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40)
540화 꼬우면 소송 걸든가 (4)
“작은 선물?”
“예, 단순히 폐업시키는 게 아니라 그 왕웨이란 작자를 아예 형사적으로 끝장내는 거죠.”
“흐음…, 확실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가짜 약을 제조했으니, 성분에 대해서 걸고넘어지면 되겠지.”
생동성 실험도 거치지 않은 가짜 약.
더군다나 실제로 성분 조사를 해 보면 제대로 된 복제약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질 것이다.
물론, 아무 문제 없는 약이어도 상관없다.
이들은 그래도 처벌을 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으니까.
“이 기회에 최윤기 회장 쪽과 접점을 만들어 두면 위원님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좋아, 건의해보지.”
웨이샤오는 손에 묻은 마라롱샤의 소스를 쪽쪽 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2020년의 중국은 정치 권력이 확실히 한 곳을 향해 뭉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대의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
중국 내에서 ‘불멸의 정치가’로 평가받는 덩샤오핑이 1인 집권이 불가능하게끔 체제 개혁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90년대의 중국은 하나의 공산당 내에 여러 계파가 존재하여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이양 역시 이러한 계파들 중 하나에 소속된 인물.
더불어서 1인자의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호오, 그런 식으로 최윤기 회장과 접점을 만들어 보자?”
“예.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게 일종의 미신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윤기 회장과 중국 사이에 좋은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기왕 우리가 먼저 그 손을 잡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웨이샤오의 말에 하이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군. 좋아, 최윤기 회장에게 연락하도록. 내가 책임지고 이번 일을 저지른 녀석을 처벌해 주겠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직접 가는 게 좋을까요?”
“흐음, 내가 직접 가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지. 너 역시 마찬가지야. 누구 보낼 만한 사람 없겠나?”
“제 비서 중에 믿을 만한 녀석이 있습니다.”
“좋아, 그럼 그 녀석을 보내.”
“알겠습니다.”
웨이샤오가 떠올린 인물은 당연히 류쳔이었다.
* * *
윤기의 역사에서 한국과 중국은 수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국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각 국가의 허가를 받으면 당연히 출국도 할 수 있고, 입국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류쳔은?
당연히 중국인의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류쳔이 중국인의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했다면 왜 입국했는지 알아보려는 사람들이 생겨났겠지.
그리고 결국에는 하이양 측의 인물이라는 것이 드러났을 것이다.
그렇기에 류쳔이 사용한 신분.
그것은 바로 미국인 신분이었다.
‘해외여행 허가제’를 고수하고 있는 윤기의 역사에서 그래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류쳔은 실로 오랜만에 윤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도 윤기의 대저택에서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10년까지는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정말 오랜만에 보는 류쳔.
더불어서 류쳔이 상당히 공손한 태도를 계속해서 유지했기에 류쳔을 대하는 윤기의 태도 역시 전화로 대화했을 때보다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에 속했다.
“그러게, 굉장히 오랜만이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는 윤기.
류쳔은 그런 윤기를 바라보며 ‘강자의 여유’를 느꼈다.
“하이양 위원님이나 제 직속 상관인 웨이샤오 비서님이 오시는 게 맞았겠지만,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아서 부득이 제가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미국인 신분증을 쓴다고 하더라도 하이양 정도 되는 거물이 일정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다면 주변의 의심을 사겠지.
더군다나 얼굴을 알아볼 사람들도 많았다.
웨이샤오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류쳔 정도까지 내려오면 그래도 변장 등을 통해 어떻게든 속일 수 있다.
“오히려 난 지금이 좋아. 익숙한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 가지 먼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무엇 말씀이십니까?”
“왜 나에게 공손해진 거지?”
윤기와 류쳔은 분명 기브 앤 테이크의 관계.
물론, 다른 측근들과의 관계도 ‘큰 틀’에서 본다면 다르지 않았지만, 애초에 윤기와 류쳔은 마음을 교류하는 관계가 아니었다.
“으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절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류쳔의 말은 사실이었다.
윤기에게서 꾸준히 지원을 받다 보니 저절로 이렇게 되었으니까.
“글쎄…, 우리의 거래는 내가 장첸에 대한 처리를 완료하면 끝나는 게 아니었을까?”
윤기가 류쳔에게 그다지 살가운 태도를 보여 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차피 서로 볼일을 보고 나면 끝날 관계.
윤기에게 있어서 류쳔은 ‘거래 대상’이지 보듬어야 할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그것은 아닙니다. 제가 원수를 갚는 데 도움을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평생을 회장님에게 충성할 겁니다.”
“나는 중국하고 친해질 생각이 없는데?”
“상관없습니다. 애초에 저부터가 국가로부터 배신을 당했었기 때문에…….”
실제로 류쳔은 지금 중국을 섬기는 게 아니라, 하이양을 섬기는 쪽이었다.
더불어서 하이양을 섬기는 것도 어디까지나 윤기에게 쓸 만한 패가 되기 위함.
아마, 웨이샤오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엄청나게 실망하겠지.
왜냐하면, 웨이샤오는 류쳔을 꽌시 중의 꽌시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저번에도 그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거래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어.”
윤기는 중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
그러니 중국 정보가 그다지 귀하지 않다.
그렇기에 류쳔의 얼굴에 실망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회장님, 저는 그동안 회장님의 말만 믿고, 분노를 삭이며 살아왔는데 그러시면…….”
