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황인종은 사람이 아니라네? (1)
“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여준다는 말에 부시는 반색했다.
세금도 내지 않고, 치안만 악화시키는 존재가 바로 불법체류자.
그렇다고 해서 불법체류자들을 체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경찰이 시민 한 명 한 명을 검문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한국처럼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신분 확인 제도가 크게 발달한 것도 아닌 미국.
더군다나 블랙박스나 CCTV도 흔치 않은 시절에 불법체류자를 어떻게 잡겠는가.
대부분의 불법체류자가 추방되는 이유에는 미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가 잡혔는데 불법체류자임을 들키거나, 이웃의 신고인 경우다.
만약,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잡으려고 한다면?
불법체류자 하나 잡는 데 소요되는 인력이 최소 다섯 이상이니, 그야말로 효율이 떨어져 잡지를 못한다.
그러던 차에 불법체류자를 몇만 명이나 줄여준다니.
부시는 속으로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어 윤기에게 다른 의중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다.
물론, 윤기에게 나쁜 꿍꿍이가 있는 것이 있는 것은 딱히 아니었지만 말이다.
“TV와 신문에 광고를 내서 소련으로 데려갈 생각이에요. 소련에서 정착하게 해 준다고 하구요. 물론, 데려가려는 국가가 소련이라서 20만 명이 아니라, 몇만 명 선에서 끝나겠지만요.”
실제로 소련은 미국인들 입장에서 일종의 두려운 존재.
따라서 불법체류자들 역시 소련을 어려워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당장 소련은 6·25 전쟁 당시 적국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윤기는 자신의 이름을 건다고 해도 몇만 명 정도가 올 것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아마, 이번 L.A 폭동과 관련해서 올라간 내 이미지가 도움을 주기야 하겠지. 그래도 20만 명 전부가 오기는 힘들 거야.’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를 향해 부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듣던 중 반가운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아니라 소련이군요?”
“한국에는 그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거든요.”
“아, 이해했습니다.”
만약, 20만 명의 불법체류자가 한국에 오게 되면 어떻게 될까?
노동시장이 그야말로 박살 나겠지.
하지만, 소련이라면 다르다.
소련은 미개척지가 워낙에 많은 데다가, 아직도 복구사업이 진행 중인 장소가 있었다.
“저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주려고 소련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니거든요. 의식주의 안정적인 해결을 보장한다는 개요의 광고예요.”
실제로 윤기가 소련에 개입한 후로 소련 국민들의 삶은 꽤나 윤택해졌다.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곳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소련이든 뭐가 중요할까?
만약 윤기가 한국으로 그들을 데려간다면, 비용이 너무 높아 윤기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소련이라면 달랐다.
소련에서는 어쨌든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의식주를 좋게 해결해 줄 수 있었으니까.
“딱히 청년층만 데려가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면 선물의 의미가 없으니까요. 가족 단위로, 혹은 원하는 사람들을 데려가겠습니다. 어떨까요?”
부시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참모 회의에서도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겠지요.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시의 호언장담처럼 참모 회의에서는 윤기의 이러한 행동에 쌍수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반대가 터졌다.
* * *
“안 됩니다. 불법체류자들을 그렇게 한곳에 모으게 될 경우, 제2의 L.A 폭동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 부시를 향해 반대 의사를 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인 ‘도미닉’.
“그런 폭동이 일어날 리가 없습니다. 모인 불법체류자들은 모두 최윤기 회장이 책임지고 소련으로 데려갈 테니까요.”
“믿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걸 100퍼센트 확신합니까?”
회색이 섞인 짧은 곱슬머리에 회색 콧수염이 인상적인 도미닉.
사실, 도미닉은 지금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도미닉은 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서 당선된 흑인 하원의원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도미닉의 주변에는 흑인 하원의원 몇 명이 같이 있었는데, 이들 역시 도미닉과 행동을 함께하는 자들이었다.
