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39)
539화 꼬우면 소송 걸든가 (3)
“예?”
류근태 역시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겠죠.”
“도대체 어떤 자신이 말입니까?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을 텐데요? 혹시 법원에 뇌물이라도 쓸 생각일까요?”
윤기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강짜를 부리는 겁니까? 허어….”
“정보원의 말에 의하면, 이번 일의 원흉인 왕웨이란 자는 자기가 직접 영업을 뛴다고 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이 부분까지는 그리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기에 윤기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원래 가짜 약을 만들어서 한탕 장사를 하려면 굳이 왕웨이처럼 직접 영업을 뛰고, 전화도 받을 필요가 없거든요?”
“그렇다는 건…, 설마 한탕 장사가 아니라는 겁니까?”
정답을 맞힌 류근태를 향해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예요. 왕웨이란 녀석은 이번 행각으로 단기간에 돈을 벌고 끝낼 생각이 없다는 거죠.”
“설마, 소송에서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회사를 설립할 생각인 건가요? 그러기 위해 영업을 직접 뛰는 거고…?”
“바로 그거죠. 새로 회사 설립하고, 기존에 만들어 둔 영업 인맥에 달려가 ‘사장님, 회사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하고 말하면 바로 새로운 판매 루트가 개척되는 거죠.”
“하지만, 가짜 약 아닌가요? 당장 지금도 이인해 사장님이 언제 부작용 나타날지 모른다고 하던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자기가 좀 더 기술을 갈고닦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죠. 미래의 일을 완벽하게 구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없잖아요?”
“허어…….”
류근태는 기가 찬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지금 윤기의 왕웨이에 대한 추론은 그야말로 100퍼센트 적중했다.
* * *
만약, 왕웨이에게 지금 윤기가 소송을 건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한국을 생각한다면 민사소송은 7년 넘게 걸릴 수가 있다.
그럼, 그동안 왕웨이는 그야말로 돈을 무지막지하게 쓸어 담겠지.
그리고, 왕웨이는 민사에서 패배하기가 무섭게 바로 새로운 법인을 설립할 것이다.
똑같이 와이케이 제약의 로고를 도용하고, 와이케이 제약과 계약했다는 사기를 치겠지.
물론, 부작용에 대한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약효가 완전 제로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왕웨이는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세울 것이다.
[아니, 가격이 싸니까 그런 부작용은 감수해야지!]물론, 폭발적인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왕웨이가 꾸준히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
더군다나 왕웨이를 그냥 두게 될 경우, 왕웨이를 따라 하는 자들이 분명 나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 왕웨이를 초장에 꺾어 버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상황.
그렇다면 윤기는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까?
류쳔을 통해서 왕웨이를 죽일까?
아니다.
굳이 자신의 손을 더럽힐 필요가 있을까.
윤기는 그저 주미 중국 대사관에 연락했을 뿐이다.
[현재 이러한 제품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부탁드립니다.]윤기의 역사에서 한국에는 주한 중국대사관이 없다.
그래서 주미 중국대사관에 연락한 것이다.
그리고 주미 중국대사는 이러한 사실을 중국 중앙정부에 전달했다.
그냥 평범한 기업이 이러한 요청을 했다면 중앙정부에서는 그냥 무시했겠지.
하다못해 해당 기업에서 주미 중국대사에게 뭐라도 찔러 줘야 슬슬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중앙정부에서 바로 반응을 보였다.
“최윤기 회장이 와이케이 제약의 가짜 약이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니 이에 대한 처리를 원한다고 하더군요.”
1991년을 기준으로 중국의 상무위원은 6명.
그중 4명이 모여 이번 일에 대해 거론하기 시작했다.
“아, 그것과 관련해서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불티나게 팔린다면서요? 기본적으로 유통되는 와이케이 제약 제품에 비해서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가격이라 쓰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상무위원 중 장슈잉의 말에 리밍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늘어놓았다.
확실히 지시를 통해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더라도 왕웨이의 가짜 약은 꽤나 많은 소문이 돌고 있었다는 얘기다.
“아니, 이미 알고 계셨단 말씀이십니까?”
다른 상무위원인 하이양의 반문.
리밍은 자신이 살짝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뭐…, 저도 이야기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나머지 한 명의 상무위원인 왕창이 리밍을 옹호했다.
“우리가 좀 바쁜 사람입니까? 그런 이야기 하나 들었다고 일일이 다 확인해 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리밍은 왕창을 향해 우호적인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좀 바빠서 말이지요.”
결국, 하이양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아, 딱히 뭐라고 하려고 한 것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저 소식이 빠르신 것에 놀랐을 뿐이지요. 그나저나 공식적으로 요청이 들어왔는데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빠르게 화제를 돌리는 하이양.
덕분에 이야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뭐…, 우리가 신경 쓸 필요가 있겠습니까?”
왕창의 말.
왕창은 상무위원들 중, 와이케이 그룹이 굳이 중국에 들어올 필요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쪽이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가짜 약이 돌아다닌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신경 쓸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리밍은 들어오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부류.
