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32)
532화 황인종은 사람이 아니라네? (2)
“옛? 앗, 네? 응?!”
순간 너무도 당황해서 이상한 소리를 연발하는 도미닉의 모습.
도미닉은 윤기가 내어놓을 99가지의 변명을 생각해 왔지만, 정작 1가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에 이리도 놀라 버렸다.
“뭘 그리 놀라시나요? 한국으로 데려간다니까요?”
다소 퉁명스러운 느낌이 담긴 윤기의 말.
윤기 역시 도미닉에게 친절히 대해 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곳의 분위기는 절대 부드럽지 않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하, 한국으로 데려간다고요?”
“네, 그걸 원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도미닉 입장에서 한국인 불법체류자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의미.
그렇기에 도미닉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도 폭동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무슨 폭동 말이죠?”
“불법체류자들이 그렇게 모인다면, 자연히 치안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아, 그러니까 불법체류자들이 모이면 폭동이 일어난다? 지금 이 발언, 의원님의 공식 입장이라고 기록해도 되겠습니까?”
“뭐, 뭐라구요?”
“흑인 불법체류자들이 모이면 폭동을 일으킨다. 지금 그렇게 말씀하신 것 아닙니까?”
순간 도미닉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 아니!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불법체류자들이 모이면 폭동이 일어난다고 말이죠.”
“저는 흑인이라고 안 했습니다!”
“아, 그러니까 흑인은 사람도 아니다? 불법체류자 취급도 과분하다?”
“이런, 미친! 저하고 지금 말장난하자는 겁니까?!”
마침내 도미닉은 분통을 터뜨렸다.
사람은 말빨에 밀리면 이렇게 화를 내는 법.
“말장난이 아닙니다만? 제가 말한 것에서 틀린 게 있으면 콕 찝어서 설명해 주시죠. 무엇이 틀렸는지 말입니다.”
“아니, 그게…….”
도미닉은 할 말이 없었다.
불법체류자들이 모이면 폭동을 일으킨다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황인 불법체류자들이 모이면’이라는 말은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것은 흑인이 발언한다고 해도 명백히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말이었으니까.
“빨리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인권운동가이신 도미닉 의원님의 고견을 빨리 듣고 싶습니다.”
한껏 비꼬는 윤기의 태도.
“으으윽….”
하지만, 도미닉은 무언가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아무리 도미닉이 혐오를 조장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불법체류자들의 탈세나 범법이라는 사실을 통해 조장한 것.
그렇기에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모이면 폭동이 일어난다’라는 말은 도저히 주장할 것이 되지 못했다.
당장 L.A 폭동도 한국인이 주도한 게 아니라, 흑인 주도의 시위가 변질되어 발생한 것이었으니까.
“할 말 없으시면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전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서요.”
지금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부시는 솔직히 좀 놀랐다.
지금까지 싹싹한 모습만 보여 왔던 윤기가 이토록 사람을 날카롭게 대하다니.
이러한 부시의 반응을 확인한 폴슨은 부시를 향해 귓속말을 속닥였다.
“도미닉은 사실상 인종차별주의자입니다.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지요. 사실, 우리가 최윤기 회장 앞에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한 적은 없지 않습니까?”
“아, 그렇군요.”
그야말로 속삭이는 말이었던 데다가, 경황이 없는 도미닉이었기에 폴슨의 말을 듣지 못했다.
물론, 설득력이 아주 좋았기에 부시는 더 이상 윤기의 모습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중재 아닌 중재를 시작했다.
“도미닉 의원님, 하실 말씀 더 없으십니까?”
“아, 아니, 그게……, 음…. 호, 혹시라도 모이는 장소에 대해 치안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떤 문제 말씀이시죠?”
“그거야 이런저런 치안 문제……”
윤기는 도미닉의 말을 잘랐다.
“그러니까 어떤 치안 문제냐고 구체적으로 묻고 있습니다.”
“부, 불법체류자들이 지정된 장소로 모이다가 범죄를 저지르면 어떻게 책임지실 거냐고 무, 묻는 겁니다!”
겨우 나름대로의 공격책을 떠올린 도미닉.
하지만, 이마저도 윤기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에는 주민등록이라는 아주 완벽한 제도가 있으니까요. 한국행이 결정되는 불법체류자들 모두가 주민등록이 될 것이고, 범죄가 일어났을 경우 필요에 따라 모든 지문, DNA 등을 제공할 겁니다. 더불어서 범죄가 사실로 밝혀질 시 범죄자 송환도 분명 이루어질 것이고요. 한국과 미국의 관계잖아요?”
윤기는 자신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이 보증하는 일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진 도미닉.
결국, 좀 더 시간이 흐르자, 윤기는 도미닉을 자리에 남겨 두고 부시의 양해를 얻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나중에 자리에서 일어난 도미닉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라!’
* * *
윤기는 TV와 신문을 통해서 한국인 불법체류자를 향한 광고를 내보냈다.
그것은 바로 합법적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광고.
다만, 단서 조항이 하나 붙었다.
소련에서 7년 생활한 후, 적응이 어려울 경우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내용.
물론, 이러한 광고가 불법체류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불법체류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온 자들이 많았으니까.
미국에 있는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이나, 한국에 있는 다른 불법체류자들이나, 목적은 비슷하다.
그것은 바로 돈을 많이 벌려는 것.
그렇다 보니, 조건부 한국행의 기회를 주어도 반응이 시큰둥했던 것이다.
애초에 불법체류자들을 힘없고 불쌍한 사람들로 착각해서 동정여론이 일어나면 대단히 곤란하다.