“불법체류자들이 미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기회가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만, 왜 그렇게 반대를 하시는 겁니까?”
답답해하는 부시의 말에도 도미닉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번 L.A 폭동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았습니까? 각하께서는 제2의 폭동을 좌시하실 생각이십니까?”
“누가 좌시한다고 했습니까? 하아, 참…….”
만약, 공화당 쪽 의원이 이런 반대를 한다면 부시가 강짜를 부릴 수 있다.
당장 공화당의 수장이 부시인데 까라면 까야지,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런데, 도미닉은 민주당 소속.
사실, 흑인 의원이 부시에게 항의한다면 민주당일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화당에는 흑인 의원이 극소수였으니까.
과거, 공화당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해서 흑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1960년 이후로 공화당이 전략을 바꾼 데다가, 레이건 정부 들어서 부자 감세와 복지 예산 삭감 등, 소득양극화를 극대화하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흑인들은 오히려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
그러니 도미닉이 민주당 소속인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라 할 수 있겠지.
“더군다나 한국인 불법체류자를 추방한다면 한국으로 보내야지, 왜 소련으로 보내는 겁니까? 공화당의 저의에 의문이 생기는군요.”
확실히 명분에 조금 문제가 있기는 했다.
그렇기에 점점 더 힘을 받는 도미닉의 발언.
물론, 그럴수록 부시는 더욱 짜증이 터졌다.
“지금껏 별말 없이 있다가 왜 이번에 굳이 반대하는 겁니까?”
실제로 미국은 지금까지 미국인을 소련에 잘만 보냈다.
그때는 딱히 반대가 없던 도미닉.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반대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반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금 반대하지 말란 법도 있습니까?”
그야말로 정론.
결국, 부시는 화를 참지 못할 것 같아 일단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잠시 후, 소리를 빼액 지르는 부시.
“폴슨을 불러!”
* * *
부시의 부름을 받은 폴슨은 새삼 윤기의 선견지명에 놀랐다.
[조만간 부시가 부를 확률이 꽤 높을 거예요.]사실, 윤기는 이번에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을 소련으로 보낼 때, 흑인 정치인들의 반대가 꽤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직감했다.
그리고 윤기의 이러한 추론은 폴슨 역시 할 수 있었다.
물론, 부시와 대화를 어느 정도 하고 난 후였지만 말이다.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이제야 불러서 정말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그동안 현재 미국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폴슨은 저번 걸프전 파병 규모와 관련한 문제로 약간의 미움을 샀다.
그렇기에 한동안 근신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부시에게 호출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두 가지 사실을 의미했다.
하나는 이번 일의 중대성.
나머지 하나는 부시가 폴슨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오늘, 제가 당신을 부른 이유는 말입니다…….”
부시는 폴슨에게 윤기와의 대화, 그리고 도미닉과의 대화를 털어놓았다.
“한마디로, 일부 흑인 정치인들의 반대 때문에 이번 일이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이란 거군요?”
“그렇습니다. 하아…,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L.A 폭동만 아니었어도 그냥 무시하고 진행할 텐데, L.A 폭동 때문에 명분이 저쪽에 있어요. 아니, 애초에 도미닉은 왜 반대를 하는 겁니까?”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부시의 발언.
폴슨은 그런 부시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간단합니다. 도미닉은 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의원이기 때문이죠.”
“예?”
부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는 근신하면서 공화당과 민주당에 소속한 모든 의원들의 활동을 점검했습니다. 그중에는 당연히 도미닉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
폴슨은 근신하면서 놀지 않았다.
애초에 근신 자체가 윤기의 지시였으니까.
어떻게 보면 근신하는 동안 칼을 갈았다고나 할까?
“세상에…, 아, 아니, 그보다 도미닉이 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단 말입니까?”
폴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최근 한인타운을 비롯해서 한국인에 의한 문제가 결코 적지 않은 편입니다. 도미닉은 이것을 잘 노린 거죠.”