다만, 방금 왕창이 자신을 도와주었기에 최대한 왕창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완곡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건 맞는 말씀 같긴 합니다. 그런데, 그 약품 실제로 효과는 있는 거랍니까?”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물쩍 답변을 넘기는 리밍.
그렇기에 장슈잉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약효가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면, 그냥 놔둬도 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와이케이 제약의 약값은 너무 비쌉니다.”
왕창의 말.
하지만, 하이양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지금 우리 중국은 많은 해외 기업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내의 카피 제품들을 그냥 놔둔다면 아무래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요?”
“으음….”
리밍은 하이양의 말에 동의하고 싶었지만, 방금 있었던 일도 있고 해서 그저 신음을 흘리는 것으로 적당히 표현했다.
그리고 이어진 잠시간의 침묵.
이 침묵을 깬 것은 리밍이었다.
“그리고 보니 와이케이의 최윤기 회장이 중국으로 진출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있다고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소 공격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름 아닌 왕창이었다.
“그래도…, 들어오면 좋기야 한 거 아니겠습니까?”
“뭐, 그 점에 있어서는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숙이듯이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왕창은 기본적으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더불어서 윤기가 유전을 팔 때, 중국과 거래하지 않은 것도 다소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
따라서 지금 회의에서 계속해서 트집을 잡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와이케이 제약이 미국 공화당이 아닌 우리 중국과 거래하는 미래를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막대한 이익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이양의 말에 왕창이 그건 그렇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차피 최윤기 회장은 중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지 않습니까? 이야기를 듣자 하니, 투자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서요.”
이어지는 왕창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중국 회사가 51퍼센트의 지분을 가져야 하는 투자 방식.
애초에 주식 상장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데다가, 100퍼센트 본인 소유가 아니면 좋아하지 않는 윤기의 경영.
그나마 와이케이 백화점의 지분 5퍼센트씩을 류근태와 최철규에게 주기는 했지만, 이것은 둘이 개국공신이기에 주어진 특혜일 뿐이다.
강석호는 신상 그룹을 아예 들어다 바쳤으니 소련 수익의 일부를 주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 만큼 윤기가 중국에 투자할 가능성은 그야말로 한없이 낮았다.
아니, 제로다.
하지만, 이러한 윤기의 생각을 이들이 확실히 받아들이기는 또 어렵기에 이들은 행복회로를 돌렸다.
“세 분의 의견은 잘 들었습니다. 최윤기 회장이 아직 우리 중국에 진출한 것은 아니지만, 진출한다면 결코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이야기가 좁혀진 것 같군요. 맞습니까?”
장슈잉의 정리에 세 명의 상무위원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장슈잉은 바로 말을 이었다.
“최윤기 회장의 환심을 사둬서 나쁠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최윤기 회장 때문에 움직이는 거라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도 좋을 것이 없겠죠.”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이번에 가짜 약을 제조한 기업을 폐업시키고, 세간에 풀린 약들을 회수하는 것으로 합시다. 더불어서 가짜 약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구요. 어떻습니까?”
세 사람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결론.
공식적인 상무 회의는 아니었지만, 비공식적인 결론이 완성되었다.
* * *
왕웨이의 회사가 폐업된다.
이것만으로 윤기가 만족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어차피 폐업시켜 봤자 왕웨이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 새로이 가짜 약을 만들겠지.
단속이 강화돼도 왕웨이에게는 상관없다.
중국 땅은 넓고, 부패한 지방 관료를 찾기란 너무나도 쉬우니까.
그렇기에 이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윤기 입장에서 절대로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하지만, 윤기에게는 중국의 신빙성 있는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류쳔이라는 정보통이 있었다.
“위원님께서 말하시길, 이번 일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를 폐업시킬 생각이시더군.”
지금 류쳔의 앞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하이양의 비서 웨이샤오.
더불어서 류쳔이 자신의 비서 신분과 별도로 든든한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요약하자면, 류쳔의 권력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하이양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빠른 처리로군요.”
지금 류쳔은 웨이샤오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
가재 요리인 마라롱샤를 함께 손으로 먹고 있는 두 사람은 정말로 친밀해 보였다.
“그만큼 와이케이가 중국에 진출하기를 상무위원회에서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우리 위원님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야.”
“확실히 맞는 말입니다. 위원님께서는 최윤기 회장과의 접점을 만들기를 원하시니까요.”
“그렇지. 한국의 N, 공화당의 레이건, 둘 다 최윤기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너무 앞서나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최윤기 회장이 일종의 킹 메이커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물론, 최윤기 회장이 중국에 기반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겠지만요.”
“맞는 말이야. 지금 당장의 최윤기 회장은 중국에서 킹 메이커의 능력이 없어. 하지만, 중국에서 기반을 만든다면? 혹시 모를 일이지.”
절대 다른 정치 계파에게 드러내서는 안 되는 속내.
하지만, 웨이샤오는 류쳔의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이 속내는 하이양의 의중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최윤기 회장에게 한 가지 작은 선물을 하는 것이 어떨까요?”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웨이샤오는 류쳔의 앞에 레드카펫을 깔아 주었다.
그러니, 이제 류쳔은 레드카펫 위를 멋들어지게 걸을 일만 남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