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25)
525화 지구촌이 아니라 윤기촌 (2)
사람은 자신의 수입에 따라 가성비를 따질 수밖에 없다.
월 100만 원을 벌 때는 어육소시지도 살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 현실.
하지만, 월 200만 원을 벌 때는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살 수 있다.
물론, 돈육함유량 60퍼센트에서 80퍼센트를 사게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월 300만 원을 벌 때는 돈육함유량 90퍼센트 이상인 소시지를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통조림 햄을 살 때, 스팸을 사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
이처럼, 사람은 버는 액수에 따라서 물건을 살 때의 행동이 달라진다.
윤기 역시 마찬가지.
이미 1,000억 달러라는 돈이 주머니에 들어온 이상 자잘한 일에 대해서 오래 고민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손해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1달러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이는 것보다 그 시간에 할 일을 하기 위해 한 걸음 더 걷는 것이 더 큰 돈을 벌게 될 테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회계사들에게 한인타운에 있는 슈퍼들의 가치를 측정하게 했고, 슈퍼 주인들이 원하는 액수를 물어본 후, 합리적인 타협을 완료했다.
거절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은, 모두가 행복한 타협.
물론, 당장 문을 닫은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윤기가 세울 마트가 문을 열 때까지는 다른 슈퍼들이 있어야 했으니까.
이어지는 건물의 매입.
중규모 마트를 열 수 있을 만한 건물을 매입한 후, 윤기는 마지막으로 직원들을 고용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마트 직원 모집, 빈곤층 우대]* * *
윤기의 구인 광고는 아예 상식을 벗어난 광고.
사실, 기업에서 ‘이미지’를 위해 빈곤층을 도와줄 수는 있다.
하지만 굳이 나서서 빈곤층을 고용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는 선입견이 있으니까.
당장 2000년대, 아니, 솔직히 최근까지도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교육할 때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쟤는 아빠 없으니까 놀면 안 돼.’
‘쟤는 엄마 없으니까 같이 있지 마.’
‘쟤네 집은 가난하니까 놀지 마.’
이러한 말에는 ‘부모 한쪽이 없거나’, ‘가난할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박혀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한국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게, 미국 사람들은 자유로운 사고, 깨어있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천만의 말씀!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 기독교 비율이 80퍼센트 이상을 달리던 나라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비롯한 종파를 합친 ‘기독교’의 확률이라고는 하지만, 국민 10명 중 8명이 기독교를 믿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무지막지하게 보수적인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것.
그렇기에 빈곤층이 사회에서 한구석으로 밀려나는 것이 한국보다 훨씬 심할 수밖에 없고, 이게 ‘슬럼’이라고 불리는 ‘치안 위험 지역’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윤기는 굳이, 일부러 빈곤층을 뽑고 있었다.
“저…, 저도 일할 수 있을까요?”
키는 한 170대 후반 정도 되었을까?
살짝 마른 듯한 20대 흑인 청년이 마트 옆에 임시로 세워 놓은 ‘구인 안내소’에 쭈뼛거리며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자, 윤기의 PMC 소속인 40대 초반의 백인 남성이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윤기의 PMC에 소속된 백인들은 정말 꾸준한, 다년간의 교육을 통해 인종차별을 하지 않게 되었다.
덕분에 윤기의 PMC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은 인종을 초월한, 그야말로 ‘우리는 모두 친구’.
따라서 백인 남성의 티 없는, 차별 없는 대응을 받은 흑인 청년은 순간 얼을 타기까지 했다.
“예…? 예에…? 어…, 어어…, 예…?”
“물론, 일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순간 흑인 청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만’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좋았던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빈곤층은 일자리를 구하기조차 어렵다.
아니, 애초에 레이건 임기 동안 중산층이 박살 났고, 노조가 박살 났고, 기업은 일자리와 사원 대우를 줄였기에 빈곤층이 할만한 일자리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끽해야 위험한 일, 그나마도 파트타임 정도랄까?
“저희 마트는 빈곤층을 우대하고 있어서요. 혹시 빈곤층임을 증명할 만한 무언가가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거주지와 관련된 서류라던가…?”
어두워졌던 흑인의 표정이 잠시 밝아졌지만,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그게…, 콤프턴에서 살고 있기는 한데, 서류를 떼기가 좀….”
콤프턴은 L.A 한인타운과 아주 가까운, 슬럼이다.
특히 흑인들이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슬럼.
“아, 혹시 서류 떼는 데 필요한 비용 때문인가요?”
부드러운 말에 흑인 청년이 고개를 떨구듯 끄덕이자, 백인 남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2달러를 꺼내 건네주었다.
“바로 서류를 떼오실 수 있을까요?”
2달러.
절대 크지 않은 돈.
2020년을 기준으로 단순 변환하면 4달러의 가치나 될까?
하지만, 이 행동은 흑인 청년을 놀라게 만들기에 너무나도 충분했다.
오늘 처음 본 사람.
자신은 슬럼에 살고 있는 흑인.
상대는 말쑥해 보이는 백인.
그런데 상대가 고민도 하지 않고 2달러를 건네준 것이다.
그렇기에 흑인 청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폐에 손을 뻗으면서도 잡지는 못했다.
“괘, 괘, 괘, 괜찮은 거, 건가요…?”
그러자 백인 남성은 자신의 손으로 아예 흑인 청년의 손을 잡고는 2달러를 꽉 쥐여주었다.
그야말로 인종차별이라고는 1도 없는, 오히려 자애롭다는 표현까지 쓰일 만한 모습.
