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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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화 나는야 재벌 3세 (2)
“네?”
순간 신류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 비서로 특채하겠다구요.”
기본적으로 윤기는 류근태를 비롯한 최측근들을 비서로 부르고 있지만, 일반적인 비서 업무를 하는 직원들 역시 존재했다.
왜냐하면, 류근태를 비롯한 측근들은 전담 비서라기보다는 굵직한 일을 할 때 부르는 특수 비서에 가까운 자들이었으니까.
따라서 윤명철을 바로 일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실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비, 비서로요?”
“네.”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신류영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제 아들을요?”
“네.”
“명철이 말하는 거 맞으시죠…?”
“네.”
“비서로요…?”
“그렇다니까요.”
도대체 얼마나 믿기지 않으면 이러한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믿기 어려울 만도 하다.
윤기가 누군가?
와이케이 그룹의 회장이다.
그리고 와이케이 그룹은 굴지의 국내 1위 기업.
더불어서 윤기는 세계 1위의 재벌.
이런 윤기를 바로 옆에서 모시는 비서실 소속이 된다는 데 누가 놀라지 않을까.
그렇기에 신류영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진짜죠? 진짜인 거죠…?”
“그렇다니까요. 그리고, 월요일부터 출근시키세요.”
“네? 명철이는 아직 고등학생인데….”
“어차피 내년 2월에 졸업이잖아요. 조기 취업 관련해서 서류 제출하면 별문제 없을 거예요. 학교에서도 쌍수 들고 환영할걸요?”
“어머, 세상에…….”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은 것보다 기분이 더 좋아진 신류영.
하지만, 신류영이 모르는 게 있었다.
윤기가 내민 건 당근이 아니라 당근으로 만든 채찍이라는 것을 말이다.
옆에 두고 조지려고?>
최덕배가 정답을 맞혔다.
* * *
“야, 씨발! 나 월요일부터 와이케이 본사 비서실로 출근한다!”
교실에 울려 퍼지는 윤명철의 외침.
그러자 반 아이들 모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꿈꿨냐? 네 성적에 무슨 와이케이 그룹 비서야?”
반 47등의 외침.
더불어서 윤명철의 성적은 반 59명 중 52등이다.
“야! 와이케이는 성적으로 사람 안 뽑거든?”
“등신아, 성적으로 안 뽑지만, 시험은 보잖아. 너 시험 보기는 했냐?”
47등 입장에서 윤명철은 어쨌든 자기보다 낮은 존재.
그런데 그런 존재가 좋은 회사, 아니 최고의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애초에 안 믿는 게 정상이고 말이다.
“아, 쟤 와이케이 그룹 회장의 사촌이랑 외사촌이라고 하지 않았어?”
마침 생각났다는 듯한 23등의 말.
그러자 47등의 표정이 더욱 환상적으로 변했다.
“사촌의 외사촌? 그럼, 남 아니야?”
만약, 남이 아니었다면 부르는 호칭이라도 있었겠지.
하지만, 호칭 좋아하는 한국에서 사촌의 외사촌을 부르는 호칭은 없다.
한마디로 남이란 얘기다.
“야! 나랑 윤기 형이랑 존나 친하거든?”
“그럼, 특채로 들어간 거네?”
눈치 빠른 47등의 말에 윤명철이 목청을 높였다.
“야! 특채가 어때서? 내가 괜히 비서실로 들어간 줄 알아? 다 윤기 형이 내 재능을 알아보고 데려가는 거라고.”
“하아, 와이케이 그룹 망했네. 저딴 녀석이 비서실로 들어가고. 아, 왜 나는 부모님이 와이케이 그룹이랑 인맥이 없나 몰라?”
47등은 공부는 못해도 말은 참 잘했다.
그렇기에 윤명철은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개인적인 응징에 나서지는 못했다.
힘도 47등이 더 셌으니까.
“야, 너는 억울하지도 않냐? 넌 1등인데도 와이케이 비서실에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잖아.”
이 시대에는 비교적 드물게 안경을 끼고 있는 반 1등.
머리 자르는 시간도 아까워서 12mm 반삭 헤어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반 1등이 안경을 고쳐 쓰며 입을 열었다.
“잘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자 윤명철의 표정이 대번에 밝아졌다.
“봐, 새끼야! 잘할 수 있다잖아!”
“잘할 수도 있다는 거지, 누가 잘한다고 했어?”
