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3)
#53화 권력으로 돈을 버는 법 (1)
“테마파크 같은 형식으로 주변을 조성하려던 것 아니었어? 그리고 백화점 주변에 이상한 업체들 못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지.”
최철규의 추측은 꽤 타당한 것이었지만, 윤기의 생각은 그것보다 조금 더 나아가 있었다.
“돈이 없는 사람과 돈이 있는 사람의 가장 큰 차이가 무어라 생각하세요?”
“돈이 없는 사람과 돈이 있는 사람의 차이……?”
최철규는 유능한 인재답게 윤기의 질문 속에 담긴 속뜻을 알아챘다.
“돈이 없는 사람은 부동산에 투자할 때 간신히 땅을 살 돈만 마련할 수 있지만, 돈이 있는 사람은 어떤 땅이 개발될지 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
“맞아요. 물론 돈이 있는 사람도 사기를 당해서 실패할 순 있지만, 최소한 돈이 없는 사람보다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지금 짓고 있는 백화점은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는 정보를 듣고 지은 건 아니지 않아? 그게 아니면 혹시 훨씬 전부터 정보를 입수했던 거야?”
최철규가 조카의 정보력에 혀를 내두르려고 할 때,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제가 땅 구매를 시작한 건 P의 집권기, 아무리 저라고 해도 정권이 바뀔 걸 생각하면서까지 땅을 구매하기는 힘들죠.”
대부분 거짓말이었지만, 최철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10살도 되지 않은 시절에 JD와 접촉해서 개발될 땅이라는 것을 알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사실, 윤기가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였지만. 엄밀히 말해서 윤기는 청계천을 기준으로 볼 때, 미래 정보로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없었다.
청계천으로 이득을 보려면 앞으로도 20년은 기다려서 청계천 복원 사업을 통한 보상을 받는 것인데,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푼돈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윤기의 계획은 오히려 한 발, 아니 두 발 더 나아가 있었다.
“그러면 청계천에 정보를 얻어서 투자한 게 아니라는 건데……, 세 번째가 있구나?”
“맞아요. 세 번째는 바로 정보를 제공받는 게 아니라, 정보를 만드는 주체가 되는 거죠.”
“아!”
최철규는 감탄하며 무릎을 손바닥으로 쳤다.
어중간하게 정보를 제공받아서 투자를 하는 것보다 남들에게 정보를 흘릴 수 있는 주체가 된다.
하지만 최철규는 곧바로 의문에 빠졌다.
“우리가 JSD와 친하다고는 하지만, JSD를 우리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 않아? 혹시 JSD에게 많은 투자를 할 생각이야?”
날카로운 지적에 윤기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마지막인 네 번째 단계가 있죠.”
“네 번째?”
“네. 정보를 만드는 주체를 손아귀에 넣는 것!”
윤기가 오른 주먹을 꽉 쥐자, 최철규는 자신도 모르게 윤기의 오른 주먹에 블랙홀이라도 있는 것처럼 빨려드는 기분을 느꼈다.
“JSD를 손아귀에 넣겠다……?”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보를 만드는 녀석을 영향력 아래에 두게 될 경우, 정말 안전한 장사를 할 수가 있죠. 왜냐하면, 같은 배를 타게 되니까요.”
“하지만 권력자와 동업을 하게 될 경우 전부 강탈당할 수가 있는데? 괜히 경제계가 정치권에게 뇌물을 줄지언정 동업은 안 하는 게 아니야.”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경제 쪽의 권력이 돈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그런 거죠. 하지만 권력에 기반을 둔 경제인이라면 어떨까요?”
“아, 그리고 보니 너한테는 콜슨 준장님이랑 거스터 대장님이 있었지.”
최철규는 머릿속으로 윤기의 청사진이 무엇인지 추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혹시 JSD의 측근들에게 백화점 근처의 땅을 임대해서 장사를 하게 할 생각이야? 일종의 방어용으로?”
“거의 맞추셨네요.”
윤기의 말에 최철규는 오히려 의문을 가졌다.
“거의?”
“네.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미니 백화점’을 운영하게 할 생각이에요.”