그렇기에 흑인 청년은 울컥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바, 바로 다녀올게요.”
뒤를 돌아 총총걸음으로 뛰는 흑인 청년에게서 한 방울 물방울이 떨어진 것은 우연일까.
그리고 그 물방울이 땅바닥에 떨어져 마를 때쯤, 흑인 청년은 숨을 몰아쉬며 서류를 하나 가져왔다.
“여, 여기요!”
“감사합니다. 사실, 주거지로 빈곤층을 분류하는 것은 건방진 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흑인 청년은 ‘오히려 감사해요’라는 말을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언제부터 일하실 수 있으세요?”
그야말로 하나님의 말씀보다 더 절실했던 말.
“아무 때나요! 언제, 몇 시에, 몇 시간을 일하든, 무조건 일만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흑인 청년은 누나가 갱단의 싸움에 억울하게 휘말려서 조금 과한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일반 병원은 꿈도 못 꾸고, 돌팔이 진료도 돈이 필요한데, 그것마저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지금 이 일자리가 너무나도 절실했다.
“아, 저희는 풀타임 근무입니다. 2주 안에 연락 드리죠.”
파트타임도 감지덕지했는데 풀타임이라니!
흑인 청년은 그야말로 허리를 굽실거리기 바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 그러지 마십시오. 저는 그냥 직원일 뿐입니다.”
허리를 굽히려는 흑인 청년과 세우려는 백인 남성.
그리고 이날 저녁, 흑인 청년이 친구들에게 한 이야기가 콤프턴 여기저기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저…, 서류를 떼고 싶은데….”
30대 후반 흑인 여성의 조심스러운 말.
“아, 다녀오십시오.”
백인 남성, 에릭이 고민도 하지 않고, 주머니에서 2달러를 꺼내 흑인 여성에게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신이 나서 돈을 받고 돌아가는 흑인 여성의 모습.
이어서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흑인 소년이 나타났다.
“서류 떼고 싶은데요?”
“여기 있습니다.”
이번에도 에릭은 고민하지 않고 2달러를 주었다.
심지어 이렇게 찾아오는 것은 흑인만이 아니었다.
애초에 빈곤층은 흑인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따라서 백인들도 서류를 떼겠다며 찾아왔고, 심지어 황인들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에릭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2달러를 주었다.
그들 중 진짜로 서류를 떼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여기에 가면 2달러를 준대!’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하지만, 윤기는 에릭에게 ‘고민하지 말고 2달러를 주세요’라는 지시를 내려놓은 상황이었다.
[어차피 끽해야 하루에 10,000달러도 안 들어갈 텐데, 추후 이미지 마케팅에 쓰는 비용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적은 액수죠.]윤기는 미국 마트 산업에 진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
더불어서 이번 마트 자체에서 이득을 볼 생각도 없다.
윤기가 바라보는 것은 좀 더 높고, 먼 곳에 있는 것.
그렇기에 이런 자잘할 상황, 특히 윤기 입장에서 어깨를 으쓱일 수 있을 정도의 일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당장 윤기가 이런데, 에릭이 뭐 돈이 아깝다고 2달러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주겠는가.
그렇기에 주변에는 ‘2달러를 주는 호구가 있다’라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몰리거나 하는 일까지는 없었다.
‘그냥 2달러를 드립니다’가 아니라, ‘구인에 필요한 서류를 뗄 2달러를 드립니다’였으니까.
따라서 당장 2달러가 절박하거나, 양심에 털 난 사람, 혹은 일상의 가벼운 일탈이 필요한 사람 정도가 찾아왔을 뿐, 콘서트처럼 사람이 모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마침내 윤기는 마트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선발할 수 있었다.
* * *
윤기가 선발한 마트 직원들의 구성은 의외로 전부 흑인인 것은 아니었다.
흑인 60퍼센트.
백인 20퍼센트.
황인 20퍼센트.
바로 근처에 콤프턴이라고 하는 흑인 슬럼이 있다고는 하지만, 백인과 황인 빈곤층도 있었던 것이다.
사실, 빈곤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빈곤한 백인은 오히려 빈곤한 흑인보다 더 살기 힘들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수 있다.
‘백인인데 뭐가 힘드냐’는 식으로 말이다.
더불어서 지금 황인이 20퍼센트나 된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황인들은 모두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
사실,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매우 놀랄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 중 불법체류자의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의 숫자는 무려 20만 이상.
불법체류자라는 게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 동남아시아, 몽골, 러시아, 아프리카 등의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한국인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보기 싫고, 듣기 싫은 내용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엄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고, 윤기는 이번에 직원들을 선발하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지역이 바뀌면 사람의 위치가 바뀐다는 말을 이런 때에 써도 되려나?’
무언가 특별한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취업 요청을 딱히 거절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마트를 오픈하기까지 2주 동안, 윤기는 직원들을 합숙시켰다.
물론, 돈을 줘가면서 합숙시켰다.
빈곤층 입장에서 합숙하는 대신 돈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기에 2주 동안, 윤기는 PMC에 소속된 교사들을 통해 이들을 교육시켰다.
일종의 단기 속성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나은 교육.
더불어서 백인, 흑인, 황인이 한데 섞여 행동했기 때문에 ‘그나마’ 단결력이 어느 정도 갖춰질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망의 7월 중순.
윤기가 미국의 인맥들을 동원하여 다양한 상품을 갖춰놓은 마트가 한인타운에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 마트에는 다른 마트에는 절대로 없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피부색 다른 사람과 같이 오면 5퍼센트 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