥시멈 예산보다 200억을 초과했지만, 중국 쪽의 조건을 보니 1,000억을 제시해서는 안 될 거라고 판단해서 내린 것이 1,200억.
‘20퍼센트 정도는 이해받을 수 있을 거야.’
심바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윤기는 중국 대표에게 썼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혹시 이런 서류 하나만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경매 전에 거래를 마친다면 아무래도 미국 기업들을 설득해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심바는 미국 기업들이 절대로 1,200억 달러 이상을 내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윤기의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다만, 전화를 통해 자신이 200억을 초과했다는 사실을 본국에 알렸고, 이에 대한 승낙을 받고 나서 서류를 써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심바가 떠나자, 윤기는 그야말로 신바람이 난 표정으로 미국 기업들과 약속을 잡았다.
* * *
1,200억 달러, 10년 상환.
윤기가 내민 서류를 본 ‘미국 대표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500억 달러면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1,200억 달러라니.
심지어 중국 쪽의 조건도 만만치 않았다.
2,000억 달러, 30년 상환.
물론, 위안화 지불이라는 큰 맹점이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중동 쪽은 아예 달러 지불이었다.
[최윤기 회장이 채굴하면 그나마 말이라도 어느 정도 통할 텐데, 중동이나 중국이 저 유전을 가져가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어쨌거나 윤기는 ‘미친 친미’를 보여 주는 인물.
그렇기에 미국 대표들은 차라리 윤기가 경매를 취소하고 직접 유전을 운영해 주는 미래를 상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때.
윤기가 미국 대표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던져 주었다.
“사실, 저는 일시불로 받기를 더 원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