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27)
527화 저만 믿으세요 (1)
“아,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사실, 윤기는 L.A 폭동을 모른다.
원래 역사에서 L.A 폭동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윤기는 눈치가 빠르고, 추론을 잘한다.
어떠한 정보를 토대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에 능숙하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윤기는 세 가지를 이유로 머지않은 미래에 큰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1. 흑인 로드니 킹이 과속을 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는데, 이때 경찰들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흑인사회의 불만이 팽배해졌다.
2. 흑인 정치인들이 한국인을 정확히 겨냥한 흑색선전을 하며 표심을 얻고 있는 최근 상황.
3.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2번 흑인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반박할 수 없는 한인 사회.
실제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래 역사에서 1992년에 L.A 폭동이 일어났고, 이 시기 한인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그 피해액만 최소 3억 5천만 달러 이상.
L.A 폭동을 들어본 사람들은 이 피해액에 의아할 것이다.
[어? 한국인들끼리 뭉쳐서 잘 막아 낸 거 아니었어?]안타깝게도 아니다.
똘똘 뭉쳐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 냈지만, 재산 피해는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실된 점포 숫자만 2,300개가 넘으니, 그 피해액이 3억 5천만 달러인 것도 전혀 놀라울 게 없는 상황.
물론, 윤기의 역사에서는 아직 L.A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게 초읽기 상태라서 문제지.
“알고 있으신 데 깜둥이 자식들을 그렇게 고용하신 건가요…?”
이렇듯, 최근 한인들과 흑인들의 상황을 보면, 김정철이 이렇게 윤기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주였다.
당장 윤기는 한국인이고, 옆에 있는 같은 한국인이 흑인들에게 차별받고 있는데, 도리어 흑인들을 옹호하고 있는 꼴이었으니까.
“사실, 그것 때문에 제가 이곳에 마트를 세운 겁니다.”
“예?”
순간 김정철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뜻 듣기에는 ‘그래서 내가 흑인 편 들려고 여기 온 거야’라는 소리로 들렸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빠르게 말을 추가했다.
“요즘 상황이 심상치가 않거든요. TV를 보면 흑인 정치인이 한인을 비판하는 게 흔히 보이고, 언론 역시 이러한 발언들을 기사화하고 있잖아요?”
“으음….”
한인들의 고초를 알고 있다는 윤기의 말이 나왔기에 김정철을 비롯한 한인타운 대표들의 섭섭함이 다소 사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니 킹이 예전에 강도 행위를 했을 때, 상대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은 조명되기 힘들 거예요. 애초에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잖아요?”
“후우…, 그렇습니다.”
끄응 소리와 함께 한숨을 내쉬는 김정철.
다른 사람들 역시 바닥에 한숨을 깔았다.
“오히려 로드니 킹이 가석방 중이었다는 사실은 거의 묻히고 있어요. 최근 흑인사회의 화두는 ‘불쌍한 흑인’이 ‘백인 경찰들’에게 과잉진압 당했다는 거니까요.”
“아니, 도대체 그게 왜 과잉진압이라는 겁니까?! 아, 죄, 죄송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핏대를 세웠다가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김정철의 모습.
당시 로드니 킹은 가석방이 풀리는 것이 두려워 경찰들에게 거칠게 대항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경찰들이 과잉진압을 한 것이 맞았지만, 윤기는 일단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갔다.
애초에 지금 대화에서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으니까.
“이렇듯, 흑인사회가 펄펄 끓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무언가가 기폭제 역할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순간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설…마…?”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말을 흐리는 김정철.
윤기는 그런 김정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시위가 벌어지겠죠. 그리고 미국 특성상 시위가 폭동으로 번질 우려가 커요.”
시위가 벌어질 경우, 이를 폭동으로 유도하는 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당장 한국만 보더라도, 주최 측에서 평화시위라고 단단히 못을 박았는데도 어떻게든 폭력시위로 전환시키려던 자들이 종종 발견되었으니까 말이다.
이런 경우는 주로 시위의 목적을 흐리려는 특정 집단의 계략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미국의 시위는 한 가지가 더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폭동을 통해 약탈하려는 자들의 존재.
미국은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되는 순간, 주변에 있는 상점들은 그냥 폐업해야 한다.
가게가 다 박살 나고, 안에 있는 물건들이 싹 사라질 테니까.
심지어 흑인이 피해를 봐서 시위가 일어났는데, 그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된 후, 흑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신나게 약탈당하는 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흑인들의 시위가 벌어진다면?
“아…, 젠장….”
상황을 파악한 김정철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렇지 않아도 시위가 일어날 것 같은데, 지금 한인과 흑인의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
한인타운은 그야말로 엄청난 피해를 보겠지.
분명 개연성이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였고, 현실의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6개월 정도만 저를 지켜봐 주시겠어요? 만약 6개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제가 마트 직원들을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한 수준의 이익을 한인 사회에 안겨 드리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들었고, 윤기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계속해서 섭섭하다는 소리를 할 수는 없는 노릇.
김정철은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먼 곳을 내다보지 못해 괜히 회장님한테 섭섭하단 말만 했습니다.”
솔직하게 사과할 줄 아는 김정철이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기에 윤기는 그런 김정철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자 김정철도 마음이 편해졌는지, 한 가지 질문을 해 왔다.
“회장님. 저어…, 저희들을 도와주시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말을 들은 윤기는 이들이 기분 좋을 정답을 내어놓았다.
“같은 한국인이니까요.”
* * *
한인타운 사람들을 성공한 것은 단순히 불만을 없앤 것뿐만이 아니라, 한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그것은 바로 한인타운에 위치한 가게들이 흑인들을 차별하는 일이 다소 줄었다는 것.