미국에서 한국인은 엄밀히 말해서 소수민족.
당연히 힘이 없고, 재산도 별로 없다.
그런 만큼, 서로 뭉칠 경우, 필연적으로 부자 지역이 아니라 빈곤한 지역에서 뭉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백인과 흑인, 둘 중 누구와 마찰을 더 빚겠는가?
당연히 흑인.
그러니, 미국 내의 한국인과 흑인은 기본적으로 평화롭게 지내기가 힘들었다.
“아니, 가만. 그런데 왜 도미닉이 반대를 하는 건가?”
폴슨의 답변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이어지는 폴슨의 대답.
“간단합니다. 불법체류자들이 몇만 명이나 빠지게 된다면, 한국인과 흑인의 갈등이 그만큼 줄어들겠죠. 도미닉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얘깁니다.”
“아니, 세상에……. 그런 전략이었던 건가….”
어이없어하는 부시의 행동에 폴슨은 오히려 감탄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
“도미닉은 똑똑한 자군요. 본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후우, 부정할 수는 없군요.”
정치인 중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모두에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류.
다른 하나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경제적, 사회적 계층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류다.
도미닉은?
당연히 후자.
부시와 폴슨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애초에 공화당 자체가 부자 감세와 복지 축소를 목표로 하는 당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도미닉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답답하다는 듯이 말하는 부시.
하지만, 폴슨은 굉장히 의외의 말을 내어놓았다.
“그냥 손을 놓으면 될 것 같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의아해하는 부시를 향해 폴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놔두면 어차피 여론전으로 흘러가게 될 테니까요. 여론전은 최윤기 회장의 특기입니다.”
* * *
‘아, 정말이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야.’
윤기는 노가다 시절, TV에서 한국의 인종차별을 논하는 백인과 흑인을 정말 싫어했다.
왜?
그들은 한국의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감성팔이를 하면서도 정작 미국에서 한국인이 당하는 인종차별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니까.
눈을 동양인처럼 감았다며 눈을 쫙 찢는 모습이 고스란히 나와 있는 뮤직비디오.
흑인 코미디쇼에 동양인들을 출연시켜 특정 직업을 갖게 될 거라며 낄낄거리는 흑인들.
아니, 이것들은 애기 장난 수준이다.
실제로 비리비리한 동양인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스쿨 카스트 최하위 계층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동양인을 괴롭히는 것은 대부분 흑인이다.
흑인이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라, 백인은 같은 백인이나 흑인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굳이 황인까지 괴롭힐 필요가 없는 것이 백인.
그렇다면 흑인은?
같은 흑인이나 황인을 괴롭힌다.
황인은?
힘없는 황인을 괴롭힌다.
그야말로 정형화된 카스트 제도.
그렇기에 윤기는 도미닉 같은 자를 싫어했다.
인종차별로 극심한 문제를 겪고 있는 흑인이면서, 황인을 공격하며 표를 모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윤기와 도미닉은 부시의 주관하에 둘이 만나게 되었다.
“도미닉이라고 합니다.”
“최윤기입니다.”
짤막한 대화.
애초에 윤기는 공화당의 후원자였기에 도미닉이 윤기에게 저자세를 취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기에 시작된 본론.
지금까지의 주제가 가볍게 오가고, 도미닉이 바로 공격을 날렸다.
“한국이 아닌 소련으로 데려가려는 것이 영 의심스럽습니다. 당신은 사실 미국이 아니라 소련을 더 중요시하는 것 아닙니까?”
그야말로 직설적인 화법.
윤기는 대수롭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소련으로 데려간다는 게 문제로군요?”
“그렇습니다.”
절대 회피하지 못할 거라 속으로 장담하는 도미닉.
하지만, 윤기는 지극히 간단한 논리로 도미닉의 주장을 박살 냈다.
“그럼, 한국으로 데려가겠습니다.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