곧바로 이어지는 47등의 반박.
그렇게 윤명철과 47등이 계속해서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반 1등은 다시 문제집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제대로 적응할 리가 없지.’
사회성마저도 좋은 반 1등이었다.
* * *
비서.
이름만 들어 보면 참 있어 보이는 직업이다.
무슨 무슨 그룹 회장의 비서!
무슨 무슨 그룹 부회장의 비서!
정말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계열사 회장, 부회장의 비서는 중소기업 사장의 비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연봉도 압도적으로 높고, 사회적인 시선 역시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회장의 비서.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있다.
비서가 연봉을 많이 받는다?
그것은 그만큼 능력이 있고, 부지런해야만 한다.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이 얼굴 하나 보고 월급 쏟아가며 채우는 그런 자리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월요일인 오늘, 윤명철은 몇 시에 일어나야 할까?
[다섯 시]그렇다.
윤명철이 일어나야 할 시간은 다섯 시였다.
왜?
윤기의 업무 시작 시각이 8시였으니까.
따라서 윤명철은 새벽 5시에 일어나 최소한 오전 6시 30분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했다.
이유는 인수인계.
윤기는 사실상 다국적 기업의 회장.
따라서 시차를 무시하고 여러 가지 보고가 올라온다.
비서들이 하는 일은 바로 이러한 보고들을 정리하는 일.
당연히 윤기가 자고 있는 시간에도 일하는 비서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전에 출근하는 비서들은 밤사이 근무한 비서들에게서 이러한 사실들을 인수·인계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윤명철은…….
드르렁, 퓨우.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코골이.
학교도 지각을 밥 먹듯이 하는 윤명철이 취직했다고 갑자기 부지런해질 수 있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심지어 본인이 절박한 상황에서 취직한 것이 아니라 더더욱 그랬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그룹 회장 비서실 자리가 알아서 찾아온 상황.
당연히 윤명철에게는 자신이 어떤 자리에 앉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각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왜 신류영은 아들을 깨우지 않은 걸까?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커피 맛이 참 좋네요.”
새벽 6시 30분.
비서실장은 분명히 윤명철에게 새벽 6시 30분까지 출근하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더불어서 특별 서비스로 신류영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원래대로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서비스.
그래서 신류영은 새벽 5시부터 아들인 윤명철을 깨우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윤명철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 괜찮아. 나는 다른 비서들이랑은 달라~.”
잠결에도 자신과 윤기의 끈끈함을 과시하는 윤명철.
만약, 윤기가 이 잠꼬대를 들었다면 참 재미있어했겠지.
어떤 의미로는 윤명철에게 천만다행으로, 윤기는 새벽 6시 30분에 신류영의 집을 방문했다.
윤명철의 아버지는 현재 다른 지역에서 교감으로 지내고 있기 때문에 모자 둘이서만 살고 있는 상황.
따라서 거실에서는 신류영이 전전긍긍하는 표정을 지으며 윤기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회장님, 죄송해요. 애가 어제 너무 피곤했나 봐요….”
“어제 무언가 힘든 일을 했나 봐요?”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차마 거짓말을 못 하고 말을 흐리는 신류영의 모습.
하지만, 윤기는 의도적으로 이렇게 집을 찾아온 것이다.
이래야 신류영이 자신의 아들이 어떤 인간군상인지 좀 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끼익!
윤명철의 방문이 열린 것은 8시가 좀 넘어서였다.
“아, 엄마! 왜 안 깨웠…, 헉!”
거실에 앉아 있는 윤기와 그 뒤에 도열해 있는 비서들.
아무리 윤명철이라고는 하지만,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하지만, 상황을 파악했다고 해서 제대로 된 대처가 나오는 것은 아닌 법.
“혀, 형, 아,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지금 윤명철은 윤기의 비서실 소속.
더군다나 지금은 공적 업무의 시간이다.
“회장님이라고 불러야지?”
“아, 회, 회장님…. 그, 그렇네….”
윤명철은 그저 가깝다고 생각했던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회장이라 부르라 하자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새벽 6시 30분까지 출근 시간인 거 몰랐어?”
“아, 아니, 그게….”
“못 들었어?”
윤명철은 순간의 구명줄이라 생각하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못 들었어. 나는 그냥 첫날은 편히 가면 되는 줄 알고….”
지금 이 자리에는 비서실장도 있었다.