요 몇 년간, 한인과 흑인의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고, 최근에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흑인을 받지 않는 경우까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에 보답하듯, 한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흑인들의 범죄율이 솟구쳤다.
하지만, 윤기의 마트가 운영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특히 매개체가 된 것은 사진.
사진을 찍고 나서 일부 사람들이 ‘기왕 이렇게 된 거, 한잔할래?’라며 술집 등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깜둥이는 꺼져!’라면서 쫓아냈을 사장들.
하지만, 이러한 사장들은 김정철에게서 들은 이야기와 더불어 흑인들만 온 것이 아니라 한국인도 같이 왔기 때문에 일단은 받아 주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 꽤나 많은 오해가 풀렸다.
“이런 말을 하면 인종차별이라고 할 게 확실하긴 한데…, 너무 신기한데? 나는 흑인이면 모두 갱단인 줄 알았어.”
서비스라며 맥주 한 잔을 추가로 내어준 술집 주인의 말에 30대 초반 흑인 사내가 억울하다는 듯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사장님! 저 살면서 돈을 빼앗겨 본 적은 있어도 빼앗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아마 이 동네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일 걸요?”
“그러게, 진짜 내가 오해했었나 봐. 그런데, TV에서 흑인 정치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도대체 뭔지….”
특히 흑인 정치인들이 한인과 흑인의 갈등을 깊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
뭐만 하면 ‘이건 모두 한인들의 탓!’이라고 해 버리니, 한인이고 흑인이고 불만만 쌓이는 것이다.
한인들 입장에서는 뭐 나쁜 짓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흑인들이 TV에 나와서 뭐라고 하니까 짜증만 나고, 흑인들 입장에서는 흑인 정치인이 나와서 모두 한인들 탓이라고 하니 그럴듯하게 들리는 상황.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개체는 대화를 만들어 냈고, 이러한 대화는 많은 오해를 풀게 해 주었다.
심지어 이 사장은 다음 날, 거리에서 만난 흑인을 향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쏘리, 쏘리, 쏘리!”
어제는 흑인과 같이 온 한국인이 통역을 해 주었다지만, 스스로는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사장.
하지만, 사장은 자신이 ‘니거’라고 부르며 쫓아냈던 흑인을 발견하자마자 서투른 영어로 사과했고, 그 흑인의 팔을 붙잡으며 자신의 가게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행운도 따랐다.
이 흑인 역시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
그렇기에 처음에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진심이 전해진 덕분인지 못 이기는 척 사장의 가게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벼운 술자리.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연신 미안하다고 ‘쏘리, 쏘리, 쏘리’하는 행동이 흑인을 웃게 만들었고, 이어서 나타난 영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 나타나 대화를 통역하면서 나름대로 감정의 골이 메워졌다.
‘호오, 내가 하려는 일이 효과가 더 생기겠는데?’
한인타운 여기저기서 보이는, 윤기가 오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모습.
윤기는 한인과 흑인 사이의 오해가 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예정해 두었던 ‘파티’를 열었다.
그것은 바로 마트에 방문한 손님들을 초대하는 파티.
입장권은 다름 아닌 사진이었다.
파티 당일에는 사진을 찍어도 바로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게 주라는 지시.
따라서 손님들은 마트에서 사진을 찍은 뒤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파티장에 찾았다.
불과 한 달 전이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했겠지.
하지만 윤기는 해냈다.
심지어 실제로 슬럼에 존재하는 갱단들도 감히 훼방을 놓지 못했다.
왜냐하면, 예전에 거대 마피아가 윤기에 대항했다가 그대로 개박살 났던 일이 도시 전설로 남아 있었으니까.
따라서 파티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름 아닌 음식.
오늘 파티의 테마는 ‘전통 음식’이었는데, 윤기는 한국인, 백인, 흑인의 전통 음식을 모두 준비한 것이다.
특히 그냥 띡 하고 준비한 게 아니라, 각각 ‘한국 전통 음식’, ‘백인 전통 음식’, ‘흑인 전통 음식’ 등으로 미리 적어 둬 사람들이 느낄 이질감을 최대한 없앴다.
아무것도 모르고 음식을 보는 것과 누군가의 전통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니까 말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서로의 전통 음식을 맛보고 즐겼다.
“우와, 이거 되게 맛있는데? 달콤짭짤한 게 아주 그만이야!”
불고기를 먹고 감탄하는 흑인의 모습.
윤기는 이번 파티를 주최하기 전에 직원들을 통해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전통 음식을 싹 쳐 냈다.
가령, 한국 음식 중에서는 떡 종류를 빼는 방식으로 말이다.
시각적으로 불호가 나올 수 있는 음식들도 제외.
그렇기에 파티장 분위기는 정말 즐거웠다.
“흠, 이 불고기도 괜찮지만, 내가 만든 것보다는 별로인데? 언제 한번 내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찾아와. 그나저나 너희 전통 음식은 뭐야?”
“아, 우리? 좋아, 우리 전통 음식 쪽으로 가자!”
황인과 흑인의 활기찬 대화.
“야! 백인 차별하냐? 우리도 전통 음식 있거든?!”
“세상에, 백인이 차별을 논해?”
황인의 어이없다는 말.
그러자 흑인이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살다 보니 이런 장면을 다 보네.”
이렇듯, 서로 모를 때에는 모르니까 무작정 욕할 수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되지 않았어도 그냥 욕한다.
하지만, 서로 조금 알게 되고, 친해질 이유가 생기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물론,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어느새 8월 말.
윤기가 L.A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한인, 흑인, 그리고 빈곤한 백인들을 하나로 규합하고 있을 때.
원래 역사보다 6개월 빨리, L.A 폭동의 기폭제가 될 만한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