불법체류자들은 개인의 욕망을 위해 불법을 선택한 자들, 절대 선한 자들이 아니다.
‘뭐, 고국에 생활기반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내 조건을 받아들이겠지.’
윤기가 받아들이려는 불법체류자들이 바로 이러한 부류였다.
고국에 돌아가서 먹고살 방법이 없으니까, 그대로 미국에 남아 있던 부류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재사회화가 쉬울 가능성이 크겠지.
한마디로 윤기는 양쪽에서 이득을 본 거다.
한인타운 쪽에서도 인망을 샀고, 공화당 쪽에서도 인망을 샀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그렇기에 김정철은 윤기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국 전역에 광고까지 하시다니….”
“뭘요, 한국 사람끼리 서로 도와야죠. 그나저나 제가 알려 드린 건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윤기는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불법체류자의 숫자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불법체류자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또다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는 있는데,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도 꾸준히 캠페인을 벌여서 반드시 그 숫자를 줄이겠습니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면 일반 시민을 고용하는 것보다 인건비가 훨씬 적게 든다.
하지만 최근, 한인타운의 업주들은 불법체류자들을 고용했을 시, 한인타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아마 다른 한인타운은 몰라도, L.A 한인타운만큼은 불법체류자 숫자가 장기적으로 대폭 감소하겠지.
“네, 그리고 흑인들에 대해서도 색안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잖아요? 굳이 차별할 거 없어요.”
“예, 그렇지 않아도 불법체류자 대신에 흑인들을 고용하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마트 덕분에 다들 마음의 벽이 많이 허물어진 것 같더군요.”
“그러게요. 잘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에요.”
씨익 웃는 윤기의 모습.
이렇게 윤기가 인종의 벽을 허물고 있을 때, 어떻게든 다시 세우려고 애쓰는 자도 있었다.
* * *
윤기에게 한껏 말로 두들겨 맞은 도미닉.
도미닉 입장에서 윤기의 계획은 절대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당장 혐오를 팔아먹고 살아야 하는데, 불법체류자가 몇만 명이나 떠나 버리면 어떡한단 말인가?
하지만, 도미닉은 이걸 공개적으로 반대할 명분이 전혀 없었다.
평소에 TV나 신문 사설을 통해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문제다’, ‘그들은 세금도 내지 않는 주제에 행정력만 축낸다’ 같은 말을 했으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체류자가 떠나는 것을 반대한다?
지금까지 했던 주장과 전혀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기에 도미닉은 어떻게 하면 윤기를 방해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낸 첫 번째 방법.
‘주변 치안이 위험해진다고 소문을 낼까?’
윤기가 불법체류자들에게 모이라고 지정한 장소.
그곳 부근의 치안이 위험해진다고 하는 것은 분명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도미닉은 더 좋은 방법을 떠올려 냈다.
‘아, 그 방법이 더 좋겠군!’
도미닉이 떠올린 방법.
그것은 바로 제2의 L.A 폭동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 * *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소련으로 향하는 것.
이것이 정말 불법체류자들에게 있어서 최선일까?
당연히 아니다.
소련행을 택하는 불법체류자들은 한국에 생활기반이 없는 자들.
반면 한국에 생활기반이 있거나 추방당하더라도 생존에 문제가 없는 자들은 윤기의 광고에 별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공권력의 눈을 피해 돈을 벌어 한국에 송금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으니까.
꼭 한국에 돈을 보내지 않더라도, 미국에서 성공하면 자신의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기에 현재 미국 전역에서 윤기가 지정한 장소로 이동 중인 한국인 불법체류자의 숫자는 대략 1만 5천여 명.
사실상 10퍼센트도 안 되는 숫자였다.
하지만, 갑자기 TV에 도미닉이 나와 개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이번 최윤기 회장의 행동에 대해 대단한 우려를 표합니다. 불법체류자들이 한곳에 모일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윤기의 앞에서 이미 했었던 도미닉의 말.
하지만 도미닉은 집에서 머리를 싸맨 결과, 이를 이용할 방안을 떠올렸다.
“만약, 그곳에서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을 달라’는 시위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인종차별을 교묘하게 피한 도미닉의 말.
하지만, 이 말은 미국인들의 머리에 경종을 울렸다.
가뜩이나 L.A 폭동이 얼마 전의 일이었는데, 불법체류자가 몇만 명이나 모여 시위를 일으킨다니.
이렇게 되면 또다시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불법체류자들 중 일부가 이러한 도미닉의 인터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불법체류자가 많이 모여서 영주권을 달라고 떼쓰면 정말로 영주권을 줄지도 모른다는 발상.
선동에 휩쓸리는 사람들은 결코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역시 윤기가 지정한 장소로 향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아, 저 개새끼, 진짜 죽일까?’
도미닉의 행동과 그 영향을 본 윤기의 진지한 속마음.
사실, 단순히 반대할 때야 윤기 입장에서 본때를 보여 주기가 좀 뭣했다.
애초에 반대하는 것만으로 처벌한다면 세상 참 삭막해질 테니까.
하지만, 지금 도미닉은 명백히 선을 넘었다.
그렇기에 바로 시작된 윤기의 행동.
그것은 바로 다시 한번 더 이루어진 광고였다.
심지어 윤기 본인이 직접 말하는 광고.
[만약, 제가 지정한 장소에 와서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해야 할 겁니다. 자신 있으면 폭동 일으켜 보세요.]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윤기의 모습은 딴생각을 품고 있던 불법체류자들에게 공포를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