그렇기에 비서실장은 매우 심기가 불편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왜냐하면, 따로 내려온 윤기의 지시가 있었으니까.
“자, 그러면 출근해야겠네. 빨리 옷 갈아입고 나와.”
“어? 아, 알았어. 그런데, 윤기 형. 나 아침밥을 안 먹으면 힘을 못 쓰는데….”
아들의 말에 신류영은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돌리고 오른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아, 그래? 그러면 먹어야지.”
“형도 먹어. 우리 엄마 음식 잘해.”
“호오, 그럴까?”
신류영은 그야말로 울고 싶었다.
그리고 얼굴이 너무나 화끈거렸다.
“엄마, 빨리 밥 줘. 나 출근해야 된다고.”
신류영은 목구멍 바깥으로 나오려는 무언가를 꾹꾹 누르며 밥상을 차렸다.
어머니가 무슨 심정으로 밥상을 차리는지 전혀 알 길이 없는 윤명철.
윤명철 입장에서 지금 분위기는 친한 동생 집에 놀러 온 친한 형의 느낌이었다.
“형, 맛있었지?”
“그래, 어머니가 음식 솜씨가 좋으시네.”
“그럼, 갈아입고 나올게.”
윤명철은 화장실로 들어가 휘파람까지 불며 샤워를 했고, 이윽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명철아.”
“응?”
“양복은?”
윤기의 말에 윤명철이 잠시 당황했다.
“야, 양복?”
“응. 지금 우리 복장 보이지?”
와이케이 그룹은 복장에 큰 간섭을 하진 않지만, 윤기와 비서실만큼은 다르다.
외부로 돌아다닐 때는 반드시 양복을 입는 것이 암묵적인 규율.
아니, 애초에 90년대에 캐주얼을 입고 직장생활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되었겠는가?
“명철이가 양복이 없네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신류영의 잘못 아닌 잘못도 있었다.
아들의 나이가 나이다 보니 양복에까지 신경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아, 엄마. 좀 말해 주지….”
때를 틈타 어머니에게 잘못을 돌리는 윤명철.
“아니, 그게….”
“양복 없어? 아, 나 지금 출근해야 되는데, 못하면 엄마 책임이야!”
참으로 어리다.
하지만, 어쩌랴. 진짜로 어린걸.
물론, 어린 게 면죄부가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결국 윤명철은 아버지의 낡은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오랫동안 장롱에 들어가 있어서 장롱 냄새가 빠지지 않은 남루한 양복.
더군다나 몸에 잘 맞지도 않아서 낡은 양복을 입은 윤명철의 모습은 꽤나 우스꽝스러웠다.
“아, 엄마, 이런 걸 입고 어떻게 출근해!”
“그래도 어떡하니….”
신류영은 거의 울먹거리며 답했고, 결국 윤명철은 우스꽝스러운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사실, 윤명철의 잘못이었다.
윤기는 다음날 출근이 아니라, 다음 주 출근을 시켰다.
그러면 그동안 양복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동안 윤명철은 신나게 놀기 바빴다.
[취직하면 못 놀 거야!]그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윤명철은 또 하나의 실수를 바로 저질렀다.
원래대로라면 비서들의 대열 중 가장 뒤에 서야 하는 것이 원칙.
하지만, 윤명철은 윤기의 옆에 서려고 했다.
물론,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비서들의 표정이 일그러졌을뿐.
[[[[[저게 친구지, 무슨 비서야?]]]]]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세상은 넓고, 별종은 많으니까.
“회장님, 밤새 보고할 것들이 조금 쌓였습니다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윤기는 필요할 때마다 소집하는 회의가 아니면, 정기 회의는 전혀 열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보고는 많이 받았다.
그렇기에 시작되는 보고 시간.
윤기는 회의실 안에 들어가 보고자들의 보고를 받기 시작했고, 안으로 같이 들어간 비서들을 제외하고는 따로 다른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윤명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출근 첫날, 신입 비서 윤명철이 한 행동.
“저기…, 윤기 혀…, 아니, 회장님 보고 시간은 주로 어느 정도나 걸려요?”
아침부터 워낙 환상적인 사고들을 친 윤명철이었기에 대답해 주는 선임 비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2시간에서 3시간, 더 길어질 수도 있고.”
아주 딱딱한 말.
하지만, 윤명철은 선임 비서의 말투보다는 2시간에서 3시간이라는 말에 더 신경 썼다.