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4)
#54화 권력으로 돈을 버는 법 (2)
“임대료가 전혀 들지 않는다고요?”
세상에 돈 되는 일에 관심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역시나 미끼를 덥석 문 JSD를 보며 최철규가 진지하게 그리고 속삭이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기본적으로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상품들은 고급형이 될 겁니다만, 백화점 주변에도 1층짜리 점포들을 만들 겁니다.”
“그 점포에서 판매하는 것들은……?”
“보급형 품목들이 되겠죠. 즉, 그곳은 백화점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서민들을 위한 장사를 하게 되는 겁니다.”
“호오…….”
현재 윤기의 백화점 사업은 JSD를 비롯하여 소문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꽤 흥미가 가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JSD 역시 그럴듯하다고 여겼다.
“물론 이러한 특권을 모두에게 주지는 않을 겁니다. 아무리 땅이 넓어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렇죠. 그렇지요.”
JSD는 고개를 끄덕여가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과실이 분명 더 있으리라 여겼으니까.
“미니 백화점을 운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JSD 대령님이 추천해 주신 극소수의 분들, 그분들에게는 고급형 상품을 출하할 겁니다.”
“오…….”
“만약 JSD 대령님, 그리고 그 측근분들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물건을 안 사고 배기겠습니까? 품질이야 물건들이 미국에서 직수입해서 들어올 것이니 말할 필요도 없지요.”
JSD는 뭔가 굉장한 것 같은 사업 방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미니 점포 숫자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현재 하버드 대학원생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 하버드……!”
하버드란 말이라면 껌뻑 죽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 공통이었고, 그 이름이 가져다주는 신뢰는 대단했다.
“예. 하버드입니다. 거기에서 추정치를 받게 되면, 그중 일부를 JSD 대령님께 배분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때 저에게 명단을 주시면 그분들과 계약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는 정말 황송할 따름입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딱히 없는 데도 이렇게 잘해 주시니…….”
최철규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분산 투자를 싫어합니다. 사나이라면, 대한민국 국군을 나온 사람이라면 오로지 한 길만 보고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JSD 대령님을 최고라 치고 있기에 오직 JSD 대령님에게만 투자하는 겁니다.”
JSD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윤기의 조언에 따라 최철규는 그야말로 최고의 발언들을 쏟아내었고, 이것들의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제가 나중에 영전하게 된다면, 최 사장님이 하신 지금의 말씀과 행동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저야 지금처럼만 해 주셔도 아주 만족할 수 있습니다. 저는 JSD 대령님의 인품과 행실에 감탄한 쪽이니까요.”
테이블에 두 명의 미소가 번졌다.
“아, 그리고 보니 임대료가 없다는 소리는 무슨 뜻인가요? 아무리 그래도 어느 정도 이득은 보셔야 할 텐데…….”
시의적절한 JSD의 물음에 최철규가 그제야 진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아, 그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미니 백화점’을 운용하는 조건으로 임대료가 면제되는 방식이니까요.”
“합리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
“대신 미니 백화점의 인테리어와 외부 디자인은 이쪽 건설사와 거래를 해 주셔야 합니다. 백화점뿐만이 아니라 근처의 분위기까지도 일종의 ‘테마파크’로 만들 생각이거든요.”
“그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JSD는 최철규에 대해 신뢰가 꽤 생겼기에 건설사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았다.
“인테리어 수석 디자이너도 미국에서 꽤 유망한 기업에서 일하던 인재를 뽑아 왔으니까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미니 백화점이니까 당연히 모든 물자는 본 백화점에서 출하를 받으시게 될 겁니다.”
“그것도 그렇겠군요.”
“판매 품목 전체가 본 백화점에서 나오기 때문에 로열티를 제외한 수익의 40퍼센트를 본 백화점이 가져가게 될 겁니다.”
“40퍼센트라……, 조금 많군요.”
“측근분들을 똑같이 대우할 수는 없죠. 측근분들과는 30퍼센트짜리 계약을 할 겁니다.”
약한 채찍 이후에 바로 당근이 들어가자 JSD는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었다.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것은 노예들 사이에서도 자랑거리가 되는 법이니까.