“미니 백화점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최철규조차도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것.
그것은 윤기가 편의점 제도를 80년대에 도입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편의점을 운영하려는 것은 아니다.
윤기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물류의 독점을 통한 이익 창출이었으니까.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 짓고 있는 백화점에 들어갈 물건들의 가격은 누구를 기준으로 선정될까요?”
“주한 미군을 기준으로 선정하는 거 아니었어?”
“그렇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돼요.”
“안 된다니?”
“주한 미군과 주한 미군 가족들의 숫자를 다 합쳐도 4만 명밖에 안 돼요. 겨우 4만 명 대상으로 장사하자고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백화점을 지을까요?”
“진짜 멀리까지 내다봤구나…….”
최철규는 자신이 능력을 기준으로 윤기와 경쟁했어도 졌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주한 미군의 구매력만 생각하고 이후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조카는 주한 미군의 구매력의 한계까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주한 미군을 위한 백화점이라고 했지, 전용이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백화점 출입의 조건은 장교는 영관급 이상, 부사관은 20년 이상 근속을 기준으로 삼을 예정이죠.”
“그건 JSD와 협의를 잘해 봐야겠네.”
“아마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동반한다면 낮은 계급도 입장이 가능할 테니까요.”
“하지만 네가 말하는 건 군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기 위한 게 목적이 아닌 거 같은데?”
최철규는 이번에도 속뜻을 알아챘다.
“맞아요. 본 백화점에는 명품을 팔 거예요. 그것도 재벌들을 위한 명품을 말이죠. 물론 이러한 명품들의 판매 전략은 군인들과는 간접적인 관계밖에 없으니 나중에 설명하기로 하고…….”
윤기는 일부러 잠시 침묵을 만든 뒤, 설명을 이었다.
“미니 백화점이야말로 안정적인 수입의 원천이 되겠죠. 본 백화점과 미니 백화점에 두는 물건의 가치는 한 등급 차이를 둘 예정이에요.”
“혹시 본 백화점이 하이엔드와 메인스트림을 둔다면, 미니 백화점에는 메인스트림과 엔트리급을 둔다는 거야?”
“맞아요. 백화점에 출입할 수 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또 있어?”
윤기는 일견 보기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미니 백화점 중 일부는 영향력 있는 퇴역 군 간부나 군 간부의 가족이 운영하게 될 거예요. 그곳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은 곧 해당 군인과 연줄을 맺겠다는 의미가 되겠죠.”
“아! 한마디로 화랑 같은 백화점을 만들겠다는 의미구나……!”
“완벽해요. 그것을 위해서 JSD와 연줄을 만들어 두었던 거죠.”
최철규는 윤기가 기획한 청사진을 자신의 머릿속으로 복사했다.
‘미군과 재벌들을 대상으로 한 본 백화점과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미니 백화점, 거기에 권력층과 척을 질 일이 없게 만드는 안배까지. 놀라울 정도의 안목이로군, 어떻게 이런 생각이 가능한 거지?’
최철규는 감탄하고 있었지만, 윤기의 청사진은 이걸로도 끝이 아니었다.
‘더 말씀드려봤자 지금은 너무 이르겠지.’
윤기의 청사진에는 전자와 화학 같은 첨단 산업도 그려져 있었지만, 그것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었다.
* * *
“아, 그 백화점에 미군만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겁니까?”
오중선과 관련된 일을 도와주면서 JSD 역시 최철규의 백화점에 대해 여러 가지로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대화가 쉽게 이루어졌다.
“당연하지요. 대한민국에서 미군이 1등이 되어서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국군이 1등이어야 하지요.”
군인인 JSD의 입장에서 이거보다 듣기 좋은 말은 없었기에 JSD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미군 전용 백화점이어도 우리가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니 참으로 기분이 좋군요.”
“다만, 백화점 자체가 ‘고급’을 지향하고 있는지라 최소한의 조건은 갖추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것을 위해서 제가 뵙자고 한 겁니다.”
“저를요?”
지금은 1980년 12월.