류쳔은 자신의 눈동자에 들어온 윤기의 미소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거래의 종료는 쌍방의 의무가 끝났을 때 종료되는 거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자가 있다면 파기 아니겠어?”
윤기는 류쳔에게 비디오카메라를 건넸다.
“이건……?”
“틀어 봐.”
류쳔은 비디오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재생했고, 곧이어 영상이 하나 출력되기 시작했다.
[날 여기서 내보내 줘! 내보내 달라고!]류쳔에게 익숙한 중국어.
그리고 그보다 더 익숙한,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찢어 죽이고 싶은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장첸.
그 장첸이 쇠창살을 붙잡고 목 놓아 외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상을 찍고 있는 인물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장첸이 갇혀 있는 곳이 어떠한 보안 설비를 가지고 있는지 녹화된 영상으로 보여 주었다.
그야말로 살벌하기 그지없는 보안.
다시 화면을 처음으로 돌리자, 쇠창살 안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강화 아크릴 안에서 자동으로 재생되고 있는 TV 한 대뿐.
책조차 없었다.
“그 TV에서는 종교 채널만 나온다고 하더라고. 저번에 통화로 이야기했던 거 기억하지? 초극악 중범죄자 전용 교도소. 그곳의 일부 설비가 이미 완료되었다고 들어서 미리 수감시킨 거야.”
류쳔은 그저 소리 죽여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그토록 복수하고 싶었던 장첸이 보안 시설 초특급의 교도소에 갇혔다.
이제 장첸은 살아도 산 게 아닌 인생을 살아야 하게 되겠지.
“그걸로 부족해?”
윤기의 말에 류쳔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닙니다. 이 녀석에겐 빠른 죽음보다 오랜 고통이 필요합니다. 전 이 녀석이 오래오래 이 교도소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상의 종신형이야. 재판도 비밀 재판이지. 중국의 첩보부 고생 좀 시켜본다고 하던가? 아무튼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 비디오카메라는 두고 가. 대신 이걸 줄 테니까.”
윤기는 영상의 앞부분만 녹화된 테이프를 류쳔에게 건넸고, 류쳔은 그 테이프를 소중하게 받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미국이 잡은 건데, 윤기가 너무 생색내는 거 아냐?]당연히 아니다.
중국의 대미 첩보부장은 등신이 아니다.
잡힌 거 자체가 기적이란 얘기다.
CIA가 장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윤기의 정보 덕분.
류쳔 역시 윤기의 정보력을 경험한 바가 있었기에 이러한 사실을 능히 추론할 수 있었다.
“감사하긴 뭘, 어차피 거래였는데. 아무튼 우리 거래는 여기서 끝이야. 왕웨이는 알아서 처벌해 주리라 믿겠어.”
어쨌거나 류쳔도 윤기를 위해 나름 큰일을 해 주었다.
류쳔이 아니었으면 가짜 약이 중국 어느 지역에서 시작되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데 꽤 시간이 걸렸겠지.
류쳔은 그 기간을 축소하는 데 아주 큰 공헌을 한 셈이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제가 여기 찾아온 것은 그것과 관련한 이야기 때문입니다.”
류쳔은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오늘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왜?”
“왕웨이 그자가 어떤 처벌을 받으셨으면 좋으시겠습니까?”
“누누이 이야기했잖아. 알아서 하라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주문.
하지만, 윤기는 이러한 어려운 주문을 류쳔에게 건넸다.
“알겠습니다.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전화로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찾아와서 이야기한다는 건 위에서 뭔가 지시를 받았다는 얘기겠지?”
순간 류쳔은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쉽게 추측을 하다니.
흡사 윤기 앞에서 발가벗고 있는 기분이었다.
“노파심…? 아니, 이 단어는 적절하지 않겠네. 아무튼, 이제 내가 따로 지원해 주는 건 없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 지위가 감당되지 않는다면 물러나는 것을 추천하겠어.”
실제로 류쳔이 지금의 지위에 올라온 데는 윤기의 지원이 대단히 컸다.
당장 웨이샤오와 꽌시가 된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니까.
하지만, 이제 윤기에게서 지원이 없을 예정이다.
윤기의 플랜에 더 이상 류쳔의 도움은 필요 없으니까.
“회장님, 이렇게 거래가 끝나게 된다면 오히려 저에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별 노력 없이 복수를 이루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얼마나 남은 목숨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회장님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쎄, 나는 그다지 손해 보는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말이야.”
“아닙니다. 부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아니,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십시오.”
“이야기해 봐.”
심드렁한 윤기의 태도였지만, 류쳔은 계속해서 공손했다.
“현재 윗선에는 회장님께서 중국에 진출하실 생각이 별로 없다고 알려진 상태입니다.”
윤기는 대답 대신 조용히 말을 듣기만 했다.
“실제로 진출하실 생각이 없으시거나 진출하시더라도 무언가 계기를 원하시겠죠. 저는 회장님이 진출하실 생각이 없다는 전제를 두고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출하지 않는데, 도움을 준다? 어떤?”
윤기가 약간의 관심을 보이자 류쳔의 얼굴이 밝아졌다.
“바로 지금과 같을 때의 도움입니다. 중국에서 와이케이 그룹의 제품이 무단으로 복제될 때, 제가 그걸 최대한 막아 보겠습니다.”
윤기는 마침내 류쳔의 입에서 자기가 바라던 말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