“그렇게 특별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말은 이렇게 해도 실실 웃는 JSD를 보며 최철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이 정도야 뭐가 어렵겠습니까. 사실 더 빼 드리고 싶은데 이쪽도 미국에서 물건을 사 오는 비용이나 여러 가지 세금 같은 것을 감안하면 그것보다 낮추는 게 쉽지 않아 죄송할 뿐입니다.”
“그런 쪽에 있어서는 제가 윗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언가 도와드릴 방도가 없는지 말이지요.”
“그러면야 제가 더 바랄 게 있겠습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최철규가 고개를 숙이자, JSD는 아예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래요, 우리 한번 잘해 봅시다.”
최철규와 손을 잡은 JSD는 추후 JD와 이야기를 나눠 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화창한 미래를 상상했다.
* * *
“취직하기 전에는 회사나 가고 싶었는데, 취직하고 나서는 회사 나가고 싶을 줄이야…….”
미친 듯이 도면을 그리고 있는 파이크의 모습을 바라보던 애런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그래도 일을 하고 있는 게 좋은 거야.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퇴사했다가 2년 동안 취직 못 했어. 나중에는 맥주도 팩에 든 건 못 사고 한 병씩밖에 못 사게 되더라.”
170센티에 몸도 허약해 보이는 애런은 자신보다 덩치가 꽤 큰 파이크와 잘 어울리고 있었다.
나이는 애런이 9살가량 많았지만, 나이를 따지지 않는 미국이었기에 머나먼 이국땅에서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2년 동안이나 취직을 못 했었다고?”
“그렇다니까. 뭐, 멕시코에서 계속 살다가 마피아 되는 것보다야 나았겠지만 말이야. 나를 데리고 고국으로 돌아온 게 우리 엄마 최고의 선택이었지. 아, 어차피 마피아는 못 됐으려나?”
“왜? 멕시코는 마피아 못 되지 않아?”
“야,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 있어? 지는 갱스터가 안 되어 놓고.”
“너 지금 인종 차별 하는 거야?”
“라틴계가 흑인 인종 차별해서 뭐 하게.”
마치 흑인끼리 서로 ‘니거(Nigger)’라 놀리는 것 같은 모습이 흑인계 미국인과 라틴계 미국인 사이에서 나타났고,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남미 쪽은 남자가 근육이 없으면 그냥 뒈지거든. 근데 내 몸을 봐. 여자보다 허약해 보이잖아? 그래서 어릴 때 엄청 고생했어. 엄마가 나 허구한 날 처맞는 거 보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미국으로 이주한 거야.”
“불법 이민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네.”
“운이 좋았던 거지. 그런데 너는 왜 갱스터가 안 됐냐?”
“뒈질래? 흑인이라고 다 갱스터 되는 건 아니거든?”
낄낄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둘의 주변으로는 김정선이 데려온 건설 사무소 인원들 역시 야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중에는 아예 고향에서 끌어온 인원들도 더 늘어났는데, 처음과 달리 갈수록 번창하는 윤기의 사업 규모를 확인한 김정선이 아예 자신의 운명뿐만이 아니라 회사의 운명까지도 걸었던 덕분이다.
거기에 새로이 고용한 인원들까지 감안하면 거의 50명이 넘어가는 인원이 난로 옆에서 미친 듯이 도면을 비롯한 건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본 백화점의 외장과 내장 작업, 거기에 주변에 새로이 지을 미니 백화점까지.
윤기는 중요한 부분을 죄다 원청으로 돌리려고 했기 때문에 건설사 직원들은 그야말로 시뻘건 눈으로 야근을 일상으로 하고 있었다.
“흐아, 도대체 이거 야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네요.”
유진희가 맨들맨들한 머리 위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한숨을 내쉬자 김정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우리가 이걸 다 해야 해. 꼭 필요한 직원이 늘어나는 거면 모를까, 하청 같은 게 늘어나는 순간 나중에 우리 몫이 줄어든다고.”
현재 이들의 야근은 절대 공짜가 아니었다.
물론 예산 운영이 빠듯한 편이었기 때문에 외상으로 달아 놓고는 있었지만, 최소한 의미 없는 야근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기야 하죠. 나중에 정산받을 때가 기대되네요.”
“정산이 문제냐, 나 조카 숙소 갔다 왔는데 깜짝 놀랐다니까.”
“조카면, 근태요?”
“어. 회장님이 근태한테 숙소 마련해 줬잖아, 혼자 사는 직원한테 숙소로 가정집을 마련해 주는 곳이 어디 있냐.”