내년인 1981년 7월에 JSD가 대통령 경호실장이자 2인자가 되기 때문에 최철규가 찾아온 것이지만, JSD 본인에게 있어서는 아직 다소 막연한 이야기이긴 했다.
“예. 제가 아는 국군 중에서 가장 힘 있는 분이 JSD 대령님 아니시겠습니까? 그러니, 당연히 이야기도 JSD 대령님과 나눠야겠지요.”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JSD의 입에서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제 생각입니다만, 영전을 목전에 두고 계실 것 같습니다. 혹시 제 안목이 틀린 겁니까?”
다소 경박하지만, 친근감 가득한 최철규의 말에 JSD가 좋아하면서도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비밀입니다만, 사실 조만간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 같습니다.”
“이런 경사가……, 축하드립니다!”
마치 제 일처럼 기뻐하는 최철규를 보며 JSD가 코를 쓱 문지르며 웃었다.
“축하랄 것까지야 있나요. 사실 저는 군인으로서 계속 남고 싶지만, 각하의 뜻이 워낙 완강하시니……. 아직 대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아닙니다만, 최 사장님한테만 특별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렇게 저를 특별히 대우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특별 대우라뇨. 저도 아들 교육과 관련해서 항상 도움을 얻고 있는데요.”
아들의 성적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은 듯, JSD의 얼굴에 대놓고 웃음이 번졌다.
“그건 그렇고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입니까? 제가 혼자 독단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겠지만, 저한테 말씀을 주시면 윗분들과 이야기를 나눠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호적인 JSD의 반응에 최철규는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른 게 아니라, 백화점에 입장할 수 있는 국군의 기준을 부사관은 20년 근속, 장교는 영관급 이상으로 기준을 두려고 합니다. 어떠십니까?”
“음……, 위관급 장교들과 20년 미만의 부사관들이 불만을 가지기야 하겠지만, 납득을 못 시킬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JSD의 반응에 최철규가 바로 당근을 던졌다.
“물론 기준에 맞춘 국군과 동반하는 경우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입장이 가능하게 할 겁니다. 어떨까요?”
JSD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호오……, 그렇게 될 경우 윗선이 아랫선을 휘두를 수 있는 한 가지 무기가 새로이 생긴다는 건데……. 거절할 이유가 없겠어.’
JSD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문제없이 통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관급은 계급장으로 부사관은 약장으로 기준을 확인할 수 있으니 기본적으로 군복을 입고 출입해야겠군요. 그게 아니라면 군인 신분증을 소지해야 할 테고요.”
“네, 그건 미군과 국군 공통으로 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건 제가 JSD 대령님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기에 따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개인적인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 같기에 JSD 역시 최철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백화점을 비롯한 청계천 근처의 땅들은 전부 제 조카인 윤기의 땅입니다.”
“예? 그게 사실입니까?”
깜짝 놀란 JSD의 반응을 보며 최철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아보시면 금방 아실 이야기인데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백화점의 사장은 류근태라는 사람으로 되어 있지만, 주식 지분 역시 100퍼센트 윤기가 가지고 있지요.”
“설마 이 사업의 전부를 윤기가 기획한 겁니까?”
최철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기본적인 계획은 제 아버님을 포함해서 제 형이자 윤기의 아버지가 지휘하고 있는 것이죠. 단지, 나중에 이 사업이 성공했을 때를 대비해서 상속 문제를 없애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쓴 겁니다.”
“그렇다면 최 사장님은…….”
JSD는 바지사장이라는 단어를 쓰려다가 실례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바지사장인 것은 아닙니다. 저도 받기로 한 게 꽤 되니까요. 아무튼, 이 말의 요지는 윤기가 땅의 주인이라는 게 아닙니다.”
최철규는 추후 JSD가 뒷조사를 했을 때, 가장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어물쩍 넘어가는 데에 성공했다.
“그건 그렇지요. 그러면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것인지…….”
궁금해하는 JSD를 보며 최철규가 슬쩍 웃음을 섞어 말했다.
“임대료가 전혀 들지 않는 사업을 측근들의 사모님이나 형제자매분들이 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악마의 속삭임이 JSD의 귓속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