현재 이들이 윤기를 부르는 호칭은 ‘회장님’으로 굳어졌다.
원래는 작은 사장님으로 부르려다가 류근태보다 낮게 부르는 것 같아서 안 쓰기 시작했고, 큰 사장님으로 부르자니 미성년자라 그 역시도 적절치 않아 안 쓰게 되었다.
그렇게 타협을 본 게 회장님.
애초에 삼우 그룹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기 때문에 윤기를 회장님이라 부르는 데에는 아무런 헷갈림이 없었다.
“저는 단칸방인데…….”
김정선의 부하 중 한 명이 중얼거리자 김정선은 곧바로 윽박지르듯이 말했다.
“얀마, 근태는 어쨌든 백화점 사장이자 회장님 비서고 너는 그냥 건설사 직원이잖아. 비교 같은 비교를 해야지. 그리고 곰팡내 안 나고 햇빛 드는 단칸방이 어디냐? 다른 회사들 노가다 현장 숙소 못 봤어? 너도 좋은 숙소에서 머물고 싶으면 계속 열심히 노력해.”
본전도 못 건진 직원은 묵묵히 일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 서두를 꺼낸 유진희가 애런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애런, 미국은 야근이 없다던데 사실이야?”
“야근이 없지만, 야근이 있지.”
파이크와 애런은 한국에 온 지 몇 달 정도 지났지만, 엄청 빠르게 한국말을 익혔다.
물론 존댓말까지 익히지는 못했지만, 고국과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심심했는지 다른 사람들과 놀기 위해 익힌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규정으로 정해진 야근이 적을 뿐이지, 승진하려면 집에서 일 엄청 해야 해. 상식적으로 위로 갈수록 자리가 줄어드는데 정시 출근 정시 퇴근한다고 승진이 저절로 되겠어?”
“그런 거구나…….”
“그냥 승진 안 해도 만족하는 사람들이 한국보다 많은 것은 사실인데, 거기도 승진하려면 정말 동물의 세계야.”
“앞으로 미국은 편히 일한다는 놈들 있으면 코를 납작하게 눌러 줘야겠구먼.”
소소한 잡담 끝에 이들은 다시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잠시 지났을 때, 페르난데즈가 먹을 것을 잔뜩 들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아, 또 치킨이에요?”
비명을 지르는 파이크의 모습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신나서 치킨에 달려들었다.
“어쩌냐, 다른 사람들이 다 치킨을 좋아하는데. 그나마도 이 시간에 여는 곳이 거기밖에 없는 걸 어쩌겠어.”
결국, 파이크는 구시렁거리면서도 자신 역시 치킨에 손을 뻗었다.
어쨌거나 새벽까지 일을 하려면 배를 채워야 했으니까.
“그나저나 팀장님은 안 피곤해요?”
현재 페르난데즈는 명목상 김정선이 운영하는 건설사에서 팀장 직함을 맡고 있었다.
“전혀 안 피곤한데?”
실제로 페르난데즈는 매우 쌩쌩했다.
예전에는 악령 때문에 다크서클도 심하고 항상 피곤에 절어 살았는데 이제 그런 시달림이 사라졌다 보니 역으로 엄청 체력이 좋아진 것이다.
불에 구운 그릇이 더 단단해지는 것과 비슷한 묘미랄까?
“아, 맞아. 여기 오면서 회장님 만났는데.”
회장이라는 말에 모두가 치킨을 먹다 말고 페르난데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만 더 고생하라고 보너스 챙겨 주시더라.”
딱 봐도 두툼한 봉투를 수십 개나 꺼내서 배부하는 페르난데즈의 행동에 모두가 환호성을 치며 봉투를 받아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이……!”
봉투에 들어 있는 금액은 1인당 25만 원.
현 국내 1위 기업 신입의 한 달 치 봉급과도 같았다.
“나중에는 더 확실히 챙겨 준다고 힘내래. 열심히만 하면 직원으로 끝나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해 주신다고 하시더라.”
적절한 타이밍에 내려온 보너스에 직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야식 시간을 끝내고 다시 업무에 들어갔다.
일이라는 채찍과 보너스라는 당근.
건설사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일할 때, 윤기는 본 백화점의 업무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업무란 바로 유행의 선도자가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